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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출범, 이후의 정치 지형을 조망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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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5월12일 17시10분

작성자

  • 김형준
  • 배제대학교 인문사회대학 석좌교수(정치학),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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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5월 10일 공식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를 35차례나 언급하며 “자유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국내외 당면 위기와 난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역설했다. 

 

경제 성장과 관련해서는 “빠른 성장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사회 이동성을 제고해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며 “도약과 빠른 성장은 오로지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에 의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고 했다. 

 

안보에 대해선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자유와 번영을 꽃 피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 북한 경제와 주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 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35년 만에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역대 최악의 정치, 경제, 안보 상황에서 출범했다. 국민이 반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새 정부는 국회에서 절대 의석(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급격한 긴축 정책과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등으로 세계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빠지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고물가, 고환율, 고유가’ 등 ‘신3고(高)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북한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잇단 미사일 도발에 이어 전술핵 실험(7차)도 단행할 조짐이다.

 

 더구나, 김정은은 육성으로 “선제 핵 타격”을 위협했다. 이런 와중에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 민주당은 반성과 성찰 없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했고, 문재인 대통령 퇴임 엿새를 남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이 법안을 공표했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안전 보장을 위해 자기 비리 수사를 막는 ‘셀프 방탄 법안’에 서명한 역대 최악의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렇게 상식에서 벗어나 의회주의와 법치를 파괴하는 후안무치의 태도를 보임으로써 향후 우리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대결정치에 직면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향후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정치 지형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크게 세 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6개월 내에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느냐 여부다. 한국갤럽 5월 첫째 주(3~4일) 조사 결과, 41%가 현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지난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얻은 득표율(48.6%)보다 훨씬 낮다. 더구나, 4월 2주(12-14일)와 비교해 긍정 평가는 9% 포인트 하락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45%) 보다 낮았다는 점이다. 반면, 국정 수행을 ‘잘못 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48%였다. 

 

직무 수행 긍정 평가자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공약 실천'(13%), '결단력/추진력/뚝심'(8%), '대통령 집무실 이전'(6%), '공정/정의/원칙', ‘인사(4%), 순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모름/응답 거절이 25%로 가장 많았다. 한편, 직무 수행 부정 평가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32%), '인사(人事)'(15%), ‘공약 실천 미흡’(10%), '독단적/일방적'(7%), '소통 미흡'(5%), '신중함 부족/성급함'(3%), 등을 이유로 지적했다. 모름/응답 거절은 10%였다. 

 

윤 당선인 직무수행 지지도가 지난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 보다 낮고, 시간이 흐를수록 긍정 평가가 하락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 중 그냥 막연하게 이유 없이 지지한 사람이 많다는 것은 위험 신호다. 만약, 윤 대통령이 6개월 내에 국민들이 지지하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여야간 파국적 균형 상태를 맞이할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집권 1년차 국정 운영을 분석해보면 의미 있는 것들이 발견된다. 첫째, 국민의 높은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 내는 개혁 어젠다를 제시하면 큰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둘째, 한미 FTA 체결 성과를 내기 위해 미국산 소고기 협상을 서두르다 광우병 파동을 부른 것처럼 성급하게 추진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셋째, 노무현 대통령과 같이 집권하자마자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선거연합을 해체할 경우 정치적 지지 기반을 상실하면서 곤경에 처할 수 있다. 반대로 DJ처럼 선거 때 약속한 공동정부 선거 연합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넷째, 집권 초기에 실시한 전국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새 대통령은 흔들림 없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교훈들을 잘 새겨 윤 정부가 초기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가져 온다면 당분간 보수우위 체제가 유지 될 수 있다. 

 

둘째,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결과가 던질 파장이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조사(5월2∼4일)에 따르면, 6·1 지방선거에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2%로, ‘새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39%)는 답변보다 13%포인트 높았다.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한 것에 대해 52%가 ‘잘못된 일’, 33%가 ‘잘된 일’이라고 응답했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와 현재의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얻고 수도권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하겠다는 각오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를 이번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전략 공천을 했다. ‘이재명 카드’를 들고 나와 지방선거를 ‘대선 연장전’으로 치르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는 경기도다. 지난 대선 당시 경기도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약 46만표 차이(5.0% 포인트)로 승리했다. 경기지사 선거는 이재명 후보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 대변인 출신인 김은혜 의원이 격돌하면서 명심(明心)과 윤심(尹心)이 겨루는 ‘포스트 대선’ 구도가 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 이재명 후보가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해 국회에 입성하고 다가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마저 장악한다면 민주당은 문재인당에서 이재명당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향후 정치 지형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 대 강 충돌로 얼룩질 것으로 보인다. 

 

셋째, 유권자의 이념적 지형 변화다. 2017년 대선당시 방송3사 심층 출구조사에 따르면, 진보 27.1%, 중도 38.4%, 보수 27.7%, 모름 6.8%였다. 진보와 보수 간에 큰 차이가 없이  ‘30-40-30’의 이념 지형이 만들어 졌다. 그런데 5년이 지난 2022년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진보 21.6%, 중도 39.5%, 보수 31.4%, 모름 7.6%였다. 진보는 약 6%포인트 정도 하락한 반면, 보수는 4.3%포인트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진보와 보수 간의 격차가 9.8% 포인트로 벌어졌다. 

 

최근 한국갤럽의 주관적 이념 성향 조사(2022년 4월 26-28일)에 따르면, 스스로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32%,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27%로 전자가 후자보다 5%포인트 많았다. 그런데 성·연령별로 보면 큰 차이를 보인다. 20대 남성에서 보수는 38%인 반면, 진보는 18%에 불과했다. 그러나, 20대 여성에선 정반대로 보수는 22%, 진보는 38%였다. 30대 남성과 여성에서 보수는 각각 35%와 20%였고, 진보는 각각 22%와 33%였다. 20·30대 남성과 60대 이상 남녀는 보수, 20·30대 여성과 40대 남녀는 진보 쪽으로 기운다. 

 

이런 변화는 지난 5년간 정치권 진보세력이 보여준 무능과 위선, 오만과 내로남불, 그리고 국민의 힘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채택한 젠더 갈라치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라는 책에서 촛불 정권을 자임했던 진보의 타락과 위선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신들이 정의라는 독선’, ‘공정을 무시하는 반칙과 특권’, ‘자기들도 믿지 않는 평등의 위선’을 지적했다. 

 

여하튼 진보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정의와 공정과 같이 자신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진보는 뻔뻔하고, 무능하고, 오만했기 때문에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겼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했을 때 한 진보 언론 매체 기자는 보수가 무너진 이유로 “보수는 비겁하고 교만하고 무지하다”고 분석한 적이 있다. 진보든 보수든 한 시대에 지배적인 지적·정치적·사회적 동향을 나타내는 시대정신을 거스르면 패배한다. 

 

최근 한국 사회의 이념지형을 세대별로 살펴보면, ’2030(실용), 4050(진보), 6070(보수)로 구분된다. 2030 세대는 특정 진영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이른바 스윙보터  입장을 견지했다. 지난 대선 출구조사 결과, 20대(18-29세)에서는 이재명 47.8%, 윤석열 45.5%, 30대에서는 이재명 46.3%, 윤석열 48.1%를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동안 2030 세대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과거와 같은 ‘2050 (진보) 대 6070(보수) 지형으로 재편될 수 있다. 이럴 경우,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 힘이 어려움에 봉착 할 수도 있다. 

한편, 진보를 자처하는 민주당이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성찰 없이 문재인, 이재명을 왕(王)처럼 받들면서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집단적 신민(臣民)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몰락을 길을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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