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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Watch] 엔저 심화에도 금융완화 출구 어려운 일본은행의 향방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2년04월21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2년04월21일 17시49분

작성자

  • 이지평
  •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前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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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엔저 심화로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도 ‘나쁜 엔저’ 경계

 

일본 엔화의 약세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엔화는 작년 12월 초 1달러당 112엔에서 지난 4월 18일에는 126엔의 엔저를 기록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한계선으로 설정했던 125엔을 돌파한 셈이다. 일본은행의 구로다 총재는 ‘급속한 엔저는 마이너스다’고 종전의 ‘좋은 엔저’라는 입장에서 보다 엔저를 견제하는 자세를 보이기는 했으나 현재의 금융완화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은 견지되고 있어서 엔화 매도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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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순채권국인 일본의 엔화는 세계 경제가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강세 기조를 보여 왔는데,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아베노믹스 이후의 엔저 기조가 지속되고 있으며, 금년 들어서 하락 폭이 심화되고 있다. 엔화 가치는 리먼쇼크 당시 2008년 8월의 1달러당 109엔에서 2009년 1월 90엔, 9월 84엔, 2011년 8월 76엔까지 무려 43%나 급등했으나, 이번 경우 작년 12월 초의 112.96엔에서 금년 4월 18일의 126.81엔으로 10.9%의 평가 절하율을 기록했다. 주요 교역상대국과의 물가수준 변화를 고려한 금년 3월의 실질실효환율은 1970년대 수준으로 하락한 데도 불구하고 엔저 압력이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엔저는 아베노믹스의 주요 목적이었으며, 과거에는 환영되는 일이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 사실, 2012년의 아베노믹스 본격화 이후 엔저 현상이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으며, 엔화는 2011년 12월의 1달러당 77.8엔에서 금년 4월 18일의 126엔까지 무려 38.3%의 절하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엔저 현상과 1997년에 아시아 각국에서 발생한 통화위기 당시(1997년 6월~1998년 8월)의 통화가치 하락률을 비교하면 한국 39.2%, 태국 39.1%, 필리핀 39.3%, 인도네시아 80.8%였던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일본의 엔저는 심각한 수준이라고도 볼 수 있다. 즉, 일본도 장기적이고 완만하긴 하지만 통화불안이라고 할 만큼의 자국통화 가치의 하락 현상을 겪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엔저에 대해 일본철강연맹의 하시모토 에이지 회장(일본제철 사장)은 지난 3월 말에 엔저에 의한 철강 산업에 대한 악영향을 지적하면서 철광석의 가격 상승과 함께 진행된 엔저가 일본 철강 산업의 비용 상승,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일본기업의 생산 및 수출 거점이 해외로 이전된 상황이며, 이들이 엔저가 되었다고 쉽게 일본으로 되돌아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엔저로 인해 일부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좋아진 측면도 있으나 수출학대, 생산 확대, 투자확대, 고용개선 등의 선순환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비스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일본기업, 소비자에게는 지나친 엔저가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엔저와 각종 원자재 가격의 상승 속에서 일본 물가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서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되면서 정치권에서도 엔저 경계 발언이 늘어나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성 장관은 ‘과거에는 누구나 엔저는 플러스라고 생각했지만 20년이 지나고 나서 나쁜 엔저로 바뀌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와 경상수지 적자 문제

 

이와 같은 엔저는 미국이 물가상승 우려가 높아지면서 그동안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철회하고 금리인상,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고 있는 한편, 일본은행은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와 더불어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로 인해 국제유가 및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금년도에는 일본의 경상수지도 적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하면서 엔저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상수지는 작년 12월, 금년 1월에 적자를 기록하다가 2월에는 흑자를 기록했으나 흑자 금액은 전년 동월비로 42.5%나 감소했다. 닛케이의 ‘NEEDS 일본경제 모델’ 시산에 따르면 2022회계연도에 엔화가 1달러당 116엔, 국제유가가 1배럴당 105달러의 표준 시나리오에서는 일본의 경상수지 적자는 8.6조엔에 달할 것으로 시산되고 있다. 만약 국제유가가 130달러를 기록할 경우에는 엔화가 1달러당 130엔으로 하락해도 일본의 경상수지 적자는 15.6조엔으로 늘어나고 유가가 110달러에 머물고 엔화가 120엔을 기록해도 경상수지 적자는 9.8조엔으로 시산되었다. 

 

물론, 이러한 일본의 경상수지 적자는 일시적 현상일 수는 있다. 그러나 최근 엔저의 배경에는 채권대국으로서 일본의 위상에 대한 믿음이 다소 후퇴하고 있다는 측면도 있다. 즉, 일본의 막대한 해외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기반으로 한 본원소득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 규모가 커져서 일본의 경상수지가 언젠가 구조적인 적자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일본의 막대한 정부채무를 보전하고 있는 일본 내의 저축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며, 일본정부는 해외 자금을 유치하면서 국채시장을 유지해야 할 처지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일본의 막대한 정부 채무 부담은 당분간 줄어들 가능성이 없다는 점도 일본경제의 장기적 신뢰성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 지속은 일본 정부의 재정적자를 보전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도 엔화에 대한 신용을 약화시키는 요인이기는 하다. 

 

물론, 일본이 다음 <그림>과 같이 성숙된 채권국에서 순채권 감소 국가로 빠질 것인지는, 앞으로 일본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고 실물경제의 성장세를 제고하면서 수출경쟁력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특히 산업의 탈탄소화, 디지털화, 로봇화 측면에서 일본 산업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정부 및 산업계는 기존 산업의 혁신과 차세대 산업에서의 주도권 확보에 한층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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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의 금융정책 미조정이 있을 것인가?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대규모 금융완화와 재정확대정책이라는 경기부양 중시의 정책에서 벗어나 고조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 억제에 나서고 있는데 반해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은행이 계속 ‘나 홀로’ 현재의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인지 주목된다.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은 2013년 4월에 도입된 양적·질적 금융완화 정책에 이어 2016년 1월에 도입된 ‘마이너스 금리 및 양적·질적​ 금융완화’, 2016년 9월에 도입된 ‘장단기 금리 조작 및 양적·질적 금융완화’ 정책으로서 변화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일본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으로 2%를 넘을 것으로 조망되는 시점까지 이러한 금융완화 정책 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금융완화 정책의 축은 첫째, 장단기 금리조작에 있다. 단기금리를 마이너스 0.1%로 유도하고, 장기금리(10년만기 국채 기준)를 0%로 하면서 상하 0.25%의 변동을 허용하는 것이다. 둘째, 양적금융완화에 관해서는 일본은행에 의한 장기국채 매입을 통해 본원통화를 연간 60조~70조엔 증가하도록 하는 것이다(실제 확대 규모는 변동성이 존재). 셋째, 질적 금융완화로서 일본은행이 상장지수펀드(ETF)에 연간 12조엔, 부동산투자신탁(REIT)에 연간 1,800억엔 투자한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이러한 초금융완화 정책의 틀을 변경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으나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점차 높아지고 있고, 엔저도 지속되면서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일본의 저수익 기업 중에는 저금리로 버티는 곳도 있고, 이들도 고용 유지에는 기여하고 있는데다 금리상승으로 인해 일본정부의 막대한 채무에 대한 이자부담이 늘어나게 되면 재정적자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는 우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쁜 엔저’가 우려되지만 그 원인인 금융완화의 수정에도 부작용이 우려되는 측면도 있어서 일본은행으로서는 고민이 깊은 것이다. 

 

그러나 점차 일본 소비자물가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것이 일본은행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지속성 있는 물가 회복세가 아닐 수는 있지만 엔저의 지속도 고려해서 소폭의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면, -0.1%의 단기금리를 0%로 올리거나 장기금리의 변동 폭을 0.25%에서 소폭 확대하는 단계적이고 신중한 출구전략을 모색해서 일본경제도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상황에 대비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적어도 새로운 경제상황을 고려해서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일본은행은 제로 금리 때문에 금융기관의 어려움도 고려해서 장단기 금리차를 유지하려는 채권수익률곡선 통제정책(YCC : Yield Curve Control)의 출구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는 국채시장에서의 금리 변동 움직임에 대해 일본은행이 목표 금리 달성을 위해 지정가격으로 무조건 국채를 매입해야 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엔저를 더욱 부채질하는 측면이 강하며, 초금융완화 정책에서의 출구를 어렵게 하고 있다. 

금리상승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에 의존해야 할 경제구조에서 점진적인 금리상승을 견딜 수 있는 체질의 강화, 기업 및 산업의 단계적인 신진대사가 있어야 중장기적인 경제쇠퇴를 막고 신성장 산업을 육성해 경상수지의 적자구조화 우려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일본의 엔저, 경상수지적자, 재정적자, 금융정책의 고민은 코로나19 위기라는 비상사태에서 고전한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있을 것이다. 비상사태에서 실시된 대규모 금융완화, 재정팽창 정책에서 단계적으로 탈출하고 금융의 정상화, 재정의 지속가능성 회복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일 것이며, 비상조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주체의 정상화에도 주력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쇠퇴를 억제하는 데도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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