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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국제정세] ⑯중앙아시아 정세와 한-중앙아시아 관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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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1월19일 16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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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0-특집호 제50호]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두 개의 희망을 갖고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기다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산 셰일 생산에 대한 통제의 시작과 대러시아 관계 개선이 그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이 역동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첫째,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내 셰일 생산과정에 대한 통제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민주당은 셰일 석유.가스 생산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었다. 2016년 대선 시에도 민주당은 셰일 생산을 완전 금지하거나 통제를 강화해야한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셰일 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화학물질이 수 천 종에 이르고 어떤 물질이 사용되고 있는지 모르며, 이를 통제하는 연방 기구나 주 정부 기구도 없는데 우려를 갖고 있었다. 버니 샌더스의 경우에는 셰일 생산의 완전 금지를 주장했다. 지하수 오염뿐만 아니라 인공 지진 위험성도 있어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과 동시에 파리 기후 협약에 복귀하겠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셰일 생산에 대한 통제는 분명히 강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석유 가스 생산량이 상당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저유가 현상에 신음하면서 어렵게 감산 정책에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나 OPEC국가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서 7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 전망한다. 물론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어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 그렇다. 유가의 상승은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산업화에 다시 나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이다. 카자흐스탄이나 투르크메니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중 주요 석유 가스 생산국이다. 이들 국가들이 유가 상승으로 산업화의 기지개를 켠다면 우리 기업들의 투자와 교역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둘째, 바이든 행정부는 8년째 얼어붙어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푸틴의 러시아와 협상을 통해 중거리 미사일 협정(INF)을 다시 살려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여 대러 경제를 해제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러시아와 유라시아경제공동체의 회원국이기 때문이다. 국제정치, 외교 무대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은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서도 긴요하다. 미국이 동시에 중국, 러시아와 대결을 하는 것은 전략적인 실패가 될 수 있다. 또한 러시아는 적어도 불법적으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지는 않고 있다. 중동과 동북아 지역의 질서유지와 안보를 위해서도 미국과 러시아간의 협력은 긴요하다. 새로 열리고 있는 북극항로와 북극지역 자원개발을 위해서도 양국은 협력할 필요가 있다.

 

셋째, 코로나 이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은 급속히 확대될 것이다. 중앙아시아의 중심국가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최근 지도부 교체를 경험했다. 30여 년 장기 집권하던 양국의 지도자가 유혈혁명 없이 퇴진하였다. 카자흐스탄 토카예프 대통령은 중국 전문 외교관 출신이다. 총리부터 외무장관까지 국내 요직을 섭렵하였다. 유엔사무차장도 경험하면서 국제 감각을 읽힌 인물이라 카자흐스탄 발전에 어떠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끌어 나갈지 주목받고 있다. 미르지요에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카리모프 대통령 체제하에서 총리를 하면서 개혁 개방을 꿈꾸었다. 집권 이후 외국인 투자 유치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상생협력을 이끌고 있다.

 

두 지도자는 우리나라와의 경제협력에 매우 적극적이다. 지난 30여 년간 양국이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하나 주목할 점이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에는 수르길 가스전 프로젝트를 완성시켜 우리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도입하는데 성공하였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카자흐스탄은 역동적으로 추진되던 우리 기업들의 12조 규모 투자 계획을 모두 무산시켰다. 카자흐스탄이 독립 직후부터 개혁개방정책을 적극 추진한 반면 우즈베키스탄은 매우 폐쇄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즈베키스탄에만 투자 프로젝트가 성공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카자흐스탄은 전형적인 산유국(petro state)의 고질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 수출에서 얻는 경제적 이익에 취해 산업화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COVID-19 상황은 이들 국가들이 우리나라와 기업의 수준에 대한 재인식 기회를 부여했다. 아직 최종적인 평가를 하기는 이르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보여준 우리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코로나 이후에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주요 경제협력 파트너로 우리나라를 선택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우리 병원들의 중앙아 진출사업, 건강검진센터 개설도 본격 추진될 것이다. 중앙아시아 시장의 경쟁자인 중국, 러시아, 터키 등은 코로나 상황에서 신인도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중앙아 협력 포럼이 지난해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된 것도 시의적절하다고 하겠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그 동안 금기시해왔던 수자원 공동 개발에 대한 물꼬도 트였다. 미르지요에프 대통령이 역내 국가 간 협의와 공동프로젝트 추진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K-water는 아스타나 수질개선 사업에 나선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과의 정상회담도 예정되어있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우리나라간의 경제협력이 급속히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카자흐스탄과 추진 중인 비핵화 경험 공유 사업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비핵화 관련 실무 기술 협의부터 진행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에 위치한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은 소련시절 500회 이상의 핵실험이 이루어진 곳이다. 북한은 1960년 러시아 쿠르차토프 연구소와의 협력을 통해 핵기술 개발에 나선 바 있다. 카자흐스탄의 핵 포기 과정은 한반도 비핵화에 기술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코로나 상황을 함께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와 중앙아시아 국가 간의 다양한 협력사업들이 역동적으로 추진되어가기를 기대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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