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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서비스업 교역 관련 ‘국내 규제의 공통 규범’ 타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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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2월09일 14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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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허가 투명성, 규제의 법적 명확성 및 질(質)의 향상으로 서비스 교역 활성화 겨냥"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는 지난 2일, 67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12차 각료회의(Ministerial Conference; ‘MC12’)가 2017년부터 진행해 온 ‘서비스업 교역에 관한 국내 규제의 공통 규범을 제정하기 위한 협상(Joint Initiative on Services Domestic Regulation)’이 성공적으로 합의에 도달했다고 공표했다. 이 합의에는 WTO의 총 164개 회원국 가운데 67개국이 참여하고 있고, 미국, 유럽(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을 포함해서 중국, 및 브라질 등 29개 개도국들도 참여했다. 이들 참여국들이 전세계 서비스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 정도다.  

 

이번 합의는, 당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예정됐던 12차 WTO 각료회의(MC12)에서 공표하려 했으나, 코로나 ‘오미크론(Omicron)’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전세계가 경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일부 국가들이 해외 여행을 통제하자 이 회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에 따라, 12월 2일 각 회원국 대사들이 별도로 모여 최종 협의를 거친 다음 정식 합의문 형식으로 발표하게 된 것이다.  

 

■ 주요 내용; “투명성, 법적 명확성, 규제의 질(質) 향상, 교역 촉진”


이번 합의에 따라, 각국은 금융, 소매업을 비롯해서, 서비스업의 자국내 영업에 대한 인허가와 관련해서 글로벌 통일 규범을 적용하게 된다. WTO는 보도문에서 “이번에 협상을 성공적으로 타결함으로써, 각국의 서비스업 공급자들이 해외 시장에서 영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경우에, 행정 비용을 절감하고 보다 투명한 영업 환경을 조성할 것” 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각국의 서비스업에 대한 국내 규제의 통일 규범을 제정함으로써, 서비스 분야 거래 비용을 절감하고, 불필요한 절차(red tape)를 해소하여 전세계 서비스업 교역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각 참가국은 향후 12개월 내에 국내 법령 개정에 대한 새로운 약속을 제출해야 한다. 

 

동시에, 회원국은 WTO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S; General Agreement on Trade of Services) 8조의 규정에 따라서, 이번에 합의된 규범을 자국 고유의 도입 일정표에 ‘추가 약속’의 형태로 반영하게 된다. 이번 합의는 인허가 절차, 요구 조건, 표준 및 허가 사항 등에 대해 협상할 수 있게 했다. 단, 새 규범을 도입하는 것은, 각 회원국의 기존 GATS 상의 권한과 의무 혹은 다른 WTO 상의 협약을 해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정하고 있다. 

 

이번 합의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투명성 향상> ① 서비스업 인허가에 필요한 요건 및 절차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 등으로 공시; ② 서비스 공급자들의 질의에 대한 적절한 회신 절차 수립; ③ 관련 법령안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이 의견을 개진할 절차의 수립 및 수렴 

 

<법적 명확성 및 예측 가능성 제고> ① 신청서를 처리할 일정의 명시; ② 신청서의 시한 내 처리; ③ 신청서의 처리 현황을 통지; ④ 신청자에게 사소한 미비 사항을 수정할 기회 부여; ⑤ 신청서 부결 사유 통지 및 재신청 기회 보장; ⑥ 일단 허가된 경우, 효력 발휘에 부당한 지연 금지; ⑦ 법령 일자 및 공급자들의 이행 시한에 적절한 기간 부여: ⑧ 적정한 시간을 두고 검사를 진행할 것

 

<규제의 질(質) 향상 및 교역 촉진> ① 허가 신청자에게 단일 창구 제공; ② 연중 언제라도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보장; ③ 전자 방식으로도 제출 가능하도록 할 것; ④ 신청 수수료를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책정; ⑤ 전문적 자격 요건의 인정에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서 전문가 집단의 대화를 수용할 것; ⑥ 서비스 공급자들과 독립된 우수한 당국이 결정하도록 보장; ⑦ 단일 온라인 포탈에 관련 정보를 제공할 것; ⑧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법으로 기술적 표준을 제정할 것; ⑨ 객관적이고 투명한 규준에 따라 승인할 기본 절차를 마련할 것; ⑩ 절차가 불편(不偏) 적절하고, 승인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이 방해하지 말 것; ⑪ 승인 절차에 남여 차별 금지, 등 (WTO 발표문)

 

* 참고; WTO가 발표한 ‘서비스업 국제 교역 규칙’에 합의한 국가 명단

Albania; Argentina; Australia; Austria; Belgium; Brazil; Bulgaria; Canada; Chile; China; Colombia; Costa Rica; Croatia; Cyprus; Czech Republic; Denmark; El Salvador; Estonia; European Union; Finland; France; Germany; Greece; Hong Kong, China; Hungary; Iceland; Ireland; Israel; Italy; Japan; Kazakhstan; Korea, Republic of; Latvia; Liechtenstein; Lithuania; Luxembourg; Malta; Mauritius; Mexico; Moldova, Republic of; Montenegro; Netherlands; New Zealand; Nigeria; North Macedonia; Norway; Paraguay; Peru; Poland; Portugal; Romania; Russian Federation; Saudi Arabia, Kingdom of; Slovak Republic; Slovenia; Spain; Sweden; Switzerland; Separate Customs Territory of Taiwan, Penghu, Kinmen and Matsu; Thailand; Turkey; Ukraine; United Kingdom; and Uruguay. 

 

■ 합의 배경; “서비스 교역 비용 절감 및 진입 장벽 해소 필요 절실”​


WTO는 이미 작년 11월 웹사이트에 게재한 보도문에서 ‘서비스업의 국내 규제’에 관한 규범 제정의 근거, 목적 등을 밝힌 바 있다. WTO는 이 보도문에서 최근 10년 동안에 세계 서비스업 교역은 크게 확대되어 글로벌 교역의 절반을 차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2019년 WTO 세계무역보고(World Trade Report, 2019)는 서비스 교역 비용이 상품 교역 비용의 두 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 중 상당 부분이 규제의 차이, 불투명한 규제 및 복잡한 절차 등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배경으로, 2017년 11차 각료급 회의 당시, 일부 WTO 회원국들은 ‘서비스업 국내 규제 추진 공동기구(Joint Initiative on Services Domestic Regulation)’를 구성했다. 이 기구는 서비스업 인허가 조건 및 절차, 필요 요건, 기술적 표준 등에 관한 공동 규범을 제정할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후, 2021년 9월 참가국 대표들은 이에 대한 협상을 종결하고, ‘서비스업 국내 규제’ 참고본을 마련했다. 이 기본안은 향후 각국이 국내 규제를 개혁할 경우 충실하게 참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일부 WTO 회원국들이 합의한 ‘공동 규범’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금융, 통신 등 약 150개 서비스 분야에서 각국이 자유화를 약속한 업종들이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은행 혹은 보험사들이 해외에서 영업을 영위하기 위한 현지 당국의 허가를 얻기가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컨설턴트, 변호사 등의 면허 혹은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절차도 간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이번에 WTO 주요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합의한 규칙에 따르면, 각국이 해외 기업들이 신청한 현지 진출 허가와 관련해서, 신청을 기각할 경우에는 명확한 사유를 통지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관련 규정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공표할 것과, 의견을 공모할 것도 의무화하고 있다. 

 

즉, 종전에 글로벌 서비스 교역과 관련해서는 개도국들을 중심으로 현지 진출 인허가를 둘러싸고 불투명한 부분이 많이 남아있어 시장 진입 장벽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합의된 새로운 규범에서는, 각국이 솔선해서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령을 제/개정하고, 각국의 행정 기구들에게 이 규범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각국 행정기관이 해외 사업체로부터 인허가 신청을 받은 경우에는 신속히, 적절한 절차를 마치도록 정하고 있다. 만일, 신청을 각하(却下)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사유를 통지할 것도 규정했다. 

 

아울러, 국내 제도를 변경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변경안을 공표하고, 의견 공모 절차를 밟아서 진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어떤 경우에도, 각국이 자의적인 행정 절차를 통해 사업 진출을 지체 혹은 중단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만일, 어느 나라가 이번에 합의한 규범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업의 의뢰를 받은 해당국 정부가 WTO에 분쟁 해결을 위한 절차에 회부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행정 절차의 디지털화로 절차도 간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 OECD·WTO 보고서 “금융, 통신 등 교역량 연 1,500억 달러 증가”


이와 관련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11월 26일, 글로벌 교역 정책 관련 공동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성명서에서, 이에 따르면, 이번에 67개 회원국들이 합의한 서비스 교역에 관한 국내 인허가 절차의 투명성 제고 및 ‘불필요한 규제(red tape)’ 해소로 기대되는 경제적 이득은 금융, 교통, 통신 등 주요 분야를 중심으로, 연간 약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모든 회원국들이 이번 합의 사항을 시행하는 경우에 향후 글로벌 서비스 교역 분야에서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주요 이득으로 다음 4 가지를 예시했다. 

 

① 기업 환경의 개선(improve the business climate); 새로운 공통 규범의 합의는, 기업들 및 서비스 공급자들이 해외 시장에서 활동할 것을 시도할 경우, 각국 서비스 교역 인허가와 관련한 투명성, 효율성 및 규제 시스템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서, 실질적인 도전 과제들에 대응하는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   

 

② 교역 비용 절감 등 다른 이득 유발(lower trade costs and lead to other trade benefits); 금융, 사업, 통신 및 교통 서비스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교역 비용 절감액이 전세계적으로 연간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 나아가, 새로운 규칙 적용으로 서비스 교역량이 증가하고, ‘글로벌 가치 사슬(GVC)’ 참여가 확대될 것  

 

③ 서비스 교역 촉진(facilitate services trade); 새로운 세대를 향한 많은 야심적인 교역 관련 합의가 증가함에 따라, 모든 수준의 경제에서 서비스 교역의 개혁도 아울러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 이번 협상 결과를 실천함으로써 각국의 국내 규제 시스템은 서비스 공급자, 특히 중소기업들의 교역 기회를 확실하게 증대할 것   

 

④ 참가국 이외로도 광범한 이득을 확대(generate widespread gains beyond the participants); WTO 전체 회원국의 서비스 공급자들은 향후, 이번에 마련된 합의에 참여함으로써 개선된 규제 환경 하에서 이득을 향유할 수가 있을 것 등이다. 

 

■ WTO 사무총장 “서비스업 관련 국제 규칙 협상에 획기적인 성공”


이번 합의와 관련해서, WTO 오콘조-이웨알라(Ngozi Okonjo-Iweala) 사무총장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된 후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협상 성공은 지난 24년에 걸친 서비스업 관련 WTO 협상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낸 성공이자, 전세계적으로 역동적이고 급격히 성장하는 분야에 대응하는 것” 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합의로, 각 회원국의 서비스 공급 기업 특히 소기업들의 비용을 절감하고, 이로써 WTO는 한층 향상되고 진전을 보이는 것” 이라고 칭송했다. 

 

이번에 67개 참가국들이 합의에 성공한 새로운 국제 규범은, 기본적으로 국내 서비스 공급에 대한 규제와 관련해서, 인허가 절차, 자격 조건 요구 및 기술적 표준 등을 더욱 명확하고,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게 하고, 부당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할 것을 지향한다. 또한, 이번 합의는 ‘최혜국대우(MFN; Most Favored Nation)’ 원칙 하에서 적용될 예정이어서 모든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확대해서 적용된다. 

 

이번 협상 타결에 기여한 일부 회원국 대표들은 이번 합의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우선, 페랄타(Gloria Abrahan Peralta) 코스타리카(Costa Rica) WTO 대사는 이번에 합의한 국내 규제 표준의 제정은 법적 투명성 제고 등으로, 특히, 개도국들의 경제 성장과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스타리카(Costa Rica)의 서비스 부문을 더욱 다양하고, 정교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나(George Mina) 호주 대사는 “이번 합의는 WTO 규범 제정에 있어서 역사적이고 획기적인 결과물이며, 과거 25년에 걸친 서비스 부문 국제 규범 제정 협상의 첫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번 성공적인 합의는 현대 기업 경영 과제들에 대응하는 회원국들의 관심 사안들과 관련해서 WTO를 통한 다자간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중요한 주춧돌이 될 것” 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연합(EU)의 마차도(Joäo Aguiar Machado) 대사는 “서비스 분야와 관련한 투명한 규칙과 허가 절차 정립은 서비스 교역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회원국들은 오랜 기간을 두고 정체돼 왔던 WTO의 다양한 이슈들과 관련해서, 기업 및 소비자들의 이익 증진이라는 공통의 목표 달성을 향한 각국의 입장 차이를 극복하고, 가시적 결과물을 위해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고 말했다. 또 하나의 특색은, WTO의 규범 제정 협상 역사상 처음으로, 남여 성별에 따른 차별 금지 조항을 명시함으로써, 여성들의 서비스 부문 참여를 촉진하게 됐다.

 

■ 日經 “적용 대상 확대가 관건, 未참가국들의 참여 유도도 과제”


각국의 서비스업에 대한 국내 규제와 관련해서는 1990년대부터 WTO의 전신이 되는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및 ‘우루과이 라운드’ 등을 통해서 국제 공통 규범을 제정하자는 논의를 시도한 적이 있으나, 각 회원국들 간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협상 진행의 발목이 잡혀 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무역기구가 WTO로 재편된 후에도 ‘전원일치’라는 의사결정 원칙에서 협상이 원활하게 진척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2017년부터 일부(67개국) 회원국들이 주동이 되어 본격 협의를 시작했고, 이번에 최종 합의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상품 교역 이외 분야에서 국제 합의를 이룬 것은 처음이다. 

일본경제신문(日經,Nikkei)은 이번 합의에 대해 “개도국들도, 경제 발전에 따라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 부문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많은 국가들이 이런 서비스 분야의 해외 진출에서 인허가 과정의 불투명한 대응이 진입 장벽이 되어, 영업 활동이 곤란을 겪는 사태를 방지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인식이 공유된 결과” 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합의한 의무적인 이행 조항들은, 해외 기업의 자국 진출에 대한 인허가와 관련, 각국이 투명성을 높여서, 외국 기업들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출 것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는 인도 등 일부 국가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어 실효성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다소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WTO 164개 전체 회원국들 가운데 이번에는 일단 67개 국가 및 기구들이 참여하고 있으나, 향후 참가하는 국가들 숫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인구 대국 인도의 참여 기대난, 중국도 규범 준수 여부는 미지수”


따라서, 현 상황에서는 이번에 모처럼 합의한 국제 규범이 향후 실효성 있게 적용될 것인지는 무엇보다도 참여 국가 확대 여하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도, 거대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인도를 포함해서 신흥시장을 형성하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요국들이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인도는 머지않아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기대감이 큰 것이 사실이나, 현재로서는, 인도 국내의 서비스 분야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겪는 각종 난관이 크다는 것이 정평이다. 예를 들어, 관련 법령이 사전 예고 없이 변경되거나, 세법(稅法)을 자의적으로 운용하는 등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자국에 진출하려는 해외 기업들에게 결정적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 단시일에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아직 멀었다는 것도 현실인 것이다. 그럼에도, 인도는 WTO가 ‘전원일치’ 결정 방식을 중시하는 점에서, “일부 국가들에 의한 협정 변경은 불가” 하다며 비판을 이어오는 상황이다. 인도에서는 소매업의 90% 가까운 비중을 영세 점포들이 점하고 있어, 해외 기업들이 진출하는 경우에는 국내 업계의 반발이 클 것을 감안한 정치적 고려가 배경이라는 해석이다. 

 

한편, 중국의 경우에도, 비록 이번 합의에 참여하고는 있으나, 수치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책정되는 관세와는 달리, 규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지극히 애매하고, 정부 혹은 정권이 암묵적으로, 국가 간 합의 취지에 어긋나는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도 크기 때문에, 향후 실제로 어떤 행태를 보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 정부는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국유기업들의 상업적 의사 결정에 하등 영향력을 미치지 않을 것” 이라고 약속을 하고 있으나, 현재도, 정부가 국유기업들에게 외국계 기업들의 제품을 구입하지 말도록 수면 하에서 압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자국 내 현실과는 동떨어지게 중국이 이번 합의에 참가한 것은, 자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내에서 이러한 국제 규범을 준수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실정이다. 중국에서는 집권 공산당이 기업 경영을 ‘지도(指導)’하는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합의된 국제 규범이 중국공산당 방침에 반(反)하는 경우에는, 중국 기업들에게 이번 국제 규범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현실적이지 않다. 

 

이번에 어렵사리 타결된 WTO의 서비스 교역 관련 공통 규범 합의는, 비록, 참여국이라고 해도, 일거에 국내 환경을 정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개별 국가들의 특수성을 감안한 유연한 대응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합의로 당장 글로벌 교역 환경에 엄청난 지각 변동을 가져올 것은 아니나, 향후 이런 방향으로 공동 보조를 취하며 자국내 법령 체계를 정비하는 나라들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글로벌 서비스 교역 환경이 크게 변모할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지금 벌어지고 있는 내외 여건 변화와 함께 향후 예견되는 글로벌 발전 추세를 감안해 보면, 우리나라 경제가 향후 진보할 방향이란, 종전의 상품 교역 중심에서 부쩍 서비스 부문 교역 확대에 치중해야 할 처지임은 필지의 사실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정부 당국 및 금융, 통신 등 대표적인 서비스 기업들은, 이번 국제 합의로 향후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다 개방적이고, 보다 투명한’ 글로벌 시장의 대세 흐름에 뒤쳐지지 않고, 최대의 이득을 향유할 유효 적절한 방책들을 꾸준히 강구해 나아갈 것이 무엇보다 중차대한 시점에 당도한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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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2월09일 14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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