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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팬덤정치의 병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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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6월26일 17시10분

작성자

  • 김형준
  • 명지대학교 교수(정치학),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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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행정·사법을 모두 장악해 야당과 반대자를 탄압하고 반헌법적 법안들을 밀어붙이는 전제군주제를 뺨치는 폭정을 일삼았던 문재인 정부가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겼다. 그동안 한국 정치에서 10년 주기로 권력이 교체된 것과 비교해 참으로 이례적이다. 특히,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국정운영 지지도가 40%대를 유지했는데도 정권이 교체된 것은 정치적 함의가 크다.

 

 그렇다면 문재인 집권 세력이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의 실정,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독선, 이재명 후보의 한계 등 3대 요인으로 집약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자영업자 몰락과 청년 일자리 축소, 양극화 심화를 초래했다. 탈원전으로 세계적인 선도 기술을 확보한 에너지 산업을 붕괴시켰고, 이념과 진영의 논리에 따른, 편 가르기 정치와 조국 사태 등 ‘위선’과 ‘내로남불’ 행태로 국론 분열을 부채질했다. 

 

요약하면, 집권 세력이 무능하고 뻔뻔하고, 교만했을 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선 후보가 각종 비리 의혹으로 법적, 도덕적, 윤리적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국갤럽이 대선 사후에 실시한 조사 결과, 이재명에게 투표하지 않은 이유로 '신뢰성 부족/거짓말'(19%), '도덕성 부족'(11%), '대장동 사건, '부정부패', '전과/범죄자', '가족관계/개인사'(이상 6%) 등 이 후보의 신상과 관련된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 정권 재창출 실패의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집권 세력이 ‘극단적 팬덤 정치’에 함몰돼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광적인 팬덤은 자신과 반대 의견을 가진 세력에 복수하고 무차별적 공격을 가한다. 한국 정치에서 팬덤 정치의 대명사가 된 문재인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은 집권 세력 입장에서는 든든하지만, 소통이 불가한 세력으로 정치적 극단주의를 강화시켰다. 이들은 자신들을 반대하는 인물과 세력을 비도덕적인 적폐세력으로 규정하고 배신자·친일파·토착왜구로 낙인찍으면서 문자 폭탄과 인신 공격성 댓글을 달면서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선 정당과 정치지도자가 ‘정치적인 극단주의자’를 걸러내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오히려 여기에 편승했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문자폭탄을 ‘문자행동’이라고 부르면서 ‘용기 있는 실행’, ‘참여민주주의의 새 지평’이라고 찬양하고 부추기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은 외연 확대에 실패했고 국민들은 친문 팬덤의 분열 정치를 응징했다. 

 

4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도 동일했다. 트럼프는 집권 기간 동안 해당 집단에 단단하게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는 부족 본능을 교묘하게 활용하고 편승해 국민을 이념과 인종에 따라 분열시키고 상대를 악마처럼 만들어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결과적으로 저학력 백인 노동자 계층을 중심으로 결성된 ‘트럼프 팬덤 정치’는 자신의 지지층을 견고하게 했지만 오히려 부메랑이 됐다. 미국 국민은 트럼프의 분열 정치를 심판했다. CNN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중도층에서 바이든(64%)이 트럼프(34%)를 압도한 것이 이를 잘 입증해주고 있다. 

 

정치에 활력을 불어넣고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정치권을 움직이게 하는 팬덤은 어느 정도 순기능이 있다. 정치 팬덤은 특정 정치인을 선호하는 열혈 지지자들로서 해당 정치인을 아이돌(idol)처럼 대하며 마치 연예인의 팬처럼 활동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오현철 전북대 교수는 문화 팬덤 연구의 선구자인 젠킨스(Jenkins)가 제시한 팬덤 활동의 5단계 개념을 통해 문재인 팬덤의 복합적 성격을 연구했다. 

 

첫째, 팬덤 간 특정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면서 현직 문재인 대통령을 부를 때 직함도 ‘님’ 자를 생략하고 ‘이니’라는 애칭을 쓴다. 둘째, 비판적·해석적 실천으로 기존 정치세력이나 시민사회의 일반적인 관점과 다른 ‘독자적인’ 시각을 통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선플 운동 등과 정치 활동을 한다. 셋째, 소비자 행동주의로 문재인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 집단행동을 한다. 넷째, 팬픽 생산 활동으로 다양한 ‘이니 굿즈’를 만들어 문재인 이미지를 대중적으로 유포하고 소비하게 한다. 다섯째, 사회 공동체 기능 활동으로써 스스로 이름을 짓고 집단의 규율과 굿즈, 팬 지식 등을 통해 팬덤의 집단 정체성을 구성한다. 

 

오 교수는 이러한 문재인 팬덤은 “정치인 문재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방식에서 신선한 충격을 줬고, 집단적 정치 참여를 통해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대선주자로 선출되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영향을 줬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권력이 강력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지지와 동원을 끌어냈다”며 “또 민주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주요 선거에서 후보를 결정하거나 의제를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깨문으로 불리는 ‘극단적 팬덤정치’의 폐해가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 오늘날 민주당의 팬덤 정치를 주도하는 사람은 이재명 의원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후 이 의원을 열성적으로 따르는 2030 여성들을 ‘개혁의 딸’(개딸)로 불린다. 이재명 의원의 강성지지 세력을 자처하는 이들 ‘깨딸 팬덤’이 민주당을 지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은 20일 온라인 비공개 회의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 최강욱 의원에 대해 만장일치로 당원 자격정지 6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이에 반발해서 ‘개딸’은 최 의원에게 징계를 의결한 윤리심판원 소속 의원 사진과 실명을 공개하는 등 이른바 ‘좌표 찍기’와 문자폭탄 공세를 퍼붓었다. 그러나 개딸 커뮤니티에 게재된 윤리심판원 명단은 허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반민주적 일탈 행위에 대해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진실을 외면하고 광기어린 팬덤의 포로가 되어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대깨문이나 개딸과 같은 민주당 강성 팬덤은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기반을 둔 무비판적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으로 배타성을 잉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한다. 이것은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집단 극단화로 이끄는 요인이 됐다. 급기야 내로남불과 위선으로 연결되고, ‘연성 독재’의 길을 열어놓았다.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법치가 파괴되고 불의가 정의를 이기고,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책이나 제도의 적정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정치인에게 이득이 되는지 손해가 나는지를 따져서 집단적으로 위력을 행사하는 강성 팬덤은 결국 정치 퇴행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건국이념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쓴 ‘연방주의자 논고’와 알렉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같은 저작들은 소수자 권리가 존중돼야 민주주의가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소수 의견과 약자를 배려하지 않고 배제하면서 다수결의 원칙만을 맹신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오독하고 독재로 가는 것임을 함축하는 것이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는 공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민주화 시대 이후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독재자로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민주주의 후퇴 현상을 설명했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두 규범인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강조했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문빠 민주독재’를 앞세워 ‘다수의 폭정’의 길로 접어들었다. 권력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을 무력화하고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거여의 힘으로 통과시켰다. 강성 팬덤은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처리에서 보듯이, 토론과 타협, 협상을 기본 원리로 하는 민주주의를 무력화시켰다. 결국 민주당 몰락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했다. 강성 팬덤은 바로 반지성주의가 현실에서 나타난 현상이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주범이다. 한편, 팬덤정치는 정당의 의사결정 구조를 왜곡시키고 민심과 멀어지는 ‘갈라파고스 정당’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 소수의 목소리가 ‘과잉대표’ 될 수 있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반성과 성찰 없이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 한 것도 강성 팬덤을 등에 업은 당내 강경파 초선의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시작된 팬덤정치가 보수로 번지고 있다. 가령, 영부인 김건희씨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지 모임이 팬덤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운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 사랑‘ 운영자 강신업 변호사는 각종 비판에도 불구하고 SNS에 “개들이 짖어도 김건희 팬덤은 계속된다”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잘못된 팬덤정치에서 벗어나려면 리더나 정치인이 앞장서서 팬덤정치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편을 갈라서 극한으로 싸우는 폐습을 종식시켜야 한다. 

 

지난 2017년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정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는 문재인 팬덤이 당내 경쟁 후보들을 비난하는 행동을 비판하지 않고 만찬에 풍미를 더하는 ‘양념’으로 치부했다. 이 발언은 문빠가 문재인 반대 세력을 비난하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것으로서 그 이후 문재인 팬덤의 적대행위를 더욱 부추겼다. 팬덤정치를 방지할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채질한 것은 지도자로써의 자질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향후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6·1 지방선거 직전 “맹목적인 지지에 갇히지 않겠다.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적이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 기득권 세력과 강경파 의원들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좌절했다. 민주당 혁신의 시작은 바로 강성 팬덤과의 결별이 되어야 한다. 반대로 팬덤정치를 만들어내고 부추기는 행위에 매몰되면 결국 부메랑이 되어 파멸로 이끌 것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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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6월26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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