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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를 물려줄 수는 없다…탄소 중립의 키워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2년06월08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2년06월04일 19시32분

작성자

  • 김성우
  •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 ㈜이도 사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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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주목해야 할 3가지 키워드로 탄소배출, 신재생에너지, ESG를 꼽아 기고한 적이 있었다. 정확히 3년 전인 2019년 2월의 일이다. 이 때만 해도 국내에는 탄소중립이나 ESG라는 말조차 생소했고 신재생에너지는 주목받지 못했다. 2020년 코로나 유행 속에서도 ESG열풍이 거세지고 탄소중립 선언이 줄을 잇더니, 2021년에는 더 이상 탄소감축 및 상쇄로 순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이나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의 약자인 ESG가 우리에게 낯설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빠르게 전파되다 보니 포괄적이고 때로는 상충적인 내용들이 충분히 소화되거나 합의되지 못한 채 먼저 용어부터 익숙해졌다. 더욱이 이해관계자 요구가 점점 강해지면서 이젠 소화나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탄소중립을 실행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에 주요 이해관계자 요구 추이에 기반해 탄소중립 실행 과정에서 부상하는 키워드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공급망배출’(Scope3)이 부상할 전망이다. 회사 경계내 탄소배출 외에 구매사나 고객사 배출 등 회사 경계 외 배출을 말한다. 참고로 탄소배출은 3가지 Scope로 구분되는데,  Scope1은 회사 경계 내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  Scope2는 회사가 구매한 전력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간접 배출(전력),  Scope 3은 회사 경계 외에서 발생하는 모든 간접배출(전력외)이다. 

 

공급망배출은 Scope3에 해당한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기업들이 회사 배출은 물론 공급망배출 관리까지 요구 받으면서, 탄소중립의 경계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하기 위해서는 측정해야 하기때문에 앞으로는 공급망배출의 측정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구매하는 대기업과 판매하는 중소기업이 동시에 관련된 상생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그린워싱’(greenwashing)도 빠뜨릴 수 없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그린(친환경)이 아닌데 마치 그린인 것처럼 말하는 '위장환경주의'이다. 한 글로벌 전문기관은 올해 ESG공시와 평가 관련 표준적 용어가 정립되면서 투자자의 혼란이 완화되어 그린워싱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필자는 일부만 동의한다. 예년에 비해 친환경의 기준이나 공개의 틀이 일부 진전되겠지만, 넷제로 관련 기업들의 새로운 목표와 공개가 큰 폭으로 증가해 결국 그린워싱 이슈는 더 부각될 것으로 본다. 

 

공개된 약속과 정보를 지켜보는 이해관계자의 눈이 더 많아졌고 매서워져서, 과대 및 허위광고 관련 문제제기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G20산하 기후변화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가 정보공개 기준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지배구조/전략수립/리스크관리/목표설정 이라는 기본 방향이 합의되어 가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다음은 ‘탄소배출권 품질’이다. 탄소중립 선언 뒤에 탄소 감축의 필요성은 폭증하고 있다. 그런데 노력을 많이 해서 감축목표 보다 더 많은 감축을 달성했다면 추가 감축분은 배출권으로 발급받아 판매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탄소중립 시대에서의 배출권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은 자명한데, 탄소시장의 양적 성장과 더불어 품질 요구도 늘어날 전망이다. 

 

2021년 자발적 배출권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겼고 의무적 배출권가격이 EU에서 톤당 100달러를 육박한다. 중국도 국가 단위의 탄소시장을 개설했는데 올해 다양한 업종들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실제 탄소감축에 기여한 정도가 명확히 검증된 고품질 배출권에 대한 요구도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품질과 가격은 비례하는 것은 물론이고, 저품질의 배출권은 소송이나 평판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녹색투자 임팩트’에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녹색투자가 수익 측면뿐만 아니라 녹색 측면에서도 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대한 관심이다. HSBC는 올해 녹색채권이 약 1,000조원 공급될 것으로 전망해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예측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이제 투자자의 시선은 실제로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이 투자되어 지구 환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알고 싶어 할 것이다. 

 

유럽투자자들은 실제 임팩트가 크다면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를 깎아주는 형식으로 채권 발행회사의 조달 비용을 낮춰줄 의사도 표현할 정도다. 투자 분야도 탄소 감축뿐만 아니라 기후 적응으로도 다변화될 전망이다. 그 외에도 투자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대상기업의 기후대응수준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탄소정보 공개 의무화 확대, 친환경에 가격을 더 지불하는 가치구매 증가, 탄소중립기술 확보경쟁 가시화, 인플레이션과 탄소중립간 정책 딜레마 심화 등 점점 과거 어느 해 보다 역동적이면서도 복잡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이나 ESG도 아직 합의나 소화가 충분치 않은 상황인데, 공급망배출 관리나 그린워싱 회피 등 상술한 실행키워드들이 버거울 수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나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겨울 방학 맨 마지막 날에 미루어 둔 숙제를 한꺼번에 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숙제를 하는 과정이 순차적일 수 없어 더 힘든 것이다. 그 숙제를 마지막 날 하기로 미룬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만약 숙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후손들이 살기 어려운 대한민국을 물려 줘야 한다. 

 

마침 작년 말 얼마나 살기 어려울지 과학적으로 정의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기상청이 UN산하 국제 협의체(IPCC)의 시나리오를 토대로 우리나라 기후를 전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과 비슷한 탄소배출을 유지할 경우 우리 자식이나 손자들은 1년의 절반(170일)이 여름이고, 겨울은 한 달 남짓이며, 평균기온이 18도까지 올라 열대야일이 최대 83일에 육박한다는 결론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을 사우나로 만들어 물려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상기후가 더 자주 복합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2020년 6월 폭염에 이어 7월과 8월에는 두 달 가까이 장마가 이어졌는데, 역대급 장마로 홍수, 산사태 등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 전국 38개 시군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고, 장마 후 다시 불볕더위를 맞이한 사례처럼 말이다.

 

 지난 18일 포스텍 환경공학과, 서울대, 국립기상과학원, 영국 기상청 공동 연구팀은 2020년 여름과 같은 복합 이상기후의 원인이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주로 탄소) 때문이라고 밝혔다. 1973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45개 지역의 기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온실가스가 증가된 모델에서만 2020년 여름 같은 복합 이상기후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탄소 배출이 지속되어 지구평균기온이 마지노선인 1.5도 이상 오를 경우 2020년 같은 복합 이상기후는 더 자주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경고다. 선조들에게 멀쩡하게 물려받은 땅을 후손들에게 복합 기후재난 사우나인 상태로 물려줄 수는 없다. 낯설고 어렵지만 부상하는 실행키워드를 곱씹으며 밀린 숙제를 해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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