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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사태’의 본질은 ‘농지(農地) 문란’- ‘경자유전 원칙’ 바로 세우고 국가 기강 바로 잡아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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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3월29일 17시10분

작성자

  • 최양부
  • 전 대통령 농림해양수석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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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나라 돌아가는 모습이 우습다 못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살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마스크 생활의 답답함 속에 온갖 난무하는 거짓소리와 요설(妖說)들이 마치 국민의 ‘똘레랑스(tolérance)’ 한계를 시험하는 듯하다. 건드리면 터질 듯한 분노의 포도들이 곳곳에서 익어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조선시대 ‘삼정(三政) 문란’을 들먹이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159년 전인 1862년 한 해 동안 조선 8도 72곳에서 백성들의 봉기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전(세)정, 군정, 환곡의 문란으로 세도가들의 수탈이 극에 달해 백성들이 못 살겠다고 들고 일어났다고 한다. 

 

 2021년 문재인 정부의 대한민국은 ‘신(新) 삼정’이라 할 수 있는 ‘전정(田政), 세정(稅政), 군정(軍政)’의 문란으로 혹여 나라가 잘못되는 것 아닌가? 걱정하는 국민의 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한 대로 5년 만에 정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한미 동맹에 금이 가는 소리가 요란하고,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하고는 단교만 안 했을 뿐 절교상태가 계속되고 있고, 중국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호시탐탐 영향력 강화를 위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전방의 대한민국 방어선은 안전한가에 대한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값 올라 세금폭탄까지 맞게 생겨 전전긍긍하는 국민의 흉흉한 마음을 발칵 뒤집어 놓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발생했다. 

 

2021년 3월 2일 ‘LH 사태’ 발생  

 

 참여연대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3월 2일 ‘LH 임직원 17명이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내에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10개 필지의 농지(2만 3,028㎡, 약 7,000평)를 단독 또는 공동(지분 쪼개기)으로 매입한 사실을 아래 <표>와 같이 적시하고, 해당 토지 매입가격만 100억 원대에 이르며 그 가운데 약 58억 원은 북시흥 농협(상호금융)을 통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는 ‘LH 임직원들의 농지 투기’ 전모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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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주거 안정의 실현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목적으로 토지의 취득·개발·비축·공급, 도시의 개발·정비, 주택의 건설·공급·관리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며 그동안 혁신도시, 기업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수도권 신도시, 지방 재개발 사업, 주거복지, 보금자리주택, 행복주택, 역세권개발사업, 북한개발사업 등등 수많은 국책사업을 추진해온 거대 공룡기업인 LH의 임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개발 예정지 농지 등을 사적 이익을 위한 투기 목적으로 매입한 이번 LH 사태는 온 나라를 일순간 충격에 빠뜨렸다. 

 

 LH 사태는 누구보다도 엄정하고, 공정하고 청렴해야 할 LH 임직원들이 공적 지위와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불법, 편법, 탈법으로 토지(농지)투기를 자행한 범죄행위이며, 사상 유례가 없는 공직기강 문란행위가 아닐 수 없다. LH 사태는 2021년 4월 7일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대한민국 정치판을 흔들고 임기 말년의 문재인 정부를 뒤흔들어 놓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농지법 위반 만연  

 

  이런 와중에 3월 9일 안병길 국회의원 (국민의 힘, 부산)은 SNS를 통해 “현 정권 농지 불법취득의 원조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문 대통령이 양산 사저 부지 매입 시 농지를 불법취득 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LH 직원도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왜 농부 됐나…유명무실된 경자유전 농지수난시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LH 사태의 핵심은 내부정보를 이용한 ‘LH 직원들의 농지 투기’라며 이는 비단 LH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 상당수가 투기 목적으로 불법으로 농지를 취득 소유하고 있는 농지법 위반이 만연되어있는 실태를 보도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지난해 8월에도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양산 사저 부지로 농지(전) 1871 ㎡(566평)을 매입하면서 이 농지를 유실수 재배 농사 목적으로 산다며 제출한 농지취득증명신청서와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며 문 대통령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양산 사저 농지법 위반 여부에 대한 정치권 논쟁이 뜨겁던 지난 3월 17일, 참여연대와 민변은 2차로 3기 신도시 후보지에서 농지법 위반 의혹을 폭로했다. 그들은 “경기 시흥시 과림동에서 2018년 1월~올해 2월까지 거래된 논(답)이나 밭(전) 131건을 조사한 결과, 37개 필지에서 311억 원어치, 7만 360㎡가 농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과는 시흥시 과림동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다른 3기 신도시나 최근 10년간 공공이 주도한 공공개발 사업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면 더 많은 농지법 위반과 투기 의심 사례가 적발될 것”이라 주장했다. 

 

 그리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공공주택특별법이나 부패방지법 등의 위반 여부만 수사한다면 한계가 있다. 농지법이나 부동산실명법 위반 여부로 수사의 범위를 넓혀 중앙정부 및 각 지자체 공무원,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 최근 10년간 공공이 주도한 공공개발 사업에 관여한 공공기관 임직원은 물론 기획부동산, 허위의 농업법인, 전문투기꾼 등 투기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농지가 전업농이 아니라 방만하게 비농업인에게 소유될 수 있도록 한 현행 농지 소유 제도를 개선하고 농지보전 및 이용에 관한 관리 감독 체계도 바로 세울 것”을 요구했다. 

 

LH 사태의 본질은 ‘농지 불법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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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H 사태 발생 직후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 농민의 길(가톨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전국쌀생산자협회, 전국양파생산자협회 등) 등 농민단체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농지 투기’는 범죄행위가 아닌 ‘농지 재테크’로 인식되고 있으며, 심지어 “LH 직원이 ‘토지 경매 1타 강사’로서 친절하게 농민이 아니면서도 농지를 소유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기업과 투기꾼들은 농업법인을 설립해 대규모 농지 투기를 하는 현실”을 개탄하며 분노했다. 특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고위공직자들이 농지법 위반에 대한 죄의식이 없고, 누구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다. 언론도 관심이 없다”며 울분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 LH 사건을 단순히 내부정보에 의한 부당이익 추구의 관점에서만 접근해선 안 된다. 그들이 매입한 토지의 98.6%가 농지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농지는 농업인과 농업법인만 소유할 수 있다. 그러나 농업경영계획서만 제출하면 이후에 경작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는 현행 농지법 체계가 농지를 투기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누구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현행 농지법은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 121조에 반하는 반(反)헌법적 법률이다. 헌법 121조의 가치가 살아나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한다”며 이번 기회에 ‘제2의 농지개혁 차원에서 농지법 개정 등 근본적인 농지대책 수립’을 정부에 요구했다. 

 

‘빙산의 일각’만 더듬고 있는 정부 합동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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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도 정부는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을 구성,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한다며 소란을 피우고 있다. 정부는 농민단체들이 지적한 농지법 위반과 영리업무 금지 위반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아예 눈을 감아버리고 검찰과 감사원은 물론 농식품부마저 조사단에서 배제했다. 

 

 농민단체들은 “농지를 관리·감독하는 농식품부가 정부조사단에서 빠진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농식품부를 정부조사단에 포함할 것과 조사지역과 범위도 LH 직원과 관련 지자체의 3기 신도시 투기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농지 소유에 대한 전면 조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언론들은 이번 정부 조사는 본질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조사하는 변죽만 울리며 ‘빙산의 일각’만을 더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합법과 불법에 의한 농지 문란  

 

 우리나라는 1948년 제헌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을 실천하는 1950년 농지개혁법 제정으로 농지개혁을 추진, 자본주의적 사유재산제도를 확립하고 산업화·민주화의 기틀을 세웠다. 이후 1994년 김영삼 정부에 의해 새로운 농지법을 제정하여 (1996.1.1. 시행) 국가발전을 위한 농지의 소유와 보전, 이용에 관한 질서에 새로 세웠다.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농지 소유는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한정하고 농업진흥지역 내의 농지는 식량안보 등 국가적 목적을 위해 유지, 보전하고 농업진흥지역 밖의 농지에 대해서는 산업화, 도시화, 공업화 등을 위해 비교적 농지전용이 용이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해 왔다. 

 

 그러나 2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식량안보를 위해 엄격하게 보호한다는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조차 매년 2,000ha 이상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농업인의 급격한 고령화와 영농중단 등으로 비농민 자녀의 농지 상속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비농업인에 의한 농지 소유가 급증하게 되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전체 농지 160만ha 중 임차농지의 비율은 47.2%인 75만5,000ha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 1월 28일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현찬)는 '농지 소유 및 이용 제도개선 방향' 토론회를 통해 “2020년 9월 16일부터 12월 5일까지 경기 화성(2곳)·안성(1곳)·여주(1곳), 경남 거창(2곳)의 6개 마을(법정리)에서 농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비영농 부재지주의 농지가 324㏊로 전체 조사 면적(1,064㏊)의 30.5%에 이르며, 경기도 여주의 한 마을은 부재지주 비율이 91.1%에 달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3월 17일 열린 농지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박석두 박사(GS&J 연구위원)는 “우리나라 농지 소유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비농업인이 상속을 통해 합법적으로 농지를 소유하는 문제”라며 “농사를 물려받을 후계 농업인을 확보한 농가가 전체의 5%도 안 되는 현실에서 상속농지의 95%는 비농업인 소유가 되는데, 현재의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고령 농민들의 사망 시점 (기대수명 81.4세) 이 도래하는 15년 안에 전체 농지의 84%가 상속을 통해 합법적으로 비농업인 소유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행 농지법에서 농지는 원칙적으로 “농업인(농업경영을 할 개인을 포함)과 농업법인이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만 소유가 허용”되지만 예외적으로 농업인이 아니더라도 (또는 취득한 농지를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다음과 같은 경우 농지 소유를 인정하고 있다.

 예외적인 농지소유 허용 경우는 1) 농지법 시행일(1996.1.1.) 이전부터 소유하고 있는 농지, 2) 주말·체험 영농 목적으로 취득하는 농지(세대 당 1천㎡ 미만), 3) 상속받은 농지와 8년 이상 농업경영을 하던 자가 이농 당시 소유하던 농지(1만㎡ 미만), 4) 농지전용허가(신고)·협의를 마친 농지, 5) 계획관리지역과 자연녹지지역 안의 농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목적의 비축용 토지로 소유하는 경우, 6)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한국농어촌공사가 소유하고 있는 농지, 7) 학교, 공공단체 등이 시험, 연구, 실습목적으로 소유하는 경우(농업연구기관, 농업생산자단체, 종묘, 농업 기자재 생산업자 등), 8) 시장, 군수가 지정 고시하는 평균 경사율 15% 이상인 영농여건 불리 농지를 소유하는 경우 등이다. 

 

 따라서 현행법에 따라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하거나 8년 이상 농업경영을 한 후 이농한 비농업인도 1만㎡까지 농지를 소유 할 수 있다. 특히 조세법상 8년 동안 자경(自耕)해야 양도세를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기꾼이든 상속을 받았든 8년 자경의 증빙자료 확보를 위해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고 직불금까지 받은 부재지주나 위장(가짜) 농업인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실제로 2019년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등록한 농업경영체등록자 수는 168만 6,068명인데, 2019년 통계청이 조사한 전체 농가 수는 100만 7,158가구이다. 진짜 농가 수보다 보조나 지원을 받기 위한 농업경영체 수가 67만 8,910개가 더 많다. 실제 농가 수보다 더 많은 농업경영체는 농사를 짓다가 탈농/이농하여 부재지주가 된 경우와 가짜 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부터 경기도 일대에는 농지를 쇼핑하듯 이곳, 저곳에 사놓고 개발로 가격 오르기만 기다리는 투기꾼 부재지주들이 많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들은 1996년 이후 지난 25년간 우리 사회에서 상속을 통한 합법적인 비농업인 농지 소유 증가와 함께 비농업인에 의한 합법 혹은 합법을 가장한 편법, 탈법 적인 농지 취득이 꾸준히 증가해 온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경실련이 한농연, 전농과 두 차례 공동 조사하여 발표한 결과를 보면 고위공직자의 38.6%, 국회의원의 25.3%가 농지를 소유하고 있었고, 상당한 투기 의심 사례도 발견된다고 했다. 비농민에 의한 농지 소유는 거의 70%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자유전의 원칙’을 살리는 제2의 농지개혁이 필요

 

 이러한 현실을 방치하는 것은 헌법 121조의 경자유전 원칙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의 투기를 예방하고 반헌법적 질서와 불법적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제2의 농지개혁 차원의 농지 상속과 소유, 이용에 관한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문제의 해결은 실태 파악에서 시작된다. 정부는 당장 전국의 농지 소유와 이용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 이번 LH 사태는 국가적으로 이와 같은 조사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농민단체들은 2009년부터 완벽하게 전산화된 농업경영체 등록부가 있기 때문에 재산등록이 의무화되어있는 모든 공직자의 기록과 대조 작업만으로 그들의 불법적인 농지 소유실태를 전수 조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확실하고 손쉬운 조사 방법이 있는데도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조사 시늉만 하는 것은 정부가 근본적으로 공직자들의 농지투기실태에 대한 조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고 있다. 

 

 한 가지 방법은 지금이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 121조의 경자유전 원칙의 실천을 위해 농지 투기 근절을 통한 농지 질서 확립에 대한 분명한 의지표명과 함께 자신의 양산 사저 농지매입의 적법성에 대한 조사를 포함하여 모든 공직자의 농지 소유실태와 취득 경위를 전수 조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공무원법을 어기고, 농지법을 여겼는지를 살피면 된다. 

 

특히 이들 가운데 농업경영체등록까지 하여 직불금 등 정부의 농민에 대한 지원까지도 수령한 공직자들이 있는지 조사하면 된다. 1993년 2월 25일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 대통령은 솔선수범하여 자신의 재산을 스스로 공개하여 공직자 재산등록제를 확립했다. 이어서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 등도 확립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지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시대적으로 낡은 원칙이라고 주장하며 이 조항을 오히려 헌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경자유전 원칙의 역사적 기원과 우리 사회에서 수행하는 순기능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1946년 전격적으로 실시된 북한의 농지개혁에 대응하여 우리나라는 1948년 제헌헌법 제정 당시 ‘경자유전 원칙’을 제헌헌법에 반영한 것은 이승만, 유진오의 선견지명과 김성수의 살신성인하는 합력의 결과다. 이승만, 조봉암, 김성수 등의 노력으로 1950년 농지개혁을 통해 경자유전을 확립하고 대한민국의 자유 시장경제의 기반인 사유재산제를 제도적으로 확립하고, 반상(班常)과 지주•소작제의 신분사회를 평등사회로 만들고, 6.25 전쟁 당시 대한민국 공산화를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LH 임직원의 농지 투기가 문제가 되는 것도 경자유전의 원칙이 살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LH 사태는 공직자들이 경자유전의 헌법적 기본 질서를 위반하고 국가 기강을 문란하게 한 것이다. LH 임직원의 농지 투기도, 문재인 대통령의 양산 사저 농지 취득도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원칙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 원칙이 사라지는 순간 농지 투기는 합법적인 투자가 되어 대한민국 농지는 가진 자, 있는 자들의 투기장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농지는 가진 자들에 의해 겸병(兼幷)될 것이며 대토지를 소유한 지주의 등장을 가져오게 되면서 대한민국을 다시 불평등 사회로 만들 것이다. 남미를 보라, 필리핀을 보라, 아시아, 아프리카를 보라. 모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의 기원은 농지의 불평등한 소유에 있다. 

 

 1948년 제헌헌법 이후 지난 73년간 유지되어온 경자유전 원칙은 한국 사회를 이나마 평등사회로 떠받들고 국민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자유전은 농지를 생태환경자원으로 지속적으로 유지 보전하게 하는 기능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시대 농지보전은 탄소저장을 통한 저탄소 환경 유지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렇듯 경자유전은 죽은 원칙이 아니라 살아 있는 원칙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기회에 ‘농지는 투기대상이 아니다’는 새로운 상식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LH 사태에 임해줄 것을 간절히 바란다. LH 전 현직 임직원과 공직자들의 농지 투기에 대한 발본색원은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이며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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