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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파리에서 2050을 미리 경험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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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8월04일 10시30분

작성자

  • 하지원
  • (사)에코맘코리아 대표·지구환경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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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지역을 이동하며 한 호텔에 도착했는데 첫 마디가 “축하합니다. 오늘은 35도예요.” 35도도 낮은 기온이 아니지만 어제까지 40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 매일매일 최고의 폭염을 갱신했던 서울을 기억한다. 이때의 심슨 만화<아래 사진>를 보면, 아들 심슨이 “올 여름이 내 생애에 가장 더운 여름일거야”라고 말하자 아빠 심슨은 “올 여름이 네 생애에 가장 시원한 여름일거다”라고 답했다. 맞다.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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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유럽이 가장 뜨거웠던 7월 말, 프랑스에 있었다. 학회가 열리는 마르세이유의 파루궁전을 걸어가는데 30대 후반인 한 후배가 한 번도 경험 못한 더위라며 너무 힘들어했다. 호흡이 가빠지고 몸이 너무 이상하다고…. 결국 땡볕을 이기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에어컨도 없는 숙소였지만 땡볕만 가려줘도 감지덕지였다. 

 

 주변을 살펴보니 프랑스만의 폭염이 아니다.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The Guardian)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은 7월 25일 섭씨 38.5도를 기록했고, 활주로가 녹아 런던 근교의 루턴공항은 2시간동안 운영이 일시 중단되었으며, 폭염에 철도 선로가 뒤틀리면서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폭염 최고경보인 4단계 적색경보 발령하고 국가 비상사태선포하기도 했다. 

 

또한 600여명을 태운 유로스타 열차는 폭염으로 인해 멈췄으며 네덜란드는 39.2도의 기록적인 온도가 측정되었다. 프랑스 일부 지역은 지난 6월 28일 무려 45.9도를 기록해 프랑스 기상 당국이 적색경보를 발령했고, 와인 생산으로 유명한 보르도가 있는 지롱드 지방에서는 산불로 20,000㏊에 달하는 숲이 불타버렸다. 벨기에도 지난 200년 이래로 가장 뜨거운 여름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WHO에서는 이번 폭염으로 인해 스페인과 포트투갈을 포함하는 이베리안 반도에서만 1,70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사무총장은 이번 폭염이 뉴 노멀이라고 경고했고, 앞으로 이런 폭염은 더 자주 발생할 것이고 이상 기후가 아닌 정상 기후로 받아들여질 거라고 했다. 유사하게 IPCC 특별보고서에서도 이번 세기의 폭염은 더 자주, 더 길게 그리고 더 강렬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집에는 대부분 에어컨이 없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프랑스의 숙소를 예약할 때에도 대부분 에어컨이 없어서 크게 놀랐다. 

블룸버그(bloomberg)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가정 에어컨 보급률은 90%를 상회하지만 영국은 3%에 불과하다고 한다. 세계에너지기구(IEA)의 통계에 따르면,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에어컨 보급률은 굉장히 낮은 수준이며, EU는 인구가 5억 명을 넘고 미국에 맞먹는 경제 규모지만, EU에 설치된 에어컨의 비중은 전 세계 기준으로 단 6%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EU는 빌딩의 에너지 소비 중 냉방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비중도 1.2%에 불과하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8.5%, 일본은 9.5% 정도다. 

 

그러나 지금 유럽에서도 너무나 심한 더위에 에어컨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향후 기록적 열기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럽의 에어컨 수요가 20년 내에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그러나 에어컨 설치는 유럽인들이 중시하고 있는 환경 문제와 모순되는 점이 있으며, 에너지 소비 증가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가 결국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문제라서 거부감을 느끼는 유럽인들도 많다고 한다. 또한 유럽인들은 그동안 에어컨을 통한 미국의 에너지 과소비를 비난해왔는데 유럽의 에코리더십에 금이 갈까하는 걱정도 있어 보인다.

 

 사실 유럽에 올해와 유사한 일이 3년 전인 2019년에 있었다. 물론 올해에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그 때도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굉장한 폭염으로 유럽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 다음해인 2020년 영국 기상청에서 30년 뒤인 2050년의 미래 예보를 했다. 예측모델에 의하면 2050년 런던은 무려 40℃를 기록하고 있었다. 당시는 아무리 30년 뒤이지만 허무맹랑하게 온도가 높다고 아무도 믿지 않았다. 보통 영국 런던의 여름 평균 기온이 25도를 밑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불과 2022년 7월에, 30년 뒤가 아닌 2년 뒤인 오늘 그 기온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러한 이상기온의 원인은 “기후변화”이다. 당시 BBC의 수석환경특파원 Justin Rowlatt은 ‘기후변화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답은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라는 제목(Climate change: Big lifestyle changes are the only answer)의 글을 썼다. 그 사이 전 세계가 팬데믹을 맞았고,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우리는 선언만 했을 뿐,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지 못했고, 2050년의 현상을 28년이나 당겨서 미리 경험하게 되었다. 탄소중립이란 배출하는 탄소를 최대한 줄이고, 도저히 줄이지 못한 것은 마이너스시켜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줄이고 있으며, 우리 삶의 태도는 과연 무엇이 바뀌었을까?

 

 지난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자국의 공무원 및 공공기관 종사자는 물론 민간 기업 근로자들에게도 “넥타이 착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렇게 하면 여름을 더 시원하게 지낼 수 있고, 에어컨 사용을 줄여 비용도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온수를 위한 에너지감당이 어렵다며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수영장이나 스포츠센터의 샤워장에서는 찬물만 제공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상점 등 영업장이 에어컨을 가동한 상태에서 호객 등을 위해 가게 문을 열어두는 이른바 '개문냉방(開門冷房)' 행위를 금지시켰으며, 뉴욕시도 2015년부터 개문냉방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개문냉방을 코로나방역을 위해 권고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작년 말 한국의 보도 기사들을 보면, 마케팅을 위해 여름엔 ‘개문냉방’, 겨울엔 ‘개문난방(開門暖房)’하면서 직원들의 건강과 에너지 문제는 관심 없고, 매출에만 혈안이라는 기사가 많이 나온다. 건물부문은 우리나라 최종 에너지소비의 20%를 차지하고 있고, 건물에너지의 50%이상을 냉·난방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개문냉난방 현상으로 상업·공공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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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프랑스 파리의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변, 기후변화에 대비해 찻길 하나를 자전거 길로 변경해 일방통행로로 만들어 이용하고 있다.​​​

 

 

 

 

 파리에서는 폭염 및 기후변화에 대비한 도시설계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그 일환으로 자동차도로를 줄이고, 그 만큼 자전거 길과 보행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사람들의 행동의 변화를 이끌 새로운 도시설계를 보며 지혜와 희망을 얻는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기후변화 대응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면, 집단자살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펄펄 끓는 파리에서 2050을 미리 경험하며 이 경고가 결코 과하지 않다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탄소중립은 선언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답은 지금의 라이프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다 강력한 정책과 실질적인 대응방안도 필요하지만, 가장 앞서야 할 것은 기후변화라는 이 엄중한 경고 앞에 ‘누구도 열외일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과 위기 의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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