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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93) 천연기념물 8: 강진 사당리와 서울 문묘의 은행나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2년01월28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2년02월02일 11시17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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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천연기념물 시리즈를 시작할 즈음에 은행나무가 소나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조금만 역사가 깊은 절이나 사적지를 찾아가더라도 고목이 된 은행나무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거의 예외 없이 말이지요. 보통 수령이 200-300년을 헤아리는 나무들일 경우가 많습니다. 신생대라고 불리는 약 3억년 전에 처음 지구에 나타난 이후 그 형태 그대로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는 나무인 만큼 그 정도 고목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려면 수령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까요?

필자는 적어도 500년은 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한 사적지에 심긴 은행나무라면 예외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필자는 등산을 자주 다닐 때 양평 용문사의 은행나무를 몇 번 보았습니다만, 그 나무가 1,100살이 된 고목이라는 사실은 천연기념물에 관심을 가지고 난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그 나무가 가장 오래된 나무인 것 같습니다만, 그에 관한 이야기는 필자가 다시 방문하여 사진 찍은 뒤에 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두 그루의 다른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하나는 국토 남쪽 끝에 다른 하나는 서울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강진 사당리 은행나무’는 1997년 천연기념물 제385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병영면 소재지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그곳 동성마을의 상징목으로 마을 중앙에 우뚝 솟아 있습니다. 은행나무 뿌리가 민가의 부엌, 방 밑까지 뻗어나가 왕성한 수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하고, 뿌리 부근에는 큰 바위가 놓여 있어 주민들의 휴식처로 이용되며 동성부락 마을회관이 근처에 있습니다. 이 은행나무는 나무높이 30m, 가슴높이둘레 6.75m이며, 수관폭은 중심에서 동쪽으로 16.5m, 서쪽으로 13m, 남쪽으로 10.9m, 북쪽으로 3.5m 정도 뻗어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나무의 크기나 마을의 역사를 볼 때 수령은 500년 전후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서쪽  가지가 다소 손상을 입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수피도 깨끗하고 생육 상태도 양호하며 수형도 비교적 아름다운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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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1일 들른 강진 은행나무의 이모저모: 주변에 자손 나무들도 자라고 있다.

 

이곳은 네덜란드 하멜 일행이 1656년 3월에서 1663년 2월까지 약 7년 동안 억류생활을 하였던 곳인데, 이들이 억류생활을 하면서 본 은행나무 노거수를 「하멜표류기」에 기술하고 있는데, 바로 이 은행나무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옛날에 이곳에 부임한 병마절도사가 폭풍으로 부러진 은행나무 가지를 사용해 목침을 만들어 베고 자다가 병이 들어 명의에게 치료를 받았지만 백약이 무효하였다가, ‘은행나무에 제사를 지내고 목침을 나무에 붙여주면 나을 것’이라는 어느 노인의 말을 따라 그대로 하여 병이 나았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후로 마을에서는 이 일을 기리려고 해마다 음력 2월 15일 자정 은행나무에게 마을의 안정과 평안, 그리고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생겼으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 문묘의 은행나무는 성균관대학교 명륜당 안에 두 그루가 서 있는데, 수령은 400년으로 추정되고 있고, 나무의 크기는 높이가 26m, 가슴높이의 둘레가 12.09m이다. 가지의 길이는 동서로 26.8m, 남북으로 27.2m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수령에 비해서는 비교적 일찍 (1962년) 천연기념물로 제59호로 지정되었는데, 이 장소의 중요성도 한 몫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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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8일 들른 문묘 은행나무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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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륜당 대성전 모습

 

우리나라에서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19점에 이르는데 그중 이 문묘의 은행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유주를 잘 발달시키고 있는 나무라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유주는 일종의 기근이라고 믿어지는데 일본에서는 더 흔하고 그 발달도 현저하나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그러하지 못하다고 하는데 이 나무에서는 사진에서 동그라미를 친 부분처럼 뚜렷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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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묘 은행나무가 늘어뜨린 유주의 모습

 

이 은행나무는 성균관대학교에 가까운 문묘의 명륜당 경내에서 자라고 있는데, 명륜당은 선조 39년(1606)에 세워졌고 그 앞에 서 있는 대성전은 이보다 4년 앞서 세워졌다고 합니다. (문묘 자체는 태조 7년인 1398년 창건) 문묘 명륜당 안의 이 은행나무는 중종 14년(1519)에 대사성 윤탁이 심었다는 설도 있는데, 이 기준으로 수령을 400년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다른 기록으로는 그 이전 즉, 문묘가 창건된 직후인 것으로도 추정되기도 합니다.

 

명륜당은 이제 주변의 주민들, 특히 노년층의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은행나무도 그 일익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필자가 방문한 한여름에 이 나무가 제공하는 시원한 그늘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은행나무는 명륜당 전체의 고풍스러운 품격도 높여주는 역할도 충분히 하고 있는데, 명륜당 내의 느티나무, 회화나무 등과 어우러져서 더욱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이곳 명륜당을 찾는 사람들은 이 나무가 만드는 은행 열매의 구린 냄새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점도 필자를 안심시키는 요소였습니다. 가로수로 심긴 은행나무들처럼 많은 행인들의 잦은 발걸음을 접하지 않아도 되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은행나무는 역시 늦가을에 노란 잎을 매달고 있을 때가 가장 운치가 깊은데, 필자와 나무이야기를 주고받는 지인께서 작년 11월 중순 이 은행나무의 노란 단풍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셔서 그 사진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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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3일 지인에게서 받은 문묘 은행나무의 단풍 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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