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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배터리 산업생태계 급변 … 우리 기업들의 역할 제고 절실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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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0월12일 17시10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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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 정부는 잇달아 탄소중립의 목표연도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 배출의 주된 분야의 하나인 자동차산업에 대해서도 빠른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향후 자동차 생산을 전기차 위주로 옮겨갈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자동차 산업계의 빠른 움직임은 또한 소비자들 차원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기차, 수소차 등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데에도 기인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향후 15년 정도를 목표로 전기자동차만 출시할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생산이 전기차 위주로 전환되어 가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들의 대부분이 자동차 전기차의 핵심 동력 부품인 2차 전지 즉, 배터리를 지금과 같이 배터리 전문 생산업체로부터 조달하는 산업 생태계 구조도 급격히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미국,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배터리를 자체 생산할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더욱 확실시되고 있다.

 

이웃 일본, 중국과 함께 배터리 생산을 독점해 오다시피 한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계로서는 이러한 자동차 업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서 배터리 전문 생산업체들은 물론 완성차 업체들과 나아가 정부도 적절한 대응책을 세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셈이다.

 

韓·中·日의 생산 과점에 대한 우려와 견제 움직임 고조

 

배터리 생산/수출의 한중일 동아시아 3국에 의한 과점적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미국과 유럽 정부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우려의 시선이 있어 왔고, 이러한 우려는 금년 초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국내의 공급망 문제를 제기한 4대 품목 속에 배터리가 포함됨으로써 초미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특히 중국과의 경제전쟁 기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향후 주요 산업의 핵심 요소로서 간주되고 있는 반도체와 배터리의 생산지가 모두 동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는 점은 가장 큰 공급망의 결함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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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산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한중일 3개국의 배터리 수출구조를 살펴보면 3국 공히 미국이 가장 큰 고객이고 유럽의 독일, 폴란드 등에도 상당한 양을 수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가운데 3국은 서로 다른 나라에도 상당한 양을 수출하고 있어, 3국 사이에 형성된 산업생태계가 제법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미국이 이렇게 동아시아 3국에 의존하는 수입을 대체하면서 어느 정도라도 자국 내에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유럽에서도 독일과 스웨덴을 중심으로 배터리 자체 생산을 위한 기업간 전략적 제휴가 맺어지고 있고 (예: 유럽 배터리 연합: European Battery Alliance), EU 집행위원회도 배터리 기술개발을 위한 R&D 노력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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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업체들의 높은 생산기술력에 대응하는 각국 정부/기업의 노력도 심화 추세

 

배터리 생산 기술력의 관점에서 본다면, 일찌감치 전기차 생산에 특화하며 사업을 펼쳐온 테슬라의 배터리 개발 기술력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배터리 개발 기술과 이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기술력은 별개의 문제인 것으로 판단된다. 생산 기술의 효율성 측면에서 우리나라 3대 배터리 생산업체인 LG 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과 일본의 주요 업체들이 지금까지는 세계 시장을 압도할 정도의 경쟁력을 발휘하여 왔고,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이들 두 나라의 주요 배터리 시장이 되어 왔던 미국, 유럽, 그리고 중국 등에서 정부와 기업들의 자체 생산 의지 표명과 기업들의 전략적 제휴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이들 양국의 배터리업체들의 대응 전략도 시급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에게 매우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가 점차 커지고 있는 자국의 전기차 생산 생태계에서 한국 업체들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일지도 모른다. 기실 우리나라 주요 업체들은 이미 중국에 진출하여 생산 활동을 펼쳐 왔는데, 이렇게 커지고 있는 중국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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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동향은 1990년대에 일본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우리나라의 배터리 수입이 급격히 중국으로 대체된 이후 2017년부터 그 수입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점을 미루어보아도 알 수 있다. 중국에서 생산한 배터리들을 우리 전기차 생산 수요에 충당하거나 제3국으로 수출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자국 배터리 업체에 대한 특혜 대우를 시정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의 통상 협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각국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자체 생산 노력에 적극 참여 필요

 

한편 미국,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이른바 배터리 자체 생산을 위한 전략적 제휴가 활발해지고 있는 움직임 속에서 한일 양국의 주요 배터리 생산업체들이 제휴 파트너가 되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한일 양국 업체들의 높은 생산 기술력 수준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배터리 주요 수요자들인 완성차 생산업체들의 배터리 기술의 개발 의지도 높아지면서 자칫 전략적 제휴에서 배제될 위험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자체 생산 기술력의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높여가는 한편, 미국, 유럽 등의 완성차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 움직임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노력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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