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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64) 구상나무, 전나무, 가문비나무의 달걀 모양 열매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7월09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1년07월09일 12시02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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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번 주에는 상록수들을 다루려고 합니다. 상록수들은 이름 그대로 늘 푸른 잎을 가지고 있어서 변화를 잘 못 느끼게 만들기 때문에 이런 여름철에는 주목을 그다지 받지 못하는 나무들입니다. 그런데 굳이 제목에서 열거한 나무들을 (그것도 지난 겨울에 이미 언급했던 나무들을) 다시 다루려고 나선 것은 이 나무들이 이맘때 그 열매들을 (솔방울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얼매들을) 맺은 모습을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들 세 가지 이름의 나무들이 따로 홀로 서 있을 때 이들을 식별해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줄기에서 벋어낸 가지들의 주변을 빙 둘러서 줄줄이 박아놓듯이 내민 침 같은 잎들이 나 있는 모습이 서로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도 몇 년간의 꾸준한 관찰 끝에 이제야 조금 자신감을 가지고 구분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나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아마추어들에게는 지난한 일입니다.​ 

 

그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열쇠를 이 즈음에 이 나무들이 제시하고 있는데, 바로 이 나무들의 열매들입니다. 이 나무들이 지금 맺고 있는 열매들은 기본적으로 길쭉한 달걀 모양으로 보입니다. 달걀보다는 끝이 조금 더 뾰족하지요. 이 열매들이 달린 모양이 먼저 전나무, 구상나무 (전나무의 일종이지만 우리나라 특산 종류로 알려져 있고 열매 색깔도 뚜렷이 다릅니다.) 그룹과 가문비나무 사이를 크게 구분하게 만듭니다. 앞의 두 나무가 마치 가지 위에 달걀을 세워놓은 듯이 하늘을 향하고 있는 데 비해, 가문비나무는 조금 더 길쭉한 모양으로 아래를 향하고 있지요. 

 

일반 전나무와 구상나무는 열매 색깔에서 차이가 나는데 대부분의 전나무는 그 열매가 연두색 계통인 데 비해, 구상나무는 여러 가지 색깔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늘색과 녹색을 조합한 색깔부터 뚜렷한 보라색을 보이는가 하면, 필자가 최근 관찰한 검은색에 가까운 색깔까지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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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6일 오른 청계산 매봉의 서울 방면 조망대 바로 앞에서 엄청난 열매를 맺은 구상나무

 

필자가 나무사랑에 본격적으로 빠져들 즈음 읽은 많은 나무 글에서 전나무들은 열매를 맺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열매를 떨어뜨려 버리기 때문에 열매를 관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전나무를 볼 때마다 (특히 겨울철에) 열매를 찾아보려 애쓴 적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전나무들은 그 열매가 소중해서 그런지 대체로 나무 꼭대기 부분에만 열매를 매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대개 15m 이상의 큰 키를 자랑하는 나무들인 만큼 그 열매를 관찰하기가 쉽지 않은 셈이지요. 필자는 최근 수도권 골프장을 방문했을 때 전나무들의 열매를 보기 어렵게 만드는 두 가지 현상을 모두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꼭대기에만 열리고 일찍 열매를 떨어뜨려 버리는 현상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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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일 들른 용인 88CC 골프장의 전나무: 
꼭대기 부분을 확대하면 열매들이 몰려서 달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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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4일 필자의 아파트단지에서 만난 전나무 꼭대기 부분 열매 (확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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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8일 경희대 수원캠퍼스어 특이한 구조 덕분에 찍은 전나무 꼭대기에 달린 열매

 

그 높은 꼭대기에서 떨어진 열매는 단단한 땅바닥에 부딪혀 산산히 부서져 버리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렇게 부서진 열매 속에 잘 영글고 있던 씨앗들이 곳곳으로 튀겨나가게 되기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난 떨어진 열매들은 골프장의 부드러운 잔디밭으로 부드럽게 낙하해서 그런지 대체로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떨어지는 충격으로 인해 반이 날아가 버린 열매는 달걀 모양 껍질 안에 들어 있던 씨앗들을 필자에게 보여주는 행운을 안겨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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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일 들른 88CC에서 만난 떨어진 전나무 열매들

 

구상나무 열매의 인상적인 모습은 얄궂게도 수도권에 있는 청계산 정상 매봉에서 만났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구상나무는 한라산과 지리산 등 남쪽의 높은 산 정상 부근에서 겨우 자생지를 확보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그것도 서식지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글들을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공원이나 공공기관의 정원 등에 이 나무를 식재하여 보급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심지어는 해외의 중요한 수목원 등에도 이 나무를 기증하기도 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나무가 자연에서 잘 적응할지에 대해서는 항상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의외로 청계산 꼭대기에 심긴 나무들이 (나무로 치면) 이제 겨우 유년기를 벗어나는 시기에 서울을 조망하는 조망대 난간 바로 앞에 엄청난 수의 열매들을 맺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필자의 한결같은 나무사랑에 대한 자연의 보답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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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일 청계산 매봉을 올랐을 때 처음 발견한 구상나무 열매들

 

가문비나무의 열매는 전나무나 구상나무와는 달리 나무에 오래 매달려 있습니다. 지금이야 가분비나무들이 전나무와 마찬가지로 열매를 맺는 시기이기도 해서 쉽게 관찰할 수 있기도 하지만, 가문비나무는 조금은 헤프게 나무 아래쪽 가지에도 그 열매를 마구 매다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서 더욱 관찰하기가 쉬웠던 셈이지요. 필자는 우리나라 곳곳의 공원이나 학교 캠퍼스에서 그 모습을 거의 사시사철 보아 왔고, 가을 녘에 출장 갔던 캐나다 토론토 부근 호텔의 넓은 정원에서도 이 나무의 열매를 바로 눈앞에서 관찰하는 기쁨을 누린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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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6일 청계산의 옛골 하산길에 있는 정토사 입구에 서 있는 가문비나무의 열매 맺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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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16일 캐나다 토론토 교외 호텔 정원의 가문비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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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프랑스 파리 시테섬에 서 있는 가문비나무가 열매를 아래로 매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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