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혼돈의 시대’※ -대한민국 리셋 전략과 방향 <서평>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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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5월18일 16시40분
  • 최종수정 2021년05월17일 19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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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나 한국경제나 항상 번영의 역사만을 구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충격’과 ‘혼돈’이라는 ‘위기의식’속에서 미래를 걱정하고, 생존을 위한 묘책(妙策)을 갈구한 시대가 훨씬 많았다고 생각된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혼돈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성장의 그늘에서 뒤틀린 가치관과 왜곡된 문화 사이에서 새로운 ‘복지시대’를 향한 갈망의 불길이 번지는 사이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 지 꽤 오래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코로나19라는 펜데믹 상황이 전 세계를 강타해 대한민국 경제를 압박하고 흔드는 양상이다.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길 것인가?

최근 ‘혼돈의 시대’라는 김동원 박사(국가미래연구원 칼럼리스트)의 저서가 눈길을 끈다. ‘거대한 전환점이 될 팬데믹 이후 10년을 통찰하다’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우선 “코로나 팬데믹은 한국경제에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화와 친환경으로의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경제가 확고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컴퓨터·2차전지 등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그런 환경의 변화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한국경제의 도약을 가져다 줄 것이 아님은 너무도 분명하다. 저자는 이를 “한국기업들이 대외적이라기보다는 국내적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들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자세한 분석이 ‘제5장 절망의 대한민국’에서 분석되고 있지만 예컨대 정부주도 부채주도의 저성장경제 속에서 제조업이 위기에 처해 있고, 세상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한국의 현실에서 기업들의 신음소리는 더욱 높아만 가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경제가 세계경제의 변화흐름에 세기적 전환기의 양상을 살펴 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국가 역량을 총체적으로 재배분하고 투입하는 ‘국가 자원 재배치(The Great Reset)’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부분적이고 기술적인 변화로는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대안이 되지 않으며, 제도와 관행 그리고 정부와 기업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자원 재배치의 대전제는 국민들의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행복감 증진은 어떻게 해야 실현 가능한가? 흔히 복지향상을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성장 없는 복지확대가 가능한가?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포용정책이 성장정책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다. 성장을 중심으로 하되 포용정책이 보완하는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국가발전의 지속 가능한 틀의 핵심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경제성장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가? 저자의 주장을 더 들어 보자.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가계와 기업가가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도록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데 있다. 특히 기업들이 사업 위험을 적극적으로 감수하고 투자와 혁신을 추진하도록 격려하는 정책이 필요하고, 규제 철폐와 조세 부담을 낮추는 것이 필수적인 정책이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과 산업으로 인력과 자금이 재배분 되도록 하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교육과 훈련으로 인적 자본을 제고하는 정책은 생산성 향상과 고용 확대를 촉진하는 정책의 핵심이다.”

 

이제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결론인 ‘대한민국 리셋전략’에 접근해보자.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정책들은 단기적으로 기득권과 마찰하고 희생계층을 수반하기 때문에 선거의 승리와는 역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지속적인 경제번영의 핵심은 국가를 운영하는 ‘제도의 질’에 있으며, 제도 중에서도 정치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저자가 역점을 두고 있는 과제다.

 

저자가 부연 설명하는 다음과 같은 언급도 무척 중요해 보인다.

“세기적 전환기를 맞아 상향식 합의를 추진하거나 부분적인 혁신으로 시간을 소모할 여유가 없다. 2022년 대통령 선거를 부족주의 선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합의의 과정으로 만든다면, 다음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를 동력으로 대한민국을 ‘전체’로 ‘희망의 대한민국’으로 바꿀 수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 리셋(Reset)전략’으로 4가지를 들고 있다.

 

⇨ 정치를 개혁하라

  더 이상 부족주의·단기주의·포플리즘 정치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한국 정치의 상부구조를 혁신하는 것이 최우선 선결과제다. 이념·지역·세대·계층을 편 가르고, 특정 부족 이익에 영합하는 것으로 지지기반을 유지하는 정당들과 정치인들의 행태를 국민들이 용납해서는 안 된다. 정치쇄신의 관건은 결국 국민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정치 개혁이 대한민국이 ‘희망의 길’로 가는 첫 걸음이다. 

    

⇨공동선(共同善)을 정립하라

  부족주의 정치가 발생하는 중요한 이유는 국민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공동선’이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시대의 공동선은 ‘잘 살아보자’였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면서 ‘게임의 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 상실과 양극화의 진행으로 공동선은 상실되었다. 

대한민국 Reset’이 정당성을 얻기 위한 필요조건은 새로운 시스템과 자원배분,그리고 유인제도가 공정하고 모두를 배려한다는 신뢰를 얻는 것이다. 이 필요조건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모든 부족과 계층, 현재와 미래를 아울러 승복할 수 있는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대원칙인 ‘공동선’이 정립되어야 한다. 

 

⇨ 복지 시스템을 재정비하라

  2021년 정부 총지출 예산에서 보건·복지·고용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달한다. 포용을 시대정신으로 정부의 예산안에서 사회안전망과 고용 확충을 위한 재정지출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복지 시스템이 꼭 필요한 부분에 효율적으로 투입되도록 정비하지 않은 채, 소위 “퍼 주기” 낭비를 그대로 둔다면, 복지와 재정은 둘 다 망가지게 될 것이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차세대의 몫이 될 것이다. 

 

⇨ 경제 생태계를 쇄신하라

  경제 생태계를 총체적으로 쇄신하는 것이 절실하다. 새 정부가 들어오면 규제 혁신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얼마 지나고 나면 기득권의 반발에 지치는 동시에 기득권의 포로가 되어 시간이 갈수록 흐지부지 하고 만다. 정부는 기득권과 국민들이 얻을 미래의 이익 간의 조정에 과감하게 나서야 하며, 기득권보다 규제개혁으로 국민이 얻게 될 미래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데이터 경제·인공지능·자율주행 자동차·생명공학 등 새로운 산업들은 정부 규제의 새로운 영역이며, 어떠한 규제의 틀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미래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결정된다. 정부의 역량 부족으로 미래에 국민들이 누릴 수 있는 편익과 일자리를 가능성도 시험하기 전에 묻어 버린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축소지향 경제로 갈 수밖에 없다.   

 

저자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인 듯싶어 다음과 같은 대목을 결론 삼아 소개한다. 암울한 시대를 극복해가는 해답은 무엇인가? 

“내가 해 줄 수 있는 충고는 다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우리는 지금 정치·경제·기술 모두가 급변하는 세기적인 전환점에 있다. 둘째, 그렇기 때문에 개인·기업·국가 공히 현재의 선택이 향후 10년을 가름하는 전략적 전환점(inflection point)에 직면해 있다. 셋째,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멀리보고 생각하고 나침판을 보고 나아갈 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계민 ifsPOST 편집인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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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김동원, 매일경제신문사 刊, 2021.4.29.

 저자 김동원은 화폐금융을 전공한 경제학박사로 수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2년 이후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KB국민은행 부행장,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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