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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35) 백송과 금송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2월18일 17시02분
  • 최종수정 2020년12월17일 16시38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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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나무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지난번에 소나무는 우리 주변 야산에서 다른 활엽 낙엽수들에게, 특히 참나무에게, 경쟁력이 밀려서 서식지를 뺏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춥고 높은 곳으로 후퇴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유용한 나무였기 때문에 시련을 겪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궁이 불을 때는 재료로 쓰려고 필자가 어린 시절에 소나무 잎을 긁어모은 경험도 얘기했습니다만, 사료로 보더라도 소나무가 옛날부터 연료로 쓰여 왔던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원로 수목학자 임경빈 선생님에 의하면 효율적인 숯의 원료로 소나무가 최고로 손꼽혔다고 합니다. 임 선생님은 또 과거 경주가 소나무로 덮여 있었다는 기록이 있었다고 하면서 지금은 왕릉 근처에서만 소나무가 발견되고 있으니 아마도 사람들이 다 땔감으로 써 버린 탓이 아닌가 하는 짐작도 하고 계십니다. 뿐만인가요? 궁궐이나 큰 절 같은 건물들을 지을 때도 소나무가, 그것도 금강송이, 가장 좋은 재료로 여겨졌지요. 필자는 어릴 때 집을 짓거나 좋은 가구를 만들 때 ‘미송’이라는 목재가 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소나무를 공격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닙니다. 많은 곤충 애벌레들이 탐내는 대상도 소나무였던 것 같습니다. 필자가 시골에서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연례행사로 여름철 들어설 즈음에 학교 전체 학생들이 동원되어 ‘송충이 잡기’에 나섰던 기억이 납니다. 그 송충이들은 다른 나무들도 공격하곤 했는데 얼마나 소나무에 많이 붙어 있었으면 그 이름으로 불렸을까요? 국립수목원 원장을 역임한 이유미 선생님에 의하면 조선시대에도 이 송충이를 제거하기 위해서 군대까지 동원했다는 기록도 있다고 합니다. 송충이의 피해를 짐작할 만하지요. 

 

그런데 최근에 들어와서는 송충이보다 훨씬 센 녀석들이 들어와서 산림청을 괴롭히고 있지요. 사람이나 나무나 겪어보지 않았던 해충에게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곤 하나 봅니다. ‘솔잎혹파리’라고 불리던 녀석이 겨우 살아남았던 소나무들을 선 채로 말라 죽게 만들었는데, 더 최근으로 와서 재선충이라는 녀석의 애벌레는 소나무 수액이 흐르는 관을 휘젓고 다니며 소나무의 생명활동 자체를 멈추게 만든다고 합니다. 더구나 이 녀석은 한 나무를 처리하고 나면 바로 이웃 나무로 전염하는 것이 마치 요즈음 코로나19 같은 강한 전염력을 가진 것으로 파악되어, 감염된 개체를 아예 통째로 잘라서 나무 전체를 조각조각으로 자른 후 두꺼운 비닐로 덮어서 감염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 산에 올라보면 무언가 비닐로 덮인 뭉치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금년 상반기에 오른 광주 칠사산에서 그렇게 잘라버리고 나서 관리를 위해 표식을 해둔 자국을 사진에 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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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0일 오른 분당의 영장산에도 녹색 비닐로 덮힌 재선충 피해를 입은 소나무 잔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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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4일 경기도 광주 칠사산의 소나무 재선충 관리 표시

 

이렇게 소나무를 괴롭히는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로 소나무 시리즈를 마감하는 것은 다소 아쉬워서 소나무 이름을 가진 특별한 두 나무를 소개하면서 시리즈를 마치고자 합니다.

옛날 우리나라 물건들이 부실할 때 외국산 물건들이 대접을 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가까운 외국에서 들어온 대접 받는 두 나무를 소개합니다. 백송과 금송입니다.​ 

 

백송이라는 소나무는 과거 대국으로 받들어졌던 중국에서 들어왔기에 대접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요즈음은 필자가 자주 방문하는 여의도 공원, 일산 호수공원 등의 공공 공원에서도 어렵지 않게 마주치는 나무입니다만, 예전에는 궁궐 안에서 소중하게 관리했던 것 같습니다. 창경궁 안의 백송들이 대표적이지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접받는 백송은 헌법재판소 정원에 있는 개체인 것을 보면 아직도 백송에 대한 대접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기실 백송은 어릴 때 자람이 매우 더뎌서 (음성 체질이라고 하네요.) 재배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고, 10년 정도 지나야 비로소 제대로 큰다고 하니 나무 자체가 비싼 체질을 가졌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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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21일 창경궁 내의 백송과 잎 나는 모습

 

백송은 줄기의 색깔 덕분에 이 이름을 얻었습니다. 필자가 보기에는 그냥 ‘녹송’ 정도가 적당할 정도의 색깔이고 그것도 얼룩덜룩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소나무 하면 떠오르는 검은 색 거북등 껍질 혹은 윗부분 붉은 색 정도의 색깔에 익숙했던 우리 조상들의 눈에는 이 나무 등걸 벗겨진 색깔이 희게 보였나 봅니다. 기실 좀더 솔직한 서양 사람들은 이 나무 이름을 얼룩무늬 소나무 (lacebark pine)라고 붙여 주었네요. 필자가 본 많은 백송 중에 가장 흰 색으로 보인 녀석들은 2015년 8월 25일 북경 조어대에서 만난 녀석들입니다. 이 녀석들이야말로 백송이란 이름값을 할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백송은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3엽송입니다. 한 다발에 잎이 세 개씩 나온다는 말씀이지요. 그 잎을 보면 보통 소나무 잎보다는 굵고 철사처럼 뻣뻣한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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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25일 중국 영빈관인 북경 조어대 안에서 발견한 백송들

 

또 하나의 수입된 녀석은 소나무도 아닌데 끝에 ‘송’자가 붙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귀한 나무인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는 금송은,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기념 식수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나무인 것 같습니다. 필자는 이 금송을 많은 골프장이나 대학 캠퍼스 등에서 신임 총장의 기념 식수로 심어진 개체들로서 발견하곤 하다가 2015년 5월 세종시의 금강수목원에서 발견하고 많은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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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10일 세종시 금강수목원에서 만난 금송과 금송의 잎 나는 모양 
(한 다발에 여러 개가 모여서 나는 모양)

 

이 녀석은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소나무과가 아니라 낙우송과이고 잎모양도 가지 끝에서 빙 둘러 모여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나무와는 매우 다른 나무라는 말씀이지요. 일본에서 잘못 붙여진 이름을 그대로 쓴  탓이라 하네요. 어릴 때 빨리 자라지 않는 것은 백송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일단 자라기 시작하면 원뿔 모양의 매우 빼어난 수형을 보이는 체질이라서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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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7일 뉴코리아골프장에 심어져 있는 금송: 원뿔 모양의 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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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0년12월17일 16시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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