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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사태와 중국의 부동산 경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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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1월10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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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사태의 영향 - 금융

 

중국에서 손꼽히는 부동산기업 헝다(恒大)가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하고 있는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9월23일, 9월29일, 10월12일 연속으로 이자를 지불하지 못했다. 홍콩 증시의 ‘중국헝다’ 주식도 10월4일부터 거래가 중지됐다. 비록 10월20일 1억2180만 위안의 이자를 지불하면서 시장의 패닉이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총 1.95조 위안에 이른다는 헝다의 부채규모를 생각하면 갈 길이 멀어보인다. 앞으로도 헝다가 이자를 갚았느니, 원금을 못 갚았는니 하는 뉴스가 계속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 차원에서 헝다 사태는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 부채규모가 2조 위안에 육박한다고 하면 엄청난 것 같지만 10월17일 인민은행 금융시장국장이 밝힌대로 그 중 1/3만이(2021년 6월 당시 5718억 위안) 금융부채이다. 즉 직접적으로 이자가 발생하고 환급해야 할 금액이 그만큼이라는 뜻인데, 중국 금융기관 전체의 대출 총액은 약 194조 위안이다. 헝다의 금융부채는 전체의 0.3%에 불과하다.

 

만약 은행이 원래 부실했다면 이런 충격도 위험하겠지만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은 평균 2% 가량으로 비교적 건전하다. 또한 이 부실채권이 특정 금융기관에 집중돼 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헝다에 대한 대출비중이 가장 높다는 민생은행(民生銀行)도 그 비중이 3.2% 정도이므로 역시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즉 헝다의 부채는 크지만, 중국 금융기관의 사이즈에 비춰보면 그렇지 않고, 또 분산돼 있다.

 

언론에서 헝다의 파산이 중국 경제를 붕괴시킬 것처럼 전하는 것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리먼 브러더스라는 투자은행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채권 부실화를 견디지 못해 파산하자 그 충격이 전세계를 강타했었다. 그러나 그 상황이 중국에서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부채는 첨단 금융기법으로 복잡하게 상품화 돼있었고 이렇게 탄생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은 미국 전체 금융계와 유럽에까지 얽혀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채권시장은 파생상품화 돼 있지 않고 구조가 단순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그렇게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에 대한 세계적인 우려가 공유되고 있다. 중국 정부도 금융업을 그렇게까지 발전시킬 계획은 (혹은 능력은) 없어보인다.

 

헝다 사태의 영향 - 실물

 

헝다 사태의 본질이 부동산 수요의 급락이 아니라 부동산 기업의 파산이라는 점도 2008년 미국과 2021년 중국을 달리 봐야 하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 광풍을 일으켰고 그 믿음이 깨지자 금융위기가 왔다. 반면 헝다 사태는 헝다라는 기업 하나가 자동차 산업 등 무리한 다각화를 하다가 사고를 친 것에 불과하다. 이 사고가 부동산 수요 자체에 대한 패닉을 몰고오지는 않는다.

 

물론 헝다의 파산이 실물수요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헝다가 짓고 있던 아파트들이 완공되지 못하고 분양받은 사람들의 자산이 폭락한다면 그렇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인민은행(人民銀行)은 9월26일, 헝다의 미완공 주택을 특별관리계정으로 설정하여 분양받은 사람들이 납부한 대금이 부채상환이 아니라 주택건설에 쓰이도록 관리ㆍ감독하겠다고 밝혔다. 헝다의 자산 중 미완공 주택 가치는 총 1.28조 위안이다. 인민은행의 계획대로 된다면 헝다의 파산으로 인한 실물수요의 충격도 제한적일 것이다. 만약 헝다의 미완성 아파트가 방치되고 그 앞에서 피분양자들이 집단시위를 벌인다면 집권 3기에 돌입할 시진핑의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된다. 지난 7월 1일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소강사회를 달성했다고 선포한 중국 공산당은 그런 상황이 벌이지는 것만은 막을 것이다.

 

이상을 정리하면, 금융 부문과 실물 부문에 걸쳐서 헝다 사태가 중국 경제에 급격한 충격을 주지는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헝다 사태가 부동산 기업의 무리한 확장에 제동을 거는 역할은 할 것이다. 이로 인해 금융권이 부동산 기업과 부동산 구매자에 대한 대출을 축소한다면 그것은 조금씩 경기를 갉아먹게 된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아니지만 1990년대초 일본의 버블붕괴의 전조에 해당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될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 중국의 부동산 개발 시스템과 경제구조에 대해 알아보자.

 

중국의 부동산 개발 시스템

 

헝다의 쉬쟈인(許家印) 회장은 후룬(www.hurun.net)이 발표하는 2020년 중국 부호순위 5위에 올라 있다. 이 순위에 따르면 중국의 상위 부호 200명 중 44명이 공식적으로 부동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이보다 많을 것이다. 많은 민영, 심지어 국유기업들이 본업과 함께 부동산에 한 발을 걸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은 토지개발권을 정부로부터 따내는 순간 이익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그럴 능력이 있는 기업인들을 강력히 유인한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부동산 개발 시스템은 우리의 것과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다. 국가의 이름으로 지방정부만이 토지를 수용할 수 있고 하고, 토지의 소유권이 아니라 사용권을 분양한다는 점이 그렇다. 새로운 부동산을 건설하려면 기존의 땅, 주로 농촌토지를 수용해야 하는데 그 주체는 지방정부이다. 이 과정에서 마을공동소유(집체소유)이던 농촌토지는 국유지로 성격이 바뀐다. 지방정부는 부동산 개발기업에게 이렇게 수용된 토지의 사용권을 판매한다. 주택의 경우 그 사용권은 70년이다.

 

이 과정에서 농민도, 지방정부도, 부동산 회사도 이익을 본다. 농민은 자산화 되기 어려운 토지를 쏠쏠한 가격에 보상받고 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길 수 있다. (농촌토지는 소유권 판매가 불가능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보상액에 불만을 품은 농민들이 집단시위를 벌이는 일도 있고, 알박기 촌극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토지수용은 농민들에게 좋은 소식이다. 지방정부는 토지 판매액의 약 70%를 기존 주민에 대한 보상금으로 사용한다. 중국 농촌에는 보상금을 많이 받기 위해 엉터리 창고나 집을 지어놓은 경우가 많다.

 

지방정부도 수용가보다 비싸게 부동산 회사에게 판매한다. 이 차익이 이른바 ‘토지재정’이다. 중국의 지방정부들은 세수자립도가 낮은 반면 정부지출의 80%를 담당하고 있는데 그 갭은 중앙에서 보조받거나 토지재정으로 메꿔야 한다. 중앙 보조금은 중앙에 투명하게 노출되지만 토지재정은 그렇지 않을 뿐더러 사용도 비교적 자율적이다. 지방정부들은 평균적으로 전체 재정의 40% 가량을 토지재정에 의지한다. 2020년에 그 비중은 46%였다.

 

부동산 회사는 사용권 구매액보다 비싸게 아파트를 분양한다. 여기서 가장 큰 이익이 발생한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례를 봐도 짐작할 수 있듯이 그 이익은 폭리라고 부를 수 있다. 또다른 중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기업 완커(萬科)는 “이윤이 25% 이상 나는 프로젝트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서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다. 이는 폭리를 취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이로 인해 완커는 윤리적인 기업으로 칭송받았다. 당시 업계의 불문율은 “이윤이 40% 이하이면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부호 순위에 그렇게 많은 부동산업 관계자가 존재하는 이유도 이러한 폭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IT 업계에서 신흥 부호가 나오고 있지만 10여년 전만해도 부호 1위는 거의 언제나 부동산업 관련 인물이었다.

 

이러한 정부와 기업의 부동산 개발 활동은 당연히 건설업 및 금융업과 연계된다. 새로운 집이 생기면 그에 걸맞는 내구소비재 수요도 증가한다.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GDP 중 부동산업과 건축업의 비중이 각각 7.3%와 7.2%이다. 한국은행은 이밖의 산업을 총 망라하여 중국에서 부동산 관련 활동의 GDP 비중이 29%라고 추산한다.(해외경제포커스 2021.10.17.)

 

부동산 과열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노력

 

이렇게 중요한 부동산 경제는 언제나 과열 혹은 거품의 우려와 연관된다.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농민, 정부, 기업할 것 없이 이윤이 발생하기 때문에 과잉 개발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인구증가 속도보다 도시면적 증가속도가 빠른 중국식 도시팽창(urban sprawl) 현상이 나타난다. 이 팽창이 지나치게 빠르면 ‘고스트 타운(鬼城)’이라고 불리는 미분양 아파트 단지가 탄생한다. 한편 베이징, 선전 등 이른바 1선도시의 소득대비 집값 비율(PIR)은 매우 높게 나타난다. 고스트 타운은 공급과잉, 베이징은 수요과잉 상태인 것이다. 이러한 사례만 주목하면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매우 불안해 보인다.

 

여하튼 중국에서 1990년대 일본과 같은 대규모 부동산 가격 하락이 나타날 개연성은 낮다. 중국의 도시화율이 아직 60% 수준이며 매년 1천만명이 넘게 새로운 도시민이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의 공실율은 치명적으로 높을 수 있으나 이는 중국의 전모가 아니다. 평균적인 중국의 모습은 대체로 부동산 수요과잉에 가깝다. 중국의 부동산 제도도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부동산 제도가 바뀔 때가 됐다. 수요 측면이 변화하고 있고 분배구조의 모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도시화 속도가 감소하면서 예전과 같은 주택수요가 유지되기 어렵다. 최근 20년간 매년 1%p씩 증가하던 도시화율은 2020년 60%에 도달했다. 그런데 중국은 독특한 호적 이원제도와 식량자립 방침 때문에 우리나라, 일본, 대만 등이 경험한 90% 가까운 도시화는 경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으로의 주택수요가 과거와 같지 않으리라는 것을 시사한다. 인구 증가의 둔화와 고령화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보탠다. 

 

분배구조 측면에서 보면, 부동산이 빈부격차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으므로 그에 대한 개혁이 불가피하다. 중국에서 주택을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의 격차가 절망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 격차는 우리나라보다 심한데, 왜냐하면 부동산 축적을 막는 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한 가구가 여러 주택을 소유했을때 이에 대해 종합적으로 과세를 하는 세제도 없을 뿐더러, 부동산을 보유한 것에 대한 제대로된 보유세 자체가 없다. 중국의 소득 지니계수는 0.465(2019년)로 매우 높은 편인데, 발표되지 않는 자산 지니계수는 그것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이제까지 중국 정부의 부동산 과열 혹은 불평등 대책이란 것은 거시조절 정책에 머물렀다. 부동산 기업이나 부동산 구매자에 대한 대출을 규제하고, 금리를 높이는 정도였다. 2016년에는 ‘공급측개혁’의 일환으로 부동산 거품을 막고자 했다. 그 무렵 시진핑은 “집은 사는 데지 굴리는게 아니다(房子是用来住的、不是用来炒的)”라고 생생한 구어체로 얘기하여 충격을 줬다. 이번 헝다 사태에서도 분양받은 인민들은 보호하되 문제를 일으킨 헝다를 구제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앞으로 군소 부동산 업체들이 정리되고 완커와 같은 대형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들린다.

 

그런데 정작 부동산업, 나아가 중국 거시경제의 합리화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는 부동산세의 도입이다. 중국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고 그렇게 하겠다고 계획을 세우고도 있다. 그런데 실행이 안된다. 2011년 12차5개년 계획에서 “부동산세 개혁을 연구 추진”한다고 처음 언급됐다. 2013년 18기 3중전회에서는 “부동산세 입법과 적시추진 개혁을 조속히 실시”한다고 했다. 2016년 13차5개년 계획과 2021년 14차5개년 계획에 모두 “부동산세 입법 개혁 추진”이란 표현이 담겼다. 올해 10월15일, 공산당 기관지 <구시(求是)>에 실린 시진핑의 “공동부유 착실히 추진(扎实推动共同富裕)”이라는 중요 문건에도 “적극이고 안정적으로 부동산세 입법과 개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정도면 진짜 하겠다는 건지 물어보고 싶다.

 

부동산세 도입의 가장 큰 저항은 지방정부에서 온다. 부동산세 도입을 통한 투기수요 억제와 주택가격 안정은 자칫 부동산 경기의 침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국가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가 단기적·지역적 저항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 헝다 사태로 이런 국면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끝>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행하는 [정세와 정책 2021-11월호-제42호](2021.11.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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