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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보내며> 사모펀드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한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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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2월28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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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금융사기’ 라임·옵티머스운용 스캔들로 날개 없는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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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2020년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가장 큰 두 화두는 사상 최악의 전염병 창궐에 불구 역대 최고치를 연속 갈아치우며 주가지수 2,800 돌파를 주도한 소위 ‘동학개미운동’과, 라임·옵티머스펀드가 야기한 수조원대의 환매불능으로 촉발된 ‘사모펀드 사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풍부한 유동성과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들의 열성 투자에 힘입어 주가는 코로나 여파로 급락 했던 지난 3월의 최저점 대비 90% 이상(코스피 기준)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에 사모펀드는 신뢰 추락으로 인해 올해 11월까지 신규 설정액이 58조원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의 100조원의 비해 반 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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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 12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전문투자형사모펀드(한국형 헤지펀드)의 설정은 올해 일 평균 4.1건으로 집계되어 2018년의 일 평균 17건, 작년의 18.5건 대비 4분의1 이하로 건수 또한 급감했다. 월별로 보면 2018년 1월 417건에서 2019년4월 805건으로 두 배 가량으로 늘어난 후, 올해 5월 감독원이 라임·옵티머스운용의 사기 펀드 운용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면서 신규 설정은 월 54건으로 폭삭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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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금융사기’라고 할 수 있는 이 두 운용사의 불법적인 펀드운용 스캔들로 인한 신뢰 추락과 함께 사모펀드 시장은 2020년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더욱 얼어붙었다. 금융당국이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 경영진에게 불완전판매의 책임소재를 추궁함과 동시에 거래 사모펀드의 관리책임 강화 또한 판매사와 수탁은행에게까지 요구하고 나서자 이들은 아예 사모펀드의 취급 자체를 거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여파로 운용자산 규모가 아직 소액인 신생 운용사나 자본금이 취약한 운용사들은 퇴출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사모펀드 위기의 발생 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사모펀드의 잘못된 규제 완화의 방향성과 속도, 사모펀드운용사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판매 금융사들의 과도한 수익 경쟁이 복합적으로 만들어 낸 사태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모펀드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사적(私的)으로 조성한 자금을 기업 M&A나 주식·채권 나아가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배분하는 집합투자기법이다. 이는 촘촘한 규제와 공시의 의무를 지고 불특정다수 투자자들의 자금을 공개적으로 모집해 운용하는 공모(公募)펀드와 확연히 구별 된다.

사모펀드의 투자는 운용자의 능력과 투명성을 충분히 검증할 능력이 있거나 당사자 간의 이미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비공개 사적(私的)거래 관계에 일반투자자들이 어떻게 대거 참여하게 되어 수조 원에 이르는 금융사고로 까지 이어지게 되었을까? 

 

사모펀드 활성화 명분의 지나친 규제완화, 자격미달 운용사들의 무차별 진입…“신뢰 추락”

 

먼저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에 따라 이루어진 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최소 투자금액 10억의 하한선이 5억, 3억, 급기야 1억 원으로 단기간에 대폭 축소되었다. 나아가 투자자 49인 이하로 모집을 제한하던 사모(私募)규제마저 모자(母子)펀드 형태를 통한 재간접 투자가 가능해 짐에 따라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사모펀드가 공모펀드 같은 양상을 띠게 된 것이다.

 

이에 더해 증권사뿐 아니라 비(非)이자 수익 증대에 사활을 걸던 은행권까지 적극 사모펀드 판매에 나서자 철저한 사적거래의 영역에 있던 사모펀드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급속히 퍼지게 되었다. 금융지식이 제한적인 일반 투자자들은 금융상품의 자세한 내용보다 판매사의 브랜드에 의존하는 경향이 클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근본적인 문제는 자격 미달 운용사들의 진입이다. 사모펀드의 적극적인 육성을 통해 창조경제를 지원하고 금융산업을 벤처산업처럼 키워 보겠다던 전 정부나 4차산업혁명과 일자리창출을 모험자본의 육성과 자산운용사의 양적 확대를 통해 뒷받침하고 싶었던 현 정부 모두 사모펀드운용사의 진입 장벽을 너무 서둘러 낮추어 주었다. 60억 원의 자본금 요건을 20억 원으로 그리고 10억 원으로 까지 대폭 낮추었고, 인허가에 준하던 사모펀드의 사전 등록제는 2015년 사후 등록제로 완화 되면서 당시 십 수개에 불과 하던 순수 사모전문운용사의 숫자는 올해 240여개로 늘어났다.

 

사모펀드 사태의 주원인은 사실 자격미달의 불건전한 ‘일부’ 운용사들이 규제 완화를 틈타 시장에 금융회사의 형태를 갖춰 제도권에 들어온 후 막대한 유통 파워를 가진 금융기관들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출신의 사모펀드산업 전문가인 반기범 명지대 교수는 작금의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모펀드 사태는 신용이 거의 없는 운용사들이 자본시장법 틀 내에 들어오면서 규제에 의한 신용의 옷이 덧입혀진 것이 근본 문제이다”라며 “신용이 0인 자들이 규제 때문에 5가 됐고, 퍼블릭 마켓의 중요한 창구인 은행에서 판매 되면서 은행의 신용까지 덧입혀져 10으로 올라갔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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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강화 보다 리스크 관리 강화, 부적격사 적시 퇴출 등 운용사 역량강화로 풀어야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문제의 재발을 막을 수 있고 건전한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규제완화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단순하게 잘못 판단해서 과도한 규제로의 회귀는 어렵게 조성해 성장시켜 온 모험자본시장을 크게 훼손시킬 수 있다. 

경영참여형사모펀드(PEF)는 기존의 금융기관의 손이 미치지 못하던 곳에 자본이 흐르게 했고, 기업경영의 합리화와 지배구조의 모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문투자형사모펀드(한국형 헤지펀드) 또한 장기간 지속돼온 저금리의 영향으로 수익 창출의 한계에 봉착해 있는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대체투자의 길을 열어 주었다. 

 

벤처 캐피탈의 확대는 우리나라가 필연적으로 가야 할 길인 4차산업혁명 관련 산업과 지식기반 산업으로의 전환에 대비하는 신사업의 발굴과 육성에 필수적이다. 그런데 몇몇 금융 사기꾼들 때문에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와 감독이 강화되어 오히려 모험자본 시장의 성장을 저해 할까 시장 참가자들은 우려한다.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사모펀드라는 명칭 자체마저 꺼리는 현상이 일고 있다. 경영참여형 PEF도 벤처캐피탈도 헤지펀드도 모두 사모펀드이다. 증권 은행 등 판매사들과 수탁은행들은 신규 사모펀드의 내용과 안정성을 불문하고 취급을 꺼려하고 있다. 하물며 경영참여형사모펀드운용사들의 협의체인 ‘사모펀드운용사협의회’는 이미지가 훼손된 사모펀드라는 명칭을 아예 떼고 ‘PEF 협의회’로 이름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지난 수년간 일임이나 투자자자문사 다수가 전문사모운용사로 전환해 헤지펀드 시장에 진입하였는데 사모펀드의 신뢰 추락으로 인해 지금은 거꾸로 전문사모운용사들이 일임이나 자문업 등록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규제완화가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이라는 여론 때문에 규제당국의 실무진들이 과도하게 경직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이럴 때 일수록 전문가들의 의견을 널리 구하고 시장참가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중심을 잡아 주었으면 한다. 사모펀드는 고위험·고수익을 쫓는 전문투자자의 영역이다. 리스크를 충분히 이해 할 수 있고 투자위험을 감내(堪耐) 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와 거액 개인자산가의 투자영역이다. 극도의 자율을 허락해야 운용자는 창의력을 발휘해 리스크 리턴을 적정화해 가며 모험자본의 역할을 감당해 낼 수 있다. 그리고 손실이던 이익이던, 이는 투자에 참여한 투자자의 몫으로 두어야 한다.

 

“사모펀드 패닉(panic)에서 벗어나 모험자본 육성의 취지 되살리자”

 

규제를 강화해서 사모펀드 투자자의 풀(pool)을 늘려주기 보다는 소비자 보호가 필요한 일반 투자자는 공모펀드의 중(中)수익 대체투자 상품의 외연 확대를 통해 공모펀드 투자로 유도해 가는 방향이 맞다. 그리고 사모펀드는 ‘적격투자자’의 조건을 보다 엄격히 규제하는 동시에 자체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를 독려하고, 부적격 운용사의 경우 적시 퇴출이 가능하도록 해서 사모펀드시장규율에 맡겨 주었으면 한다. 

 

“사모펀드 전수점검은 9,043개 펀드 중 약 50% 정도 완료된 상태이며, 현재까지 특이사항이 보고된 것은 없다”라고 지난 23일 온라인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밝혔듯이, 작금의 사모펀드 사태는 소수의 몰지각한 사기 운용자의 문제였다. 

이제는 사모펀드 패닉(panic)에서 벗어나 지난 수년간 규제완화를 거듭해 온 모험자본 육성의 취지를 차분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2020년은 사모펀드 투자자들과 운용사들에게 정말 혹독한 한 해였다. 하지만 사모펀드시장참가자와 규제당국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 또한 커서 사모펀드시장 발전을 위해 꼭 필요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회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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