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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85) 천연기념물 1: 고창 선운사의 송악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12월03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1년12월03일 15시33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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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다시 겨울이 돌아왔습니다. 나무사랑에 빠진 필자가 지난 겨울은 상록수 이야기를 펼치면서 ‘김도훈의 나무사랑 꽃이야기’ 난을 메워냈습니다만, 이번 겨울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해서 미리 준비해 둔 것이 이번 주부터 시작하려 하는 천연기념물 시리즈입니다. 필자가 이 글을 써가면서 나름대로 정한 원칙은 ‘나만 아는 희귀한 나무나 꽃의 이야기는 삼가고,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와 꽃에 대해 이야기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천연기념물들은 희귀한 나무들이 아닌지?’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들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나무들이라는 뜻이지요. 그런 자생하는 나무들 중에서 개체의 수명이 몇백년에 달하는 나무이거나, 또는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개체들은 사멸하기도 하지만 전체 군락이 유지되고 있는 경우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어서 이들을 다 돌아보기는 조금 힘들지만 지난 여름부터 나름 천연기념물 투어를 해서 자료를 축적해 두었습니다.

 

천연기념물 시리즈의 첫 번째는 ‘송악’을 골랐습니다. 천연기념물은 대체로 지방 이름을 앞에 쓰고 식물 이름을 쓰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상이 되는 송악은 ‘고창 삼인리 송악’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필자가 고른 제목은 ‘고창 선운사의 송악’입니다. 점점 잊혀져 가는 구주소 체계로 붙여진 이름보다는 쉽게 위치를 알 수 있게 할 것 같아서입니다.

 

‘고창 삼인리 송악’은 천연기념물 제367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고창 선운사로 들어가는 길가를 흐르는 작은 개천 건너편 절벽에 붙어서 자라고 있는데 길이가 15m 정도로 퍼졌으며, 가슴높이 둘레가 80cm 정도인 노거수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그보다 더 높이 자랐었는데, 지탱하고 있던 바위 윗부분이 함몰되면서 조금 키가 낮아졌다고 합니다만, 아직도 싱싱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서 천연기념물의 가치를 충분히 보여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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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0일 고창 선운사 가는 길 건너편에서 만난 천연기념물 367호 송악

 

송악은 덩굴식물 중에서는 드물게 보는 상록수이기 때문에 추위에는 잘 견디지 못해서, 동쪽으로는 울릉도, 서쪽으로는 인천 앞바다까지 성장이 가능하지만, 겨울이 더 혹독한 내륙지방에서는 김제시 금구면이 북방한계선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곳 금구면에서 자라던 개체가 죽었으므로 이곳 선운사에서 자라는 송악이 육지에서는 가장 북쪽에서 자생하는 개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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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6일 청계천 하류 벽을 장식하고 있는 송악: 담쟁이덩굴과 이웃해서 자라고 있다. 북방한계선을 넘어선 개체.

 

수목학자 중에서는 ‘우리 나무 백가지’를 쓴 전 국립수목원장 이유미 선생이 송악을 다루어 주었습니다. 송악은 덩굴식물이라고 분류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덩굴식물들이 덩굴을 벋어 다른 나무나 기둥 같은 물체들을 휘감고 올라가는 것과는 달리, 공기뿌리를 이용한다는 특성을 나타냅니다. 즉, 송악은 올라가는 줄기에서 공기 중으로 뿌리를 내밀어서 그 뿌리가 다른 물체에 부딪치면 그곳에 흡착한 뒤에 다시 그곳에서 줄기와 잎이 달리면서 올라가는 방법으로 자란다고 합니다. 마치 암벽을 타고 오르는 등산가가 하나씩하나씩 지지대를 확보하면서 암벽을 오르듯이 자라는 셈입니다. 송악이 이런 방법을 써서 대체로 담장을 많이 타고 오르므로 북한에서는 담장나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동부의 좋은 대학 건물들의 벽면을 장식하는 나무인 아이비라는 덩굴식물이 있는데, 송악은 이 식물과 비슷해서 ‘동양의 아이비’라고도 불리기도 합니다.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남부 등에 분포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이비의 잎 끝이 세 갈레로 갈라지는 특성을 보이는 데 비해서, 송악은 대체로 타원형의 모습을 유지하는 점이 조금 다른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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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일 파리 근교 오베르쉬르우와즈에 있는 고호 형제 묘와 이웃 묘석을 덮고 있는 아이비

 

송악은 특이하게도 모든 식물들이 생명활동을 끝낸 늦가을에서 초겨울에 걸쳐 꽃을 피우는데, 그 꽃은 회양목의 꽃을 확대한 모습입니다. 그 후 열매를 매단 뒤 겨울을 거치면서 그 열매를 익혀서 이듬해 5월쯤에 그 열매가 까맣게 완전히 익게 됩니다.

 

남쪽 지방에서는 소가 잘 먹는다고 소밥나무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송악은 잎과 열매가 보기 좋으며 다양한 모양으로 키울 수 있어서 공원이아 화단 등의 빈 땅을 덮는 지피식물로 많이 심는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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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4일 부산 이기대 공원의 송악이 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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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일 부산시민공원에서 만난 송악: 
팽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뒤덮고 있다. 12월 초에 꽃을 피우고 있고 일부는 열매화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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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9일 예술의 전당 가는 골목길에서 만난 송악:

꽃을 피우고 있고 일부는 열매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본문에서 말한 북방한계선을 넘어선 개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도시에서 만나는 이런 개체들은 대부분 식재한 것이라 자생을 기준으로 한 북방한계선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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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2월03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1년12월03일 15시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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