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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국제정세] ⑭ 오세아니아 정세와 한-오세아니아 관계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1월18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1년01월04일 16시02분

작성자

  • 박재적
  • 한국외국어대학교 부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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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0-특집호 제49호]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2020년 정세 평가

 

다른 대륙과 마찬가지로 오세아니아도 코로나19 방역이 2020년 최대 현안이었다. 12월 18일 현재 오세아니아 대표 국가인 호주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8,094명(사망자 908명)이고, 뉴질랜드는 2,110명(사망자 25명)이다. 양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상대적으로 타 국가보다 성공했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뉴질랜드는 대표적인 모범 국가이다. 뉴질랜드 집권당인 노동당이 10월에 실시된 총선에서 야당인 국민당을 누르고 대승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코로나19 선방이었다. 호주는 1991년 경기불황이 종료된 시점부터 지난 28년간 경기침체 없이 플러스 성장을 하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GDP 성장률이 –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는 연 초 예상되었던 –3%보다는 호전된 수치다.

 

그런데 호주는 코로나19 방역에 온 힘을 쏟는 와중에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직접적인 발단은 호주가 코로나19 발생의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는 미국에 동조하여, 2020년 4월에 코로나19 발생 장소를 밝히는 국제 조사를 강력히 요구한 것이었다. 사실 양국관계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이미 심각하게 악화되어 있었다. 호주의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와 중국이 호주에서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거액의 현금과 뇌물로 호주 정계와 학계에 침투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호주에서 팽배한 상황이었다.

 

2020년에 호주는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일련의 법안을 정비하였다. 3월에는 ‘외국인투자법’을 개편하겠다고 발표하였는데, 외국인 투자가 기업 지분의 20%를 넘게 되면 ‘외국인투자 심의위원회’에 투자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였다. 또한, 6월에는 에너지, 정보통신, 기술, 데이터 등 국가안보에 민감한 사업의 경우 투자금액과 관계없이 호주 정부가 외국인투자를 관리·감독할 수 있게 하는 ‘외국 투자 개혁법’을 발의하였다. 연방의회는 초당적 지지로 12월 9일 동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연방의회는 12월 8일에는 주 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외국과 체결한 협정이 연방 정부의 외교정책과 부합하지 않을 때, 연방 정부가 그러한 협정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대외 관계법’을 통과시켰다. 현재 호주의 8개 주 정부가 외국과 독자적으로 체결한 합의가 최소 130여 개인데, 법안 발의의 동기는 무엇보다도 빅토리아주 정부가 2018년 10월에 중국과 체결한 ‘일대일로 협력 양해각서’이었다.

 

중국은 경제제재로 호주에 맞섰다. 2020년 5월에 호주산 보리에 73.6%의 반덤핑 관세와 6.9%의 반보조금 관세를 부과하였다. 또한, 5월에 표기와 보건 증명서 요건 등 기술적인 문제로 중국으로 수출되는 호주산 소고기의 35%를 도축하는 4개 업체로부터의 소고기 수입을 금지했고, 8월과 12월에 각각 1개 업체를 수입제한 업체 목록에 추가했다. 아울러 11월에는 호주산 포도주에 21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였고, 12월에는 2ℓ 이하 용기에 담긴 호주산 포도주에 6.3 ̴6.4%의 임시 상계관세 보증금을 부과하였다.

 

양국은 2020년 내내 몇몇 언론인, 학자에 대한 조사, 출국 금지, 비자 취소 및 발급 거부 등으로 대립각을 세웠으며, 이러한 감정싸움은 11월에 절정에 다다랐다. 호주 정부가 4년간의 수사 끝에 11월 19일에 호주 특수부대 요원 중 25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2005년부터 2016년 사이 23차례에 걸쳐 생포된 죄수와 민간인 39명을 비 교전 상황에서 불법적으로 살해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런데 11월 30일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흉기를 든 호주 군인이 음흉하게 웃으면서 어린 염소를 안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어린이에게 ‘보호해주겠다’라고 말하는 이미지를 트위터에 게시했다. 살해된 39명 중에 어린이는 없었다는 점에 더해, 일국의 외교부 대변인이 상대국을 조롱하는 사진을 트위터에 게시하는 것은 도를 넘은 외교적 결례라는 점에서 호주에서 공분이 일어났다. 한편, 이에 앞선 11월 23일에는 중국 글로벌 타임즈가 고대 중국 왕후가 곤충을 요리해 먹는 장면이 담긴 호주 공영방송 ABC의 어린이 프로그램을 인종 차별적이라고 강하게 비난하였다.

 

2021년 정세 전망

 

2021년에도 오세아니아의 최대 과제는 코로나19 극복이다. 코로나19 방역에 상대적으로 성공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호주와 뉴질랜드는 2021년 초에 상대국 방문 시 격리 조치를 면제하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4대 은행 중 하나인 웨스트팩은 2020년 초만 하더라도 호주의 2021년 GDP 성장률을 2.8%로 전망했었으나, 2020년 12월에는 2021년 GDP 성장률 전망을 4%로 상향 조정했다. 물론 2021년에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거나, 백신 및 치료제 공급이 더뎌진다면 호주 경제가 회복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호주와 중국과의 관계 회복 여부도 2021년 호주의 경제·안보 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2021년 상반기에는 양국관계가 회복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적다. 앞서 언급한 ‘외국 투자 개혁법’이 2021년 1월부터 시행되고, 호주 연방 정부가 ‘대외 관계법’에 근거해 빅토리아주 정부의 일대일로 참여에 ‘비토권(Right for Veto)’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2020년 9월에 대만 차이잉원 총통이 호주 ‘전략정책연구원(ASPI)’이 개최한 화상 세미나에 최초로 참석하였던 것이 방증하는 것처럼 2020년에 호주와 대만의 관계가 증진되었는데, 대만도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대표적 국가인바 호주와 대만이 ‘트래블 버블’을 체결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우호적 분위기 속에 미국-대만 ‘태평양 대화’에 호주가 예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2019년 10월에 대만 타이베이에서 제1차 ‘미국-대만 태평양 대화’가 개최되었고, 2020년 6월에는 제2차 회의가 코로나19로 화상으로 개최되었다. 제1차 회의 때는 미국, 대만뿐만 아니라, 호주, 일본, 뉴질랜드, 캐나다, 유럽의 주대만 대표들과 태평양 수교국 대사들도 참여하였다. 미국의 관점에서, 남태평양은 인·태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BRI)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격전지 중 하나이다. 대만의 관점에서, 남태평양은 15개 대만 수교국 중 4국이 있는 지역이다. 만약 2021년에 제3차 ‘미국-대만 태평양 대화’가 개최되고, 2020년에 대만과의 관계를 증진시킨 호주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중국이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호주산 석탄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2021년 상반기 양국관계 회복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2020년 중국의 무역보복에도 불구하고, 호주의 대중국 석탄 수출은 2020년에 40% 증가했다. 대중국 석탄 수출 1위인 몽골이 코로나19 사태로 석탄 수출에 타격을 받게 된 것과 중국 내부의 석탄 생산이 줄어든 것에 따른 반사이익이었다. 2020년에 중국이 중국의 주요 항구에서 환경검사를 명분으로 호주 석탄의 통관 기한을 연장하거나 일부 항구에서 호주 석탄 수입을 금지하기도 했으나, 호주 석탄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20년 12월 중국 환구시보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호주산 석탄에 대한 전면적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2021년 상반기에 호주와 중국의 관계 회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가운데, 주목할 것은 호주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시키기 위해 출구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경제계와 금융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호주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불황을 극복해야 하는 호주로서는 중국과의 장기적인 경색은 큰 부담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2021년 APEC 주최국인 뉴질랜드가 동 회의를 매개로 호주와 중국의 관계 회복을 위해 중재자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양국관계 회복 여부는 상당 부분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전개될 미·중 관계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오세아니아 관계에 대한 함의

 

한국은 호주와 중국의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파생되고 있는 아래 두 가지 현상의 함의를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서구 사회가 호주와 중국의 분쟁에서 호주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중국의 호주산 포도주 제재에 맞서, 미국, 영국 등 8개국과 유럽연합 소속 의원들이 2020년 6월에 결성한 ‘대중국 의회 간 연합체(IPAC)’가 2020년 12월부터 호주 포도주 구매 운동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트위터에 미국이 호주와 함께 갈 것이라면서 호주를 성원하였다. 둘째, 호주와 중국의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호주는 미국을 비롯한 쿼드 국가와의 안보협력을 증진하고 있다. 호주는 2020년 6월에 인도와 ‘병참 지원 협정’을, 11월에는 일본과 ‘상호 접근 협정’을 체결하였다. 또한, 2020년 11월 미국·인도·일본 간 군사훈련인 ‘말라바(Malabar)’에 2007년에 참여한 이래 처음으로 참여하였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2019년 11월에 미국·일본·호주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항하여 ‘블루닷 네트워크(Blue Dot Network)’를 출범시켰고, 2020년에는 쿼드 4국이 중국 의존도가 낮은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협의를 전개했다. 이처럼 호주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태 지역 안보네트워크에서 자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호주가 북한의 불법 환적을 감시하기 위해 2018년 이후 현재까지 여러 번 해상초계기와 호위함을 동북아에 배치한 것도 역내에서 호주의 안보적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국과 호주는 2013년부터 격년제로 외교·국방 장관의 2+2회담을 개최하고 있다. 2012년부터 ‘해돌이-왈라비(Haedori-Wallaby)’로 명명된 양자 군사훈련도 시행하고 있는데, 짝수 해엔 ‘환태평양 합동군사훈련(RIMPAC)’을 겸해 해외에서 실시하고, 홀수 해에는 한국에서 실시한다. 2021년에는 한국이 2+2회담을 주최하고, ‘해돌이-왈리비’ 훈련을 한국 영토에서 실시한다. 한국과 호주의 방산 협력도 활발하다. 2020년 9월 호주 국방부가 K9 자주포를 생산하는 한화디펜스를 호주 자주포 획득사업의 우선 공급자로 선정했고, 2021년에 최종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호주 육군이 추진하는 ‘미래 궤도형 장갑차 도입 사업’에도 독일 업체와 함께 한화디펜스의 ‘레드백’ 장갑차가 최종 후보인데, 2022년 최종 사업자가 결정된다.

 

그런데 호주가 일본과 함께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의 중심 국가로 부상하고 있는바, 2020년처럼 2021년에도 호주와 중국의 대립이 계속 악화한다면 한국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국제사회가 한국과 호주의 안보협력을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 강화의 시각에서 바라볼 가능성이 커진다. 언론 보도로는 2021년에 호주와 미국이 격년으로 실시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인 ‘탈리스만 세이버(Talisman Sabre)’에 한국이 최초로 대대급 병력을 파견할 예정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호주와 일본이 2020년 11월에 ‘상호 접근 협정’을 체결한바, 2021년에 호주가 대규모 병력을 일본에 파견하여 일본과 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과 호주도 참여하여 2019년 5월, 11월, 2020년 9월에 개최되었던 다국적 해상훈련인 ‘퍼시픽 뱅가드(Pacific Vanguard)’가 2021년에도 태평양에서 유사한 형태로 실시될 수 있다. 한국과 호주의 안보협력이 인·태 지역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 강화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예의주시하면서, 한·호 안보협력의 범위와 수준을 전략적으로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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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1월18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1년01월04일 16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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