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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기술동맹을 제대로 활용하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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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6월01일 17시10분

작성자

  • 송종국
  • 한양대 특훈교수, 前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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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 발표한 한・미 정상회담의 의의는 ‘한미동맹의 회복과 그 대상의 확대’라고 볼 수 있다. 양국의 공동 희생에 기반하여 발전해 온 한·미동맹이 진화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양국 정상은 한·미동맹이 그동안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의 핵심 축이었고, 양국 모두에게 민주주의, 경제 및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왔음을 재인식하였다. 따라서 한미동맹이 군사동맹을 넘어 기술, 산업, 경제 분야의 동맹으로 확대될 수 있었던 배경과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향후 성공적인 협력 어젠다를 수립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한·미동맹의 확대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과 기업전략의 수립에 중요한 방향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우선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되어 새로운 동맹을 선언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자. 크게 대내적인 요인과 대외적인 요인으로 구분하여 정리할 수 있다.

대내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정권교체이다. 지난 5년 간 중국과 북한에 경도되어 국정을 이끌어 온 세력이 퇴출되고, 정치와 경제에 미국과 공유할 수 있는 자유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새 정권이 창출되었기 때문이다. 

대내적 요인이 필요조건이라면 대외적 요인은 충분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21세기에 진입하면서 급변하고 있는 국제 정치, 경제, 안보는 글로벌 질서의 새로운 개편을 재촉해 왔다. 특히 중국경제력의 성장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의 교란, 여기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인한 농산물 및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 질서를 위협하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두 가지의 배경은 한·미 양국에게 새로운 협력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회복과 확대는 한국의 새 정부에게는 국내 정치의 안정과 경제 재도약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는 작금의 일은 아니다. 본격적인 견제가 인도-태평양(IPEF) 신질서 구상으로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 강화는 북핵문제와 역내 미군운용전략과 연계가 되어 있다. 필자는 앞으로 한·미 군사동맹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형태를 지속하면서, 한국이 경제·외교적인 전략동맹(strategic alliance)의 폭을 넓혀 가야 한다는 국제정치 전문가의 견해에 공감한다 1)

 

그는 ‘결국 한미동맹 2030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맹체제를 유지하되 동남아에서 전략적으로 협력을 구체화하는 모습으로 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또한 ‘한국이 동남아를 군사협력이 아니라 개발협력 차원에서 ‘군사 역량강화(military capability-building)’를 구현할 수 있는 핵심 대상으로 설정하고 지원하며, 이를 한·미 전략동맹 차원에서 미국과 협의하고 이행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한국이 동남아에 대해 방산협력, 군사훈련, 원조 분야 등에서 도움을 준다면, 대 중국 봉쇄전략의 최전선에 서겠다는 명시적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한국이 한미 전략동맹을 개발협력 차원에서 충실히 구현하는 것으로 미국은 간주할 것이다’는 주장이다.

 

IPEF는 관세 인하, 부분적인 규제 철폐에 방점을 두었던 다자·양자협약인 FTA보다 더 넓은 경제협력체를 지향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현재 IPEF를 통해서 무역 촉진, 디지털 경제와 기술 표준 정립, 공급망 회복력 달성, 탈탄소화와 청정 에너지, 인프라 구축, 노동 표준화 등 6가지 주요 분야에서 합의안 도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내 파트너 국가들과 미래산업과 산업정책의 국제표준까지 정립하겠다는 것이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거대한 경제 플랫폼으로 묶는 구상을 IPEF를 통해 추진 중에 있다. 따라서 한국의 IPEF 참여 공식화는 포괄적 역내 경제협력체를 구축함으로써 공급망 안정화 등 우리 기업의 실익 극대화와 함께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한 한·미 기술동맹의 내용을 한·미정상 공동성명을 통해 살펴보자.

첫째,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등 팬데믹에 따른 위협을 포함하여 점점 더 복잡해지는 글로벌 도전과제들에 한국이 중추국가의 역할로 참여할 것임을 제시하였다. 양국정상은 기후변화로 인한 실존적 위협을 인식하면서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2050 탄소중립 목표 등 파리협정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하고, 수소 등 청정에너지와 청정해운, 무배출차량 공급 가속화, 국제 금융 흐름과 2020년대 온실가스 배출량 대폭 감축은 물론 2050년 글로벌 탄소중립을 부합시키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둘째, 양국정상은 감염병 위협의 예방·대비·대응을 위한 다자 노력의 강화를 지지하기로 약속하였다. 미국은 한국이 금년 가을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장관급 회의를 개최하고 지속가능한 세계적·지역적 보건안보를 위한 글로벌보건안보(GHS) 조정사무소를 서울에 설립하기로 결정한 것을 환영하고, 성공적인 보건 분야 협력을 기초로 하여 암 연구, 첨단 암 치료, 정신건강 연구, 정신건강 장애의 조기 발견 및 치료에 대한 협력과 혁신의 가속화와 보건시스템의 강화를 선언하였다.

 

셋째, 양국정상은 개방적이고 자유롭게 글로벌 상호운용이 가능한 안전한 인터넷이 주는 특별한 혜택에 공통된 인식을 하였다. 또한 디지털 권위주의에 의한 위협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개방적인 인터넷(“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을 조성하고 인권을 수호하기로 약속하였다. 

이를 위해 국내외에서 개방형 무선접속망(Open-RAN) 접근법을 사용하여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안전한 5G 및 6G 네트워크 장비와 구조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리고 사이버 적대세력 억지, 핵심 기반 시설의 사이버 보안, 사이버 범죄 및 이와 관련한 자금세탁 대응,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보호, 역량 강화, 사이버 훈련, 정보 공유, 군 당국 간 사이버 협력 및 사이버 공간에서의 여타 국제안보 현안에 관한 협력을 포함하여 지역 및 국제 사이버 정책에 관한 한미 간 협력을 지속 심화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넷째, 양국은 비확산 규범을 준수하면서 원전 산업·기술을 선도하고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한미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특히 차세대 원전기술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주도의 제3국 SMR 역량강화 프로그램(FIRST)의 참여와양국 정부 협력 하에 시장 공동진출 및 기업간 협력 지원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향후 '한미 원전기술 이전 및 수출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해 비확산 국제표준(AP) 준수, 시장 진출 등 협력 강화 추진키로 했다. 

 

한·미정상 회담은 반도체·배터리, 원자력, 우주개발, 사이버 등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질서 변화에 따른 시장 충격에도 양국이 함께 적극 대응해 나가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 첫걸음으로, 대통령실 간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하여 공급망과 첨단과학기술 등 경제 안보 분야에서 양국이 수시 소통하고 협력하기로 하였다. 

 

또한 양국 정부는 앞으로 신설된 장관급 공급망·산업대화가 디지털, 공급망(반도체 등), 헬스케어, 수출통제 등 공급망·첨단기술 협력을 논의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형 원자로 및 소형모듈원자로(SMR)의 개발과 수출 증진을 위해 양국 원전 산업계가 함께 노력하고, 미래 먹거리로 부상 중인 방산분야의 FTA라고 할 수 있는, 「국방 상호 조달 협정」 협의를 개시하기로 하였다. 

 

좀 더 구체적인 한·미 기술동맹의 내용은 핵심·첨단기술 분야 미래 성장·혁신 동력 확보를 위한 협력 방안 구체화, 첨단반도체, 친환경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 양자기술, 바이오 제조기술, 자율 로봇 등 관련 투자, R&D, 인적교류 등 협력 확대, 원자력분야에서 선진 원자로 및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건설 협력 강화 및 원전수출협력 MOU 등 제도적 기반을 통한 제3국 시장에서의 원자력 협력 강화, 우주분야에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참여를 바탕으로 우주 탐사 공동연구 촉진과 미국 측의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개발 지원, 그리고 국방 우주 협력 강화 등 방산 파트너십 강화 및 국방 상호조달협정 관련 논의를 개시했다.

 

한·미 기술동맹의 선언으로 상호 간 핵심 및 신흥 기술을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여 한국경제의 회복과 산업 재도약을 위한 경제협력체의 구축과 공급망 안정화 등으로 우리 기업의 실익 극대화와 함께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다. 

 

다만 미국의 궁극적인 요구는 탄소중립과 디지털경제의 핵심 산업에 경쟁력을 가진 한국 기업의 미국 유치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생산기지의 미국 내 이전만으로는 한·미기술동맹의 실익을 챙길 수 없다. 그동안 한국이 가질 수 없었던 미국의 첨단 핵심기술의 활용이나 과학기술인력의 역량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STEPI 원장으로 재직 하던 2016년 7월 한미협력의 새로운 미래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장을 열었었다. Mark W. Lippert 주한미국대사를 초청하여 ‘뉴프런티어 협력을 통한 한미동맹의 전환’에 대한 발제와 뉴프런티어 분야의 양국 간 과학기술혁신 협력과 효과적 실행 방안을 모색하는 한·미 기술동맹의 씨앗을 뿌렸었다. 새 정부는 한·미 협력의 핵심이 기술동맹으로 확대 발전 되는 시점에서 과학기술과 다른 정책 간의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협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계도 국내 리그로 남아서도 안 되며 과학기술만의 리그에서도 탈피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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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성한(2019), “미국의 신질서 구상과 한미동맹 2030”, NARI. 김성한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안보정책실장으로 보임되었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과 국제안보의 기조에 그의 견해가 바탕이 된 것으로 판단되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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