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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택정책>(17) 외국의 사례(Ⅳ): 미국①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1월17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1년01월13일 14시03분

작성자

  • 이종규
  • 대구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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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미국은 주택문제가 예상외로 심각한 나라이다. 주택문제는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것도 아니다. 아주 오래 된 이슈이다. 그동안 미국은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대책들을 강구해왔다. 주택문제의 삼각성이 의회 등을 통하여 정치권에 전달되는 메커니즘이 잘 발달된 것이 그 배경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양한 대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의 주택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미국의 주택정책, 특히 정책의 틀과 여러 가지 정책수단들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그 유용성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취지에서 미국의 주택정책을 살펴보고자. 주택정책의 연혁을 간단히 정리하고 나서 주택정책의 체계를 요약해볼 계획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정책 수단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그 외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의 주택정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당시 주택정책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생각해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 주택정책의 미비점 등을 나름대로 제시하고자 한다.

 

미국의 주택정책은 앞으로 세 차례에 나누어 게재할 계획이다.

 

1. 최근의 주택가격 동향

 

현재 미국의 주택가격(S&P/Case-Shiller 지수 기준, 이하 동일)은 장기간 이어지는 상승 국면에 있다. 2012년 2월 저점을 통과한 뒤 최근까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충격을 완연히 벗어난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주택가격은 2007년 2월에 정점을 찍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부실이 가시화되면서 주택가격은 약세로 돌아섰다. 그리고 2008년 9월 금융위기가 가시화됨으로써 주택가격은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하락세는 2012년 2월까지 이어졌는데 그 하락폭이 전국적으로 26%에나 달하였다.

 

금융위기의 여파가 진정되면서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여 2016년 11월경에 종전 최고 수준을 경신하였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의 주택가격은 2007년 고점에 비하면 24% 정도 높고 2012년 저점 대비로는 68%나 오른 수준이다.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세는 대도시 주택가격이 주도하고 있다. 물론 지역별로 격차가 난다. 주로 서부 지역의 주택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로스엔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를 꼽을 수 있다. 반면 시카고는 아직도 주택가격이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뉴욕의 주택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국 평균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다. 중서부 지역의 달라스와 피닉스는 최근 들어 높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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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이래 주택가격이 장기간 상승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 공급이 크게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유동성이 대량을 공급된 데다 저금리 정책이 지속된 것도 주요 배경 요소로 지목된다. 특히 대도시 지역은 주택 공급이 비탄력적이라는 특수한 요인까지 가세하고 있다. 

 

한편 언론에 따르면 최근에는 더 넓은 주택, 혹은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한다. COVID-19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큰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을 반영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사상 최저의 금리가 주택 매입 수요를 더욱 자극함으로써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주택가격 상승과 관련하여 특별한 우려나 걱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급증을 동반하였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주택가격 상승 양상과는 다르다고 보는 듯하다. 

 

이에 비해 임대주택시장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현재 임대주택시장은 초유의 강력한 대책에 의해 겨우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잠재된 불안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COVID-19의 유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실직을 하게 됨에 따라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거주주택을 구하지 못하는 노숙인 가구가 전국적으로 35만 가구에 달할 정도로 이미 주택임대시장은 상당한 수급 불균형 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더하여 조만간 대규모 임차인 퇴거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작년 3월 COVID-19가 처음으로 유행할 당시 정부는 임차인 퇴거 중지 명령(the eviction moratoriums)을 내리고 그 시한을 2020년 말로 정하였다. 최근 그 기한을 재차 연기하였지만 금년 1월말이 새로운 기한이다. 

 

게다가 코로나 대책의 일환으로 긴급 지급하였던 실업수당(매월 600달러)도 작년 12월 26일로 종결되었다. 임차인들이 임대료를 내지 못하면 퇴거 통지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임대인들도 모기지 대출 이자를 상환하여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들을 종합하면 앞으로 2~3개월 후에는 많게는 3천만 가구 정도가 거주 주택에서 퇴거될지도 모른다. 현재 임대주택시장은 일종의 비상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게 위한 아이디어들이 간헐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면 당국에서 특수채를 발행하여 10년 만기로 세입자들에게 대출하자는 방안, 주택 바우처(voucher) 지급액을 대폭 확대하자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아무런 방안도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의 미국 주택시장은 결코 안정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당국이나 언론 등에서 주택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나오지 않고 있다. 더욱이 주택 관련 제도들을 바꾸면서 주택 수급을 직접 조절하겠다는 정치인이나 당국자는 하나도 없다. 주택시장 동향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은 우리나라와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고 하겠다.

 

2. 미국 주택정책의 연혁 주1)

※주1) 미국의 주택정책 연혁에 관해서는 McCarty et al. (2019) 등을 참조하기 바란다.

 

   * McCarty, Maggie, Libby Perl, and Katie Jones, "Overview of Federal Housing Assistance Programs and Policy,"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March 27, 2019.

 

미국의 주택문제는 그 유래가 매우 길다. 오래전부터 이민을 받아들인 것과 연관이 있다. 그리고 수차례에 걸쳐 전쟁을 치르고 난 후 군인들이 복귀하는 과정에서도 주택부족 문제가 대두되었다. 이와 같은 특수 요인에 더하여 대공황 당시 주택 사정은 최악이었다. 지금과 같은 주택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것도 대공황 때부터였다.  

 

대공황 이전에도 주택의 품질을 정하는 등의 정부 개입은 있었다. 예컨대 1880년대 말부터 최소 조명 및 조도에 관한 규정, 통풍, 화재 예방, 상하수도 시설, 기타 공중위생 등에 관한 규정, 그리고 반사회적 활동 금지 등에 대한 규정들을 운용해왔다. 하지만 이 규정들이 지금의 주택정책으로 진화하지는 못하였다.

  

주택정책의 시초는 1934년 뉴딜 입법의 하나인 국가주택법(The National Housing Act) 제정으로 볼 수 있다. 이 법에 의해 the Federal Housing Administration(FHA)을 설립하고 이 기구를 통해 주택대출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지원하였다. FHA는 금융기관이 공급한 장기 주택대출(모기지 대출)에 대해 지급 보증(보험)을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즉 모기지 대출 시장의 형성과 발전 과정에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현대적 개념의 주택정책의 틀이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FHA 설립 이전에도 주택금융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은 있었다. 대공황이 삼화된 1932년에는 저축대부조합(savings and loans)들에게 주택대출 재원을 공급할 목적으로 Federal Home Loan Banks를 설립하였다. 주2)

※주2) 현재 11개의 FNLB가 운영 중인데 이는 회원 금융기관들의 조합 형태이고 정부 보증 금융기관(government-sponsored enterprise, GSE)의 한 형태이다.

  

 1933년에는 주택 차압이 급증하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하여 차압 대상 주택의 구입, 모기지 대출 연장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기 위해 the Home Owners’ Loan Corporation (HOLC)을 설립하기도 하였다. 이 기관들에 대해서는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은 제공되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주택대출 제도의 한계 등으로 이런 대책들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 

 

대공황 이전의 주택금융시장은 일반 대출시장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대출 기간은 통상 3~5년으로 비교적 단기였다. 년 단위로 할부금을 납입하고 만기에 대출 연장 여부를 다시 협상하는 방식이었다. 주택대출 한도는 주택 가액의 40~50%에 불과하였고 나머지 금액은 다른 금융기관 등을 통하여 추가로 차입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단기 주택대출의 부작용이 대공황기에 극명하게 드러났다. 대공황 당시 예금인출과 은행 파산이 악순환적으로 이어지는 금융위기가 진행되었다. 금융위기 와중에 대출을 축소하여야 했던 금융기관들은 기존 주택대출을 연장하기를 거부하고 높은 금리를 요구하였다. 주택대출 차입자들은 대출을 상환하여야 했지만 경기 악화, 실업 확산 등으로 대출 상환 능력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이에 따라 주택금융시장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하였고 주택대출 부도가 크게 늘어났다. 주택대출 상환 부담 증대, 주택대출의 부도 증가 등은 수요를 위축시키고 금융기관 부실을 초래함으로써 대공황을 더욱 심화시키는 통로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으로서 주택대출의 만기가 짧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1934년 FHA 설립을 통해 주택대출의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차원에서 20년짜리 모기지 대출 제도를 도입하였다. 차입자가 계약기간 중에 파산하게 되면 FHA가 금융기관의 손실을 보전하는 보험을 제공하였다. 금융기관들이 장기 주택 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하도록 하기 수단이었다. 새로운 모기지 대출에서는 만기에 대출금을 상환토록 하여 중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종전 방식에 비해 대폭 줄어들게 되었다. 이는 장기 모기지 대출에 대한 수요를 높이기 위한 방책이 되었다.

 

새로운 주택대출제도가 도입된 이후 시장에서는 장기 주택대출이 점차 관행화되고 경험이 축적되면서 모기지 대출 시장이 자생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금융기관들은 주택구입자가 부담하는 선급금(downpayment)의 크기를 조정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대출 손실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냈고 유사한 기법들을 개발 적용함으로써 여러 유형의 모기지 대출들이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모기지 대출을 더욱 촉진하기 위하여 1938년에는 Federal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 (FNMA, 일명 Fannie Mae)을 설립하였다. 이 기구는 금융기관의 모기지 대출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금융기관들이 모기지 대출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주3)

※주3) 1968년에 제2의 주택 모기지 유동화 회사인 the Government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일명 Ginnie Mae)를 설립하였다.

 

지금의 개념으로 치면 대출자산의 유동화(assets securitization)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1937년에는 연방주택관리청(the United States Housing Authority)을 설립하였는데 이 기구로 하여금 도시지역 빈민가를 개발하고 저리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토록 하였다. 당시 정부는 공공사업관리청(Works Progress Administration)이라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 조직에 ‘주택과(housing division)’를 두어 택지를 구입하고 거기에 다가구주택 등을 건설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하지만 이 일은 지방정부의 업무와 중첩되는 게 문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법률을 제정하고 그 업무를 일원화하였다. 연방주택관리청이 현재의 주택정책 주관 부서인 주택도시개발부(HUD)의 전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연방주택관리청 설립 이후에도 주택정책 담당 부서의 업무는 여러 차례 조정되었다. 1942년에는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던 주택 관련 업무를 통합하였고 1947년에는 그 명칭을 변경하기도 하였다.

 

1949년 주택법 개정에서 처음으로 주택정책의 목표가 공식적으로 제시되었다. 당시 주택정책의 목표는 “번듯한 집과 합당한 생활 여건을 전국민에게 제공(the goal of a decent home and a suitable living environment for every American family.)하는 것이었다. 도시 개발 및 빈민가 개조 사업, 공공주택 건설 확대, 모기지 대출 보증 확대, 주택 건설 및 소유 촉진 등을 그 수단으로 제시하였다. 이 법의 제정으로 미국의 주택정책이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종합적인 주택정책을 마련하게 된 배경 요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악화된 주택문제를 들 수 있다. 전쟁 중에는 주택 건설이 거의 중단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참전 군인들이 주로 도시지역에 정착하면서 도시를 중심으로 주택부족문제가 현재화되었다. 1948년 대통령 선거에서 주택문제가 최고의 관심 주제로 등장하였다. Truman 대통령은 주택부족문제 등의 주제를 다루기 위하여 통치 구호로 “Fair Deal"을 제창하였다. Truman 대통령은 실제로 도시 빈민들의 전폭적 지지로 당선되었고 이들이 직면하였던 주택부족문제를 해결하고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당시의 주택정책은 다른 차원에서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였다. 중간 소득계층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도 못하고 주택도 구입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일종의 역차별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산층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는 주택구입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1950년대 내내 이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었지만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성사되지는 못했다. 이 방안을 실현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었기 때문이었다.

 

중산층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들은 1950년대 후반부터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민간 주택건설업자들에게 금융 및 재정적 유인을 제공하여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노인 등 특수 계층을 대상으로 한 주택을 건설하는 경우 특혜 금리로 자금을 대출하는 방식이 적용되었다. 소위 Below Market Interest Rate (BMIR) housing program이었다. 주택건설업자들을 대상으로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들이 1960년대에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1965년도에는 주택정책 소관 부서로서 주택도시개발부(HUD, 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를 설립하고 관련 기능들을 통합하였다. 정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주택정책 추진 체계를 공고히 한 것은 Johnson 대통령이 구상한 "Great Society"를 구현하기 위한 방편의 일환이었다. 이 구호는 빈곤을 퇴치하고 차별을 불식시키고자 한 Johnson 대통령의 정책을 통칭하는 말이다. 

 

1965년 HUD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에게 임대료를 지원하는 제도가 틀을 갖추게 되었다. 일명 임대료 보조 프로그램(the Rent Supplement Program)이다. 임차인이 부담하는 주택 임대료는 임차인 소득의 20% 이하에 머물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 임대료가 임차인 소득의 20%를 넘게 되면 그 차이를 정부가 대납하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방식이 다소의 변형을 거쳐 지금도 널리 적용되고 있다.주4)

※주4) 현재에는 임차인의 임대료 부담 상한선을 종전의 20%에서 30%로 올려서 적용하고 있다. 

 

1960년대 후반에는 모기지 대출 보증기관들의 법적 지위를 크게 변화시켰다. 이는 당시 여러 가지 상황변화를 반영한 것이었다. 1950년대 이후 모기지 대출 시장이 점차 위축되었다. FHA는 그 업무의 역점을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으로 점차 옮겨가고 있었다. FHA 모기지 대출 한도가 주택 가격 상승 추세에 맞게 조정되지 않아 모기지 대출 확대를 지원하는 FHA의 기능이 약화되었다. 금융자금의 배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반감도 높아졌다. 그리고 1965년 FHA가 HUD 내부 조직으로 흡수되면서 업무 추진이 종전에 비해 원활하지 못하게 되었다. 1960년대 후반 주택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주택건설은 전반적으로 부진하였다.

 

이 상황에서 주택공급을 촉진할 요량으로 주택 수요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방안이 모기지 대출을 장려하는 것이었다. 이 방안의 일환으로 1968년 Fannie Mae를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하고 민영화하였다. Fannie Mae가 시장 원리에 따라 모기지 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역할을 수행토록 하려는 의도였다. 이를 통해 Fannie Mae가 안고 있던 부채를 완전히 해소하는 부차적인 목적도 달성하였다. 그리고 별도로 Ginnie Mae를 설립하였다. 이 기관은 FHA 등 정부기관이 그동안 제공하였던 모기지 대출을 인수하였다. 복수의 기관을 설립하여 상호간에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모기지 대출 시장의 활성화를 도모코자 하였다.

 

이 두 기관은 금융기관이 취급한 모기지 대출을 매입하는 특수 금융기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기관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보증을 제공한다. 그리고 지방세 등이 면제되는 특전이 있다. 이 기관들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잠재적 주택구매자들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모기지 대출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의무와 역할이 부여되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주택정책의 상당 부분이 지방정부로 이관된다. 이 과정에서 연방정부가 지방정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서 새로운 정책수단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에 관해서는 주택정책 프로그램을 통해 자세히 다루게 될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1974년 지역사회 개발을 위한 일괄 지원금(Community Development Block Grants, CDBG)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그 이후 몇 가지 프로그램들이 도입되는 과정으로 거쳐 1998년에 이르러 the Quality Housing and Work Responsibility Act를 제정함으로써 지방 정부의 주택정책이 체계화되기에 이르렀다.

 

3. 주택정책 체계

 

주택정책의 역할 분담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HUD가 주택정책을 당당하고 있다. 물론 특수한 사업이나 경우에는 다른 부처가 담당하고 있는데 그 예가 농촌 지역 개발과 연관된 경우에는 농업부(Department of Agriculture), 주택 관련 세금 문제는 재무부(the Department of the Treasury)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현재 주택정책에서 HUD의 주요 역할은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주택 관련 연방예산을 할당 배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주택정책과 관련한 연방정부의 역할로는 주택 건설 등과 관련한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공공주택 등을 공급하는 민간 건설업자를 지원하거나 주택 소유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제를 운영하고 있다. 주택 관련 금융 지원도 연방정부의 역할에 해당한다. 일정 자격을 갖춘 대상자들에게 모기지 대출을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제공하고 있다.

 

실제 주택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지방정부가 담당하고 있다. 물론 지방정부가 전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역내 공공기관, 준공공기관 및 민간의 관련 기관 등과 협력하여 보다 섬세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한다. 지방정부가 수행하고 있는 주택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에는 노숙인에 대한 지원, 저렴한 주택의 건설 공급, 생애 최초 주택구입 지원, 지역 개발, 임차료 지원(바우처 공급) 등이 포함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처음에는 연방정부가 주택정책을 주도하였다. 1930년대에는 연방정부가 주택정책이 큰 그림을 그리고 지방정부에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예컨대 FHA에서 모기지 대출 보증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우면 지방정부 산하의 public housing authorities(PHAs)가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식이었다. 지금도 지방정부 산하의 PHAs가 주택정책 실행 단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다가 1970년대부터 연방정부의 권한이 지방 정부로 이양되기 시작하였다. 지역 현실에 맞는 주택공급 방안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는 중앙정부의 예산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도 반영되었다. 특히 레이건 행정부는 주택 예산 규모를 대폭 삭감하였는데 이에 따라 각 지방정부는 독자적인 주택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자체 예산을 추가적으로 확보하여야만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연방정부의 주택정책 권한이 지방정부로 이양되었다. 

 

주택정책의 목표

 

주택정책을 처음으로 실시하였던 1930년대에는 주택정책의 최종 목표는 고용 확대나 금융안정 등과 결부되어 있었다. 당시에는 주택정책의 목표가 따로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1949년의 주택법 개정에서 ‘번듯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미국 주택정책의 일차적 목표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선언적 의미가 강하였고 구체적이지도 않은 데다 현재의 주택정책을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현재 주택정책 당국인 HUD에서 제시하고 있는 주택정책의 목표는 매우 다양하다. 살기 좋은 지역사회 건설, 모든 사람에게 합리적인(affordable) 가격의 주택 공급, 주택시장 활성화를 통하여 나라 경제에 기여, 주택거래 당사자로서의 소비자 보호, 합당한 수준의 임대주택 제공, 주택을 통하여 삶의 질 개선, 주택으로 인한 사회적 차별의 방지 등을 꼽고 있다(HUD 2014).

  

  * HUD(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Strategic Plan 2014–2018, April 2014.

 

비록 주택 당국에서 다양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그동안 추진해온 주택정책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미국 주택정책의 궁극 목표는 국민들의 내 집 마련(homeownership)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주택 소유를 미국인의 꿈(the American dream)을 달성하는 징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역대 정권들이 주택문제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였고 정권에 따라서는 이 목표를 유별나도록 강력하게 추진하기도 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 요소도 전임 정권들이 국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주택정책 목표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생겨났다. 

 

미국에서 주택 소유 촉진이 핵심 정책목표가 된 이유는 주택이 여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자가주택 소유 확대는 지역 사회 발전에 필수적이다. 지역 사회가 형성되고 공동체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자가주택 소유자들이 많아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원활한 주택시장을 형성하는 데에도 자가주택의 수가 늘어야 한다고 보았다. 주택가격 생성 등의 시장 기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주택의 수가 많아야 하고 거래량도 풍부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융시장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초창기 모기지 시장에서는 포획적 금리가 적용되는 등 문제가 많았지만 주택 거래가 많아지고 “시장”이 형성되면 이런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개인들에게도 주택 소유는 큰 의미가 있다. 주택 소유 자체가 일종의 성공으로 여겨지는 데다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확보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도 얻을 수 있다. 주택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저축을 늘이고 재산을 축적하게 되어 경제적 자립도가 높아진다. 이에 더하여 주택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재산이 늘어나는 부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가계의 저축 증대, 재산 축적은 경제발전을 위한 자원을 조성하게 된다는 의미도 있었다. 

 

이와 같이 주택 소유에는 여러 모로 긍정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미국 정부는 주택 소유를 적극적으로 권장하였고 실제로도 여러 가지 지원 방안을 강구하였던 것이다(Olsen and Zabel 2015).

 

  * Olsen, Edgar O., and Jeffrey E. Zabel, "US Housing Policy," in Handbook of Regional and Urban Economics, ed. by G. Duranton, J. V. Henderson, and C. Strange, edition 1, volume 5, chapter 14, Elsevier, 2015, pp.887-986. 

 

요컨대 미국의 주택정책 목표는 중산층의 주택 구입 지원과 촉진, 그리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주거 안정 지원 등 두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미국편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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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1월17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1년01월13일 14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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