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청년이 본 탄핵정국 토론회 - 시대정신엔 보수 진보가 없다, 보수 진보 토론회의 명과 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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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2월25일 02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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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엔 보수 진보가 없다

 

최정윤 ifs POST 청년기자ㅣ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 

 

 그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공통된 정신적 태도나 이념을 공유한다. 즉, 한 시대를 아우르는 그것을 시대정신이라 한다. 헤겔은 이를 역사적 맥락에서 본다. 보편적 정신세계가 역사 속에서 개개인을 전개시켜 나가는 ‘과정의 형태’를 취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대정신은 단정적으로 그 시대를 규정할 수는 없다. 역사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정의 되어야 한다.

 

 박근혜 게이트 이후, 한국의 시대정신은 제법 또렷해졌다. 시민들은 ‘공정’과 ‘부패’ 사이의 간격에서 옳고 정의로운 무언가를 모색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근혜 퇴진’이란 첫 발 딛는 ‘공정 사회’ 


 다년간 대한민국은 정치와 경제가 유착된 사회였다. 불평등이 존재했고 사회적 현실인 빈곤은 개인의 책임으로 귀결됐다. 그 불평등과 빈곤을 가속하는 주범 중 하나가 금융제도이다. 자본은 금융을 넘어 정치까지 그 지배 영역을 장악했다. 그 결과 정부는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나갔고 시민의 권리와 자유의 침해를 수단시했다. ‘박근혜 게이트’로 우리는 부패한 한국 사회의 이면을 다시 한 번 확인했고 일상의 불평등을 국가적 의제로 제기하기 시작했다.

 

 부의 집중은 곧 정치권력의 집중을 야기하고 정치권력의 집중은 99퍼센트가 1퍼센트에 의해 소비되는 악순환을 가속화하는 법의 제정으로 이어진다. 여야가 한통속이 되어 새로운 재정 정책을 수립하고, 세법을 개정하며, 기업 지배 구조 및 규제 완화를 법으로 뒷받침해 준다. 부자들은 수십 년 동안 다듬어지고 법제화된 경제 체제를 주무르며 기업과 정치가 결탁해 굴러가는 사회를 탄생시켰다. 따라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그리기 위해서는 깨끗한 종이가 필요하고 이는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사회를 전제한다. 

 

 깨끗한 종이가 담는 공정 사회

 

 이 날 토론회에서 문재인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국민의 주권이 바로서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 주권은 불공정을 타파해야 비로소 성립된다. 국민의 권익이 최고 가치로 인정받기 위해서 그는 네 가지의 목표를 설정했다. 법의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 정경유착의 재벌 경제 타파, 중소기업의 보호, 청년 실업의 해소,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하는 비정규직 타파이다. 

 

 이를 위해선 법의 제도나 사회의 구조에 대한 개혁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데올로기의 해방에서 시작해야 한다. 여야를 떠나, 보수와 진보에서 벗어나 이념을 내려놓고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오늘의 시대정신은 이분법적인 분열을 기피한다. 진보와 보수, 청년과 기성세대, 지역 간의 차이를 자기검열하며 ‘공정’을 외치는 만큼 공평을 기반으로 한다. 친박. 비박, 중도 등으로 갈라서는 새누리당의 분열은 개혁에 대해 여젼히 미성숙한 태도이다. 편 가르기나 사익을 위한 행동은 대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본질과 멀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민주주의로 구성된 촛불을 수렴하기 위한, 진보 보수 프레임을 넘어서는 프레임을 정치는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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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보 토론회의 명과 암 

 

김선우 ifs POST 청년기자ㅣ한양대학교 정보사회학과 1학년 

 

 2016년 12월 22일 오전 9시 반, 중소기업중앙회 2층 릴리홀엔 수많은 인파가 북적였다. 연신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정장차림의 손님들은 이날 토론회가 보통 때와 다를 것임을 짐작케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그리고 손학규 전 민주당대표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된 초유의 사태와 잠룡들이 참석한 환경적 요인 덕에 본 행사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로 끓어올랐고, 그렇게 본 연구원에서 넉넉하게 준비했던 자료집이 동나며 청중들 간에 ‘자료집 돌려보기’가 일어나고, 토론 말미의 질의 시간엔 너무 심취했던 청중의 열변이 오고가는 등의 에피소드가 발생했다.

 

 2015년 4월 7일 주최한 토론회부터 현재의 토론회까지 꾸준하게 참석한 입장에서 볼 때, 본 행사가 참으로 많이 발전하고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중앙일보와 한겨레신문이 동시에 후원하는 '이례적인 현상’ 과 유력 정치인들이 와서 공부하는 '기이한 현상’ 을 넘어 (2017년 1월부터는) 국회방송에도 생중계된다는 점을 미루어보았을 때, 이제 본 토론회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함과 동시에 진영논리 타파의 ‘선두주자' 역할을 수행해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가장 순항중일 때 주의해야 하기에, 본 글에서는 보수진보 토론회의 찬란한 성과와 동시에 다소 미흡하고 개선이 필요해보이는 점을 써내려가려 한다. 필자는 일개 학부생으로서 감히 평가할 수 있는 지위도 아니고, (본 행사를 주최하는 연구원에서 일하는 입장으로서) 개선할 수 있는 여지엔 물리적인 한계가 있음을 잘 알고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중’과 ‘콘텐츠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정리해보려 한다. 

 

 보수 - 진보 대화, “왜 이제서야?” 

 

 왜 이제서야 이런 토론회가 열리고있는지가 가장 큰 불만이었다. 본 행사에 참석하기 전까지, ‘보수진영’을 악의 기득권으로 생각해왔다.

 복지 확대를 통한 소득의 재분배를 '포퓰리즘'이라고, 재벌을 개혁하는 것에 대해 ‘시장경제를 해치는 것’이라 비하하는듯한 보수진영을 향한 시선은 매우 좋지 않았고, 결국 기업활동을 도와주는 것을 ‘가진자들의 나누기’ 정도로 생각해버리는 심각한 진영논리 병을 앓고있었다.

 ​ 

 이는 공부가 부족한 탓이 절대적으로 크지만, 이전까지 접해왔던 ‘진보매체류’의 의제 생산에 길들여진 원인도 한 몫을 차지했다는 생각이다. 한 때 이를 극복하기위해 ‘보수매체류’도 함께 접하려 노력했지만, 이들 역시 자신들의 의제를 강요하는 데에만 집중했고, 결국 한국 사회를 좀먹는 진영논리에 익숙해졌다. 

 

 하나의 아젠다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합의점과 차이점을 인식하기보다는 양 극단의 ‘입장’ 만을 머릿속에 인지하고있는 ‘기계적 중립’ 단계의 사고에만 멈춰있던 것이다. “저 쪽도 나름 일리가 있는 건 알지만, 나에겐 이게 더 익숙하고 잘 와닿아.” 라는 식의 짧은 생각으로, 줄곧 지지해왔던 정당과 후보와 언론에만 관심과 애정을 쏟았고, 결국 그 벽 안에 갇혀버렸다. 소통하지 못하는 정치인을 비판했지만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고, 그렇게 명확한 해결책과 주장이 있는 '선동과 강성노선 정치류’ 의 일원이 되어가는듯 했다. 

 

 그러다 보수 진보 토론회를 중심으로 여러 콘텐츠를 접하게됐고, 이내 일말의 배신감에 휩싸였다. “아니, 보수나 진보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잖아. 싸울 이유가 없는데?” “뭐지? 나와 반대되는 입장의 사람들은 마치 악한 사람인 것 같았는데, 그건 아니잖아.” “저 분들 말씀도 백 번 옳은데? 내가 동의하는 주장엔 명백한 오류가 있어. 저쪽 사람들도 나라 걱정하는 건 매한가지인데, 뭐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이제서야 이런 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건지, 내가 수준 낮은 사고에 머물러 허우적대고 있을 때까지, 도대체 이 나라의 언론과 여러 기관은 무엇을 했는지, 화가났다. 

 

 진보 의제를 보수진영이, “변화는 보수의 시대적 사명.”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토론 주제의 대부분이 ‘진보적 어젠다’였다는 점이다. 시즌 1에서는 재벌개혁을 시즌 2에서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다뤘는데, 이는 주로 진보진영에서 다룬 의제들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제는 보수진영도 앞다퉈 주장하는데, 그 계기와 이유는 KDI 에서 십수년을 근무하신 '신광식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의 발언으로 요약된다.

 

 “보수는 되도록 현재를 유지하자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정도가 있죠. 시장경제가 완전히 망가지고,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태에서의 보수주의는 ‘수구’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개혁을 외쳐야 할 때입니다.” 

 

 즉, 너무도 기형적인 한국 사회의 구조에서 더 이상 ‘자유’와 ‘경쟁’의 개념은 무의미해졌고, 결국 보수 진영에서마저도 혁명적인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사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본 연구원이 추구하는) ‘개혁적보수’ 의 가치는 진보 진영과 합의점을 찾고 공통된 과제를 만들어나가는 보수 진보 토론회에서 빛을 발했고, 나아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유동적이고 민첩한 변화를 추구하는 행위 자체가 ‘보수의 시대적 사명’으로 자리잡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토론회인가 ‘발표회’ 인가, “이대로 끝?” 

 

 그런데 취지도 좋고 전체적인 틀도 좋지만 내실과 본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끊임 없이 들었다. ‘진보, 보수 발제 - 토론 1 - 토론 2 - 자유토론 (약간) - 질의응답 (잠깐)’ 으로 이어지는 구조 하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토론’ 한다기보단 ‘발표’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제한된 구성인원과 시간이 불가피한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이렇듯 계속해서 서로의 의견만 교환하고 잠깐동안 토론하고 아주 잠깐 질문받고 해산하는 식이라면,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다. 

 

 그렇다면 언론에서라도 본 문제에 대한 ‘문제인식’과 ‘대안’을 정리 분석해서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토론을 유도하고, 새로운 어젠다를 생산해내는 데에 앞장서야 하는데, 솔직한 말씀으로 일선 기자들의 역량이 본 토론회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자칫 지식인들만의 리그가 돼버릴 수 있고, 보수 진보가 ‘토론’을 하는 데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단 “우리 이런식으로 행사 열어서 의견 교환했어. 다른 점도 있고, 같은 점도 있더라. 우리 잘했지~” 하는 식의 '정치적 포트폴리오'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홈페이지에 토론회 영상을 통째로 올리고, 발제문과 토론문 등을 업로드 한다고 한들, 그것을 누가 끝까지 심도있게 읽고 연구할 것이며 ‘정책화’ 하기위해 노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강한 퀘스천 마크가 든다. 

 

 문제인식을 넘어 ‘해결책'을, 진정한 Think Tank 로! 

 

 즉, 보수 진보 진영 학자 간에 의견이 대립되고 합치되는 식의 ‘토론’ 다운 관전요소가 부족하고, 청중들과의 질의 응답 시간 그리고 어젠다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할 수 있는 '소통적 요소'가 현저하게 부족하다는 점이 본 토론회가 지닌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유력한 정치인들이 더 많이 와서 더 오랜 시간 공부하고, 유명한 언론사에서 콘텐츠를 널리 퍼뜨려주는 등의 ‘외연확장’도 중요하겠지만, 이제는 ‘토론회’라는 본질적 요소에 더 가까워졌으면, 조금 더 콘텐츠로서의 가치와 흥미가 있는 (최소한 100분 토론 만큼의) 행사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을 감히 가져본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의 싱크탱크는 태생적으로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고, 민간에서 '성공한 사례’는 희망제작소 등을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안다. 그렇기에 ‘그나마’ 순항하고 있는 국가미래연구원, 경제개혁연대, 경제개혁연구소에게 모든 요소를 충족시켜줄 것을 요구하기에는 분명한 재정적, 물리적, 환경적 한계가 있다. 

 

 그러나 한 뼘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롤 모델로 삼았던 브루킹스 연구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제는 보수 진보 간의 문제인식과 의견교환을 넘어 '가시적인 대안과 플랜 마련’ 에 집중하기 위한 ‘내부적 대안 마련’이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그 언젠가 ㅡ 브루킹스연구소가 미국 사회에 내놓았던 뉴딜정책, 유엔 탄생, 마셜 플랜, G20 정책처럼 ㅡ 한국 사회의 여론을 선도하고 본질을 꿰뚫는 정책 대안을 제시할 국가미래연구원 : ifs POST 그리고 그 가운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보수 진보 토론회를 향한 찬란한 조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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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2월25일 02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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