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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목표와 기술 수단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2년05월25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2년05월23일 09시46분

작성자

  • 김성우
  •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 ㈜이도 사외이사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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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글로벌 분석기관인 Climate Action Tracker에 의하면, 작년 11월 기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140개 국가가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했거나 고려중이다. 2년 전 17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을 때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속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대기 중에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에서 온실가스 흡수 양을 상쇄한 순 배출량이 제로가 되는 상태를 말하는데, 대부분의 배출량은 상쇄에 앞서 우선 감축되어야 한다. 

 

2018년 10월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채택된 ‘지구 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에서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면 2도 올랐을 때보다 일부 기후변화 위험을 예방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전 지구적으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퍼센트 이상 감축하고, 2050년경에는 탄소 순 배출량이 제로가 되는 탄소중립 상태를 달성하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듬해 유럽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후, 2020년 하반기부터 일본, 미국 등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였고, 중국과 인도도 각 2060년과 2070년까지로 목표시기는 다르지만 탄소중립 선언 대열에 합류한 근거다. 불과 1년 남짓 동안 다배출국가들의 빠른 동참으로 순식간에 90%의 배출국가가 탄소중립으로 향하게 되었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탄소중립이라는 용어가 홍수를 이루는 배경이다.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28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이후,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난 5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한 후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재설정하고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는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727.6백만톤) 대비 40% 감축으로 기존 26.3% 감축에서 대폭 상향했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비중이 26%, 배출정점 이후 탄소중립까지 소요시간이 32년, 연평균 감축률이 4%를 상회하는 점을 고려할 때 주요 선진국 대비 불리한 상황에서 강력한 정책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발전부문 내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30%로 확대하고, 산업부문 내 감축율을 14.5%로 극대화하며, 수송부문 내 친환경차 보급을 450만대로 늘리는 등 부문별 정책과 더불어 수소 수입 및 탄소포집이용저장(CCUS)활용 등도 포함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미래상을 전망해 정책 방향과 전환 속도를 가늠하는 나침반의 의미를 가진다. 

두 개의 시나리오가 확정되었는데, 2050년 순배출 제로는 공통이나 LNG발전, 내연기관차, 화석연료수소 잔존 여부만 차이가 있다. 발전부문은 보상방안 마련권고와 더불어 석탄발전을 중단하고, 산업부문은 재생 연·원료로 전환하며, 수송은 무공해차 보급율을 최소 85% 이상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골자다. 그린수소확대, 흡수원조성, CCUS상용화 등도 추가됐다.

 

엄중한 기후위기와 국제사회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은 선진국 대비 불리한 국내여건을 마주하며 정책을 이행해야하기 때문에 고민이 깊다. 향후 정책 세분화와 더불어 이행점검이 중요하고, 관련 기술이 부족한 현 시점에 미래 기술 확보도 관건이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하고, 개도국 입장을 잘 아는 우리나라가 기술을 제공해 개도국 감축에도 기여함과 동시에 국제감축을 실현하는 것도 필요하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사회의 대전환 과정에서 선진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기업의 탄소중립 전략 및 대응책은 해당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마련하여야 하겠지만, 일례로 영국 The Economist의 “The great disrupter Business and Climate Change (2020. 9.)”에서 소개한 기업의 기후변화 규제 강화 대응방안을 참고할 수 있다. 

 

첫째, 자산 포트폴리오 변경 유형이다. 탄소배출이 많은 자산을 매도하거나 반대로 청정자산을 매입하는 것이다. 

둘째, 청정에너지를 구입 및 사용하는 것으로, RE100에 동참하는 것이다. RE100은 기업이 생산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자발적인 약속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재생에너지 공급자와 기업 사이에 전력 공급 계약을 직접 체결할 수 없었으나 관련법이 개정되었고 구체적인 정책도 마련되어 이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셋째, 새로운 저탄소 제품에 대한 투자를 통한 시장 선점이다. 넷째, 고객사나 협력사의 탄소감축도 함께 도모하는 것이다. ESG 시대에는 공급망의 환경 문제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므로 고객사 및 협력사의 탄소감축도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여기에 빠진 것이 있다. 혁신적 탈(脫)탄소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제프 베조스, 손정의, 마윈 등과 함께 2016년 Breakthrough Energy Ventures를 설립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5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제시했는데, 현재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술의 50%는 아직 개발 중이라고 밝히며 2030년까지 에너지부문만 년 5조달러 투자를 전망해, 기술 관련 기회를 암시했다. 더욱이 지난 3월말 기준 EU탄소배출권의 가격이 톤당 80유로를 넘었는데, 80유로를 상회하면서부터는 탄소포집저장 기술부터 시작해 비싼 기술들이 경제성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기술관련 기회를 더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 Rivian의 전기벤이나 Lucid의 고급전기차 뿐만 아니라 QuantumSpace의 고성능 배터리 관련 기술 가치가 주식시장에서 폭발적으로 평가되어 마치 기술관련 미래 기회를 미리 보여주는 듯 하다. 선진국이 기술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2020년 친환경기술에 투자된 벤처자금은 170억달러로 4년 전에 비해 3배에 달했고, 2021년은 2020년의 두 배 남짓이다. 

 

우리 기업도 탄소중립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각 기업의 제한된 투자예산과 개발인력을 전략적으로 배분하여 기존 사업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술 또는 시너지가 발생하는 기술 위주로 기술 확보 로드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후보 기술에 대한 전문가 인터뷰, 특허/논문 등의 Data Landscape를 통해 해당 기술의 세부 트렌드를 조망하고, 글로벌 경쟁사의 탈탄소 기술 확보 움직임을 철저히 벤치마킹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술 확보 로드맵 수립 과정을 통해 확보 필요 기술을 정했으나 신속한 자력 개발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다양한 방법(투자시장 매물 검토, 특허 등의 Data 검토 등)으로 탐색하여 전략적으로 인수합병을 시도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탄소중립 관련 등록된 특허는 약 150만건인데 이 방대한 특허 정보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탄소중립 관련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기업의 선행 연구 수준에 따라 탄소중립 전분야 혹은 세부적인 분야의 개발 동향을 파악하고 어떠한 기술분야가 유망한지, 나아가 기술분야별 핵심 기술이 무엇이고 누가 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과 관련된 대표적인 기술 중 하나인 CO2를 포집하는 기술을 예로 들어 보자. CO2 포집기술과 관련된 특허들을 인공지능툴이 분류한 카테고리에 따라 포트폴리오수와 특허의 평균적인 품질지표를 연도에 따라 도출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CO2 포집기술에 대한 연구가 얼마나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기술 성숙도에 따라 원천기술 아니면 개량기술 중 어느 쪽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추론해 볼 수 있다. 만약 일부 기술의 특허 품질이 특정 시점 이후 급격히 높아진다면, 이 분야의 기술에 대해서 많은 연구기관들과 기업들의 유사 개량기술 개발이 단기간에 집중되었다는 것이 원인일 수 있다. 특이한 유망 세부기술 방식이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와 같은 Data & Fact based decision making 방식으로 특허 데이터를 분석하고 특이 징후가 보이는 분야를 추출하여 딥다이브 하는 방식으로 기술과 기업들을 검토한다면 남들보다 앞서 좋은 타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i) 선도 기업의 기술을 벤치마킹하여 부족한 부분을 효율적으로 찾아 내거나 ii)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Targeting하여 효과적으로 인수 또는 투자하는 방법에 접근할 수 있다. 기존의 기술확보 방식의 약점이 크게 보완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탄소중립 선언에 즈음하여, 일본공적연금이 놀라운 발표를 했다.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일본기업의 특허로 인해 일본공적연금이 보유한 주식가치가 43%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발표다. 지난 12월 특허청 발표에 의하면, 재생에너지를 수소로 저장하는 탄소중립 핵심기술 중 하나인 수전해 기술의 경우, IP5(미국, 일본, 중국, EU, 한국 특허청) 특허출원이 5년전 대비 31% 증가했는데 다출원인 10위권에 한국기관은 2개에 불과하고 출원량도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에도 뒤쳐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기후변화완화 기술 특허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8년 한국의 기후변화 완화 기술 특허는 8,635개인 반면 일본은 2만3,035개로 무려 3배 차이를 나타냈고, 이는 미국(18,329개), 독일(11,552개)보다 적은 숫자다. 특히 수소환원제철 및 CCUS(탄소포집및활용저장) 등 핵심 분야에서 경쟁력이 낮고 에너지 생산·전송·배분 분야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탄소중립으로 인해 사회가 완전히 변화하는 시작 지점에서 기술 확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인 바, 우리와 주로 경쟁하는 국가 및 기업과의 차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탄소중립 기술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3월 맥킨지&컴퍼니가 발표한 국가별 탄소중립 전환에 필요한 자산 보유 현황에 따르면, 기술자산 및 인적자산의 경우 대한민국은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한다.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연구개발(R&D) 지출 비용, 기후변화 완화 기술 특허 수, 이공계 졸업생 비율 등에서 모두 1등급인데, 일본이나 독일, 미국, 프랑스 등의 경우 기술자산은 1등급이지만 인적자산까지 1등급에 속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가 비록 불리한 경제구조 하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했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우수한 기술 자산을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활용한다면, 위험적 목표가 기회적 수단(기술)으로 바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 직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처음 거론한 협력 분야가 기후변화인 점과 5월 한미 정상회담 agenda로 기후변화가 들어간 것은 이런 목표와 수단의 의미를 뒷받침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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