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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34) 소나무와 잣나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2월11일 17시02분
  • 최종수정 2020년12월10일 16시43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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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지난 주 소나무 이야기의 문을 열었을 때, 한 고교 동기가 “왜 우리나라 대부분의 소나무들 특히 우리 주변 야산에서 흔히 만나는 소나무들은 왜 그렇게 비틀어지고 휘어지면서 자라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언급을 해 주었습니다. 지난 주 글에서도 금강송이라는 곧고 크게 자라는 멋진 소나무의 존재를 언급했습니다만, 그 고교 동기의 말대로 우리 주변에서는 그런 소나무를 일부러 심은 공원에서나 예외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필자는 그 원인이 여러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일제가 금강송을 모두 징발해 가다시피 해서 그런 빈약한 소나무만 남았다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필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시절에도 주로 징발해 갔던 소나무들은 강원도 깊은 산에서였고, 지금도 그런 나무들은 (개체수는 줄었지만) 강원도 깊은 산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실 소나무는 참나무와 직접 경쟁하는 우리 주변 야산에서는 세력이 크게 밀리는 것 같습니다. 참나무 이야기를 할 때도 언급했습니다만 참나무가 우리 산야에 적응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소나무는 대부분의 좋은 자리를 다 내어주고 참나무들이 비교적 약한 척박한 지역, 추운 지역, 바람을 많이 받는 지역 등에서 겨우 버티고 있는 셈이지요. (저는 크게 자란 참나무들이 센 바람이 불고 나면 뿌리 근처에서부터 부러져 쓰러져 있는 모습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 야산의 소나무들은 그야말로 악전고투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도 부족하고, 뿌리 내릴 땅도 비좁고, 그리고 거센 바람도 이겨내야 합니다. 따라서 이런 소나무들의 자람은 대단히 느려지고 강한 바람에 적응하느라 휘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지요. 묘한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 모습의 소나무들을 더욱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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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9일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 정원의 멋드러지게(?) 휘어진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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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9일 광주 남한산성 성곽 담장 위에 뿌리를 내린 어린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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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4일 서울 아차산의 소나무 군락: 줄기가 구불구불 굽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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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3일 분당 영장산의 쓰러진 참나무 모습

 

이번 주에는 그런 우리 소나무들과 약간 대비되는 듯한 나무들을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잣나무와 리기다소나무입니다. 둘다 곧게 자라는 점에서 보통 소나무들과 다른 셈이지요.

우선 잣나무에 대해 알아봅시다. 松(송)은 소나무, 柏(백)은 잣나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주 소나무 속의 公(공)자가 귀족 칭호인 공작을 의미한다 했으니, 아마도 잣나무는 그보다는 약간 서열이 낮은 백작으로 여겨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자 柏의 훈을 보면 잣나무보다는 측백나무라는 뜻이 앞서 있습니다. 실제로 측백나무의 한자가 側柏이니 이 柏이라는 한자는 두 나무가 공유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특산 잣나무는 더운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 주로 북한에 많이 자라고 백두산 북쪽인 간도와 연해주 일대에 더 잘 적응하는 나무라서 중원이라 불리던 중국 본토에는 없던 나무라고 하니, 중국 문헌에서 언급하는 柏은 거의 측백나무인 셈입니다. 그 반면에 우리 옛 조상들은 이 한자를 잣나무에 붙이기를 더 좋아했다고 합니다.​ 

 

소나무와 잣나무를 구분하는 특징을 물으면 나무를 좀 안다는 분들은 바로 한 다발에 잎이 두 개가 나면 소나무, 다섯 개가 나면 잣나무라는 답을 하실 것입니다. 마치 참나무 6형제 구분의 열쇠들이 인기가 있듯이 이 구분 열쇠도 참으로 인기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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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7일 곳곳에서 모아온 소나무 종류 잎들을 집에서 촬영 

(위로부터 이깔나무, 소나무 두 종류, 리기다소나무, 잣나무, 스트로브잣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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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9일 곳곳에서 모아온 아직 초록색 소나무 잎들을 집에서 촬영 

(위로부터 소나무 두 종류, 리기다소나무, 잣나무, 스트로브잣나무) 

 

그런데 잎의 수를 세지 않더라도 나무 전체 모습만 보아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소나무들은 대체로 자라면서 아래의 가지들을 떨구어 버리고 나무 윗부분에만 가지를 유지한 채 위에만 잎을 달고 있는 경향이 있는 데 비해서, 잣나무는 나무줄기 아랫부분의 가지도 유지하고 있어서 흔히 북쪽 나라들에서 볼 수 있는 원뿔 모양의 침엽수들 수형을 잘 유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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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5일 광주 문형산의 소나무와 잣나무 
(나무 꼭대기에만 잎을 내민 소나무와 나무 허리 아래까지 가지와 잎을 유지한 잣나무)

 

그리고 우리 주변 소나무에 비해서는 곧게 자라는 경향이 있지요. 등걸의 갈라지는 정도도 소나무가 매우 굵고 깊게 거북등같이 갈라진다면 잣나무는 작은 비늘 같은 조각으로 갈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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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7일 남한산성의 소나무 등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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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5일 광주 문형산의 전통 잣나무 등걸

 

필자가 가지고 있는 미국과 프랑스 수목도감 속에서 소나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있는 나무는 바로 이 잣나무인데, 그 나라의 일반 이름으로도 각각 Korean pine (불어로는, pin de Corée)으로 표기되고 있고, 학명도 Pinus koraiensis로 등록되어 있으니 잣나무가 우리 소나무의 대표선수로 통용되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진짜 소나무는 (적송이라고도 불리는) 아쉽게도 두 나라 수목도감 모두에서 Japanese red pine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쓰는 용어인 아카마쓰(ぁかまつ)가 그렇게 번역되어서 정식 이름으로 등록되어 버린 셈입니다.

 

이상과 같이 조금 연구(?)를 진행한 결과로 필자의 심정은 착잡해집니다. 우리가 그렇게 사랑하는 소나무는 일본 적송으로 통용되고 있고, 잣나무가 우리나라 소나무를 대변하고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는지요? 동해/일본해 이름 정하는 싸움에는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대등한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식물 이름 정하는 일은 모두의 관심 밖이니 이런 사실이 고착화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잣나무라는 용어 자체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만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우리 전통 잣나무를 한국 소나무라 부르고 있듯이 잣나무도 큰 범주로는 소나무라고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 나라에서는 소나무들을 한 다발의 잎수를 기준으로 2엽송, 3엽송, 5엽송으로 분류하고 있지요. 가까운 중국에서도 (柏은 측백을 지칭할 확률이 높다고 했습니다.) 잣나무는 그냥 오엽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필자가 보유한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수목도감에서 소나무(학명: Pinus)로 분류된 나무 숫자를 세어보니 52개에 이르는데, 그 중 2엽송이 24개, 3엽송이 10개, 5엽송이 18개였습니다. 2엽송과 5엽송의 세력이 거의 비슷한 셈이지요. 타이거 우즈의 홈그라운드처럼 여겨지는 유명한 Torrey pines 골프장의 토리파인도 5엽송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산 소나무들 중에서 리기다소나무와 스트로브잣나무의 이름들을 들어보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동안 필자도 리기다소나무는 일본 이름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학명이 pinus rigida로서 곧고 굳센 나무이기에 이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아예 이름을 단단한 소나무 (pin dur)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 나무는 우리 주변 야산에서도 곧고 크게 자라고 있는데 아마도 환경이 좋은 곳에 식재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소나무 중에서는 유일한 3엽송입니다. 이 나무를 외래산이라서 싫어하는 분들이 계신 것 같은데 필자는 이 나무 덕분에 우리 주변 야산들이 빨리 녹화되고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 소나무보다는 덜 사랑스럽기는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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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0일 판교 낙생대공원 내 리기다소나무의 시원하게 벋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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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5알 광주 문형산의 리기다소나무 등걸

 

스토르브잣나무 이름에 대해서 필자는 불만이 큽니다. 5엽송이므로 잣나무 이름을 붙였습니다만, 이 나무 열매에서는 전혀 잣을 얻을 수 없습니다. 일반 소나무나 마찬가지로 그 씨앗이 너무 작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굳이 잣나무라고 이름을 붙여 버려서 앞으로 혹시 들어올 5엽송 소나무들을 모두 잣나무로 부를 것인지, 예를 들면 Torrey pine도 토리잣나무로 번역할 것인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오히려 영어로는 맛있고 향도 좋은 잣 열매를 pine nuts로 부르고 있는데 이는 전세계적으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기실 우리에게 맛있는 잣을 공급해주는 우리 전통 잣나무는 솔방울 자체가 참으로 우람하게 달립니다. 그 솔방울에서 잣을 분리해 내려면 잔뜩 묻어 있는 송진과의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스트로브잣나무의 열매는 길쭉한 바나나같이 생겼습니다만 우리 잣나무 솔방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하게 달려 있지요. 오히려 체격이 작은 우리 섬잣나무가 옹골진 열매를 매다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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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6일 분당 율동공원의 스트로브잣나무 등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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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12일 고려대 안암병원 주차장 주변 잣나무 열매와 솔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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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16일 남산공원 섬잣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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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17일 행주산성 근처 스트로브잣나무 열매

 

그래서 필자는 우리 전통 잣나무만 특별히 잣나무라고 부르는 것을 용인하되, 스트로브잣나무는 스트로브소나무로 바꾸어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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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2월11일 17시02분
  • 최종수정 2020년12월10일 16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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