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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지구환경> 지구 검강검진 결과와 미래세대에의 영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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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1월10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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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우
  •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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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1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6)가 막을 내렸다. 197개국 정부대표단 포함 4만여명이 모여 지구의 명운을 걸고 2주간 논의 한 결과, 석탄감축 포함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가 도출됐고 탄소시장 및 경과보고 등 파리협정 세부규정도 합의됐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엇갈렸다. 합의된 것은 다행이지만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조건인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기온 상승 1.5도 제한’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COP26가 개최되기 두 달 전 UNFCC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1개 국가가 지난해 7월 말까지 제출한 국가별 탄소감축목표를 분석한 결과 2030년 탄소배출량이 2010년 대비 오히려 16% 늘어난다고 밝혔다. 탄소 저감 노력이나 기술 수준을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가정하면 지구의 온도가 세기말에 결국 산업화 이전보다 2.7도 오를 것이기 때문에 충격적이다.

COP26를 계기로 많은 국가들이 탄소감축목표를 강화했다. 국제환경단체 Carbon Action Tracker에 따르면, 지금까지 제출된 국가별 단기(2030년) 및 장기(2050년이후) 탄소감축목표를 모두 이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지구의 온도가 평균 2.1도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총회 평가를 뒷받침 한다. 이런 의사결정이 미래세대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과거와 현재를 과학적으로 진단해 보자. 

지난해 8월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는 제6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IPCC는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관련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가장 권위 있는 조직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10ppm으로 늘어 지난 200만 년간 전례가 없던 신기록을 달성(?)했고, 이로 인해 오는 2040년에는 50년만에 한 번 경험할 폭염을 최소한 6년 마다 경험하게 된다는 보고서의 발표다.

최근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09도 올랐고 홍수 및 가뭄 등 이상 기후도 약 5배 늘었으며, 해수면은 1901대비 20cm 상승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현상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관측된 이상 고온은 인간 영향 없이는 발생하기 어려워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인간이란 점도 명확히 했다.

 

또한  금번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최악부터 최선까지 5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미래 환경을 전망했다. 문제는 최선의 시나리오 마저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내다봤다는 점이다. 가장 긍정적인 최선의 시나리오는 적극적 탄소 감축 노력에 적절한 기술까지 개발되는 경우로 2050년 무렵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상쇄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가정한다. 탄소 저감 노력이나 기술 수준을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가정한 중간 시나리오는 21세기 말 기온이 2.7도 상승한다. 

 

중간 시나리오 조차 다시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를 넘길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야말로 재앙 수준이다. 이러한 기후변화 전망은 인구, 경제수준, 산업구조, 에너지믹스 등 사회경제구조에 기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전망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자연과학자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자도 참여해 공통사회경제경로(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한 후 기온 상승 정도를 예측한 것이다.

 

기후상승 정도 뿐만 아니라 속도도 문제다. 이번 보고서에는 1850년부터 2019년까지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을 2.4조톤으로 제시했다. 이는 5차 보고서에서 계산한 2011년까지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에 비해 8년 만에 20% 증가한 양이다. 쉽게 말해 총 누적배출량 중 160년간 80% 배출한 후 지난 10년간 20%를 배출한 것이다. 1.5도 상승 이내로 막기 위한 잔여 이산화탄소 배출가능량도 3천억~4천억톤으로 계산했는데, 현재 배출수준으로 보면 10년 내에 소진될 양(量)이다. 

결국 보고서의 결론은 지금 당장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인데, 더 큰 문제는 배출 후 이로 인해 지구가 가열되는데 20~30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다고 해도 당분간은 과거 배출로 인한 온도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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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학적 근거는 소송이나 협상의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된다. 1986~2020년 사이 전세계적으로 1,727건의 기후 관련 소송 제기되었는데, 이 중 1,308건은 미국, 나머지 419건은 타국가 또는 국제법원에서 제기되었다. 주목할 점은 50% 이상이 2015년(파리기후협정) 이후 제기된 점이다. 정부를 상대로는 환경규제 및 기후정책 강화 등을 요구하고, 기업(주로 화석연료기업)을 상대로는 기후변화 관련 대응목표강화, 기후피해보상, 허위공시배상, 석탄발전폐쇄 등 다양하다.

 

 지난 2021년 5월 글로벌 석유회사에 대한 탄소감축 목표상향 관련 네덜란드법원의 판결에서 과거 IPCC 보고서가 활용되었고, 향후 항소심에서는 검찰측이 6차 보고서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세계 195개국 정부가 회원인 IPCC의 보고서는 과학적 연구로의 의미와 더불어 정부 간 협상의 기초 자료로 쓰인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과거 5차 보고서들이 교토의정서 및 파리협약 등 중요한 국제 기후 협상시 역할이 컷고, 지난 2018년에는 IPCC 권고에 따라 기후 변화로 인한 파국을 막기 위해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유지한다는 데 동의하기도 했다. 이에 COP26에서도 금번 보고서가 기초가 되었다.

 

이로 인해 과거 20~30년간 지구의 건강검진표는 처참하다. 지난해 7월 발표된 세계과학자의 경고에 의하면(World Scientists’ Warning of a Climate Emergency 2021), 산림감소, 해수열증가, 빙하면적, 이상기온변화 등 대부분 항목이 최소 두 배 이상 나빠졌다. 이산화탄소 및 메탄 등 주요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는 매년 신기록을 갱신 중이다. 증상도 심각하다. 북미는 여름 내내 폭염과 산불에 몸살을 앓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54.4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캐나다에선 폭염으로 7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미 서부는 고온건조한 기후로 인한 산불로 서울 면적의 5배가 재로 변했다. 

 

기후변화가 극단적인 열파를 발생시킬 가능성을 150배 이상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프린스턴대학 연구팀이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인의 기상 관련 사망률 1위인 열파의 피해는 이제 시작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동유럽과 러시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스페인은 연일 40도를 넘나들며 살인적인 날씨를 보였고, 모스크바는 6월 기온이 30도를 웃돌았다. 당연히 온실가스 배출에 기인한 기후변화의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아프리카와 뉴질랜드도 역사상 가장 더운 6월을 기록했다. 건강검진표는 위암 진단을 암시하고 있는데, 환자는 위염 정도로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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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더 심각하다. 국립기상과학원은 동아시아 지역의 한파나 추위는 줄겠지만 평균 강수가 늘고 해수면 상승이 전망되며 여름철 폭염을 증가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2020년 7월 발표하고 2021년 10월말에 개정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의하면, 그 실태는 심각하고 전망은 암울하다. 한국은 1912~2017년 동안 약 1.8도 상승해 전 지구에 비해 2배를 기록했다. 

 

지구온난화는 글로벌 현상이지만 지역 편차가 심한데, 하필 한반도가 2배 이상 심하다. 49년 동안 우리나라 주변 해표면 수온은 1.23도 올라 상승 속도가 전지구에 비해 2.6배 빠르다. 탄소감축정도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세기말 한반도의 온도는 2.6~7도 상승하고 온난일은 2~3.5배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세대는 위염으로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이상기후로 인한 추가 피해는 더 우려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곡물을 미국 중서부, 호주 등에서 수입하는데 이 지역에 이상기온으로 식량 수입 및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근래 북미 서부 밀 생산지역이 가뭄으로 인해 곡물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는 곡물일 수도 있고, 부품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기후난민의 문제일 수도 있다.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당시 일부 물품의 공급차질이 얼마나 삶을 불편하게 하는지 경험했다. 

 

미국의 화장지가 그랬고 한국의 마스크가 그랬다. 그러나 만약 코로나가 아닌 기후변화로 인한 공급차질이 심각하게 빚어진다면, 화장지나 마스크가 아닌 식량과 물 그리고 난민일 수 있다. 지난달 공급망 차질로 인한 요소수 부족이 미래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필품이라면 그 파장은 상상하기도 버겁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다음세대에 물리적 금전적 측면에서 한층 심화된다는 것이다. 물리적 측면에서는, 지난 9월 말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Intergenerational inequities in exposure to climate extremes’에 의하면, 2020년에 태어난 사람은 1960년에 태어난 사람에 비해 사는 동안 열파 같은 극단적 기후를 2배에서 7배 더 경험할 것으로 추산했다. 즉, 미래세대가 현재세대에 비해 더 심한 이상기후에 노출된다는 예상이고, 이는 최근 기후소송에서 제기된 세대간 평등의 이슈를 뒷받침한다. 금전적 측면에서는 더 심각하다. 

 

지난  2021년 11월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 재생 에너지 기구(IRENA)의 자료를 인용해 오는 2050년까지 2019년 기업들이 보유한 자산 중 최소 11.8조달러 규모의 자산이 가치를 잃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약 30%는 에너지 분야에서의 손실이고, 나머지는 부동산 분야에서의 가치 상실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현재세대의 의사결정으로 미래세대가 물리적 금전적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 과거에 연좌제라는 제도가 있었다. 한 사람의 죄에 대하여 특정 범위의 사람이 연대책임을 지고 처벌되는 제도인데, 근대형법상의 형사책임 개별화의 원칙이 확립되기 이전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행된 흔적이 있고, 한국도 근대형법이 시행되기 전인 조선 후기까지 시행되었다. 

 

쉽게 말해, 부모의 죄에 대해 자식도 처벌받는 것이다. 본의 아니게 기후위기에 연좌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세대의 의사결정이 미래세대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대한민국헌법 제35조 1항에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는 2020년 청소년들이 “정부의 소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이 생명권 등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의 근거조항이다.

이 조항에서 ‘모든 국민’은 미래 세대를 포함하고 국가와 국민의 노력은 현재 세대의 의사결정임을 인지해야, 기후위기에 전근대적인 연좌제가 적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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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1월10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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