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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망하게 하는 확실한 법칙-혼군 #16-2: 전한(前漢) 원제 유석(BC75-BC49-BC33) <F>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12월10일 16시50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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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혼군(昏君)의 사전적 정의는 ‘사리(事理)에 어둡고 어리석은 군주’다. 암주(暗主) 혹은 암군과 같은 말이다. 이렇게 정의하고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혼군의 숫자는 너무 많아져 오히려 혼군이라는 용어의 의미 자체를 흐려버릴 가능성이 높다. 역사를 통틀어 사리에 어둡지 않은 군주가 몇이나 될 것이며 어리석지 않은 군주가 몇 이나 되겠는가. 특히 집권세력들에 의해 어린 나이에 정략적으로 세워진 꼭두각시 군주의 경우에는 혼주가 아닌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이번의 혼군 시리즈에서는, 첫째로 성년에 가까운 나이(17세) 이상에 군주가 된 사람으로서 군주의 역할이나 올바른 정치를 펴지 못한 군주로써 둘째로 결국 외부 세력에 의해 쫓겨나거나 혹은 제거되거나 혹은 국가의 존립기반을 크게 망쳐 놓은 군주를 혼군이라고 정의하였다. 

 

 

<25> 뛰어난 지방관리 연천태수 황패(黄霸) (BC63)

 

영천태수 황패는 지방관리들 모두에게 닭과 돼지를 기르게 하고 그것으로 과부나 홀아비나 고아들을 보태어주게 하였다. 그리고는 법조문을 만들어서 교육하고 또 노인이나 선생이나 오장들이 일일이 민간을 방문하여 옳은 일과 사기를 예방하는 방법을 가르치게 하였다. 또 뽕나무를 길러 양잠하는 방법과 절약하는 방법, 재산을 증식하는 방법, 나무를 키우는 방법 그리고 허망하고 음란한 짓거리에 돈을 허비하지 않도록 교육하였다.

 

그가 쌀이나 소금을 다스리는 방법은 처음에는 다소 번잡하게 보였지만 황패가 힘을 쏟아 꾸준히 추진했다. 관리들이나 백성을 만날 때에는 말의 순서를 차분히 따져 듣고 속에 감춘 의도를 물어서 참고하여 총명하게 일을 처리하였으므로 관리들이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몰라 당황하면서 황패의 신통함을 칭찬하였고 부호들도 황패를 속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간사한 무리들이 다른 지방으로 떠나버리면서 도적은 점차 줄어들었다. 황패는 열심히 교화한 다음에야 형벌을 적용했기 때문에 핵심 업무는 모든 관리를 안전하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허지방 관리가 늙고 또 벙어리였는데 시찰관이 그를 쫓아내려 하였다. 황패가 말했다.

 

     ” 허의 관리는 늙었지만 청렴한 사람이오.   

      비록 나이는 많아도 일어나 맞이하거나 배웅하기에는 충분하오.

      신중하게 듣는 것이 힘들다고 해도 무슨 부족함이 있겠소.

      선한 일을 도와서 현자를 잃어서는 안 될 것이오.“        

 

누군가가 그 이유를 물었을 때 황패가 이렇게 대답했다.

 

     ” 여러 번 장리를 교체해 봤지만

       옛 사람을 보내고 새 사람을 맞이하는 비용만 들 뿐이고

       혹 간사한 관리들이 인연을 이용하여 장부를 속이거나

       재물을 도둑질하거나하여 공적 비용을 소모하는 것이 너무 심한데 

       이는 모두 백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오. 

       새 관리로 교체한다해도 반드시 현명한 사람이라는 보장이 없으니

       혹 옛 관리와 못하다면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겠소.

       대저 다스리는 방도라는 것은

       정말로 크게 잘못된 것만 제거하면 되는 것이오.“   

 

황패는 밖으로는 관대하면서도 안으로는 분명했기 때문에 관리들과백성들의 마음을 얻을 수가 있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인구는 늘어났으니 천하 최고의 다스림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조정에서 불러서 경조윤으로 임명하였다. 얼마 지나서 출병을 지체했다는 죄에 연루되어 좌천되었는데 다시 영천태수로 복귀하였으나 녹질은 8백석으로 강등되었다. 

 

 

<26> 거짓으로 미친 척하여 작위를 받지 않으려한 위현 차남 위현성(BC62) 

   

부양절후 위현이 죽었을 때 장자 위홍은 옥에 갇혀있었다. 가인이 위현의 유언을 고쳐서 차남 위현성에게 작위를 물려받게 하였다. 유현성은 그것이 부친의 진정한 아름다운 뜻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에 거짓으로 미친 척하면서 아무 곳에서나 눕고 허황한 말을 내뱉으면서 혼란한 시늉을 해보였다. 아버지 장례를 치른 뒤에 작위가 내려오려 하자 미친 것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대홍려가 그 진상을 올리게되자 승상에게 그 사건이 내려왔고 어사가 조사에 들어갔다. 검사관인 승상사가 현성에게 글을 써서 말했다.

 

    ” 옛 법에는 사양할 때 

      반드시 문서로 써서 볼 수 있게 해서 

      나중에 영예로운 내용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오. 

      지금 그대는 용모를 흩뜨리고 미친척하여 치욕을 덮어쓰려고 하지만

      빛은 어두워졌어도 올바른 행동은 아니고    

      이름을 버린 것 또한 미미하다고 할 수 밖에 없소.

      저는 평소에 아둔한 사람이지만 

      재상의 집사로 일하면서 작더라도 명성을 듣는 사람이고 싶소.

      그렇지 못하면 그대는 명성을 잃고 

      나 또한 소인이라는 불명예를 얻지 않겠소“ 

 

위현성이 거짓으로 미친 척 하는 것을 알고 있는 자기가 위현성을 잡아 가두면 위현성은 미친 사람이 되고 자기는 소인이란 치욕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위현성의 친구인 시랑이 역시 상소를 올렸다.

 

    ” 성왕께서는 예양으로 나라를 세우는 것을 귀하게 여기셨습니다.

      마땅히 위현성을 우대하셔서 길러주셔서

      그 뜻을 꺾지 마시고 

      가난한 집에서 청렴하게 사는(衡门之下) 편안함을 누리게 하소서.“

   

승상과 어사는 거짓으로 미친 척한 위현성을 탁핵하라고 상주했지만 황제는 탄핵하지 않고 그의 겸양을 높이 사서 작위를 받도록 허락하고 이어 하남태수로 등용시켰다.

 

<27> 경조윤 장창의 상소(BC61)

 

경조윤 장창이 상소문을 올려 통렬하게 간했다.

 

     ” 원하옵기는 폐하께서 사냥을 좋아시는 것을 잊으시고

       먼 곳에서 온 허망한 자들을 배척하시옵소서.

       오로지 제왕의 법도에 염두를 두시면

       태평성세가 거의 가능할 것이옵니다.“ 

       

황제는 이때부터 허망한 사람을 들여서 소개한 상방을 모두 내쫓아버렸다. 전에 조광한이 죽은 다음 경조윤이 된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업적을 세우지 못했는데 오직 장창만이 그의 족적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의 방책이나 이목이 조광한 보다는 못했지만 그래도 경술과 유가의 전통을 상당히 이어받고 있었다.  

 

 

<28> 흐트러지는 선제의 치세와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소 : 弱而不可胜,愚而不可欺(BC61)

 

황제는 몸치장과 궁실, 마차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이 소제 시대를 능가했다. 외척인 허씨, 사씨, 그리고 왕씨가 분에 넘치는 총애를 받았다. 간대부 왕길이 걱정스런 마음으로 황제에게 상소를 올렸다.

 

    ” 폐하께서 깊고 성스러운 자질을 지니고 계시어

      모든 일을 다 떠맡아 주관하시니 장차 태평성세가 흥할 것이어서

      조서를 내릴 때마다 백성들은 다시 소생하는 듯합니다.           

      신이 엎드려 생각해보면 지극한 은혜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제대로 업무를 했다(本务)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세상에 보지 못한 치적을 올리기 위한다면

      공경들은 그 때를 잘 만나야 하고

      간언을 올리는 뭇 사람들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만

      만세에 이어지는 훌륭한 방책이라는 것은 아예 없는 것이며

      다만 훌륭한 군주가 나오면 삼대 정도 융성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 업무라는 것은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재정 장부를 잘 기록하며

      옥사를 잘 처리하고 

      억울한 내용을 잘 들어주는 것이지만

      이것이 태평성세의 근본은 아닙니다.      

 

      신이 듣기에 백성이란 

      약하지만 이길 수는 없고(弱而不可胜)

      어리석지만 기망할 수는 없다(愚而不可欺)고 했습니다.          

      성주께서 홀로 궁궐 깊은 곳에 계시면서 

      백성의 뜻을 얻으시면 천하의 칭송을 듣는 것이고

      얻지 못하면 천하가 모두 그것을 지적해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좌우에는 엄격히 선출된 사람을 두시고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신중하게 선택하시는 것입니다.

      좌우가 몸을 바르게 하고(左右所以正身)

      마땅한 덕을 펼치는 것을 사명으로 하게 하는 것(所使所以宣德)이 

      그 근본인 것입니다.

      공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 윗 사람을 편안하게하고 

             백성을 다스림에 있어서  

             예를 존중하는 것보다 더 우선하는 것은 없다(安上治民,莫善于礼)‘

      빈 말이 아닙니다. 

      왕이 된 사람이 예를 갖추지 못할 때에는 

      선왕들의 훌륭한 예의 사례를 가지고 지금에 적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신이 원하옵기는

      폐하께서 하늘 천심을 이어받으셔서 대업을 일으키시고

      공경대신은 물론 유생들과 함께 옛적 예절과 훌륭한 왕들의 제도를 펼쳐서

      한 세대 사람들로 하여금 어질고 장수하는 시대를 펼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세속이 성왕이나 강왕시절과 다를 것이 없고

      은나라 고종처럼 장수하지 못할 것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깊이 들여다보면서 올바른 도가 아닌 것들을 조목조목 상주하겠사오니

      폐하께서 적절히 택하여 실행해 주시옵소서.”

 

왕길은 혼례나 의복 혹은 마차 등과 같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였고 사치품이나 유흥놀이들을 비판하여 없앨 것을 지적하였지만 선제는 사소한 것들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왕길은 병을 핑계로 물러나서 고향으로 돌아갔다.

 

 

<29> 노장 조충국의 정신 : 兵势,国之大事,当为后法(BC 60)

 

5월 여름에 노충신 조충국이 황제에게 진언을 올렸다.

    

    “본래 강족은 5만 정도의 군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참수한 것이 7600이고 항복한 것이 3만 1200입니다.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이나 굶어 죽은 자 또한 합하여 5,6천은 될 것입니다. 

     그렇게 계산해 본다면 괴수 전신이나 황저와 함께 도망간 자들은

     4천을 넘지 못할 것입니다. 

     강족 비망이 스스로 책임지고 수괴들을 잡겠다고 하니

     둔전병을 철폐하시어 군사를 돌아오게 하십시오.”

  

진언이 받아들여져 조충국은 군사를 이끌고 돌아왔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호성사라는 사람이 조충국에게 말했다.

 

    “ 모든 사람들이 파강장군 신무현과 강노장군 허연수가 출격하여 

      야만족들은 괴멸되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강족들의 세력이 궁핍해졌기 때문에 

      군사를 일으키지 않아도 반드시 스스로 복속되었을 것을 압니다.

      장군께서 바로 알현하셔서

      공을 두 장군에게 돌리시고

      장군은 아무 한 것이 없다고 하십시오. 

      그러면 장군의 계책은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조충국이 대답했다.

 

    “ 내가 나이가 많고 작위는 최고까지 이르렀소.

      어찌 자랑하는 것을 기피하면서까지 밝으신 군주를 속이겠소.  

      군사의 기세는 국가의 대사 아니겠소.  

      당연히 후대의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오.”

      노신이 남은 여생을 오로지 폐하를 위해 

      군사행동의 이해관계를 올바르게 말해야지 

      갑자기 죽게 되면 누가 그것을 다시 말해줄 수 있겠소.“

  

끝내 소신대로 차초지종을 말했다.황제 또한 그 계획을 옳게 여겼고 신무현을 주천태수로 귀환시켰다. 조축국은 우장군으로 임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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