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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택정책> (12)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2월30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0년12월30일 11시54분

작성자

  • 이종규
  • 대구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

메타정보

  • 6

본문

 

전세가격 급등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 6월 확연한 오름세로 돌아선 이래 현재까지 그 오름세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계절적으로 이사 수요가 많았던 11월 초순에는 전세가격의 주간 상승률이 최고 0.7%에 달하였다. 그 이후 상승률이 다소 낮아지긴 하였으나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동향에서 특히 현재 전세가격 상승률은 매매가격 상승률을 두 배 이상 능가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높은 전세가격 상승세는 결국 매매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동시에 큰 폭으로 오르는 것도 이례적이다. 대개의 경우 전세 값이 오르면 매매가는 하락하고 전셋값이 내리면 매매가격이 오르는 등 두 가격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종래의 패턴이었다. 그런데도 현재에는 이 두 가격이 동시에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 또한 최근 주택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특징 중의 하나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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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시장 불안은 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타격을 준다. 어찌 보면 집값보다 전셋값 급등이 서민 주거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수 있다. 전세 가격이 오르면 전세 이용자들의 입장에서는 일정 기간 안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고 마련된 전세자금에 맞춰 이사를 하여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닥치기 때문이다. 


전세시장 불안은 주택정책의 여파?

 

최근 전세시장이 불안해진 것은 이제까지 추진한 주택정책의 부작용이 누적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사실 주택정책에서 전세시장은 큰 고려 요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주택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세시장에서 수요 및 공급을 각각 자극하는 일련의 조치들이 시행되었다. 크게 보면 그동안 주택가격 안정 대책들이 거듭되면서 그 부작용으로 전세 공급은 줄었다. 반면 신규아파트 분양의 이점이 커지고 있는 데다 최근의 신도시 계발 계획 발표 등으로 전세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수급 요인에 더하여 임대차 관련법의 개정이 전세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말았다. 이러한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전세 물량이 점차 축소되는 배경을 살펴보기로 하자. 시장에서는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각종 규제로 주택 공급은 위축되어 왔다고 분석한다. 즉 분양가 상한제, 개발이익환수 등 각종 규제로 주택 착공이 지연된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당국에서는 공공부문에 의한 공급이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주택 공급 물량이 축소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작년과 금년 중 종전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2017년 이전 건축 인허가를 받은 주택들이 완공된 것을 반영한다. 하지만 내년 이후에는 입주물량이 급감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7년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을 유예하는 마지막 해였다. 2017년까지 주택 건설 인허가 신청이 급증하였다가 그 이후 에는 급감하였다. 이를 보면 분양가 규제 등으로 주택공급이 위축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어느 정도 수긍되는 측면도 있다. 한편 전국적으로도 아파트 입주 물량은 감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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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시장에서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보다 기존 주택이 전세 물량으로 공급되는지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 그동안 기존 주택의 전세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있었다. 저금리 정책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경향이 이미 오래 전부터 형성되어 있었다. 주)1

※주1) 이런 현상은 2013~2014년 경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현저히 낮은 상태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상황에서 정책금리가 인하됨에 따라 임대인들은 전세 대신 월세로 전환하기 시작하였다.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전세 매물이 부족하게 되어 당시 전셋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최근에는 이러한 추세를 더욱 촉진하는 주택가격 안정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예를 들면 보유세 인상 등은 전세를 놓고 있는 주택의 소유자들로 하여금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들은 늘어난 세금을 월세를 통해 충당코자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세 물량이 점차 위축되는 추세였다.주2)

※주2) 전세 물량이 줄고 월세가 늘어나는 것은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약화된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집값 상승 기대가 꺾이면 주택구입을 주저하게 된다. 따라서 주택을 구입하는 데 활용되었던 전세 거래는 줄게 된다. 그 대신 주택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하여 월세로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전세 물량 위축을 더욱 가속화시킨 것은 지난 6월의 주택시장 안정 대책이었다. 6.17 대책에서 재건축의 경우 분양권을 가지려면 재건축 아파트의 소유주가 2년 이상 실제 거주하도록 하였다. 이 조치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소유하지만 거주하지 않고 전세를 놓았던 주인들이 실제 거주하기 위하여 이사를 하거나 주민등록만 이전하고 아예 비워두는 경우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결국 이 조치로 인해서도 전세 물량은 줄게 되었다.

 

반대로 전세 수요를 확대시키는 정책들도 대거 추진되었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통제함에 따라 신축 주택에 대한 청약의 이점(利點)은 더욱 커졌다. 현재 주택청약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배경이 바로 이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청약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주택 구입을 지연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전세 수요가 늘어났다.

 

이에 더하여 주택 수요를 억제하기 위하여 행한 대출 규제도 전세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주택대출이 막히고 주택 매입이 어려워짐에 따라 전세 수요가 더욱 늘어난 측면도 있다.

 

선량한 정책적 의도가 가져온 결과는?

 

결국 주택정책의 부작용으로 전세시장은 크게 불안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대차 3법이 시행됨에 따라 전세시장 불안은 가시화되었다. 

 

임대차 관련 법률들은 임차인이 권리를 강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어찌 보면 그 의도는 매우 순수하였다고 할 수 있다. 즉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하여 기존 전세 계약을 2년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임대료 인상 폭에 대해서 상한을 설정하였다. 이와 같은 법률로써 전세 등의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였고 나아가 임차인을 보호하기를 희망하였다. 

 

하지만 현실은 입법 추진자들의 생각과 달랐다. 입법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는 단계에서 임대인들은 규제 적용 이전에 미리 전셋값을 높여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이미 대두되었다. 전세시장에서는 전세 물량 축소 등을 배경으로 전반적으로 임대인 우위 현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보유세 증가 등 종전의 주택가격 안정 대책으로 임대인들은 전세가격을 인상할 요인을 이미 갖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서 임대인들이 실제로 전세금을 인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참고>    임대차 3법의 주요 내용

 

□ 임대차 3법은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 등을 지칭

 ㅇ 2020년 7월 29일 법사위를 통과하고 7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ㅇ 7월 31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과 공포안 심의 의결

 ㅇ 2021년 6월 21일 시행 예정

 

□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을 주요 골자로 함

 

□ 계약갱신청구권

 ㅇ 기존 2년이었던 임차인 보호기간을 2+2년으로 연장

  ― 세입자에게 1회에 한하여 임대차 계약을 2년 연장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 종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 사이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함

 

 ㅇ 계약 갱신 요구 거부할 수 있는 경우

  ― 임대인 본인 혹은 직계 존비속이 거주하고자 하는 경우

  ― 임차인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종료된 경우 (임차료 연체, 무단 전대 등)

  ― 임대차계약 시 재건축 계획을 고지하고 실제 재건축이 실시되는 경우

 

□ 전월세상한제

 ㅇ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에 따라 계약이 연장되는 경우 임대료의 상승폭을 연 5%로 제한

  ― 이 율을 상회한 임대차 계약은 새로운 임대차 계약으로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새롭게 형성

 ㅇ 각 지자체가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하여 조례로 임대료 상한선인 5% 이하로 지정 가능

 ㅇ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을 하거나 4년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의 계약 등에서는 상한선을 적용하지 않음

 

□ 임대차신고제

 ㅇ 주택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30일 내로 계약 당사자와 보증금, 임대료, 임대기간, 계약금, 중도금, 잔금 납부일 등의 계약사항을 관청에 의무적으로 신고

 

 

임대차 관련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그 동안 시장에서 형성된 시장질서가 붕괴된 것도 전세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실제 시장에서는 자율적 규칙, 전월세 인상폭 제한, 상호 편의 고려 등과 관련하여 시장질서가 일종의 비공식 제도로서 형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임대차 관련 법률 개정으로 이러한 시장질서가 와해된 것이다. 

 

임대차 3법 개정 의도는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점을 강조하고 법 개정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임대인을 폄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말았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착한 임대인” 운동 등을 전개하면서 임대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지만 임대차 3법을 개정하면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임대인은 투기세력이고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나쁜 사람이며 윤리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는 식이었다. 윤리적으로 비난을 받으면서도 굳이 임차인을 보호하고 우대하려는 선량한 임대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임대인을 폄훼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임대인 입장에서는 오히려 전세가격 인상을 정당화하는 심리적 안전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자극하는가?

 

최근의 전세 가격 상승은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하는 것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것은 분명하다. 나아가 앞으로 주택가격의 추가적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제 그 이유를 살펴보자.

 

사실 아파트 매매가격의 대세 전환은 전세가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주택 가격의 하향 안정화의 시발점으로도 볼 수 있다. 과거 사례에서는 주택 가격이 대세적 하락기로 접어들 때면 전세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었다. 보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매매 가격 대비 전세 비율이 상승하는 경향을 말한다.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하여 주택 구입을 미루는 대신 전세를 선택하면서 전세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주택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할 무렵에는 전세/매매 가격 비율이 피크를 이루었다가 하락세로 전환한다. 전세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이사 등의 불편함을 덜기 위하여 자가 주택으로 전환하려는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여 주택 매입수요가 늘어나가 마련이다.

 

지금의 주택가격 대세적 상승이 시작된 2014년의 상황을 되짚어보자. 당시 주택시장에 대한 일련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주택가격 하락세를 멈추는 데 성공하지만 주택 구매 수요를 진작하지는 못하였다. 이 결과 전세 수요는 상당하였다. 이 상황에서 임대인들은 금리 하락을 기화로 전세 대신 월세로 전환하기 시작하였다.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전세 매물이 부족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2013년 이후 전셋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액 비율이 급등하여 70% 수준에 육박하게 되었다.주3) 

※주3) 전세가격/매매가격 비율이 정점을 이루는 것은 2017년 9월 전후이다. 이에 관련한 논의가 뒤에서 추가적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  

이것이 나중에 주택가격의 대세 상승 전환기를 가져오는 배경 요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상호 연관성으로 인해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에는 대략 상한선과 하한선이 형성된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그 상한선은 70%, 하한선은 40% 수준이었다. 주4)

※주4) 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의 매매가격지수와 전세가격지수를 활용하여 필자가 독자적으로 계산한 결과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통계와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를 아래 그림에 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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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율이 상한선을 향하여 근접하면 주택 가격의 대세 상승기를 맞게 되고 반대로 이 비율이 하한선에 도달하는 경우 주택 경기는 피크에 도달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림에 표시한 바와 같이 주택경기의 대세적 전환점과 전세/매매 가격 비율의 정점과 저점이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따라서 전세시장과 매매시장은 아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판단된다.

 

다만 최근 들어 이 관계가 다소 바뀌고 있는 듯하다. 통상적으로는 2014년 주택경기 대세 상승 시점에 전세/매매 가격 비율이 정점을 이루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 비율의 정점은 약 2년 정도 지체된 2017년 9월경에 형성되었다. 주5)

※주5) 당시 8.2 대책이 시행되면서 주택가격에 대한 상승 기대가 본격적으로 형성되었는데 이 시점에서 전세가격/매매가격 비율의 정점이 형성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실로 보면 이 지표가 주택시장 분위기를 읽는 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당시 전세대출 제도가 확충되면서 주택구입 대신 전세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상당 기간 형성된 데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전세대출 제도가 꾸준히 확충되어 온 것도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의 중요한 배경 요인이 된다. 이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참고> 전세대출제도의 연혁과 문제점”을 참조하기 바란다. 

 

 <참고>

전세대출제도의 연혁과 문제점

 

□ 전세대출제도의 연혁

 ㅇ 2008년 MB정부 처음으로 시행하고 2009년 9월 2억 원으로 확대

 ㅇ 주택금융공사 보증을 통해 확실한 직장을 갖고 있는 무주택자 위주로 공급

 

□ 보금자리주택 보급 여파로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2011년 들어 소위 전세 대란이 발생

 ㅇ 이러한 전세 대란에 대응하기 위한 수차례의 전월세 시장 안정 방안이 강구되었는데 주요 내용은 전세대출을 확대하는 것이었음

  ― 중소형 주택 건설 장려 및 지원 정책 등 다른 방안은 사실상 효과가 없었음

 

□ 당시도 주택공급 부족이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

 ㅇ 전세시장도 주택 공급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음

 ㅇ 당시 민간부문의 주택 공급이 크게 위축

  ― 보금자리주택 등을 배경으로 민간 건설 주택 구입 수요가 미약하여 미분양이 속출함에 따라 민간부문에서는 주택 건설을 기피

 

□ 박근혜 정부 들어 전세 대출제도는 더욱 확대

 ㅇ 2013년 서울보증보험 전세대출이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2015년에는 5억 원으로 증액

 ㅇ 2015년엔 주택도시공사 보증 상품인 안심전세대출도 시행

 

□ 이와 같이 전세대출 제도가 확충되면서 전세가격도 상승하고 집값도 뛰는 문제가 발생

 ㅇ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여 구입한 주택을 전세로 놓으면서 전세금을 높게 책정

  ― 세입자의 입장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하면 전세금 부담이 완화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전세를 거부감 없이 수용

 

 

전세가격을 기준으로 주택매매시장의 경기 국면을 판단할 수도 있다. 2017년 전세가격/매매가격 비율이 피크를 이루고 하락하는 추세로 접어들었다. 앞으로 이 비율이 하한선에 접근하면서 주택매매가격이 피크를 이루고 주택경기는 대세적 전환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흐름이야말로 시장에 의한 경기 조절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통로의 하나로 생각된다.

 

하지만 2020년 여름 일련의 조치로 전세가격이 폭등하고 말았다. 전세가격/매매가격 비율의 하락세가 멈추었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추세로 역전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비해 빠르게 상승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전세살이 대신에 주택을 구입코자 할 것이다. 그러면 그토록 여망하던 주택가격 안정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전세가격은 매매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큰데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증분석도 있다. 예컨대 전해정(2017)에 따르면 전세가격이 1% 포인트 상승하면 매매가격은 1.309% 포인트 상승한다고 한다. 주6)

지금과 같은 전세가격의 급격한 오름세는 앞으로 주택매매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주7)

※주6) 전해정. “전세대출제도, 주택 매매, 전세가격 간의 영향력에 관한 연구; 패널 연립방정식을 이용하여,” 한국부동산학회, 2017년 12월 20일. 

※주7) 한편 반대로 전세가격을 낮추는 것이 주택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전세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으면 주택을 구입하는 대신 전세로 살고자 할 것이다. 그에 따라 주택 구입 수요가 줄고 결과적으로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발휘될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임대주택 공급에 주력하기보다는 전세 물량을 확대 공급한다면 전세가격도 낮추고 매매가격도 안정시킬 수 있지 않을까? 

 

기존 주택정책의 문제점 추가

 

전세시장의 동향과 전셋값 상승의 배경 등을 살펴볼 때 주택정책의 문제점이 새롭게 부각된다. 주택 매매시장은 전세시장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데다 그동안 전세대출 활성화 이후 전세시장의 구조도 복잡화되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주택정책에 반영되거나 감안되지 않았다는 점은 실로 아쉽기 그지없다.

 

지금의 주택시장 혼란은 재건축 시장을 대상으로 가격을 안정시키고자 한 초기의 주택정책 부작용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신규아파트(분양시장)에 대한 규제는 아파트 공급 위축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를 배경으로 기존 아파트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형성되는 것은 당연하였다. 주택공급의 위축과 그 이후의 여러 가지 주택매입 수요억제 대책 등이 결합하여 결국에는 전세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런 사실로 볼 때 주택정책에서 전세시장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이 전세대출을 매개로 새로운 연계관계가 형성된 것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다. 매매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들이 주택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종전에 비해 주택을 구입하기 한결 수월해졌다. 전세를 안고 주택을 구매하는 소위 갭투자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전세대출제도가 활성화된 결과였다.

 

갭투자자들은 투자 자금을 줄이기 위하여 가급적 전세 값을 높게 책정하고자 한다. 한편 전세 수요자들은 이와 같이 높아진 전세 값을 가급적 수용하고자 한다. 전세대출 등의 제도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전셋값 상승은 그 부담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를 통해 매매가격과 전세 값이 동시에 상승하는 패턴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제는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격을 부추길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주택정책에서 이러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악순환적 상승 과정이 발생하리라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즉 주택매매시장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전세시장이 주택정책 당국의 고려 범위에는 전혀 속하지 않은 듯하다. 그만큼 주택정책의 시야가 좁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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