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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이 제시하는 플랫폼 규제정책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9월19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1년10월21일 23시30분

작성자

  • 이상근
  •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공정거래학회 창립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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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플랫폼 기업의 횡포로 인해, 미국의 법학자이자 현재 연방거래위원회의 위원장인 리나 칸(Lina Khan​)이 2017년에 쓴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 논문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반독점법은 말 그대로 독점을 금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즉, 입법부가 대기업들의 횡포를 통제하고 권력을 분배하여 시장의 다양성과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기본적인 취지는 힘의 쏠림현상을 방지하고 남용을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최근 아마존이나 한국의 카카오, 쿠팡은 플랫폼뿐만 아니라 소매업, 배송 및 물류 네트워크, 클라우드 서버 제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칸은 최근 논문을 통해 아마존이 어떤 전략을 통해 성장하고 전자상거래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그 전략의 중심에는 약탈적 가격 책정과 수직통합을 들고 있다 

 

첫번째 약탈적 가격책정은 아마존이 당장의 이익 대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기업의 성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아마존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하게 된 것은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이다. 프라임 서비스는 연회비 79달러를 받으며 무제한 2일 배송을 약속하였고, 이후 지속적으로 추가 혜택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마켓컬리나 쿠팡이 이 전략을 그대로 차용하였다. 프라임 서비스는 아마존으로 하여금 놀라운 성장을 낳게 한데 비해 순수익은 그다지 창출하지 못했다. 초기 프라임서비스만으로 아마존은 매년 10억~20억 달러에 가까운 손해를 보았으나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 이어갔다.  

 

두번째 전략은 다양한 비즈니스 라인의 수직통합을 통한 확장이다. 아마존은 여러 라인의 비즈니스를 통합함으로써 인터넷 경제의 핵심적인 인프라로 떠오르게 된다. 아마존의 타깃 고객은 일반 소비자들뿐 아니라 다른 경쟁사들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과 경쟁하는 다른 소매업자도 아마존의 배송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고. 콘텐츠를 개발하는 미디어 회사는 아마존의 온라인 플랫폼 또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구조는 상호간에 이해충돌을 일으킨다. 왜냐하면 아마존은 경쟁사들과 경쟁을 하는 동시에 경쟁사들이 아마존의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중적 구조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약탈적 가격책정의 예로는 e-book 시장을 들 수 있다. 아마존은 베스트셀러 e-book과 이를 읽을 수 있는 킨들(Kindle)을 원가 이하로 판매하며 e-book 시장의 65%를 차지한다. 하지만 미국의 규제당국은 이들의 행보를 약탈적 가격책정이 아닌 원가보다 훨씬 싸게 파는 ‘loss-leading’으로 간주하고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이러한 규제당국의 행동은 2가지 오류가 있다. 

 

우선 Loss-leading 전략은 오프라인 매장들에서도 전체적인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비즈니스 전략이나 온라인 플랫폼일 때는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즉, 우선 파격적인 가격을 본 소비자는 아마도 아마존에서 e-book 과 킨들을 모두 구매하게 된다. 물론 e-book 은 다른 사이트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지만 디지털 저작권 관리 제도에 의해 킨들이 읽어 들일 수 있는 e-book의 형태가 제한적이다. 그렇게 때문에 다른 사이트에서 e-book을 크게 할인한다고 한들, 킨들에서 읽을 수 없기에 의미가 없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상 접속하는 고객들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모두 수집할 수 있다. 고객이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장바구니에는 어떤 제품들을 오래 넣어두고 고민하였는지, 심지어는 아마존 방문 전 어떤 사이트에서 무엇을 검색하였는지에 대한 정보들이 모두 수집된다. 아마존은 이러한 정보를 통해 더욱 정교한 고객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고 고객들은 홀린 듯 다시 아마존을 찾게 되는 메커니즘을 형성하였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손실회복심사(recoupment test)의 한계도 뚜렷이 볼 수 있다. 현재 손실회복심사는 기업이 손실을 본 해당 상품의 가격을 다시 인상하며 그 보상을 받을 것이라 전제하지만 아마존은 할인을 진행했던 베스트셀러 e-book 이 아닌 다른 종류의 책에서 가격을 인상할 수 있고, 또한 다른 비즈니스 라인 상품의 가격을 인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오프라인 매장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온라인 플랫폼들은 손실을 메울 수 있지만 미국과 한국의 규제 당국은 플랫폼 기업에 대해 독점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두번째 수직적 통합을 통한 확장의 문제는 아마존의 Quidsi 인수과정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현재의 반독점 정책은 온라인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다. 그러나 실제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고객을 유치하고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큰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미 만들어진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판매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존은 이렇게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판매를 하는 소매상들의 정보도 모두 수집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잘 팔리는 제품의 경우 눈여겨본 후 본인들의 생산라인을 통해 생산하여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며 웹사이트 상에서도 더 잘 보이는 곳에 상품을 진열함으로 원래 상품의 판매자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게 되고 사라질 수밖에 없도록 하였다. Quidsi는 빠른 성장을 보인 온라인 기업 중 하나로 아마존은 이러한 Quidsi의 성장세를 보고 2009년 인수를 시도하였으나 Quidsi는 거절하였고 이후부터 아마존은 AmazonMom이라는 라인을 새로 출시하며 기존 Quidsi에서 인기가 많았던 아기 용품들을 더 싼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Quidsi도 처음에는 경쟁에 응했지만 아마존만큼 막대한 투자자들의 도움이 없었기에 결국 아마존에 의해 인수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아마존은 AmazonMom 에서 제공했던 혜택들을 서서히 거둬들였다.  최근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카카오택시의 형태가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수직통합은 지렛대 효과(leveraging effect)와 배제효과(foreclosure)의 위험성이 제기 된다. 예를 들면, 이미 굉장히 유명한 밀가루 회사가 빵집을 인수했다면 밀가루 회사로서의 명성과 시장 점유율을 이용해 빵집에서도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것이 지렛대효과다. 그리고 빵집을 인수한 밀가루 회사는 경쟁 빵집에 밀가루를 팔 때 가격을 더 올리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밀가루를 공급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것은 배제효과다.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Khan은 2가지 해결책을 제안하였다. 

 

첫번째 방법은 경쟁을 강화해 어느 한 온라인 플랫폼이 너무 큰 힘을 가지고 시장을 독식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첫 단계는 손실회복심사를 없애는 것이다. 기업들이 본인이 약탈적 가격 책정을 통해 손해를 본 항목에서만 가격을 인상해 보상 받을 수 있다는 단편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마존과 같이 힘을 축적한 대규모의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손실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은 무한하기에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손실회복심사를 폐지해야 한다고 칸은 주장하였다. 

 

게다가, 기업들의 합병 심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것이다.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이 큰 역할을 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잘 알고 합병으로 인해 기업이 경쟁사들에게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 아마존이 경쟁사들과 경쟁하는 동시에 그들이 의존하게 만드는 이런 이중적인 역할은 이해의 충돌을 불러일으킴으로 이러한 이해의 충돌이 생길 수 있는 합병이라면 사전에 예방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두번째 방법은 독점 플랫폼들을 인정해주는 대신 적합한 규제들을 통해 그 힘을 관리하는 것이다. 사용될 수 있는 규제에는 공공사업규제 공용사업자(Common Carrier)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고려된다. 공공사업규제는 그동안 철도사업과 전기사업 등 공공필수 산업의 서비스를 대중들에게 적절한 가격에 공평하게 제공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러나 아마존의 경우 점점 더 인터넷 경제에 있어 필수적인 인프라의 역학을 하고 있기에 공공사업규제를 적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사항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공사업규제 정책에는 차별이 없는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조약이 있다. 현재 아마존은 수직 통합을 통해 너무 큰 힘을 갖게 되었고 이를 이용해 다른 경쟁사들에게 금전적 불이익을 주거나 서비스의 차별을 보여주고 있다. 공공사업규제를 통해 아마존이 자신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다른 경쟁자들을 상대로 불공평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 하나는 아마존의 인프라를 필수시설(essential facility)로 강제해 공용사업자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즉, 아마존의 플랫폼이 다른 비즈니스 사업자들에게 오픈 되고, 공평한 접근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이렇듯 지금의 반독점법은 아마존의 독주를 막을 수 없다. 새롭게 떠오르는 온라인 플랫폼시장에 맞춰 약탈적 가격정책과 수직통합을 다시 정의하고 새로운 규제들이 필요한 시점이라 주장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칸은 이미 플랫폼 기업의 약탈적이고 교묘한 기업경영을 이미 꿰뚫어 보고 있었다. 기술의 발전보다 제도가 앞서 나갈 수는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는 기술 발전의 속도가 아날로그와는 비견할 바가 아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최대한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절차를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규제완화도 규제강화도 시대정신에 맞게 민첩하게 대처해야 디지털 시대에 경쟁과 상생을 통해 소외계급이 없이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 Lina Khan​의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 논문  바로가기:​

https://www.ifs.or.kr/bbs/board.php?bo_table=research&wr_id=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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