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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의 둔전제(屯田制)와 문재인의 공시지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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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6월10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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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근
  •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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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를 읽다 보면 중후반부에서 조조는 늘 수십만에 육박하는 대군을 동원하여 전쟁을 수행한다. 대군을 자주 일으키는 나라는 군량비로 인한 백성의 세부담으로 허우적대는 경우가 허다하나, 조조는 그러한 제약을 초월한 듯 대군을 움직였다. 이는 과연 소설적 허구일까? 놀랍게도 아니다. 그 비결은 바로 둔전제(屯田制)에 있었다. 둔전제는 전쟁을 하지 않는 시기에 군대를 동원하여 농사를 짓게 하는 정책이다. 조조는 철저한 준비와 시행착오 끝에 농사와 전쟁의 일정을 절묘하게 조정하여, 안정적인 군량비 조달로 삼국 통일의 초석을 다졌다.

 

부동산시장의 둔전제의 형태가 공시지가다. 이것은 재산세 기준이자 국민건강보험료 및 기초연금 수급 등 다양한 행정 지표로도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세금부담이 가중된 상황에다 공시지가의 현실화율의 상승은 이중과세로 국민의 부담을 배가시킬 것이다. 하지만, 공시지가를 현실화하는 것이 계층 격차를 심화하는 정책인가? 극히 단기적인 시야에서는 그럴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공시지가의 현실화는 불로소득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편중된 자본의 재분배를 통해 복지국가 위한 기본 정책이라는 점을 밝히고 싶다.

 

먼저 공시지가는 어떻게 책정되나? 어느 나라든 전문성이 인정된 기관이 공시가격을 조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969년 한국부동산원이 설립된 이래로 전문기관이 수행해 왔고 토지평가사와 공인감정사의 통합 등 객관화를 위한 개선작업은 진행되었다. 하지만, 최근 일각에서 제기하는 공시가격 부실 논란은 정부가 초래한 면도 있다. 정부는 공시가격의 산출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공시지가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럼 공시지가의 상승은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나? 일부 전문가들은 공시지가 인상에 따라서 주택 소유자들의 보유세가 증가하여, 늘어난 세 부담을 임차인들에게 전가하기 위해 전세금을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전세물량의 감소로 주택 매수세를 초래해, 집값이 상승의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시지가의 원래의 목적은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을 증가시켜 시장에 매물을 증가시키거나 신규 다주택자의 증가를 억제하여 투기를 위한 수요를 바로잡는 데 있다. 제대로 추진된 공시지가의 현실화는 집값을 바로 잡을 수 있다.

 

공시지가의 현실화는 어떻게 추진해야 되어야 하나? 이는 조조의 둔전제의 추진과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초기 둔전제 시행에는 백성의 반발이 매우 심했다. 훈련과 농업이라는 이중부담으로 납세자라면 필연적으로 저항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조조는 이러한 반발을 줄이기 위해 관청이 소유한 일하는 소의 사용료를 대폭 감면하거나, 관전을 백성에게 나누어 주는 분전과 같은 적극적인 보상책을 구사하였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도 공시지가를 현실화에 있어서 유예기간을 두어 조세 저항을 완화하거나 다주택자에서 단일 주택으로 전환할 시 세제혜택을 부여하여 다주택을 포기할 유인책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즉, 현재 과도한 양도소득세와 취득세의 조정을 통해 출구전략을 마련한다면 공시지가 현실화는 집값을 정상적 수준으로 돌리는데 기여할 것이다.

 

국토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맞는 공시가격 현실화 제고는 더 미룰 수 없다. 왜냐하면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이, 기득권을 통한 양극화를 초래하여 젊은 세대들에게 절망감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금의 부동산 가격공시제도에 대해 당장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접근은 위험하다. 미래세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공정성 실현을 위해 정부·지자체 및 조사주체들이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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