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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마다 반복되는 통신요금 인하 공방; 경쟁정책으로 풀어야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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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7월11일 16시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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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정권과 다르지않게 문재인 정권도 통신요금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강한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위해 내놓은 공약사항 중 하나이다.  가장 선명하게 걸린 것이 기본료 폐지였다.  기본료는 예전부터 폐지의 당위성이 거론되어 왔다.  유선전화시대에서 개통하고 유지하기 위한  실비의 성격을 가졌던 사항이라 무선시대에 왜 이것이 필요하냐는 비교적 명료한 정치적 명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통신회사는 기본료를 폐지하는 순간 적자로 전환된다고 강력 반발하며 요금획정은 사업자 고유의 기능이라고 버틴다. 정권의 압력을 받고 있는 정부(미래부)는 요금을 어떻게 정부가 강제로 결정할 수 있느냐고 무리한 기본료 폐지대신 제 4이동통신 회사 선정등의 장기적 과제를 대신 제시하고 있다. 결국 국정기획위는 요금을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니, 한걸음 물러나 선택요금약정 할인 폭을 5% 올리고 완전한 단말기 자급제를 밀어 부치겠다고 한다. 이러한 강제적 조치를 위해 법개정도 불사 하겠다고 한다.

 

국민들에게 어필하는 아이템으로 강력하게 단기간에 한건하려 했지만 장기적 과제로 넘어가서 앞으로도 통신 요금의 인하라는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그만큼 실망이 큰 시민단체들과 소비자들의 불평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정부, 시민단체, 그리고 사업자들이 으르렁 거렸지만 예년과 같이 통과의례를 갖추고 시간이 흘러 무관심 속에  넘어 가는 모양새 일 것 같다. 사업자의 수익성에 촉각을 세우던 증권시장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힘을 이용한 반복적인 통신 요금 인하요구와 정부의 시장개입은 요금을 정하고 자원의 합리적 분배를 담당하는 시장기능의 상실을 불러 올까 우려되고 있다. 정부의 통신산업 규제정책에 전향적인 재 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통신요금 인하는 반복되는 공약사항 


대통령 선거때마다 통신요금 인하는 단골메뉴로 등장해 왔다. 지난 5월 대통령선거에서도 통신요금 인하공약이 어김없이 등장하였다. 시장질서를 신봉하고 이에 기반하여 이루어진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정권 또는 정부가 요금을 인하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요금은 시장이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매번 대통령이 나서서 요금을 내리려 하고 있다.

 

이유야 많겠지만 주로 다음과 같은 인식적 배경에 의하여 이런 불합리하고 말 많은 국정운영의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첫째는 독과점이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 통신시장은 경쟁이 안되고 있고, 둘째 이러한 시장상황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그에 따른 미연의 담합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통신 사업자들은 각종 특혜를 입고 있다’라는 것이 소비자와 이를 대변하는 시민단체들이 공유하는 인식이다.   우리나라의 요금제는 난쟁이 키재기 식으로 유사하고,  통신  3사의 시장점유율은 2000년 이후로 변한 것이 없다는 것으로 볼 때,  증거를 밝힐 수는 없지만 심증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신생 정권이 정치력을 바탕으로 통신 요금을 찍어 누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다.

 

소비자는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정부와 사업자들은 우리나라의 요금이 해외 사업자보다 싸고 영업이익율도 해외사업자들보다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정체되어 있는 시장 때문에 ‘소비자 선택과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는 불만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소득수준과 비용 구조가 다른 ‘국가간 요금 지수’라는 공학적 비교는 소비자들을 납득시키는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부가 사업자 대변인이냐는 힐난의 목소리가 시니칼하게 들리고 있다.   해외 선진국에 가면 파격적으로 차별화된 요금을 선택할 여지가 있는데 왜 우리나라는 사업자간 요금제와 수준이 고만고만하냐고 불평이다.  또, 지원금도 같고, 단말기도 통신사업자가 제공하고,  그래서 사업자간의 경쟁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미리 설정된  수동적 소비활동에 짜증난 행태적 인식에 비교지수를 동원한 시혜적 공급 논리를  동원한 "우리나라 통신 요금은 적정하다"고  하는  해설이 통하질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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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정책적 규제가 시장의 역동성을 떨어뜨린다. 


정체된 시장에서 통신 이용자들이 상품과 요금 선택에 무료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은 정부의 통신  규제정책이 경쟁정책적 기능보다는 공급적 진흥기능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 인프라만 잘 갖추면 ICT 산업은 따라서 잘 될 것이다라는 인식에 바탕을 둔 정책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통신 인프라가 세계 1등이라는 우월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안정된 수익이 보장되는 관리된 시장을 이끌고 가는 정부주도가 필요하고, 시장에 대한 조금은 과도한 규제도 용인될 수 있다는 과거성공논리의 함정에 빠져 있는 둣하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요금에 대한 규제도 이러한 공급논리의 연장이다. 현재 정부는 지배적 통신사(SKT)의 요금을 정부가 허가해주고  나머지 통신사 요금은 신고를 받고 있다.  정부는 요금을 허가 해주는 과정에서  지배적 통신 사업자의  요금이 약탈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겠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1990년대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통신 분야에 경쟁이 도입되던 초기에 지배적사업자의 약탈적 요금 책정이 신생 기업의 생존을 위협 할 수 있다는 논리에 의거하여 도입되었다. 그러나 정부가 요금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정보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학계의 공통적 의견이고,  후발통신 사업자들이 어느정도 경쟁력을 갖춘 최근에는 대부분 폐지 되었다. 오히려 정부의 의도가 사업자에게 전달되고 이것이 가이드라인이 되어  허가와 신고 과정에서 암묵간의 담합이 이루어진다는 폐단이 많이 지적되고 있다.  유사한 요금제와 유사한 요금 수준이 계속 반복 생산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상을 설명해주고 있다. 

 

최근 미래부의 사업자 규제를 보면 경쟁을 제한하고 시장의 역동적 변화를 막고 있는 것이 요금에 국한되지않고 있다. 과도한 마케팅비용을 막기위해 지원금 상한액을 정해주고,  또 일률적으로 할인 금액을 정해주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정부가 사업자들의 영업활동을 제한하면서 시장 경쟁이 활성화 되는 것을 막고 시장 정체를 지속시키고 있다. 

 

알뜰폰과 제4이동통신 도입에 대한 유감 


알뜰폰 제도는 경쟁을 활성화하여 소비자들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그런데 할인된 회선을 구입해서  재판매하는 기능만 허용되고 있어  근본적으로 통신 3사에 종속된 사업체가 되어 버렸다.  열심히 성장하여 설비도 갖추고 독자적으로 상품을 만들 기반을 갖추어  통신 3사와 경쟁할 수 있는 성장 사다리가  제도적으로 막혀 있다.  저렴한 요금을 무기로 한다지만 차별적 상품을 독자적으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진정한 경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경쟁확대 의지를 의심케하는 이러한 제도적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다. 

 

제4이동통신업체 선정이 경쟁정책의 핵심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7번이나 심사하고는 결국 선정하지 못하는 것도  경쟁확대의 의지가 없다고 해석될 수 있다.  정부는 면밀히 검토해 보았지만

신청한 업체의 자격이 선정조건에 미달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통신 시장이 성숙된 상태이며 가입자가 포화된 상태임을 볼때  2조 이상의 자본투입이 요구되며 성공이  불확실한 시장에 누가 진입할 것인가?  오히려 통신 사업에 진출한다는 홍보성 정보를 흘려 자본 이득만 취하려는 투기적  기회자본만 기웃거리는 현상을 낳고 있다. 진입부담을  낮추어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 있는 성장조건과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전향적 경쟁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규제를 통하여 세계 최고수준의 품질과 요금을 제공하겠다는 공급정책에 방점을 찍어 왔다. 사업자들에게도 정부의 정책목표를 이루기위한 파트너싶을 강요하여 왔다. 이제는 정부의 불개입과  시장경쟁 확대를 통하여 소비자의 선택권과 기회를 좀더 확대하는 정책방향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 믿는다.  

 

문론 통신 분야에서는 양 정책 방향 중 일방만을 선택할 수는 없다.    통신시장은 독과점이 될 수 밖에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공공성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규제 방향과 수준을 정하는데 있어 면밀한 상시적 조정으로 균형을 잡는 것이 필수적이다.   세계 최고의 통신망을 건설하였다는 과거의 자부심을 유지하기 위한 목표위주의 정책과 소비자의 선택과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라는 정책 사이에서 적절한 트레이드오프를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한다.

 

작금의 정책환경으로 볼때, 이제는 소비자들의 선택과 기회의 보장이 정부 정책방향 설정에 보다 높은 우선권이 주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간 도외시 되었던 경쟁 정책을 다시금 활성화 하여야 한다.  사업자들의 영업활동에 보다 자율권을 확대하고, 시장 진입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신규사업자의 성장환경을  대폭 개선하여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이 대세이므로 전파자원도 자유로 이용할 수 있는 대역을 대폭  확대하여 진입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정책적 전향은 소비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공개적 토의 과정을 거쳐 사회적 신뢰를 장착해야한다. 문재인 정권의 미래부는 통신산업의 진흥정책와 경쟁정책 간에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 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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