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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36) 크리스마스 트리로 선호되는 전나무와 가문비나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2월25일 17시02분
  • 최종수정 2020년12월24일 14시52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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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코로나19가 가져온 암울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는 우리 곁에 찾아왔습니다. 해마다 이맘때 즉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전나무들이 수난을 겪습니다. 전나무는 수형이 아래는 옆으로 퍼지고 위로는 뾰족해지는 전형적인 원뿔 (즉 cone) 모양을 이루고 있으므로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바닥 가까이까지도 힘 있는 가지들이 남아 있는 특성 또한 장식품들을 걸기에 적격이라서 더욱 선호되는 요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2m 전후의 어린나무를 그리고 높은 건물과 공원 등에는 더 큰 나무를 씁니다. 서울시청 앞에 세워지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상상해 보면 되겠습니다. 2015년 9월 20일 한캐나다포럼에 참석하러 가서 묵은 토론토 교외 호텔 경내 산책길에서 만난 녀석인데 잎에 하얀색이 도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토종 전나무인 구상나무라고 짐작되었습니다. 2014년 11월 17일 홍릉수목원에서 찍은 전나무는 제법 큰 트리용으로 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트리로 쓰여진 나무들이 그 용도가 끝나면 쓰레기로 바뀌고 마는 점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는 물론 서구 국가들도 이 나무를 빼닮은 모조품 트리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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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20일 캐나다 토론토 교외 호텔 경내의 전나무 (구상나무일 가능성이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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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17일 홍릉수목원에서 만난 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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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3일 샌프란시스코 시내 아침 산책 때 본 길거리에 던져진 
크리스마스 트리 잔해

 

전나무는 우리 주변에서 소나무만큼 쉽사리 볼 수 없긴 하지만 소나무에 버금가는 대표 상록침엽수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주변의 야산에는 자생하지 않고 작은 공원에도 잘 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연에서는 정말 큰 산에 가든지 도시에서는 큰 공원에 가야 볼 수 있는 귀한 나무가 되어 버려서 전나무 모양을 머리 속에서 그려내는 사람들이 드물 정도입니다.

전나무는 다음에 소개하는 가문비나무와 함께 큰 범주로는 소나무과에 속합니다. 그렇지만 학명으로는 소나무가 Pinus이고, 전나무는 Abies, 그리고 가문비나무는 Picea로 나누어지니 소나무 집안에서 분가한 가족들인 셈입니다. 하기야 소나무 집안은 일전에 말씀드렸듯이 필자가 각국 수목도감에서 찾아낸 학명으로만 52종이니 워낙 대가족이라 이 두 나무 집안은 따로 분가시킬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자가 최초로 산 한국수목도감을 쓰신 이창복 선생님은 전나무를 젓나무라고 표기하기를 고집하십니다. 이 나무에서 젓처럼 나오는 송진에 착안하신 것 같습니다. ​ 

 

전나무와 소나무를 구분하는 것을 어려워한 것은 지금만이 아니라 예전부터 그랬나 봅니다. 소나무 노래 중에 가장 잘 알려진 다음 독일 노래는 실은 전나무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합니다. 필자의 지인 한 분이 독일어로 Tannenbaum이라 부르는 전나무라고 하네요. 이런 식의 실수는 일본의 예를 베낀 결과일 가능성이 큰데, 일본에서는 정확하게 전나무로 번역해서 부른다고 합니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쓸쓸한 가을 날이나 눈보라 치는 날에도

소나무야 소나무야 변하지 않는 네 빛 

 

전나무와 가문비나무의 잎 모양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소나무는 가지에 조금 긴 침 모양 잎들이 다발로 모여나는데 비해 전나무 잎들은 소나무보다 짧고 단단해 보이는 침 모양 잎들이 작은 가지를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달리는 특성을 가집니다. 필자는 흔히 도깨비 방망이를 상상해 보라고 권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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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24일 판교쪽에 있던 구 한국도로공사 내의 가문비나무 잎 모습 확대 
사진 (가지를 잎들이 빙글빙글 돌면서 붙어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전나무 중에 가장 기품 있는 품종은 우리 토종 구상나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쉽게도 구상나무가 자생하는 곳은 이제 한라산 백록담 근처뿐이라고 합니다. 실은 전나무도 (소나무와 마찬가지로 혹은 더 심하게) 온대 기후에서는 경쟁력이 약해서 참나무와 같은 나무들에게 영토를 다 내어주고 저렇게 높고 추운 산 위로 쫓겨난 셈입니다. 그래서 자생하는 전나무의 크고 멋진 원뿔 모양 개체들은 캐나다, 러시아, 북구 등의 추운 나라들에서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구상나무의 경우에는 큰 공원이나 수목원, 그리고 공공건물 등에 심어 있는 개체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쭉쭉 벋은 멋진 전나무들이 심어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는 광릉의 국립수목원 가는 길, 오대산 월정사 근처 산책로 등을 들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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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11일 광릉 국립수목원 내의 키큰 전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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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8일 오대산 근처 하늘목장 주변 선자령 산책길의 전나무 군락

 

가문비나무는 위에서 소개한 전나무와 참으로 닮은 나무입니다. 필자가 쓰는 용어로 사촌 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잎이 달린 모양이 정말 닮았습니다. 게다가 수형도 비슷해서 전나무의 크리스마스 트리 역할을 훌륭하게 대신할 수 있습니다. 서구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2015년 6월 29일 비엔나에서 만난 녀석과 2015년 5월 10일 금강수목원에서 만난 독일가문비라는 이름표를 단 녀석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어쩌면 이 두 나무의 조상은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일, 오스트리아가 이웃이니까요. 여하튼 전나무와 많이 닮았지요. 현재 남쪽에서 보는 대부분의 가문비나무는 이 독일가문비입니다. 자생하는 나무는 북한에서 자라는 풍산가문비나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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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29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공원에서 만난 가문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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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10일 세종시 금강수목원에서 만난 독일가문비나무

 

필자는 전나무와 가문비나무의 차이를 그 기상의 차이에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가지들이 모두 위를 향하는 경향을 보이고 가지에 달린 잎들도  위를 향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 전나무, 그 반대로 모든 것이 아래로 처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가문비나무라고 말입니다. 두 나무가 옆에 붙어 서 있으면 몰라도 따로 떨어져 있으면 그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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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7일 원광대학교 교정에서 만난 가문비나무 
(잎이 아래로 처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가장 결정적인 열쇠가 있습니다. 두 나무 다 조금 길쭉한 형태의 솔방울 열매가 달리는데 열매도 전나무는 가지 위에 달려 하늘을 향하고 가문비나무는 가지 아래에 달려 땅을 향한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열매가 달려 있다면 헷갈릴 염려가 없어지는 셈인데, 우리를 어렵게 만들려고 전나무란 녀석이 열매를 맺고 나서 바로 떨어뜨려 버려서 좀처럼 열매를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다행히 가문비나무는 열매를 오래 달고 있어 적어도 가문비나무 절반은 가려낼 수 있습니다. 그 가문비나무 열매를 가장 인상적으로 담을 수 있었던 2015년 한캐나다 포럼에 참석하면서 묵은 호텔 근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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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16일 캐나다 토론토 교외 호텔 경내 가문비나무 열매가 아래로 처지며 
달린 모습

 

가장 진기한 가문비나무 한 그루는  2015년 8월 25일 북경 조어대에서 만난 녀석인데 아래 초석에 김일성이 1959년에 기념 식수한 것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자란  모양은 다소 부실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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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25일 북경 조어대 경내에서 만난 김일성이 식수한 가문비나무 
(풍산가문비나무?)

 

전나무 열매 사진을 찍는 것은 필자의 오랜 과제로 남아 있었는데, 2016년 8월 용인에 있는 레이크사이드CC에서 고등학교 재경동창회 골프대회에 참가했을 때 그 골프장의 전나무들이 거짓말같이 열매들을 위로 달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비록 높이 달려서 확대 사진을 찍어야 했지만, 그 날 빛이 좋아서 그런대로 사진이 잘 나왔습니다. 또 하나는 필자가 2년 정도 강의를 나간 경희대학교 수원캠퍼스에서도 가까이에서 전나무 열매를 찍을 행운을 얻었습니다. 캠퍼스가 언덕을 이루면서 언덕 아래에 심어 있는 전나무 열매를 언덕 위에서는 손쉽게 찍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조금 곡예를 해야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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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27일 용인 레이크사이드CC의 전나무 열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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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9일 경희대 수원캠퍼스 전나무 열매 
(위로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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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2월25일 17시02분
  • 최종수정 2020년12월24일 14시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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