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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보복인가? 부패수사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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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6월29일 17시10분

작성자

  • 황희만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MBC 부사장, 前부경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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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됩니다.” 이재명의원이 했던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청산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야당에서는 정치보복이라 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으로 여러 기관에서 사람들이 교체됐다.

 

이제 다시 정권이 바뀌어 문재인 정부 때 일을 수사하자 민주당에서는 “기획된 정치보복 수사”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보복 수사 얘기가 나오자 윤석열 대통령은 형사사건이라는 것이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수사하는 것이지 미래 일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며 잘못된 일을 수사하는 것은 정상적인 사법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 정치사를 뒤돌아보면 새 정권이 들어서면 과거 정치세력의 기반을 무너뜨리기 위해 개혁 또는 정치정화 이름으로 구(舊)정치 세력을 척결하였다. 새로운 정권의 당위성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과거 세력의 잘못을 시정해야 했고 과거를 지워야 했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같은 구여권세력인 JP도 부정 축재자로 몰아 정치 생명줄을 끊어 놓았다. YS는 가택연금 해버렸고, DJ에게는 아예 사형을 선고했다. 노태우 대통령 역시 구정권 세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전두환 전임 대통령을 백담사로 유배시켰다. 백담사 유배가 국민의 여망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을 붙였어도 결국 새 정권이 새롭게 통치하기 위해서는 구세력 퇴출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3당 합당으로 정권을 잡은 김영삼 대통령은 문민정부를 표방하며 비정상 조직으로 군부세력의 중심인 하나회를 척결했다, 지하 부패경제의 온상을 뿌리 뽑기 위해 금융실명제 도입으로 개혁을 단행하며 과거 부정부패와 연관된 여권 세력을 처단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까지 부정부패자로 처단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인기는 한때 90%에 이를 정도로 하늘을 찌를듯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한참 부정부패자들을 처단하기 시작하자 과거 민정계 세력들은 자신들을 겨냥한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3당 합당으로 YS를 함께 밀어 대통령에 당선시켰는데 왜 민정계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 되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언론계 출신의 한 민정계 중진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YS가 진짜 개혁을 하려면 이렇게 Declare(선언)했어야 한다, ‘이제부터 부정부패하는 놈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YS가 통 큰 대통령이 되고 이렇게 하면 그야말로 새 시대가 열리는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맞는 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이 이렇게 선언하지 않고 부패관련자를 엄단한 숨은 뜻은 개혁을 하면서 새로운 정치풍토를 만들고 이참에 구세력을 몰아내고 자기 세력을 강화하려는 부수 효과도 노린 것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다.

 

과거 정치세력에 대한 수사와 처단은 정치인끼리는 정치보복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새로운 세력이 새롭게 자리 잡기 위한 정비 작업일는지 모르겠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과거 정치의 잘못이나 부정을 어느 정도 새롭게 재단하고 정리하는 것이 새로운 정치풍토와 정치질서를 잡기위해 필요한 측면도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서로 봐주며 과거 잘못과 범죄사실까지 덮어준다면 기득권끼리의 야합이요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일 것이다.

 

적폐와 부정을 척결하는 것이 정치정화를 위해 부패세력을 처단하는 것이 정치보복이라면 맨날 해도 좋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그것이 국민을 위하고 한 단계 더 발전된 정치풍토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자기편에는 눈을 감고 다른 어느 집단만을 대상으로 두 눈을 부릅뜨고 법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처단한다면 집단 간 갈등만 부추길 뿐이고, 누군가에게 앙심만 심어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국민을 편으로 갈라치면 갈라선 사람들 사이엔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지 않고 자기들 편은 옹호하고 상대와는 결사항전하게 된다. 이는 사회가 붕괴되는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과거 재단(裁斷)에는 고도의 정치기술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과거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과거청산은 또 국민들이 원한다 하더라도 길게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과거청산 작업에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조속한 시일 안에 과거 잘못을 바로잡고 새롭게 출발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새롭게 정권을 잡은 정치집단에 부여된 숙제일 것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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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6월29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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