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접경지역의 봄은 언제 오는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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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1월29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1월29일 17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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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접경지역 관광사업, 현주소는?


2018년 4월, 남북 두 정상은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를 나눴다. 이어 9.19 군사합의 등을 거치며 비무장지대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에 힘입어 접경지역 개발의 포부를 밝혔다. 이후 남측은 판문점 선언 1주년에 맞추어 ‘DMZ 평화의 길’을 개방했다. 처음으로 비무장지대 내부 약 1km가량을 걸을 수 있게 한 관광사업이었다.

 

또 현 정권은 민간인통제선 이북 마을이 오랜 시간 규제로 고통받았던 사실을 들며 이의 해결을 약속했다. 그 결과로 민통선이 조정되고, 관련 규제가 완화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허나 정부는 접경지역 관광사업 역시 병행해 추진하고 있다. 이는 매 정권마다 반복된 일이다. 이른바 ‘안보’ 혹은 ‘평화’ 관광사업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여러 차례 구현되었다.  

 

일례로 2009년 개관한 강원도 고성 DMZ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방문자 수가 예상수치를 현저히 밑돌며 연간 수십억 원의 적자를 냈다. DMZ 평화의 길 고성B코스에 포함되면서 상황이 완화되었다고는 한다. 허나 건립 자체가 뼈아픈 기획 실수라는 점은 명백하다.

 

거대 기획과 예산 편성만이 능사 아니다


물론 분단 관련 관광 ∙ 유적지가 연결성 없이 산재해 있는 현실은 문제다. 따라서 통합적 관리 체제를 세우고자 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협력은 바람직하다. 허나 이를 위해 편성한 42억원의 예산이 우려된다. 쇄신을 목표로 한 정비 사업은 우선 국지적으로 행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실수를 돌아보고,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접경지역 관광의 최상위 목표로 남북 협력을 두었다. 하지만 이에 선행되어야 할 남북 간 대화는 현재 없다시피 하다. 지난 2월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기 때문이다. 이러한 남북관계의 불안정성은 현 정권의 개발 논리가 가진 위태로운 기반을 보여준다. 각 지자체가 관광지 유치를 위해 내거는 ‘평화관광’ ‘안보관광’ 슬로건 역시 공허하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남북관광협력의 이상적 형태인 금강산 관광은 현재 진공화 위험에 놓였다. 지난달 25일, 북한은 남측 시설의 철거를 요구하는 통지문을 보냈다. 현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노력 중이나 해법은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유엔사령부 역시 관광 관련 접경지역 조사에 비협조적이라고 한다. 이는 어쩌면 남북 양측의 합의가 부재하는 상황에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돼지열병(ASF) 확산… 잠잠해졌다고 끝날 일인가


DMZ 평화의 길은 당시 한반도의 평화 무드 조성을 상징하며 많은 기대와 응원 속에 출범했다. 허나 지금은 ASF 확산 방지를 위해 고성, 파주, 철원의 세 코스 모두 관광이 통제된 상태다. ASF로 인해 양돈 농가는 물론, 경기 북부 강원 일대 지역경제는 직격타를 맞았다. 양구군의 경우 이번 해 펀치볼 시래기 축제와 사과 축제가 취소되었다.

 

북한에 ASF가 발병했다는 사실은 지난 봄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6월 초 북한의 ASF 확진 소식이 공식화된 이후로도 접경지역 개발은 계속 추진되었다. 그리고 지난 9월, 남한에서도 ASF 감염 판정을 받은 농가가 등장했다. 멧돼지부터 잔반, 차량과 사람의 이동 등 아직까지 ASF 확산 경로에 관한 여러 추측이 난무하다.

 

멧돼지 감염 사례는 아직 보고되고 있으나, 사육돼지 농장은 나름 안정을 되찾았다고 한다. 허나 ASF 발생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생계의 기로에 선 상태다. 돈육 가격 폭락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또 양돈 시스템의 재정비 없이는 비슷한 사태가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북측과의 ‘방역협력’에 노력하고 있다는 정부 발표는 살처분된 수만마리 돼지 앞에서 무용했다.

 

주민 의사가 최우선… 위수지역 상권, 외부투기자본 유입 등 각지 고민 들어야


당장 접경지역 주민의 원성을 사는 문제는 따로 있다. 우선 위수지역 폐지로 지역상권이 휘청거리는 양구군 등이 있다. 인근 군부대의 해체까지 유력해지면서 반발은 더 커졌다. 철원 같은 경우 고엽제 피해와 토지자산의 소유권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개발이 확실시되면서 투기자본이 유입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민통선 이북의 한 마을은 현 정권이 약속한 접경지역 관광사업에 집중하기로 의견이 모이기도 했다.

 

불확실한 미래의 약속보다는 현실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이는 주민 의사에 기초해야 한다. 남북 ‘평화’를 최종 목표로 설정할 때 개개인과 각 지역의 차이는 지워진다. 평화라는 관념적 표현에 현실은 가려진다. 해당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통일 대박”이라는, 전 정부의 우스꽝스러운 표어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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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9년11월29일 17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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