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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광의 바이오 산책 <3> 마신 술(酒)의 흡수와 해독, 그리고 안주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5월25일 17시10분

작성자

  • 오태광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주)피코엔텍 상임고문,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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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한 잔으로 친구도 되고, 현실의 어려움과 괴로움을 잊기도 하는 묘약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마시다 보면 술이 술을 마신다는 이야기처럼 어느새 고주망태가 되어 다음날 두통, 속 쓰림, 메스꺼움, 탈수현상 등으로 고생을 한 적도 있을 것이다. 음식물을 먹을 때는 배가 불러지면 그만 먹기도 하고 다이어트를 할 때는 아예 먹을 량을 정하고 먹기도 하는데, 술을 마시면 왜 조절할 수 없을까. 술이 입을 통해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일어나는 인체 내 흡수와 배출, 그리고 해독, 술잔의 크기에 담긴 이야기들을 과학적으로 산책해보자.

 

<술의 시작>

 

술은 미생물(효모)이 쉽게 이용 가능한 당분이 있어 발효하기 쉬운 과실, 가축의 젖에서 발효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원숭이 술(원주, 猿酒)을 술의 기원 중 하나로 본다. 그 이유는 원숭이가 술을 담그기 보다는 떨어진 과일에 공기 중 효모가 떨어져 자연스럽게 발효가 되었을 것이고, 포도와 같이 껍질에 야생 효모가 많이 있어서 원숭이가 나중에 먹기 위해서 포도를 한군데 모아만 두어도 저절로 발효하여 포도주로 마실 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과실에는 포도당(Glucose)과 같이 효모가 쉽게 발효할 수 있는 당(Readly fermented carbohydrate)이 있어서 술 발효가 쉽지만 곡물은 전분을 당화하여 단맛이 있는 당액을 만들어야만 술 발효가 가능하였다. 인류가 농경시대에 곡물을 생산한 후, 사람의 침 또는 곡물 씨앗이 발아할 때 생기는 아밀라아제(Amylase)라는 효소로 당화과정을 거쳐서 효모발효로 알콜을 만들기 때문에 곡주는 과일주 보다는 나중에 나타났을 것이다.

 

 우리가 마시는 막걸리는 곰팡이 효소와 효모가 포함된 누룩으로 곡물의 당화와 알콜 발효가 동시에 이뤄지는 술로 삼국사기에 의하면 기원전부터 만들어 마신 전통주로 기록되어 있다. 막걸리는 누룩으로 만드는데 각 지방마다 다양한 미생물과 곡물원료 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물 성분이 달라서 수많은 종류의 막걸 리가 만들어져 다양한 맛과 멋을 즐길 수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일제 강점기에 막걸리 제조방법 표준화로 막걸리의 다양성을 잃게 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막걸리에 대한 재조명으로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고 막걸리를 즐기는 인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 술잔과 체내 흡수/배출>

 

우리가 마시고 있는 술잔의 크기가 술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보통 맥주잔은 250ml, 소주잔은 50ml, 양주잔은 25ml로 되어 있다. 이렇게 크기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음주의 마법이 숨어있다. 

 

 술의 알콜 함량(%)은 맥주를 약 5%, 소주를 약 25%, 양주를 약 50%로 가정한다면, 맥주잔으로 맥주 한잔을 마시면 순수 알콜은 약 12.5ml(250 x 5% = 12.5)를 마시게 된다. 그런데 소주한 잔으로도 12.5ml(50 x 25% =12.5), 양주 한 잔도 역시 12.5ml(25 x 50%=12.5)로 마신 알콜 량은 술 종류와 상관없이 순수 알콜로 환산하면 12.5ml로 동일하게 마시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맥주, 소주, 양주의 잔 크기를 결정 한 것이 아니고 어떤 술이든 한잔 마시면 마시는 알콜량은 동일하게 마실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는 것이다.

 

 즉, 맥주, 소주, 양주는 제품 종류에 따라 알콜 함량이 다르지만 잔 크기를 달리하여 마신 잔 수만 알면 자기 주량에 맞게 취하지 않도록 조절할 수도 있게 한 것으로 판단한다. 술의 알콜 농도를 표시하는 방법은 퍼센트(%)나 프루프를 사용하는데, 알콜도수는 15℃에 물 100ml에 포함된 에탄올 ml 수를 도(Proof)로 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주가 20도라면 소주100ml에 알콜 20ml (15.8g, 비중 0.79)가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다.  요즘, 시판되는 소주는 알콜 도수를 낮추어 출시되고 있는데 1924년 우리나라에서 ‘진로’소주가 처음 나왔을 때는 35도로 독하게 마시다가 2000년대 들어서면서 22도로 낮추어 판매되었고, 현재는 21~16.9도로 낮추어 마시고 있다.

 

 술의 알콜 도수가 달라지면 잔의 크기도 현재와는 달라져야 하고 한잔으로 마시는 알콜 함량을 낮추는 것도 건강을 위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중국의 아주 독한 술은 알콜함량이 양주보다 높아서 술잔의 크기는 양주잔보다 아주 작은 것을 볼 수 있다.

 

 술을 마시게 되면 우선 입과 식도에서 전체 알콜의 5~7%가 흡수되고, 다음 위(胃)에서 10~15% 흡수되어 입에서 위까지 내려가는 동안 거의 15~22% 가량 흡수된다. 그런데 술이 약한 사람은 술이 위에 도착하기도 전 아주 짧은 시간에 얼굴이 빨갛게 되는 홍조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알콜이 흡수되면 혈액을 통해 간에서 해독을 시작하는데 해독기능이 약한 사람의 경우 빨리 홍조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간에서 알콜을 해독을 할 수 없는 사람은 알콜이 바로 독소로 작용하여 부작용을 일으켜 심할 경우는 응급실로 바로 이송돼야 하는 경우도 있다. 위를 통과한 약 80%의 나머지 알콜은 작은창자에서 흡수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 인체에 흡수된 알콜은 어떻게 될까? 소장에서 흡수된 알콜 90%도 간에서 해독작용을 하는데, 간에서 해독할 수 있는 알콜은 한 시간에 7~8g 밖에 되지 않아서 문제이다. 실제 2홉(1홉=180.39ml)들이 소주 한 병을 마시면 약 360ml를 마셨고, 알콜 함량은 360ml x 20%=72ml로 알콜 비중이 약 0.8이기 때문에 약 57.6g의 알콜을 해독해야 하는데 이는 간(肝)이 약 8시간이상 걸려야만 해독할 수 있는 양이다. 

 

술은 폐에서도 호흡을 통해 2~4% 알콜이 배출되는데 술을 적게 마시면 은은한 알콜 취(臭)로 기분 좋은 냄새가 나지만, 너무 많이 마시면 호흡 시 고약한 술 냄새가 난다. 신장에서도 역시 2~4% 알콜이 곧바로 오줌으로 배출되어 오줌에서도 알콜 취(臭)를 느낄 수 있고, 땀으로도 약 2~6% 정도 배출되어 땀에서도 역시 술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술을 마신 후 간에서 90% 해독하지만 간 이외에 6~14% 알콜은 결국 신체 여러 배출구를 통해서 빠져나간다. 목욕을 하게 되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배출이 쉬워지고 체외로 빠져 나온 알콜을 물로 세척할 수 있어 상쾌하다. 특히, 사우나를 하게 되면 온도가 올라가 땀이나 호흡으로 빨리 배출되어서 술이 깨는 느낌이 든다. 술을 마신 후 물을 마시면 체내 탈수현상을 막고 땀, 오줌으로 알콜을 빨리 배출해 낼 수 있다. 

 

<알콜, 간에서 해독(解毒)>

 

 간에서 알콜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아래 <그림1>과 같이 2가지 효소를 사용하는데, 알콜 탈수 효소(Alcohol dehydrogenase, 이하 ADH로 표기)와 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ldehyde dehydrogenase, 이하 ALDH로 표기)가 조효소(助酵素)인 NAD(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나 NADP(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 Phosphate)도움으로 알콜을 산화시켜서 초산으로 무독화 시킨다.

 

 알콜이 먼저 ADH의 작용으로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라는 반응성이 큰 독성 화합물을 만들고, ALDH로 재차 산화시키면 무독성의 초산이 생겨서 인체 에너지로 이용된다. 만일, 아세트알데하이드가 ALDH와 반응하지 못하면, 아세트알데하이드 독성이 유전자와 세포를 파괴하여 결국 간세포를 죽이게 되면서 지방간, 간 경변, 간 암등으로 발전하게 된다.

 

 또한, 간에서 충분히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산화되어 분해되지 않고 혈류(血流)를 따라 중요기관인 뇌, 심장, 신장, 폐, 간장 등에  흘러가서 독으로 작용하면 각 기관에 있는 유전자와 세포를 죽이게 되어서 결국 심각한 병을 일으킬 수도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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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ALDH는 아세트알데하이드 뿐만 아니라 인체 기관에서 발생한 각종 독성 알데하이드인 Malondialdehyde, HNE, Dopal, Retinal 등을 제거하여 세포와 유전자를 보호하는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한다. 실제로 사람 세포의 세포질(Cytosol)과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에는 적어도 16종이상의 ALDH가 존재하고, 마신 술 해독에서 생긴 아세트알데하이드 뿐만 아니라 각종 유독성 알데하이드를 무독 화시켜서 인체 내의 항상성(Homeostasis, 恒常性)을 유지시켜 건강을 지킨다. 

 

술을 습관적으로 많이 마셔 나타나는 알콜 중독을 약물로 치료할 때 사용하는 다이설피람(Disulfiram)이란 약물은 숙취 시 일어나는 두통, 안면 홍조, 호흡곤란, 구토와 같은 부작용을 인공적으로 유발시켜서 알콜을 혐오하게 하여 술을 끊게 하는 약이다. 인체 내 독성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제거하기 위해 ALDH 효소를 활성화시키는데 반하여, 다이설피람은 알데하이드 ALDH 활성을 저해하여 혈중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를 축적함으로서 숙취 시 알콜 부작용을 체험하게 하여 술을 혐오하게 만든다. 

 

<술 마신 후 라면이 먹고 싶은 이유> 

 

 술을 마시면서 안주를 많이 먹었음에 불구하고 음주 후, 라면, 우동, 국밥 등과 같은 전분(澱粉, 녹말) 음식을 먹는 경우를 많이 본다. 술을 마시면서 사실 먹을 만큼 먹었는데 도대체 왜 전분 음식이 먹고 싶을까? 가장 큰 이유는 뇌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전분을 분해하여 포도당을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뇌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포도당(Glucose)과 산소 2가지만을 사용하고 있어 포도당이 부족하면 뇌는 전분을 먹고 분해하여 포도당을 만들라는 지시를 한다. 

 

그럼 술을 마시면서 안주를 먹었는데 왜 뇌에서 포도당이 부족할까? 간은 술 해독뿐만아니라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서 포도당도 합성하는데, 간이 술을 해독하는데, 전념하다 보면 포도당을 생산하지 못해서 결국 뇌는 배가 고픈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실제로 배가 고픈 것은 아닌데 간이 술을 해독하다 보면 뇌가 포도당이 부족하여 전분 음식을 먹게 지시하고 그렇게 되면 라면 등과 같은 전분 음식을 먹게 되는데 이때 먹은 전분은 사실 뇌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지방으로 변하여 결국 뚱뚱이가 되는 것이다. 술을 마신 후 꿀물이나 설탕물을 마시는 이유도 배고픈 뇌에게 에너지를 만드는 밥을 주는 것이다.  

 

< 맺음말 >

 

 음식물도 적당히 먹고 건강을 유지하듯이, 술도 적당히 먹으라고 배워왔지만 실제로 친한 친구와 마시다 보면 취하여 고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옛말에 ‘술은 어른한테서 배워야 한다’고 돼있다. 이는 천천히 마시어 입에서 위까지 흡수되는 속도를 낮추어 빨리 취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또 종류가 다른 술의 알콜 도수와 관계없이 마시는 잔 숫자만 세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알콜 섭취량이 같게 잔의 크기를 정한 원리를 이해하고 과음을 피해야 할 것이다. 또 음주와 동시에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은 몸을 비만하게 만들기 때문에 자제하고 적당한 포도당을 공급해 주는 방법도 음주부작용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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