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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2> 얼마나 많이 늘었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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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1월22일 17시10분

작성자

  • 이종규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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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가계부채’ 기준,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 위주로 분석

 

   금융위원회 보도참고자료 ‘2021년 9월중 가계대출 동향(잠정)’(10월 14일)에 따르면 전금융권 가계대출이 7월중 15.3조 원 증가한 이후 8월 8.6조 원, 9월 7.8조 원이 각각 증가하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지난 3/4분기 중 전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대략 32조 원에 달하였다. 금융권 전체의 가계대출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7월의 10.0%를 기록한 후 8월 9.5%, 9월 9.2%로 다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상당히 높은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다.

 

   9월 중에도 금융권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을 보면 언론 보도와 같은 금융권의 전면적인 가계대출 중단은 없었다. 그리고 정책에서 의도한 바와 같이 대출 억제 대책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도 않았다. 8월 하순 이후 몇몇 금융기관의 대출 중단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폭이 여전히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의 가계대출 증가폭과 증가율이 위험한 수준인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 판단에는 가계부채의 장기적인 추세,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다른 지표들과의 비교 등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이하의 글에서는 한국은행이 편제하는 ‘가계신용’ 통계를 주로 활용하고자 한다. 가계신용은 일반 가정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대출금과 외상 구매 등 판매신용의 합으로 정의된다. 이 통계는 2002년 이후 일관되게 편제되고 있다. 다만 이 통계는 포괄 범위가 가장 좁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가계신용 외에도 개인금융부채, 개인부채 등 포괄 범위가 좀 더 넓은 개념들이 있지만 통계의 일관성 등의 문제로 사용에 제한이 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발표와 같이 속보성을 중시하여 각 기관이 별도로 편제하는 지표들도 있지만 시계열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이제 가계신용을 중심으로 근래 가계부채 증가 추세를 다시 살펴보기로 하자. 그리고 간단히 그 위험성을 개략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2020년 3/4분기 이후 큰 폭으로 확대…2021년 2/4분기말 현재 총액 1,806조

 

   가계신용은 2020년 3/4분기 이후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 이전에는 분기별 증가폭이 20조 원 수준이었으나 2020년 3/4분기 이후에는 매분기 40조 원으로 확대되었다. 전년동기대비 증가율도 2020년 3/4분기를 기점으로 대폭적으로 높아졌다. 2019년 하반기 4% 대에 불과하였지만 최근에는 10%를 상회할 정도 높아졌다. 이 결과 2021년 2/4분기말 현재 가계신용 총액은 1,806조원에 달한다. 2020년 3/4분기 이후 약 1년 사이의 기간에 가계신용이 자그만치 168조원이나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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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신용의 과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국민소득(GDP)과 상호 비교하는 방법을 원용한다. 여기서 GDP는 경제규모를 뜻하기도 하지만 부채 상환 능력으로서의 의미도 갖고 있다. 즉 가계부채를 GDP와 비교하는 것은 부채상환능력을 기준으로 부채가 적정 수준을 초과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

 

   2021년 2/4분기말 현재 가계신용을 경상GDP와 비교하면 경상GDP의 약 90% 수준이다. 2020년도 경상GDP는 약 2,160조원으로 추산(직전 4분기 실적의 합)되는데 가계신용 1,806조 원은 대략 경상GDP의 90%에 해당한다.

 

GDP의 85% 수준 넘어서면 ‘위험’…1,806조는 경상GDP의 90%

 

   이 비율이 과도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정확한 기준은 없다. 다만 통상적으로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그 부작용이 많아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그 구체적인 임계수준에 대해서는 일치된 견해가 없다. Cechetti 등(2011)의 실증 분석에 따르면 가계부채의 경우 GDP의 85%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부작용이 더 많아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정도이다. 2)

 

  * Cecchetti, Stephen G., M. S. Mohanty, and Fabrizio Zampolli, “The Real Effects of Debt,” BIS, BIS Working Papers, No 352, September 2011. 

 

   2021년 2/4분기 현재 가계신용이 경상GDP 대비 90%인데 이는 임계치(85%)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 임계치를 통과하는 시점이 대략 2020년 3/4분기였다. 당시에는 적극적인 가계부채 억제 대책을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 당시 COVID-19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강력한 방역대책을 추진하였다. 방역대책의 여파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결과적으로 GDP는 크게 감소하였다. 이와 같은 경기 위축에 대응하여 당국에서는 확대 거시경제정책을 시행하는 한편 재정 및 금융지원 수단을 총동원하였고 재난지원금과 같은 여태까지 보지 못한 조치까지 취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계대출울 억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그에 비해 가계대출에 대한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정도로 대폭적으로 늘어났다. 당시 연이은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상승세가 더욱 확대되었고 그 오름세가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이에 더하여 7월말 소위 ‘임대차 3법’3)의 국회 통과를 계기로 전세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주택 매입 및 전세 관련 대출 수요가 폭증하였다. 뿐만 아니라 주식 등 여타 자산가격도 앙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일부에서는 대출을 기반으로 자산을 구입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경기 부진으로 인해 생활안정자금과 영업자금 등의 용도로도 가계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문제는 이 시점이 지나고 단 1년만에 경상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5% 포인트나 급등하였다는 점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그 상승세가 빨랐다는 사실에 주목하여야 한다. 즉 경상GDP는 위축되었던 반면 가계신용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 최근까지 지속되었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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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상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2004년 이래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그동안 가계신용 증가율이 경상GDP 증가율을 줄곧 능가하였던 것이다. 이 비율이 상승하는 와중에서도 특히 2015~2016년의 경우와 최근 등 두 기간에 걸쳐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시기 모두 가계신용 증가율이 경상GDP 증가율을 큰 폭으로 상회하였다.4) 

 

우리나라 증가 속도, 선진국 평균보다 매우 빠른 편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도 매우 빠른 편이다. 5) 

대부분의 나라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혹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 경상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축소되는 추세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지속적으로, 그것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다음 <그림> 에서 보듯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 들어 가계부채를 적극적으로 조정해온 나라(하향전환국가, 미국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등)와의 비교는 두말할 나위 없는 데다 선진국6) 평균과 비교하는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부채 증가세가 두드러져 보인다. 한편 경상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상승하는 일부 국가(호주,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등)와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좀 더 빠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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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총량 관리 정책의 배경

 

   근래 가계신용 증가세가 매우 가팔랐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부채를 총량면에서 관리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선 것을 이해할만하다. 사실 금융 당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GDP 증가율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여 왔다. COVID-19와 같은 이례적 사태로 인하여 가계부채를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못하였을 뿐이다. 이제는 코로나 예방 백신 접종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국민들의 경제생활이 어느 정도 정상화되면서 가계부채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여건이 형성되었다고 하겠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여겨진다. 작년 7월 이후 주택시장에 대한 정책 수단이 거의 소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국의 주택가격이 속절없이 상승하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폭넓게 형성되면서 대출을 기반으로 주택을 추격 매수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가계부채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이 상승적으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책으로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방안을 강구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보면 정책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대책을 강구하게 된 배경은 충분히 이해되고 수긍이 간다. 

 

   사실 정책당국이 이해한 것보다 가계부채 문제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현재 금융 거래 행태 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앞으로 보다 자세히 살펴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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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채 상환능력을 좀 더 엄밀하게 평가하기 위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소득 이외에도 금리 수준, 부동산 또는 금융자산 등의 규모를 동시에 감안하기도 한다. 

2) 그 외에도 WEF(2010)은 가계부채 수준의 임계치를 75%로 제시하였는데 이는 금융기관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 결과로써 좀 더 보수적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 WEF(2010), “More Credit with Fewer Crises: Responsibly Meeting the World’s Growing Demand for Credit,” World Economic Forum Report in collaboration with McKinsey.

3)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부동산거래신고법의 개정안을 지칭한다.

4) 그리고 공통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세가 확대되는 등 주택가격 상승과 연관되어 있다. 가계부채 증가 배경을 살펴보는 단계에서 이에 관해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5) 가계부채 국제비교에는 자금순환표의 가계 및 비영리 단체의 부채 잔액이 주로 사용되는데 여기에는 자영업자 대출이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가계신용과 차이가 난다. 

6) 여기서 선진국은 통상적인 분류 기준에 따른 구분이 아닌 BIS 자체 구분에 따른 것으로서 주로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미국 캐나다 일본 등 22개국을 포함하고 있다. 

 

 

<연재 순서>

1.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1> 무엇이 문제인가?

2.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2> 얼마나 늘었나?

3.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3> 누증의 원인

4.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4> 총량 수준에 관한 평가

5.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5> 누증의 영향과 부작용

6.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6> 과거 대책의 연혁

7.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7> 현행 대책의 문제점과 한계

8.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8> 바람직한 대책의 모색 

※ 이 제목은 집필과정에서 다소 변화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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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1월22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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