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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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8월18일 13시41분
  • 최종수정 2020년08월18일 15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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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비정상으로 미쳐 돌아가는 세상 같다. 사회 곳곳에서 상식을 벗어난 추태와 갈등이 현기증을 일으키게 만든다. 무엇보다 지난 15일 제75회 광복절 기념식에서 광복회장이라는 분의 기념사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제 정신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넋두리 아닌가 싶기도 하다. 거기에 그치지않고 연일 비슷한 말을 던지면서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오직 우리 편만이 애국자이고, 자랑스러운 사람들이라고 직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시키고 친일파와 결탁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족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고,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입니다.”

“서울현충원에서 가장 명당이라는 곳에,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자가 묻혀 있습니다.………. 이런 친일반민족인사 69명이, 지금,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어 있습니다.”

“금년 가을 정기국회에서 (친일파 파묘를 내용으로 하는) 국립묘지법이 개정되리라고 믿습니다.”

 

야당과 보수진영의 논평을 일일이 적시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우선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을 ‘친일파’로 매도하면서 이름만 부른 것은 지나친 처사다. 국가인 애국가를 부정하면서, 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순국선열들의 현충원 무덤을 친일행적이 있었다는 이유로 파내자는 주장도 극단적인 논리다. 

 

그런가 하면 광복회장은 한편으로 한국경제가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하는가 하면, 그런 일본의 초조함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으로 나타났다고 으스대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누가 대한민국의 이런 경제적 번영을 만들어 냈나? 반일·반미운동가들이 이 나라를 부강한 나라로 키워왔는가?

 

“촛불 혁명으로 깨어난 국민들의 자신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 그리고 정부의 당당한 대처로 우리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거뜬히 이겨내고 있습니다.”

 

광복회는 뭘 하는 단체인가? 보수를 몰아내려는 진보세력의 정치적 결사체인가? “민족통일, 민족정기 선양 및 애국정신 함양을 위한 사업”, “순국선열 및 독립유공자의 희생정신 계승ㆍ승화 사업”. 광복회의 사업목표다. 어디로 보나 광복회가 정치적 결사체일 수는 없다. 더구나 국민들을 보수와 진보로 나누고, 친일과 반일, 적과 동지로 나누면서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순국선열이나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정신에 반하는 일 아닌가? 그러고도 연일 자화자찬을 이어가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이런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지지 찬동하고 옹호하는 여당 국회의원들을 보면 하품이 나온다. 당권경쟁에 나선 민주당 대표 후보들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광복회장으로서는 그런 정도의 문제의식은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두둔하고 나선다. 그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최고위원후보들도 모두 나서서 ‘야당이 제발 저려 호들갑’이라는 식으로 떠들고 있다.

 

그런데 더욱 역겨운 것은 김원웅 광복회장의 이력이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그는 ‘박정희 공화당→전두환 민정당→이회창 한나라당→친노’로 갈아탄 정치 이력을 갖고 있다. 독립운동가 집안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72년 박정희 정권 민주공화당 사무처 공채에 지원해 당직자로 근무했다. 전두환 정권이 출범하고 민주정의당이 창당되자 민정당으로 옮겨 당 요직에서 일했다. 그러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에는 탈당해 이른바 '꼬마 민주당'으로 옮겨, 이 당에서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다. 하지만 4년 뒤 낙선하자 1997년엔 돌연 한나라당(지금의 미래통합당 전신)에 합류해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 됐다. 그러다 다시 탈당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도왔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이 됐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을 지냈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린 이른바 '철새 정치인' 아닌가. 그러면서도 독립투사인양 거드름을 피우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생계 문제 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 “거기에 몸담았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급 당직자로 일할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5.18만행을 저지른 신군부 정권에서 일한 것이나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을 한 것도 ‘생계 때문’이었나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생계 때문에 ‘친일’프레임을 덮어쓴 수많은 사람들은 어찌해야 하나. 자신들이 몰아세우는 친일파는 상당수가 그런 부류 아니던가?

 

정치판만 그런 게 아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이 엄중한 시국에 ‘목사’라는 분이 광복절 날에 벌인 기행(奇行)은 정말 제정신이 아니다. 사랑제일교회를 이끄는 전광훈 목사 얘기다. 전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와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은 광복절인 8월 15일 법적으로 금지된 광화문 집회를 강행하는가 하면, 전 목사는 여기서 정치연설도 했다. 더구나 사랑제일교회의 코로나19확진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감염병 때문에 ‘하지 말라’는 당국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회를 이끈 사람, 그것도 그 사람이 목회자라면 정말 제 정신인지 묻고 싶다. 결국은 본인도 코로나19확진판정을 받았다는데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한 가지 사례를 더 짚어보자.

“개가 주인을 무는 꼴입니다. 권력을 탐하고 있는 윤석열 끌어내리고 검찰개혁 완수해야 합니다.”

지난 16일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호남·충청권 합동 연설회에서 후보인 이원욱 의원 (경기 화성을)은 “대통령에게 임명받은 권력이 선출 권력을 이기려고 한다”며 그런 언사를 늘어놓았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검찰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있을 터인데, 그런 말을 함부로 뱉어내는 국회의원이 있다니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검찰의 주인은 국민이다. 

 

검찰총장 임명권자를 주인이라고 얘기했다고 하자. 한 야당의원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또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개가 주인을 무는 경우는 주인이 도둑처럼 보였기 때문 아니겠느냐“

또 다른 야당 국회의원은 현 정부가 벌이는 "검찰 개혁의 속내는 권력에 복종하는 충견을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지금의 검찰총장은 현 정부에서 임명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검찰총장이 개라면, 대통령이 개인 줄 알고도 임명한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참 어지러운 세상이다. 미쳐도 단단히 미친 사람들의 행진이 나라를 시끄럽게 한다. 갑자기 ‘또라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사전적으로는 ‘생각이 모자라고 행동이 어리석은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돼 있다.

 나무위키에서는 “‘정신적/육체적으로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도덕적인 기준에 크게 어긋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낮추어 부를 때 사용하는 단어다. 어원은 불분명한데, 정신이 이상한 것을 '돌았다'고 표현하는 속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검지로 머리를 가리킨 다음에 빙빙 돌리는 동작이 '또라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최초 등장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늦어도 1970년대 후반부터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요즈음 같이 억지 말이나 막말을 일삼는 사람들에게는 참 잘 어울리는 표현 같다. 아직도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검찰개혁 등을 둘러싸고 더 많은 분야에서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것 같다. 한바탕 경진대회라도 벌일 셈인가? 누가 누가 더 잘 하나,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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