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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 그리고 점검해야 할 것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2년05월2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2년05월23일 17시44분

작성자

  • 신동준
  •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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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

 

전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는 3월 말 이후 22% 급락하며 약세장에 진입했고, 시가총액 상위 기업인 아마존, 테슬라, 메타플랫폼스 (페이스북)는 모두 고점 대비 50% 가까이 급락했다. 팬데믹의 수혜주로 각광받던 넷플릭스는 고점 대비 73% 폭락했다. 상대적으로 코스피는 작년 고점 대비 20% 하락했지만, 3월 말 이후로는 4% 하락에 그쳐 오히려 선방한 느낌이다.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두드러진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년 만에 최고치까지 상승했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던 달러 대비 엔화가치는 20년 만에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2020년 3월 팬데믹 당시 고점인 1,285원을 넘어 1,300원을 위협하고 있다. 13년 만에 최고치다.

 

[그림1] 주요국 증시 약세장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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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Bloomberg, KB증권 

 

인플레이션 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팬데믹에 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심화되고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8.5%까지 상승하며 40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저물가가 골칫거리였던 2020년 8월 연준은 잭슨홀에서 인플레이션 오버슈팅 정책인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웃돌더라도 일정부분 이를 용인한다는 정책이다. 연준과 중앙은행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인플레이션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플레이션이 연초부터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는 조짐이 보이자, 이를 제어하기 위해 연준 (Fed)과 중앙은행들이 뒤늦게 허둥지둥 유동성 흡수에 나서기 시작했다. 치솟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려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어남에 따라 그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졌다.

 

인플레이션의 부정적 영향 가시화

 

5월 중순, 월마트와 타깃 등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예상보다 비용이 크게 높아졌다는 이유로 향후 실적 전망을 낮추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의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휘발유와 식품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꼭 필요하지 않은 다른 지출을 줄이고 있는 모습이다. 휘발유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미국 모든 주에서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다. 그동안 관성에 의해 유지되던 강한 소비는, 유가 급등 이후 3~4개월이 흐른 5~6월 지표부터는 점차 약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판매수량 감소폭 보다 제품가격 오름폭이 커서 매출액이 증가했지만, 수요가 약해지면 가격을 더 올리기 어려워 순이익뿐 아니라 매출액도 줄어들 것이다. 유통업체에서 시작된 실적 부진은 향후 유통업체에 상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림2]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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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Bloomberg, KB증권 

 

통화긴축 효과도 점점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4월 기존주택매매 건수는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화긴축은 이제 시작 단계지만, 통화긴축이 예고되면서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모기지 금리가 주택 수요를 약화시키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서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가 완화로 변경될 가능성은 아직 낮다. 5월17일 파월 연준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분명하고 확실하게 낮아지는 것을 봐야 한다”면서 처음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과정에서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3.6%로 팬데믹 이전 3.5%를 거의 회복했으며 연준이 추정하는 자연실업률 4.0%도 크게 밑돌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해서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을 잡는 과정에서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 통제는 이미 모든 나라에서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인플레이션 문제의 구조적 어려움, 그리고 해결의 실마리

 

그러나 지금의 인플레이션 문제가 어려운 것은, 강한 수요뿐 아니라 구조적인 공급 문제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미중 무역분쟁, 2020년 팬데믹,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이 와해되면서 비용 부담이 한 단계 높아졌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높아진 임금상승과 복지확대도 인플레이션의 하단을 높였다. 미중 무역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미국-유럽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대립하는 진영간 대결 구조도 선명해졌다. 비용이 낮은 해외에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오프쇼어링 (offshoring)이 마무리되고, 신뢰가 쌓인 나라들 안에서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 (friend-shoring)의 필요성도 비용 부담을 높이는 중이다. 경기둔화 우려가 생기면 원자재 가격과 금리가 충분히 낮아지면서 경제의 부담을 낮춰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연결고리가 작동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팬데믹 수준을 넘어선 원화 약세의 배경

 

최근 원화 약세의 배경은 네 가지다. 

대외 요인으로는 첫째, 미국 연준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반영되면서 전세계적인 달러강세가 진행 중이다. 현재 금리파생상품시장에서는 향후 6개월 간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폭을 각각 1.5%p, 1.0%p 반영하고 있다. 연초 미국보다 1.0%p 높았던 한국 기준금리가 6개월 뒤면 2.50%으로 같아진다는 뜻이다. 이후 속도를 고려하면 역전 가능성도 있다.

둘째, 중국경제의 상대적인 부진이다. 상해 봉쇄 등의 영향으로 중국의 제조업 PMI는 기준선인 50 이하로 하락했다. 위안화 약세가 원화 약세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대내 요인으로셋째,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국내 무역수지는 2021년 12월 이후 적자로 전환되었는데 (2022년 2월 제외),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명품 등 해외 직구 확대가 원인이다. 국제유가가 올해 내내 100달러 이상에서 유지될 경우 2022년 연간 무역수지는 14년 만에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넷째, 급증한 해외주식 투자도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1년 해외주식 투자액은 686억달러로 같은 해 무역흑자액인 293억달러를 2배 이상 웃돈다. 해외주식 투자 증가는 달러매입 수요로 이어져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수출기업에게 원화 약세는 가격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수요측면에서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 전세계 경제가 좋을 때 교역과 함께 수출 규모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위험선호 증가로 외국인들의 신흥시장과 우리나라 투자가 증가하면 달러대비 원화 가치는 상승한다. 또한 최근 원화 약세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맞물려 기업의 수익성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수입물가가 상승하며 기업의 비용 부담을 높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도 경상수지 적자가 엔화를 더 약세로 만드는 악순환에 빠지며 달러/엔 환율은 20년 만에 최고치까지 상승했다 (엔화가치 하락). 우리나라도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무역수지 적자 전환,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확대 등이 원화를 약세로 이끌고 있다.

 

위험자산 투자에 나설 긍정적 조건들

 

향후 어떤 신호를 기다리면서 다시 위험자산 투자를 준비해야 할까. 

첫째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수요 둔화가 큰 폭으로 나타난다면, 연준은 통화긴축 감속을 예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공급 문제 완화 가능성이다. 중국은 올 가을,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면 제로코로나 정책을 폐기할 수 있고, 러시아는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유럽 수출이 막히면 휴전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셋째 인플레이션 안정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곡물 수출이 재개되면 식품 물가가 안정될 것이다. 모기지 금리 상승은 하반기 내내 주택시장을 빠르게 냉각시키겠지만 시차를 두고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부터는 주거 물가가 안정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도 진정될 수 있다.

넷째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 시점이다.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부터 대통령 임기 3년차에 주가 성과가 좋았던 경험은 시장의 기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ifsPOST>

 ※ 동 의견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 (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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