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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정치리더십 - 외천본민(畏天本民) <4> 국정(國政)의 근본 원칙과 목표 Ⅲ. 국정의 8대 목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2년01월26일 16시40분
  • 최종수정 2022년01월31일 10시04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메타정보

  • 4

본문

즉위한 그 해(1418) 11월, 세종은 모든 신료들과 백성을 향하여 자신의 8대 국정 목표 혹은 방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 보였다. 부왕의 업적을 계승받긴 했지만 덕이 없는 사람으로 이치에 밝지 못하니 갑자기 뭘 해야 할지 잘 몰라 새벽부터 밤늦도록 생각해 보았다고 고백했다. 어떻게 하면 부왕이 부탁하신 말씀에 위배됨이 없을까 항상 두렵고 걱정되었다고 했다. 세종은 8가지 국정목표를 발표했다(세종 즉위년 11월 23일). 즉위하고 석 달 동안 깊이 생각하고 자문하여 결정한 국정목표였을 것이 틀림없다.

 

III. 1 농잠업은 국가의 기본이다(農桑衣食之本).

 

농업과 잠업은 당시 국가경제의 기본이요 전부였다. 백성의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을 뿐 아니라 국방에도 필수적인 산업이 농업과 잠업이다. 특히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던 상황에서 농잠은 국가존망이 달린 중대사였다. 따라서 수령과 관리들은 백성들이 농잠업에 충실히 전념하도록 지원하고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 첫째 국정목표였다.  

 

   (i) 농잠업은 국가 의식의 기본이다. 이제 흉년을 당했으니 더욱 

     시급하다. 내외 공사를 중단시켰으나 수령들이 내 뜻을 알지 못하고

     망령된 공사를 일으켜 백성의 농사시간을 빼앗고 있구나. 육조에서 

     교지가 내려간 것을 제외하고 감히 농민을 사역하는 자가 있으면 

     감사는 즉시 죄를 묻고 이를 보고하라. 

      (農桑 衣食之本 今當凶年 尤其所急  中外營繕 雖己禁斷 慮恐守令不體予意 

       妄興工作 以奪民時 除六曹受敎行以外 敢有使役農民者 監司隨卽斷罪申聞)

 

꼭 필요한 국가업무 외에는 절대로 농민들을 동원하거나 괴롭혀 농사를 방해하지 말도록 당부했다.

 

III. 2 교육풍화를 진작하라(敎育風化振作). 

 

두 번째 국정목표는 교육혁신이었다. 교육은 풍속과 예절과 지식과 문화의 근본이다. 안으로 성균관과 오부학당이 있고 지방에는 향교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배우려는 자가 많지 않아 학교가 꽉 차지 않는다. 학문을 진작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ii) 학교는 아름다운 풍속(風化)의 근원이다. 안에는 성균관과 5부 학당을 세우고 

      밖에는 향교를 세워 권면하고 가르침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나 

      성균관 수학자 수가 가득 차지 못하니 가르치는 사람의 기술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인가, 사람들이 다른 좋아하는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인가. 

      학술을 진작하고 일으키는 방법을 의정부와 육조는 강구하여 보고하라.  

     (學校風化之源 內設成均 五部學堂 外設鄕校 勸勉訓誨 無所不至而成均受學者 

      尙未滿額 意者敎養之方 未盡其術歟 人之趨向 他有所好歟 其振起作成之術 

      政府六曹講究以聞)

 

세종은 교육을 진작해야하는 목표가 기술이나 생산성 제고에 있다고 보지 않았다. 세종은 좋은 풍속(風化)을 고양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부자간의 효나 부부간의 분별과 같은 전통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III. 3 수령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守令其選尤重).

 

 

세 번째 국정목표는 지방수령을 잘 선임하여 보내는 일이다. 지방관이야 말로 백성들과 피부를 맞대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임금이 잘 하려고 하여도 이런 지방관들이 제대로 잘해주지 않으면 정책은 성공할 수가 없다. 지방관의 업적을 수시로 상세히 살펴 잘못하는 자는 반드시 문책해야 한다고 하였다.

 

   (iii) 수령은 백성과 가까이 있는 직책이니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감사의 일시적인 평가로는 그 진실을 놓칠까 우려되니 지난 30년 동안 

       각도 각관의 수령들의 업적을 상세히 방문 조사하여 이름과 함께 보고하라. 

       (守令 近民之職 其選尤重 監司一時褒貶 或失其實 

        各道各官三十年來守令政績 從實訪問 具名以聞)

 

III. 4 소외계층은 국가의 책무이다(鰥寡孤獨 疲癃殘疾 王政所當哀矜).

 

네 번째 목표는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였다. 혼자 사는 가난한 자들과 병든 자들은 반드시 국가가 보살펴야 하는 존재들이라 생각했다. 중앙과 지방에 책임자들이 있지만 그래도 굶어 죽는 자가 발생할 까 염려되었다. 

 

   (iv) 환과고독과 병약자들은 당연히 국가가 보살펴야 할 사람이다. 

       안으로 한성부와 오부가, 밖으로는 감사수령이 상세히 조사하여 

       구제해야 할 것이니 그들을 우선 지급하되 빠뜨림이 없어야 한다. 

       또 이번 흉년으로 생업을 잃은 사람이 많아 혹 굶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된다. 

       각관 수령이 만약 진제를 제대로 못하여 한 사람이라도 굶어 죽어 

       도랑에 버려진다면 반드시 그 행동을 책망하고 벌을 줄 것이다. 

       가난하여 혼기를 놓친 여자나, 장례를 치를 기간이 지났어도 

       매장하지 못하는 자는 진실로 가여우니 감사수령이 국고를 지원해서 

       비용을 보태어 때를 놓침이 없도록 하라. 

       혹 부모가 동시에 사망하여 친척이 재산노비를 탐내고 혼인을 

       못하게 하는 자는 통렬히 죄를 주라.   

       (鰥寡孤獨 疲癃殘疾 王政所當哀矜 內而漢城府五部 外而監司守令 

        詳加審問還上賑濟 爲先分給毋致失所 且今適値凶歉 慮恐失業之民 

        或値飢饉 各官守令 如有失於賑濟 匹夫匹婦 餓莩溝壑 定行責罰 

        貧乏之家 有嫁年己過 以不能婚嫁者 有葬期盡 以不能埋葬者 

        誠可哀悶 監司守令官給資糧 以助支費毋致失時 

        或父母歿而同産一族 利於全執奴婢財産 不肯婚嫁者 痛行科罪)

 

여기서 세종의 복지철학을 읽을 수 있다. 늙고 병들어 혼자 살기 어려운 소외계층을 돌보는(애긍,哀矜) 것은 국가의 책무(王政所當)라는 것이다. 신체적 장애나 혹은 신분적 장애로 어려운 사람은 물론이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먹고 사는 것이 어려우며 장례를 치르지 못하거나, 혼인을 못하는 사람들도 국가가 나서서 도와야 한다는 것이 세종이 생각하는 복지철학이었다. 

 

 

III. 5 관권남용을 척결하여 억울한 형벌을 없이하라(毋致枉濫). 

 

 

다섯 째 국정목표는 관권남용의 척결이었다. 감사가 지방관들을 열심히 규찰하고 조사하며 제대로 감독 평가하여 지방 관리들에게 백성들이 착취당하거나 억울한 형벌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엄중히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v) 탐관오리가 국가세금이나 사신접대나 국가공사를 핑계로 법을 

     어기고 가혹하게 걷어 백성의 생활에 해를 끼침에도 불구하고 감사가

     제대로 사실을 조사하지 못함은 물론, 오히려 그것을 최고의 실적으로 

     잘못 평가하는 것은 진실로 능력에 따라 평가한다(黜陟)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정밀하게 조사 단속하여 백성의 삶을 두텁게 해야 할 것이다. 

     각관 수령이 혹 일시적 사적인 분노로  무거운 형벌을 가하거나 

     무고한 백성에게 채찍으로 벌을 주어 화기를 상하게 하면 

     감사는 내가 이미 내린 교지에 따라 거행하여 형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라. 

      (貪官汚吏 托以貢賦上納 使客支應 官府營繕等事 違法重斂 胎害生民 

       監司 不能覈實 反置最列 甚乖黜陟之意 自今精察糾理 以恤民生 各官守令 

       或因 一時私怒 非法枉刑 鞭撻無告之民 致傷和氣 監司擧行曾降敎旨 毋致枉濫)

 

세종은 지방관들을 철저히 감독하고 권력남용을 방지하는 책임을 감사에게 부여했다. 말하자면 세종의 부정부패 척결 혹은 사법정의(司法正義) 정신이다. 여기에는 분명한 목표가 설정되어있다. 즉, 부정부패 척결 혹은 사법정의의 목표가 ‘백성의 삶을 두텁게 하는 것(以恤民生)’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백성의 삶과 직결되는 부문에서의 사법정의, 그것이 세종이 꿈꾸는 바른 정치였다.  

 

 

III. 6 직접 사무를 처리하라.(親執庶務)

 

 

여섯 번째 국정목표는 무능하고 나태한 관리들에 대한 경고였다. 업무를 아전들에게 맡김으로써 결과적으로 백성들에게 피해를 주는 지방 관리를 철저히 문책하겠다는 것이다. 

 

   (vi) 지방원로, 지방관리, 질 나쁜 아전들이 수령을 농간하여 백성을 좀먹듯 함으로써 수령을 한 통속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능력있다고 잘못 신임하여 그들 말만 믿고 일마다 위임하는 자가 간혹 있다. 

   이제부터는 수령으로써 직접 업무를 보지 않고 아전이나 품관들에게 위임하는 자는 감사가 엄격히 규찰하고 그 명단을 보고하라.    

   (鄕愿品官 元惡人吏 操弄守宰 蠹害良民 而爲守令者 墮其牢籠 反以爲能 

    信任偏聽 委之以事者 間或有之 今後守令不肯親執庶務 委諸人吏品官者 

    監司痛行糾理 具名以聞)

 

현지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는 지방관들이 많았다. 특히 중앙의 관리로 있다가 의무적으로 지방에 발령이 난 사람들은 하루 빨리 서울로 돌아갈 날만 기다릴 뿐 현지의 정치는 모두 아래에 아전들이나 향리들에게 맡겨 버렸다. 이런 수령들 밑에서 아전들은 대개 백성을 착취하고 가혹한 형벌을 내림으로써 원성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세종은 직접 서무를 챙길 것을 명령했다.  

 

 

III. 7 미풍양속을 널리 표창하라(義夫節婦孝子順孫 義所表異 啓聞旌賞). 

 

 

일곱 번째 국정목표는 아름다운 풍속을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의부절부효자순손 애국충정의 좋은 행적을 널리 알리고 표창하겠다고 말했다. 

 

   (vii) 의로운 남편과 절개를 지킨 부인과 효자순손은 그 의로움이 남다름을 

       보여야 할 것이므로 널리 방문하여 모든 실적을 알리고 보고하여 

       장려하고 표창해야 할 것이다. 

       전쟁에서 사망한 자의 자손들이 살고 있는 곳의 수령은 요역을 면제해주고 

       특별히 보살펴야 할 것이며 재능이 있는 자는 보고하여 서용하도록 하라.    

       (義夫節婦孝子順孫 義所表異 廣加訪問 開具實迹 啓聞旌賞 水陸戰亡士卒子孫 

        所在守令 復戶優恤 其有才能可任者 啓聞敍用) 

 

두 번째 국정방향인 교육풍화와 나란히 설정된 국정방침이다. 효도와 절개와 의로운 행동을 적극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삼강오륜의 중요한 축 중에 하나인 ‘충’을 세종이 따로 강조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것은 효자가문에서 충신이 나온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효자와 절부가 존중되는 사회에서는 충신이 저절로 나오므로 따로 충을 강조할 필요가 없었다.

 

III. 8 묻혀있는 인재를 등용하라(不求聞達之士 予將顧問 授之以任).

 

 

끝으로 초야에 묻혀 있는 인재를 발굴하여 쓰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viii) 재능이 있고 도를 품고 있으나 초야에 묻혀 영달을 구하지  

       않는 선비가 있을 것이다. 내 장차 이들을 불러 자문을 위하여 

       임명하고자 하니 감사는 두루 살펴 찾아보고 명단을 보고하라. 

       (懷才抱道 隱於草萊 不求聞達之士 予將顧問 授之以任 監司旁求 

       具名申聞)

 

초야에 묻혀서 부귀권세나 영달을 구하지 않고 오로지 도(道)와 진리를 찾아 학문하는 인물들을 열심히 찾아 자(고)문을 받겠다는 말이다. 임금에게 다가오는 인재가 아니라 재능과 도를 품고서 권력에 초연하여 숨어있는(懷才抱道 隱於草萊) 인물들을 널리 찾아 나서겠다는 말이다. 실제로 중대한 국사가 발생할 때마다 세종은 전국에 숨어 지내는 여러 현사들에게 해법을 물어 자문을 구했고 그것을 국정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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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2년01월31일 10시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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