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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운명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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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6월07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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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무부가 검찰 조직 개편을 통해 작년에 폐지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이라는 이름으로 되살리겠다고 한다. 금융범죄의 증가와 적극적 대응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라고 판단되나, 추미애 전 장관이 없앤 조직을 1년 만에 다시 부활시키는 모습은 법무부 스스로 기존의 개편이 무리한 결정이었다고 인정하는 셈이다. 법조계에서 증권범죄합수단을 폐지한 이후 금융범죄에 대한 대응 역량이 낮아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이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주가 조작이나 허위 공시, 허위 정보를 활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례들이 염려된다”며 합동수사단의 부활을 수사권 개혁의 구조 하에서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추미애 전 장관은 검찰 개혁이 뒷걸음질 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2013년에 출범하였다. 자본시장의 규제가 완화 되고 금융기법이 발전하며, 관련 범죄도 고도화 되고 있어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위하여 검찰 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 직원들이 파견돼 50여 명 규모로 운영되었다. 서울남부지검에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설치되어 있었고, 검찰 주도하에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도 참여해 전담 수사하였다.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기도 한 곳이다. 하지만 검찰개혁의 일환인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지난해 1월 폐지되었다. 

 

금융, 증권 범죄는 경제 범죄이다. 경제범죄는 시장경제질서와 시장윤리를 무너뜨리고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금융, 증권범죄는 지능성과 전문성을 요한다는 점에서 다른 범죄유형과는 구별되는 차별성이 있다. 심지어는 범죄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하거나, 피해자가 범죄사실을 인식하기도 어렵다. 관련 사실관계 파악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범죄 사실에 대한 증거인멸의 가능성이나 조작의 가능성이 매우 크기에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밝혀내지 못하는 경우 처벌이 어렵게 된다.

 

관련 범죄와 불법행위가 경제인이나 금융인 등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일명 화이트칼라범죄에 속한다. 이에 범죄자 대부분이 사회 지도층이나 신분상 상류계층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 자신의 모든 인맥과 힘을 동원하여 수사를 방해하고 증거를 인멸하고 관련 사실을 조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정치적 권력과의 유착성도 보이는 범죄이기도 하다. 이러한 화이트칼라범죄와 정치적 권력과의 유착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아울러 검찰 출신 전관변호사에 의한 수사과정에서의 폐해가 있다고 지적되는 범죄 유형이기도 하다. 지능성과 전문성의 특성을 지닌 대규모 범죄행위이고, 이를 보호하는 여러 장치들이 많기에 관련 진실을 파헤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이처럼 금융증권범죄는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도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에 국가적 차원에서 조직적,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 필자는 변호사로서 금융, 증권범죄와 관련하여 수사과정에 변호인으로서 참여도 하였고, 참고인으로서 직접 조사를 받은 경험도 있다. 금융증권범죄의 수사는 참 어려운 숙제이다. 한 기관만의 역량만으로 범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여 신속하게 관련 진실을 밝히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금융증권 수사단의 구성과 운영의 핵심은 “속도” “공조”이어야 한다. 수사는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신속함을 위하여 관련 금융 유관 기관과의 공조는 필수적이다. 현재 검찰이나 경찰 수사관만으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융, 증권범죄의 고도화된 사실관계를 이른 시간에 전부를 밝히기는 매우 어렵다. 수사의 기초인 계좌추적만 보아도 관련 기관의 공조 없이 수사관의 능력만으로 이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최근 문제가 되었고, 서민들 다수의 피해가 컸던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경우 등 대형 금융증권관련 범죄가 잇따르는 현실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안타깝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조사부는 검찰 인력만으로 수사를 해나가고 있다. 금융 유관기관이 전부 공조해 수사하는 기존의 수사기관과는 다르다. 검찰 등 수사기관의 전문성도 중요하나 외부 전문가 공조없는 수사는 관련 사실관계 파악에 난항을 겪을 수 있고, 가사 파악한다고 하여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런 틈을 비집고 제2의 라임·옵티머스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다.  

 

금융증권 범죄는 돈과 관련된 화이트칼라 범죄이다. 범죄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하여 전문가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들이 동원된다, 온갖 금융기법들이 동시에 다발적으로 동원되는 것이다. 관련 기법도 조직화되어 있어서 전체 범죄행위를 파악하는 일도 쉽지 않다. 이를 신속하게 찾아내기 위하여서는 관련 금융 유관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면 불법행위를 밝혀내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경우부터 주가 조작 등 빠른 시일 내 추적을 하여야 한다. 관련 자금이 해외 등 수사기관의 관할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면 수사는 더욱 어려워진다. 최근 수년간 많은 피해를 끼치고 있는 보이스 피싱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피해금액이 외국으로 신속하게 송금되어 자금세탁을 거치기에 금융 거래를 파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그렇다. 신속한 수사가 그 생명인 셈이다.      

 

라임, 옵티머스 등 대규모 금융증권범죄의 피해자는 불특정 다수인 일반 서민들이다. 유사한 범죄가 계속 발생한다면 일반 서민들은 금융시장을 신뢰할 수 없고,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국가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게 된다. 결국 현재 대한민국에서 대형 금융사건이 발생할 경우, 검찰 수사기관만으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된다.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금융 유관기관의 상시적인 협력이 보장된 국가 수사 대응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앞으로 금융범죄를 담당하는 수사단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내가 맡긴 돈이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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