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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시다 정권의 경제정책 특징, 한계, 그리고 시사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10월26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1년10월26일 05시27분

작성자

  • 김도형
  • 전 계명대 일본학과 교수, 현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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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9일 일본의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당의 2인자인 정조회장 기시다 씨가 승리했고, 10. 3일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되었다. 이토히로부미 초대 총리이후 100대째이다. 아베 총리가 7년 8개월의 장기집권에서 각종 의혹과 건강문제로 물러난 이후 10월 총선거가 임박했었다. 비록 무관중의 동경올림픽이었지만 그나마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스가 총리마저 코로나19 방역실패로 지지율 저조를 벗어나지 못한 채 차기 총선거의 간판스타가 절실했었다. 

 

그러나 자민당은 여론조사에서 우세했던 매파 개혁성향의 고노 방위상 대신 비둘기파 온건성향의 기시다 전 외무상을 총리로 선택했다. 결선투표까지 갔지만 줄곧 고노 노선에 반기를 들어온 아베 전 총리의 입김과 이제는 약화 혹은 소멸했다고는 하나 다수파벌의 힘의 논리가 결국 우세했다. 기시다 씨는 외무장관 때 위안부합의를 이끌었던 우리에게는 익숙한 인물이다. 위안부 합의 파기이후 자주 국내 TV화면에 노출될 때마다 안쓰럽다는 느낌이다.

 

총재선거와 총리취임을 통해 들어난 기시다의 경제정책을 요약하면 현재로서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아시아금융위기 직후 전후 최장의 호황기를 이끌었던 고이즈미 신자유주의의를 전환, 격차시정, 중간층 부활을 내세운 분배중시의 레이와(令和)판 소득배증계획, 둘째, 디지털 전환과 지방 디지털화를 통한 디지털 전원도시구상과 성장전략, 셋째, 재정재건과 양적금융완화 정책의 정상화 로드맵 제시 여부이다.

10. 31일 중의원 선거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기시다 정권의 경제정책의 향방이 좌우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격차 시정과 중간층 부활을 향한 분배-성장의 호순환의 한계

 

기시다 집권에는 아베 측 지원이 큰 몫을 차지한 만큼 정책도 아베노믹스를 계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수정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고이즈미 정권 이래로 신자유주의 정책의 후유증인 격차사회 문제가 결국 2009년 야당 민주당 정권으로 정권이양을 불러온 주된 요인이었으며 총선거에서도 핵심 어젠더가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전환이란 바로 ‘기업과 성장중심’에서 우리에게도 익숙해져 버린 ‘사람과 분배중  심’으로 국가전략 목표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기업중심 성장의 혜택은 가계와 개인으로 확산된다는 이른바 트리클링 다운(trickling down) 발상이 신자유주의다. 그러나 분배를 시장에 일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400년 자본주의와 글로벌라이제이션 역사가 실증해 주고 있다. 

 

시장실패는 물론 공동체 내부의 이기심과 탐욕이 격차와 갈등 해소를 가로막아 왔다. 2013년 아베노믹   스는 3개의 화살(무제한 양적금융완화, 대담한 재정정책, 민간투자 환기에 의한 성장전략)이 과녁을 빗나갔다. 지속적인 양적금융완화로 엔화약세 유도, 대기업  수익 개선, 주가상승, 일자리 증가가 가능했지만 비정규직 양산에 따른 격차 해소에는 크게 미흡했다. 트리클링 다운이 충분히 못했고, 오히려 대기업의 내부유보와 방만한 부동자금 살포에 따른 자산격차만 두드러졌다. 임금상승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에 총리까지 나서서 경제단체와 공조하에 명목임금 인상을 독려했지만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실질임금은 하락추세이고 최저임금은 아직도 1만원에 이르지 못했다. 

 

 최근 해외물가 상승과 엔화 약세로 상품가격이 상승함으로써 실질임금은 하락추세에 있다. 노동생산성이 상승하면 물가하락과 함께 실질임금도 여기에 연동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아베정권의 경우 일하는 방식 개혁에도 불구하고 생산성향상에도 여전히 결과는 미미하다. 물가상승률 2%를 목표로 했지만 여전히 1% 근방을 맴도는 것은 재화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서비스가격은 상승률이 저조하다. 저임금·다취업의 서비스 부문 생산성(제조업의 60%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분배 없이 성장 없다’를 기시다가 채택한 배경이다. 아베노믹스가 상정했던 기업투자-일자리-소득-소비-투자의 호순환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는 자민당 자체 비판을 수용한 셈이다. 

 

 실질임금 하락을 막고 최저임금 1만원을 수용할 만큼 기업 구조개혁과 산업의 신진대사가 활성화된다손 치더라도 임금 격차가 금방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의 결과를 쓰라리도록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최저임금이 올라도 평균임금이 인상되지 않으면 분배 메카니즘이 원활하게 작동했다고는 볼 수 없다. 격차해소의 충분조건은 규제개혁, 기업과 산업구조조정 및 평균임금 인상이 아닐 수 없다. 금융완화와 확장적 재정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일자리가 늘어도 그것이 한국처럼 세금주도의 비정규직에 국한된다면 세전시장소득은 늘기 어렵고 정규직과의 처우격차에 대한 비정규직의 불만만 누적될 뿐이다.

 

 중산층 부활 위한 소득배증계획, 현행 법인세 감세와 임금인상만으로 한계 

 

 레이와(令和)판​ 소득배증계획은 기시다의 간판공약이다. 1955년 이후 일본의 고도성장을 꽃피운 소속 파벌 코지카이(宏池会: 현재는 기시다 파) 창설자 이케다 수상의 1960년 소득배증 계획(10년 후 2배 초과달성)과 90년대 초 같은 파벌의 미야자와 수상의 자산배증계획을 본 딴 것이라고들 한다. 디지털 전원도시구상도 같은 파벌 영수 오히라 수상의 1980년 전원도시국가 구상의 전통을 이어받은 셈이다. 두 계획 모두 임기 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장애물이 많다.  

 

 일본의 민간기업 평균급여는 2020년 433만엔, 2배면 866만엔이다. 연간 5%의 임금증가율이라면 15년 후에나 2배가 된다. 목표연한이 짧을수록 임금증가율은 높아야 한다. 2020년 노동분배율 71.5%를 가령 100%로 높여도 법인의 총인건비는 1.4배에 지나지 않는다(제일생명경제연구소 시산). 분모의 부가가치를 올리지 않으면 가계소득은 배가하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여기서 기시다는 현행 법인세 감세와 임금인상을 조합하자고 한다. 이번 총재선거 결선투표시 대항마 고노와 타카이치 두 사람의 공통공약이기도 했다. 2013년부터 시행해 온 현행 소득확대촉진세제는 임금증가분의 15~25%를 해당 기업에 환원함으로써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경감하자는 것이지만 환원률을 대폭 인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아가 배우자가 일할수록 실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세제와 사회보험제도상의 규제를 완화·철폐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행 세제와 사회보험상의 부양공제 제도 아래서는 납세자가 수입이 없거나 적은(연간 103만엔 이하) 배우자가 있는 경우 납세자 부담이 최대 38만엔 경감되지만 납세자 연간소득이 1120만엔 초과하면 공제액은 단계적으로 감액되고 1220엔만 초과 시 공제액은 0이 된다. 

 

그러나 배후자 연간소득이 130만엔(납세자 수입이 1120만엔 이내)이면 38만엔 전액 공제되지만 사회보험에서는 납세자의 부양범위를 벗어나 스스로 보험료와 연금을 부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재화가격 상승으로 실질임금과 함께 실질연금도 감소하는 추세다

 

 이와 같이 피부양자가 부양자의 속박(?)에서 벗어나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 등 노동을 선택하면 할수록 조세와 보험료 후 실소득은 줄어들어 일자리를 경원하게 만드는 비정규화의 온상인 ‘103만엔 벽,’ ‘130엔 벽’을 허물지 않으면 안 된다. 내년부터 이 벽을 단계적으로 허물 계획이지만 사회보험 가입자의 단계적 확대를 통해 일자리 증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향으로 사회보장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기시다 씨가 제창하고 있는 ‘전근로자사회보험’(우리 정치권 일부에서 주장하는 전국민고용보험제도와 유사)도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득배증계획의 길은 험난하다. 

 

 성장전략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의 실책도 성장전략 다운 전략을 구체화하지 못한데서 비롯되었다. 평균임금과 연금의 실수령액이 보장되도록 민관의 업무방식의 개혁을 통해 서비스부문의 생산성을 배가하지 않으면 중산층의 소득은 배가되지 않는다. 분배주도 성장, 고용주도 성장 등의 슬로건은 허상일 뿐이다. 고기술-고생산성-고임금 메카니즘이 내재화된 성장주도의 소득배증계획이라야 한다. 

 

 행정 디지털화의 영역에서 벗어나 반도체·디지털 성장전략에 올인 해야

 

 성장전략으로서 기시다 씨가 내건 것은 디지털화다. 이미 스가 정권에서 디지털청 설립으로 행정디지털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30년도 지났지만 유명관광지 최고급 호텔의 인터넷 서비스와 관광지역 내 카드결제 등의 개인적 애로를 호소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마저 행정전산화 미숙으로 수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었다. 아무리 개인비밀보호를 우선한다고 해도 세계3대 기술강국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이제 와 행정디지털화를 지방으로 확산하겠다는 지극히 당연한 기시다 씨의 공약을 독자성 운운하는 일부 전문가 평가에 실소하지 않을 수 없다. 디지털화의 지방확산 구상을 구체화한 것이 ‘디지털전원도시구상’이다. 

 

 파벌영수 오히라(김·오히라 메모의 주인공) 수상은 1980년 전후 일본의 경제적 풍요로움을 인간과 자연의 조화 속에서 실현하기 위해 전원도시국가구상(National garden city initiative)을 제시했다. 1972년 다나카 수상의 일본열도개조계획이 도시와 지방의 과밀과 과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토건사업에 의한 하드웨어 중심의 계획으로 전국에 개발의 후유증을 남겼다. 이에 대한 반성위에 나온 오히라 구상은 소프트웨어 중심이었다. 대도시의 높은 생산성, 양질의 정보와 전원의 풍요로운 자연, 인간미를 결합하여 건강하고 여유로운 전원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의 사후 40년을 맞은 지금 동경 등 대도시권만이 아니고 지방도시에서도 대도시 못지않은 고도의 디지털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여 지방에서도 온라인 수업과 원격진료를 통해 주거지에 관계없이 양질의 교육과 의료가 가능하고 재택근무를 통해 업무방식 혁신이 일상화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도시의 활력과 전원의 여유를 접목하자는 것이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 확실한 차세대를 향한 대비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 지방의 비대면 생산·생활과 워라벨 환경을 대폭 정비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인 지방창생 비전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은 여성, 중소기업과 함께 개혁보수가 세심하게 배려해야 할 3대 핵심어젠더이다.

 

 이제 공공부문에서도 비대면 서비스가 일반화되고 민간기업도 동경도심 거점 입지보다는 지방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원격의료와 교육도 1년 전에 비해 크게 보급되고 있다. 이제는 구상단계에서 벗어나 여전히 정부의 과잉중복 규제의 온상이 되어 온 저생산성 서비스분야에서 다양한 원격서비스가 일상화될 수 있도록 정치적 수완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런 점에서 스가정권의 고노 행정개혁장관이 행정디지털화의 장애요소인 일본의 전통적 도장문화를 일소하기 위해 행정절차상의 검인날인을 전폐(날인이 필요한 약 15,000건의 행정절차 중 부동산과 법인등기 등 실인이 필요한 83건을 제외하고 99% 폐지)하는 등 강한 돌파력으로 실적을 보였다. 이를 이어 기시다 총리 역시 민관 업무 디지털화와 이에 수반되는 탈도장문화의 흐름을 가속화하기 위해 일본식 거래관행 개혁을 혁파하고 전자날인 등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행정디지털화와 지방 확산을 넘어 성장전략을 구체화하려면 무엇보다 이미 지난 정권의 반도체·디지털 전략을 계승하여 부처이기적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범부처 횡단적인 대민 지원시책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막대한 정부자금과 보조금이 투여된다. 그런 만큼 과도한 정부개입의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DX(digital transformation)는 IT기업, 제조업만이 아니고 서비스, 농업 등 모든 산업의 근간이다. 클린 성장, 지방창생,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경제적 과제는 디지털화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디지털사회의 근간은 단순한 행정디지털화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기시다 총리는 단견이다. 디지털산업, 디지털인프라, 반도체는 단순한 전기제품·부품 영역을 넘어 일본의 경제안보를 가늠할 전략물자로 변모했다. 

 

그럼에도 현재 미중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의 대중견제가 심한 나머지 일본으로서는 자국의 대중 생산판매 거점과 서플라이 체인 재검토, 미국 내 설계 개발 생산력 강화에 따른 일본의 제조장비와 소재의 대미이전 가능성, 한국과 대만에 집중되고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 리스크 등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시급한 실정이다. 글로벌 공급망 강화가 세계적 조류이다.

 

 20세기 반도체는 일·미·유럽 과점체제 아래 있었다. 그러나 미중기술패권 대립으로 반도체 확보 여부가 경제안보 환경과 직결되고 코로나 이후 디지털 혁명으로 모든 사회가 디지털화되어 반도체는 디지털화의 귀추를 좌우하는 전략제품이 되었다. 나아가 에너지·환경 제약을 극복하고 2050 탄소제로 목표를 향해 반도체의 성(省)에너지, 클린화가 필수적이며 최근 경험한 바와 같이 반도체 부족에 따른 최종제품의 생산중단 등 모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른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다. 

 

그럼에도 일본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과거 30년에 걸쳐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일본의 장기침체 속에서 한국·대만의 대두와 미중 기술패권 속에서 반도체는 이제 핵심적 전략물자로 변해가고 있으며 경제의 디지털화와 그린화로 안보와 탈탄소의 핵심적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러한 급변하는 환경변화를 고려할 경우 일본은 강점이 있는 제조장비와 소재기술의 첨단화와 일본의 입지우위성을 활용하여 해외 첨단 파운드리와의 공동개발과 첨단로직 반도체 양산에 기여할 수 있는 파운드리의 국내입지를 적극 추진해야 할 단계에 있다. 이를 위해 디지털 뉴딜투자, DX 추진, 첨단로직반도체 설계·개발을 병행함으로써 로직반도체 수요를 자극하고 첨단로직반도체 이용기업과 설계기업 및 통신업체와 관련 계열 부품기업이 하나가 되어 반도체 설계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 특히 현재와 같은 5G, AI, IoT 등 디지털 기술기반의 급속한 발전으로 이를 활용한 자동주행, FA, 스마트시티 등 응용시스템에는 특히 로직반도체 설계개발이 필수적이다.

 

 이 모든 일련의 DX는 민간주도에 의한 것이지만 일본정부는 이에 필요한 자금, 인재, 기술 개발 등의 분야에서는 부처 칸막이를 없애 횡단적이고 전략적인 지원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 중, 유럽, 대만 등과 같이 일본도 과거와는 다른 막강한 리더의 존재가 절실한 시점이다. 내각의 정책조율기능이 더 없이 중요하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에 반도체가 있고 반도체·디지털 전략이야말로 경제안보의 명운을 결정할 핵심어젠더이기 때문이다.

 

 적극 재정 기조 속에 금융정상화 길 잃을 수도

 

 기시다씨는 총재선거 과정에서 수십 조 엔의 재정출동을 언급하여 주변을 놀라게 했다. 평소에는 재정재건을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미 전 정권에서 이월되는 30조엔 추경이 있기에 여기에 더해 연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하에서 종합방역병원 등의 시설 확충을 포함한 감염대책을 통해 행동제한이 풀리지 않는 한 코로나 직전까지의 대규모 관광대책을 포함한 경기부양책은 그 규모의 대소를 넘어 효과성을 담보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과거와 같은 토목건설 위주의 공공사업의 우선순위는 낮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타격이 심각한 음식 숙박 등 개인서비스 공급 영세자영업들에 대한 보상과 구제를 최우선하고 종합방역시스템 구축과 관광산업 지원을 나서야 한다.

 

 기시다 총리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주장했지만 재정재건의 필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현행 소비세율(10%)은 향후 10년간 인상하지 않겠다고 하니 현재로서는 재정재건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각오한 듯하다. 2021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중은 일본이 264.0%(미국 133.6%, 영국 111.5%, 독일 72.2%, 프랑스 118.6%, 캐나다 115.0%)로 선진7개국 중 최악이다. 2020년 3차 추경과 2021년 정부예산안 상의 국가채무 증가분을 포함하면 비중은 더 늘어난다. 

 

 이 결과 2021년도 국채비(22.3조엔)만도 세출(106.65조엔)의 23.8%이다. 사회보장비 33.6조엔, 지방교부세·교부금 15.0조엔 등 소위 3대 경직성 세출을 제외하면 공공사업·교육·방위 등 정책적 세출은 29.1조엔에 불과하다. 연금 요양 의료 자녀양육 등 사회보장비도 세출예산의 1/3 이상을 차지한다. 사회보장제도는 기본적으로 보험료를 재원으로 유지되지만 전체 지출 126.8조엔(연금 57.7조, 요양 12.3조, 의료 40.6조, 자녀교육양육 9.0조)은 보험료(73.6조)만으로는 부족하여 세금과 차입금으로 충당하는 실정이다. 

 

 현역 재무성 사무차관이 문예춘추 11월호에 ‘재무차관이 고한다’는 논고에서 일본재정의 디폴트(국가부도사태) 가능성을 예고하여 일대 파란이 일고 있다. ① 현재와 같이 금리가 명목성장률보다 낮아도 국가채무 비중은 올라가고, ② 2020년 10만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의미 있는 경제정책이라 할 수 없고(재난지원금 총액 12.7조엔 중 소비진작 효과는 3.5조엔(GDP 대비 +0.7%)에 불과, 빈곤층 지원으로는 불충분), ③ 경제시책은 소요재원 조달문제를 함께 논해야 하며 ④ 공짜 돈 뿌리기를 진정으로 수용할 정도로 일본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라는 등 근거를 제시하며 논파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나라 곳간을 책임진 당사자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보지만 정치권과 이들을 옹호하는 세력들 입장은 다르다. 일본 국채잔고는 2021. 6월말 현재 1,223조 8,705억엔이지만 이 채무는 86.8%가 일본은행을 포함한 국내투자가의 자산이다. 특히 가간이 1년 미만인 단기 국고증권을 제외한 국채는 1,056조 4,141억엔으로 한정하면 해외투자가 보유비율은 7.2%에 불과, 국채의 92.8%는 국내투자가의 자산이며 그것도 엔화표시이므로 당장 상환가능성이 낮다. 즉 국내에서 대부분의 자금조달이 가능하며 누군가의 부채는 누군가의 자산이므로  세계최대 국가채무국이라 해도 일본재정은 파산하지는 않는다고 강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교란을 부추기는 행위는 부적절하다며 고위 공무원의 일탈을 탓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가채무 비중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려면 해당연도 기초재정수지(국채수입을 제외한 세입과 국채상환비를 제외한 세출과의 차이, 관리재정수지에 유사) 적자 비중을 상쇄할 만큼 명목성장률이 높아야 한다. 그러나 성장전략이 가령 가시화된다 해도 초기에는 명목성장률이 금리상승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신규국채 증발로 신용등급 하락하면 필요성장률은 더 높아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은 국가부채 누적은 재정의 경직성으로 인한 자원배분의 왜곡, 장래불안에 따른 소비감소와 금리인상에 의한 민간투자 축소, 세대 간 갈등이 중첩되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만 하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확장적 재정의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이로 인한 금리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양적금융완화 출구전략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그럴수록 잠재성장률 하락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기시다 총리도 과거 금융완화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고 제로금리,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업자들 역시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세계적 양적금융완화의 출구전략에 관한 한 여전히 찬반이 엇갈린다. 2001년 양적금융완화정책을 처음으로 일본 고이즈미 정권에 권고한 폴 크루그만 교수는 출구전략과 금리인상에 극력 반대하고 있다. 

 

10월말 총선거를 앞둔 기시다 총리 역시 성장전략 추진상 출구전략에 반대하며 국채의 화폐화를 지속함으로써 재정함정 탈출을 시도해 온 현 자민당 정권의 노선을 유지하려 한다. ‘일본은행과 정부 재무성의 일체화’ 명분하에 중앙은행 금융통화정책이 재무성 재정정책의 하수인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의지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양적금융완화정책의 피해 등은 아예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세이다.

 

 일본은행은 2010. 12월부터 상장투자신탁(ETF) 구입을 개시한 이래 2013. 3월 구로다 총재 취임 이후 대폭 확대했다. 그 결과 2020. 3월 말 연금적립금 관리운용독립법인(GPIF)과 일본은행은 동경1부시장 상장기업의 80%인 약 1,830개사의 실질적 대주주로 등극했다. 전체보유액은 GPIF 36조엔, 일본은행 31조엔, 합계 67조엔, 시가총액 약 550조엔의 12%에 이른다. 민간최대 투자가인 일본생명(약 8조엔)의 8배 이상이다. 대량보유보고 5% 이상을 기준으로 양자의 간접보유분 10% 이상인 회사는 일본의 우량기업 다수를 포함해 약 630개사에 이른다. 

 

 이렇듯 공적자금이 중앙은행을 통해 주식시장에 투입되어 실물경제와 거리가 먼 주가상승 부추기는 주식시장의 관제(官制)화가 현실이 된 것이다. 안정주주로서의 기관투자가 역할을 인정하더라도 민간기업의 경영개선 노력은 약화되기 마련이다. 연금자산 운용기관의 주식 운용은 연금자산 증식이 목적이고 해외에서도 일반적이지만 중앙은행의 주식매입은 국제적으로도 이례적이다. 

 

GPIF가 보유국채를 일본은행에 매각한 자금으로 주식으로 구입하는 것은 결국 GRIF의 주식매입자금을 일본은행이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행위 그 자체인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작년 3월 일본은행은 ETF 매입을 최대 연간 12조엔으로 배가, 주가유지 정책을  단행했다. 기업업적과는 관계없는 주가유지정책은 경영규율 훼손, 소득 감소, 실업률 상승 속에서 ‘주가상승 불황’을 초래하고 있다. 

 

 일본은행과 정부의 관계에 변화가 올 것인지 분명하지는 않다. 재무성 출신 구로다 총재는 취임 초반 재정건전성을 주문한 적은 있으나 이후에는 소극적이었고 줄곧 한 몸이 되어 움직였다. 임기 1년 정도 남긴 중앙은행 총재가 기시다 정권의 분배와 성장의 호순환 구도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주목된다.

 

 재정재건도 양적금융정책의 출구전략도 이달 말 중의원선거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기시다 정권으로서는 망설일 수밖에 없다. 양대 선거에서 승리한 후 장기정권의 전망이 분명하게 되면 재정재건 로드맵과 양적금융완화 정책의 출구전략을 내놓고 왜곡된 시장규율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포퓰리즘 선거에 매몰, 개혁보수의 길 잃을 우려

 

 기시다 정권은 신자유주의에서 탈피, ‘성장과 분배 호순환에 의한 새로운 자본주의’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10월말 중의원 총선거를 의식한 나머지 분배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개혁은 성장전략이 아니라 분배가 목표인양 개혁의 기본목표에서 벗어나고 있다. 신형 코로나 감염대책과 일상회복을 구실로 오히려 야당에 현금지급과 감세 등 포퓰리즘 공약 경쟁에 나설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분배만이 강조될 뿐 재정재건과 파이확대 처방전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중산층을 위한 임금인상, 현금급여를 전제로 비정규직, 자녀양육가정, 학생들을 상대로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과거 민주당 집권시 자녀수당 등 무상시리즈 공약이 재원부족으로 실패로 끝난 경험에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현금지급, 소비세 감세에 난색을 표했지만 현재는 적극적이다. 

 

자민당과 연립하는 공명당은 10세 이하 전국민에게 일률적으로 10만 현금과 3만엔 쿠폰 지급에 나선다. 공산당과 국민민주당도 전국민 10만엔 현금지급에 소비세 폐지 혹은 5%로 감세, 기본소득 도입을 내건 군소야당도 등장했다. 그러나 재원조달 방안에는 무심하다. 우리의 대선 여야 후보들의 공약과 유사하다. 

 

 야당의 전국민 10만엔 현금지급과 감세공약에는 득표 목적상 이해가 간다. 그러나 자민당은 재정규율과 위드 코로나 일상회복 양립을 위한 정치를 선도해야 할 집권 여당이 아닌가? 오로지 ‘경제재생 없이 재정건전화 없다’ 라며 경제재생을 우선하고 있다. 여야 모두 재원염출에 관해서는 구체적 방안을 외면하고 있다. 

 

 특히 기시다 수상은 총재선거에서 제시했던 금융소득과세 강화를 주장하다 주가가 급락(기시다 쇼크)하자 후퇴해 버렸다. 금융과세 강화는 금융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격차시정을 위한 세계적인 조류이기도 하다. 분배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일정한 부담능력을 갖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주식양도차익세율 인상 등 소득재분배 기능을 활용해야 한다.

 

 노동소득에는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반면 금융소득은 일률 20%(소득세 15%, 주민세 5%)로 고소득자일수록 실질부담은 경감되고 있다. 연간소득이 1억엔 초과 시 세부담률이 오히려 하락하는 ‘1억엔 벽’을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주가하락 때문에 이번 중의원 선거공약에서는 빠졌지만 단기주식매매차익에 대한 과세 강화라면 투자가와 납세대중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제1야당은 연간소득 1,000만엔 이하는 일시적 소득세면제, 저소득층에는 현금지급을, 대기업과 부유층에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법인세 누진세율 도입을 공약했다. 동시에 신형 코로나하에 소비진작을 위해 소비세율은 한시적으로 10%에서 5%로 인하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분배공약 소요예산과 증세규모는 제시하지 않고 부족한 재원은 국채로 확보하겠다는 안이한 발상이다. 2009년 민주당 집권 시 공약별 재원규모와 로드맵을 담은 메니페스토를 제시하던 때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재원부족으로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트라우마 때문일까.

 

 기시다 집권당 총재마저 국채발행은 청년과 미래세대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청년층 주장에 전 세계가 재정동원에 나서고 있는 이때 경제재생을 우선한 후 재정재건에 나서겠다는 식이다. 세출과 세입 동시개혁, 규제개혁으로 성장전략을 구체화함으로써 경제재생-재정건정성-사회보장의 지속가능성을 조화시켜야 할 책무를 지고 있는 것이 집권당이다. 10년 이내 소비세율의 추가인상은 없다는 식의 대응보다는 증세 등 현역세대 부담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전환이 절실하다. 

 

재정건정성 지표인 기초재정수지 적자를 2025연도에는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정부목표는 대국민 약속이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국제공약을 미루면 일본의 국제신용은 흔들리게 된다. 재정규율과 경제재생의 조화야말로 정부의 역할이지 않은가. 분배 일변도의 포퓰리즘에 매몰되어서는 ‘일본 落日(낙일)’을 막아낼 수 없다.

 

지금 일본의 에너지 정책은 기로에 서 있다. 탈탄소사회를 향한 재생가능에너지 도입과 탈원전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국론이 분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2050 탄소제로 목표(2013년 대비 26% 감축)는 이미 법률에 명기되었고 2030 전원구성도 재생에너지 36~38%로 대폭 상향조정, 원전은 20~22%로 고정했다. 원전27기 가동률 제고가 급선무이지만 신규 규제기준 심사와 함께 지역주민을 설득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원전유지 근거는 발전 코스트가 싸다는 데 있지만 2030년 시점에는 오히려 태양광이 원전보다 저렴하다는 정부측 주장이다. 

 

 총선에서도 여야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지만 공약에는 구체성이 없다. 자민당은 원전 재가동과 소형원자로 투자에는 찬성이지만 원전 신증설에는 입장이 불분명하다. 제1야당은 당연히 원전 신증설에는 반대지만 재가동에는 입장이 불분명하다. 여야 모두 10년 전 원전사고의 트라우마가 깊은 주민설득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50 탈탄소사회를 향한 ‘경제와 환경의 호순환을 위한 산업정책’(그린 성장전략)이 분배전략에 우선되어야 한다. 이미 탄소중립 투자촉진과 연구개발세제 확충, 사업재편 기업에 대한 이월결손금 공제상한 인상 등 특례조치를 통해 민간투자를 촉진 중이다. EV 등 환경차, 스마트 모비리티, 차세대 태양광 발전, LED 조명 등 활용과 저코스트 축전지, 수소생산·수입관련 기술개발,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카본 사이클 등 최첨단 기술개발과 실용화 촉진 등 혁신적 이노베이션을 통해 CO2 절감에 적극적인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주민 라이프 스타일의 탈탄소 전환과 탈탄소지역 창생이 병행된다면 탈탄소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리더의 존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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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정권의 경제정책 구상은 10. 31 중의원선거 결과에 따라 그 행방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5개 야당의 단일화 움직임이 거센 가운데 전체 465의석(소선거구 비례대표) 중 과반수(233석) 정도에 그친다면 정국운영 자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적어도 연립여당이 절대안정다수(261석) 나아가 자민당 단독과반수를 확보하면 포퓨리즘에 매몰된 당초 공약을 수정 보완한 후 2022년 7월 참의원선거 승리로 장기 정권 기반을 다지게 되면 ‘새로운 자본주의’를 향한 개혁보수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것이다.

 

현안인 한일관계도 그때쯤에나 실질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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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0월26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1년10월26일 05시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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