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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일상회복은 국민의 몫이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10월24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1년10월23일 09시22분

작성자

  • 이덕환
  •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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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정부가 11월부터 본격적인 ‘단계적 일상회복’(With Corona)에 착수한다. 백신의 2차 접종까지 완료한 국민들의 비율이 70%를 넘어서면 일상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확진자가 늘어나더라도 일상회복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한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정부가 고집스럽게 밀어붙였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국민들이 지쳐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고강도 방역의 피해가 고스란히 힘없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어차피 지금까지 정부가 고집해왔던 일방적인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전히 불안한 감염 상황

 

  코로나19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했던 일도 아니고,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일이다. 방역이나 일상회복도 마찬가지다. 과학적으로 확인된 사실만을 근거로 온전하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응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손끝의 감각만으로 조심스럽게 더듬어서 출구를 찾아내야 하는 어려운 형편이다.

 

  지난 7월에 시작된 4차 확산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35만 명을 넘어서고, 사망자도 3천 명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추석 연휴 직후에는 하루 확진자가 3,270명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금도 매일 확진자가 1,500명이나 발생하고, 사망자가 20명을 넘는 날도 있다. 산발적인 집단감염도 계속되고, 감염 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비율이 40%를 넘어서는 지역도 있다. 청소년의 감염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상황이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누적 치명률이 0.78%로 낮아졌고, 감염재생산지수도 0.86까지 떨어졌다. 지난 8월의 치명률은 0.3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치명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다양하게 추정할 수 있다. 감염의 악화를 막아주는 백신의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결과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물론 델타 변이의 독성이 약화되었을 가능성도 있고, 의료진이 감염이 중증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해주는 다양한 대증요법에 익숙해진 덕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어쨌든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22일 현재, 전 국민의 79.2%에 해당하는 4,064만 명이 1차 접종을 끝냈고, 68.2%인 3,500만 명이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백신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뒤늦게 접종을 시작했던 지난 년말과 올해 초의 사정을 고려하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부스터 접종이 가능할 정도로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거리두기 완화가 곧 일상회복

 

  단계적 일상회복은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일이다. 지난 1년 10개월 동안 우리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는 언젠가 한순간에 씻은 듯이 사라져버릴 것이 분명하다. 100년 전 전 세계 인구의 30%를 감염시키고, 당시 인구의 3%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H1N1형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스페인 독감이 그랬다. 우리 사회를 극도의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2015년의 MERS도 아무 예고도 없이 우리 땅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다.

 

  과연 단계적 일상회복에 복잡한 행정 절차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자영업자의 업종에 따른 영업시간과 인원수의 제한을 완화하는 일은 현재의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유치원·초중고등학교·대학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도 교육부·교육청·대학이 해왔던 일이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준만 완화해주면 나머지 일은 국민들이 알아서 감당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일은 일방적으로 결정해왔던 정부가 갑자기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는 민관합동의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 맡겨야 할 이유가 도무지 석연치 않다. 영업시간과 인원수 제한을 완화한 후에 발생하는 일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는 뜻이다. 굳이 경제·민생, 교육·문화, 자치·안전, 방역·의료로 구분해서 공청회까지 열어서 수렴해야 할 의견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공연히 행정력을 낭비하는 소모적 전시행정은 실질적인 일상회복에 도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실질적인 일상회복이 필요하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백신을 접종한 후에 이상 반응을 호소하고 있는 국민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망진단서에 적는 직접적인 사망 원인을 밝혀내는 일은 의학적으로 비교적 간단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백신과 이상 증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밝혀내겠다는 질병관리청의 고집은 난감한 것이다.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었던 사람이 백신 접종 후에 경험하는 이상 중상은 백신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 상식’이다.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상식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 경우는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과 관계를 밝혀내는 일에 동원한 과학이 충분히 정교하지 못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진단키트에 대한 정부의 납득할 수 없는 고집도 버려야 한다. 작년 2월에 세계 최초로 개발된 RT-PCR 키트의 성능과 가성비가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생명과학 벤처의 성과는 엄청났다. 그동안 다양한 성능을 자랑하는 다양한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RT-PCR만큼 정확한 결과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신속-PCR 키트도 있고, 감염을 걱정하는 국민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자가 진단키트’도 있다. 수출은 허용하면서도 국내에서의 사용을 제한하는 정부의 어설픈 규제는 몹시 당혹스러운 것이다. 대면 수업을 시작하는 대학의 학생들에게까지 보건소가 국민 세금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RT-PCR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장례 절차도 개선해야 한다. 가족들이 중증 확진자의 임종을 지키지도 못하게 만들고, 절망적인 ‘선 화장・후 장례’를 강요하는 정부의 ‘코로나19 사망자 장례관리지침’은 과학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억지일 뿐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염병의 확산 초기에는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불합리할 정도로 엄격한 장례절차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아픔을 견뎌야 하는 유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제공해야 한다.

 

  엘리베이터에 붙어있는 엉터리 ‘항균 필름’을 제거해야 한다. 항균 필름에 들어있는 구리 이온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해준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필름 내부에 들어있는 구리 이온이 필름 외부의 바이러스를 죽인다는 어처구니없는 궤변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항균 필름이 시각 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한 점자 표시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바이러스 퇴치를 핑계로 무차별적으로 시행하는 ‘분무 소독’도 포기해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비말(飛沫)이 직접 또는 손을 통해 호흡기로 흡입되어야만 전파된다. 건물 바닥·벽·인도의 분무 소독으로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질병청의 공식 입장이다. 공연히 예산만 낭비하는 보여주기 식 행정은 의미가 없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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