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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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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미세먼지, 한반도를 덮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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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5월19일 17시39분
  • 최종수정 2017년05월19일 18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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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걷다 보면 마스크를 착용 한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친 지금, 마스크는 필수 생활용품이 되었으며 사람들은 숨 쉬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한반도를 덮친 미세먼지와 황사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흔들고 있다. 정부는 ‘외출을 자제하라’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오늘 미세먼지 농도’라는 키워드는 연일 인기검색어에 오르고 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보건용 마스크, 인후염 스프레이 등 미세먼지와 관련된 의약품 수요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며, 새로 출범한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을 제시하며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미세먼지, 건강을 위협하는 1군 발암물질

 

미세먼지, 이 작은 입자는 과연 무엇이길래 우리의 삶을 뒤흔드는 것일까?

 

세계보건기구(WTO)에 의하면 미세먼지는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미세먼지 입자 안에는 질산염, 황산염, 탄소, 유기탄화수수와 같은 발암물질이 들어 있으며 사람의 기관지나 폐에 달라붙어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또한, 유해물질인 미세먼지는 혈관에 침투하여 염증을 일으키며 암을 유발한다.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는 화력발전소와 산업단지, 경유차 등에서 주로 발생하기에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여 차단해야만 한다. 이렇듯 하나의 원인으로 시작되기보다는 복합적인 원인이 결합하여 시작되기에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오른지 오래되지 않았기에 국내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정확한 원인을 제시하기 어렵기에 미세먼지의 발생과정이나 2차 먼지 생성원인 등 뚜렷한 윤곽을 그리기 어렵다.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티나게 팔리는 미세먼지 제품, ‘호흡기 건강 격차’ 심화시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수록 미세먼지 제품인 마스크와 공기청정기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4월 마스크 매출은 작년보다 84% 늘어났고, 이례적으로 미세먼지 경보가 발생한 지난 5월 황금연휴 주말에는 마스크 매출이 예년보다 5배 이상 (44.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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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마스크의 매출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누구나 미세먼지 마스크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일반용 마스크는 미세입자를 차단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아 미세먼지용 마스크로는 적합하지 않다. 황사나 미세먼지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용 보건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한다.

 

미세먼지용 마스크는 식약청에서 인증받은 KF 지수가 높은 마스크를 의미하는데, KF 지수가 높을수록 차단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보건용 마스크는 기본적으로 재사용이 불가능하며 세탁할 경우 기능이 떨어지고 모양이 변형되기에 세탁한 후 사용을 해서도 안 된다.

 

KF 지수가 높은 보건용 마스크는 일반 마스크보다 가격이 훨씬 더 비싸다. 개당 3~4천 원을 웃도는 보건용 마스크를 매일 구입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많은 가정에서는 원치 않지만 이러한 마스크를 재사용하거나 식약처의 KF 인증을 받지 않은 일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편에선 초미세먼지를 99.9% 제거한다는 수백만 원에 육박하는 독일산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저소득층에선 꿈도 꾸지 못할 공기청정기가 없어서 못 팔 지경에 이르렀다. 마시는 공기의 질이 가정 형편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 제품 소비 패턴에서 볼 수 있듯 미세먼지 대처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 지속되고 누적된다면 생활 형편에 따라 미세먼지 노출도가 달라질 것이며 결국 ‘호흡기 건강 격차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누구나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가 있지만, 공기의 질이 빈부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미세먼지 대책으로 “전국 초, 중, 고등학교 1만 1,000여 곳에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 감축 응급대책으로 노후된 석탄화력발전소의 ‘일시 가동중단’을 지시했다. 전체 석탄발전소 중 노후 석탄발전소의 비중의 오염물질 배출량 비중이 19.4%가 이른다는 점을 미뤄 이러한 대책은 미세먼지 배출량 감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을 약속한 바 있다. 사실 임기 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중단과 석탄 발전기 ‘임기 내 폐쇄’로는 충분치 않다.

 

이미 일각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중단이라는 공약 이행이 미세먼지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며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을 즉각 중지하는 등 추가적인 조치가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또한, 중국발 미세먼지, 황사가 국내의 미세먼지 요인들과 결합하며 한반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한중 간 정상들의 의제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원인에 중국의 영향이 확실히 있는 만큼 중국과의 대화와 협상은 이번 정부가 해내야 하는 ‘과제’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는 나라들이 협의해야 하는 만큼 중국발 미세먼지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와 대책이 필요하다. 외교라인이 참여하는 미세먼지 대책기구가 설치되기에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책이 곧 마련되리라 생각한다.

 

마음 놓고 환기도 시킬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국내발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것이 먼저이며 최선이다. 또한, 2차 먼지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 원인을 찾아 새로운 대응방안을 제시해야만 한다.

 

또한, ‘호흡기 건강 빈부 격차’가 심해질 위험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사회 취약계층에 마스크를 공급하거나 그들이 마스크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호흡기가 약한 어린아이들이나 노인들이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되면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에 그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미세먼지의 공습,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이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금 막 첫걸음을 떼기 시작한 미세먼지와의 전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있을 여러 난관을 뛰어넘을 준비를 해야 하며 공기 질 개선 약속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작업이 뒤따라야만 한다.

 

벌써 문 대통령의 미세먼지 응급대책에 반발하는 사람이 적지 않게 보인다. 앞으로도 이러한 반발은 미세먼지 대책을 제시할 때마다 따라붙을 것이다. 때로는 예산 문제와 같은 구조적 문제에 부딪힐 것이며 때로는 화석연료 카르텔들의 저항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저항에 포기하여 미세먼지 대책을 뒤로 미룬다면 대기 환경은 계속해서 악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국민의 삶의 질도 떨어질 것이다.

 

사실 이러한 반발들도 국민의 목소리라고 볼 수 있기에 그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동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전에 그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치밀한 방안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더욱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지속적으로 대책을 제시한다면 궁극적으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 깨끗한 공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미세먼지는 더 이상 남의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미세먼지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침투해있으며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소이다. 미세먼지의 공습으로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는 이 시점,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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