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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택정책>(8)문제점(Ⅱ)정책수단이 가격 안정을 가져왔는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2월16일 17시05분

작성자

  • 이종규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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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주택정책의 주요 수단

 

그동안 우리나라에 사용된 주택정책은 크게 두 가지 성격으로 나뉜다. 가격조정(관리)정책과 서민주거안정대책이 그것이다. 서민주거안정대책은 저소득층 등 특수 계층의 주택 수요를 충족하거나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을 지칭한다. 그 외의 나머지 정책은 대부분이 일반 주택의 가격 등락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었다는 점에서 가격조정정책을 통칭하고자 한다.

 

이 시리즈는 일반 주택의 가격을 관리하고자 하는 정책에 집중하고 있으므로 서민주거안정대책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기로 하겠다.

 

가격조정정책에는 다양한 수단들이 사용되었다. 크게 분류하면 직접적인 가격 통제 방안, 주택수요 관리 정책, 주택 공급 관련 정책, 그리고 행정절차를 통한 수급 조절책 및 시장인프라 확립 방안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직접적인 가격 통제 정책으로는 분양가 상한제와 같이 정부가 직접 시장가격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수단들을 지칭한다. 실거래가 신고제와 같은 행정절차를 활용한 규제나 허위매물 규제 등 부동산시장 인프라를 확립하기 위한 제도 역시 부동산 가격을 규제하기 위한 수단을 활용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가격조정정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반복적으로 동원된 수단들은 주택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기 위한 방안들이었다. 주1)

※주1) 그동안 우리나라가 이 방안에 크게 의존한 것은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기초적인 경제이론에 입각한 접근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방안은 다시 주택수요를 관리하기 위한 정책과 공급확대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  

 

수요와 공급 중에서는 수요관리정책이 주요 정책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었다. 그리고 다양한 수단들이 개발되어 적용되었다. 다음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요관리정책에는 수요를 직접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방안, 주택 소유 및 투자에 따른 이익을 환수함으로써 주택 보유(혹은 유인)를 줄이기 위한 정책, 그리고 주택 관련 대출을 억제하여 주택 매입 수요를 금융 측면에서 규제하기 위한 정책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개발이익환수제와 같은 토지공개념이 입각한 대책도 부동산 보유에 따른 이익을 환수함으로써 부동산 보유 동기를 약화시키기 위한 대책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관리정책으로 분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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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관리정책 중에서는 주택보유에 따른 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조세제도가 널리 활용되었다. 재산세 등 보유세를 인상하거나 다주택자 혹은 고가 부동산 소유자 등을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방법 등이 그 예이다. 이와 동시에 주택 소유자가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단계에서도 양도세를 통하여 보유 기간 중 발생한 자본이득을 환수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조세를 강화하는 방법으로는 세율을 인상하기도 하지만 조세 기준인 과표를 실제의 시장가격에 가깝게 설정하고자 하는 노력도 병행해왔다.

 

세금과 더불어 주택 수요를 억제하고자 하는 방법으로 대출 규제가 자주 활용되어 왔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출 업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주택 구입을 위한 목적으로 체결되는 대출계약에서 대출금 규모를 조정함으로써 주택 매입 수요를 관리하고자 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예가 담보인정비율(loan-to-value, LTV), 총부채상환비율(debt-to-income, DTI), 부채상환능력(debt service ratio, DSR) 등에 관한 규제이다. 이는 본래 금융기관 내부에서 관행적으로 운영되어 오던 것이었는데 근래 정책수단으로 발전된 것이다. 본래는 대부자(은행 등 금융기관)를 대출로 인한 신용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즉 금융기관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운용되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택정책의 수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주택 구입 자금의 출처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입각하여 증여세 등을 부과하는 방법도 근래 들어 사용되고 있다.  

 

한편 주택 공급정책은 신규주택 공급 확대와 기존주택의 매물 출회 증대 방안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신규주택 공급은 신도시 개발 등의 방안이 주로 사용되었으나 단기 가격 조정정책으로서의 성격은 다소 약한 편이다. 단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급정책으로는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수단은 명시적으로 시행된 적이 없다. 공급 확대의 의미가 있지만 단기적으로 가격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임대주택 공급 확대도 주택공급확대정책의 한 가지 수단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동안 역대 정권 모두 임대주택 공급을 적극 추진해왔다. 하지만 주택가격의 안정에는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였다. 공공부문 등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이 일반적인 주택을 대체하기에는 질적 측면에서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임대주택은 가난한 사람이 사는 주택이라는 선입견이 고착화되어 일반 주택의 구입을 바라는 잠재적 수요자는 임대주택에 입주하기를 꺼리는 경향도 있다. 이에 따라 현실적으로 공공부문의 임대주택공급은 일반 주택시장과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임대차주택 공급은 종전에는 주로 공공부문에서 담당하였지만 근래 민간 임대사업을 활성화는 방안을 강구하였다가 최근에는 이를 철회하는 등 곡절을 겪었다. 임차인 보호 법제 역시 상황에 따라 임대인의 권리를 중시하다가 임차인의 권리를 더 중시하는 등 변화를 경험하였다. 이 중에서 일반 주택과 연관되어 사안을 복잡하게 하는 요인이 전세시장이다. 주택가격 수준이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전세 가격도 전세 수요자의 소득 상승에 비해 지나치게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이에 따라 장국에서는 금융부문 등을 통해 지원하는 방법(전세대출 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하지만 전세대출 확대는 일반 주택의 매입 수요를 자극하였다. 전세자금 대출을 기반으로 주택을 구입하기 쉬워 소위 ‘갭투자’를 촉발하였던 것이다. 

 

현실적으로 주택의 공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존 주택의 매물 출회이다. 하지만 기존 주택의 매물 출회를 촉진하는 정책은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조세정책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존 주택의 매물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양도세를 인하하여야 하지만 이는 이익 환수를 위한 보유세 및 양도세 인상 등 정책 기조와 배치된다. 기존 주택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데 의미 있는 유일한 정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강화였다. 다주택자에 대해 세금을 강화하면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의 일부를 매도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대책 이후 이 대책이 더욱 강화되었지만 “똘똘한 한 채” 보유 동기를 자극하여 서울 선호지역의 주택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한편 지역균형발전, 행복도시, 혁신도시 건설 및 수도 이전 등도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서울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데 대응하기 위하여 서울 주택에 대한 수요를 줄이거나 분산하기 위한 방안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지방에서는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지방의 주택수요는 한정적인 데 비해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똘똘한 한 채” 등의 풍조가 겹치면서 서울과 지방의 주택가격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조세의 전가와 귀착에 관한 이론적 논의 

 

우리나라 주택정책에서 가장 강력하게 효과를 발휘하였던 정책수단은 보유세 인상 등 조세강화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동산 대책에서는 조세 관련 내용이 포함될 정도로 자주 사용되었다. 과연 이러한 조세강화 대책이 주택가격안정에 도움을 주었는가 하는 것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에 관한 논의는 상당히 많지만 견해가 다양하게 엇갈린다. 따라서 그에 관한 논의를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피하겠다. 그 대신 조세의 전가와 귀착 문제에 관한 이론적 논의로 조세강화 대책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주택에 대해 보유세 등을 부과하게 되면 그 부담이 누구에게 귀착되느냐가 조세강화 대책의 효과를 검증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하에서는 주택 관련 조세부담 증가가 주택가격 상승을 가져온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이 글의 논점은 그럴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논의의 핵심은 조세 전가를 통해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는 조건이나 여건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사용되어온 보유세 거래세 양도소득세 등의 조세 강화는 관점에 따라서는 주택매도자(공급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반대로 주택매입자(수요자)에게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여기서는 공급자에게 부과되는 것으로 가정하였다. 실제로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고가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조세 부담을 느끼고 보유주택을 매도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는 분명히 주택공급자에게 세금이 부과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이러한 상황에서 세금의 전가와 귀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아래 그림에서는 공급곡선은 S로 표시하였다. 공급자에게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공급곡선이 최초 곡선의 좌측 상방에 위치하는 S‘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수요곡선은 두 가지로 표시하였다. 하나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경우와 다른 하나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큰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 수요곡선을 DL로 표시하였고 후자는 DH로 나타내어 별도의 그림에 표시하고 있다. 

 

세금 부과 이전의 균형 E, 새로운 균형은 G로 표시하였다. 두 경우 모두 시장 가격은 상승하고 거래량은 위축된 것으로 표시되었다. 조세부과로 인하여 시장의 균형이 이와 같이 이동한 것을 전제로 공급자와 수요자 중에 누가 더 많은 조세를 부담하게 되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논의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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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세의 귀착 문제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먼저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경우를 살펴보자. 새로운 균형 G에서 시장가격은 P3로 형성되었다. 공급자는 주택을 P3에 주택을 매각하지만 자신이 챙기는 금액은 Q1*P1에 불과하다. P3와 P1의 격차만큼 세금으로 납부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즉 세금은 (P3-P1)*Q1에 해당한다. 그림의 영역으로 표시하면 사각형 P3GFP1으로 표시할 수 있다. 

 

이 중에서 공급자가 부담하는 세금을 생각해보면 당초 공급자는 P0의 가격을 받았지만 이제는 P1만 받음으로써 그 손실은 P0HFP1으로 표시할 수 있다. 이 손실이 공급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세금인 셈이다. 반면 소비자는 당초 P0의 가격을 지불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P3를 지불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Q1만큼 거래한 경우를 전제로 종전에 비해 P3GHP0만큼 더 부담하게 된다. 이것이 수요자가 조세부과로 더 부담하게 된 금액이다. 이 결과를 비교하면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경우 조세 부과로 인한 부담이 공급자에 비해 소비자에게 훨씬 더 큰 부담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큰 경우, 즉 아래 그림에서는 공급자가 부담하는 조세는 P0HFP1인 데 비해 수요가가 부담은 하는 조세는 P3GHP0에 불과하다. 즉 수요자가 부담하는 조세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주2)

※주2) 조세가 수요자를 대상으로 부과되는 경우에도 같은 기법을 활용하여 분석할 수 있다. 결과는 위 분석과 동일하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으면 조세부담이 수요자에게 귀착되고 반대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크면 공급자에게 귀착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프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주택 관련 세금의 전가는 주택수요의 가격탄력성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즉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으면 세금의 대부분이 수요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최근 우리나라 주택가격 상승을 견인한 서울 등지의 선호 지역의 경우 주택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큰가 아니면 작은가? 선호 지역이라 함은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수요가 꾸준히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가격이 변동하더라도 수요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이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것을 의미한다. 위 그림에서 앞의 그림에 해당한다.

 

이 모형에 입각하여 선호지역의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세 부과의 효과가 있었는지를 를 생각해보기로 하자. 특히 주택가격 대세상승기에 보유세 인상 등의 조세강화정책이 선호지역의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택시장 경기가 호전되면 선호지역의 주택부터 먼저 매입하려는 수요가 나타나고 그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다. 이 때 매물은 평상시보다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반면 수요는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종전 수준에 비해 크게 줄지 않거나 유지하게 된다. 가격 상승 기대를 배경으로 매수세가 확산된다면 수요가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시장상황의 변화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더욱 낮아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의 상황이 이와 같이 전개되면 이를 통상적으로는 매도자 우위의 시장(seller's market)이라고 한다. 가격 협상 등에서 매도자가 좀 더 우월한 입장에 있다는 의미이다. 

 

이 상황에서 정책당국이 보유세를 인상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는 그동안 당국에서 주택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보유세 인상을 통해 매물 출회를 증대시키고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가격을 안정시키고자 시도해온 것을 상정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실에서는 당국의 예상과는 반대로 시장에서 반응하고 움직였다. 그 이유와 배경은 다음과 같다.  

 

주택경기가 대세적 상승기에 접어들면 주택가격 상승기대가 형성된다. 이 상황에서 보유세 인상은 이 기대를 더욱 강화시킨다. 즉 세금부과로 주택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예상은 앞에서 살펴본 이론적 모형에 근거를 둘 수도 있고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주택 관련 세금 부담이 늘어나더라도 주택가격이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을 수도 있다.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매도자(공급자)는 세금을 부담하더라도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보유세 인상 직후 당장 주택을 매각하기보다는 주택 보유 기간을 더 연장하려 할 것이다. 즉 단기적으로 공급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이 상황에서 공급자로 하여금 주택을 매도케 하려면 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에 비해 가능하면 빨리 이 지역의 주택을 사려는 수요자는 인상된 보유세를 기꺼이 부담하고자 할 것이다. 매도자에게 늘어난 조세 부담 이상의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주택을 매도하도록 유인하고자 할 것이다. 이 결과 주택 보유자는 인상된 조세의 상당부분을 주택가격에 전가할 수 있고 수요자는 결국 이를 수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주택경기가 대세적 상승기로 접어들게 되면, 특히 많은 사람들의 이주 수요가 몰리는 선호지역에서는, 인상된 세금이 주택구입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착된다. 그리고 실제 거래되는 주택가격은 종전의 가격에 늘어난 조세가 더하여져 더욱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게 되는 것이다.

 

지난 여름 주택시장 상황에 대한 재해석

 

지난 여름 이래 지금까지 형성된 서울 주택시장의 흐름에서 이러한 해석의 신빙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금년 6월 이후 수차례에 걸쳐 부동산대책이 발표되었다. 주택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조세부담을 한층 강화하고 더욱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였다. 그런데 부동산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서울 주택가격은 즉각적으로 올랐다. 대책이 나오면 일시적이나마 관망세를 보인 종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주택시장의 흐름이 당국에서 의도한 바와 전혀 다르게 진행된 것이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조세부과의 효과를 시장에서 미리 감지하고 반응한 것으로 설명 가능하다.

 

당국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주택가격전망CSI를 통해 살펴보았다. 이 지수가 100이 넘으면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이다. 지난 여름 연이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 지수는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즉 당국에서 각종 대책들을 발표하였지만 시장에서는 주택가격이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는 뜻이다. 

 

한편 이 지수는 실제 가격 변동률에 앞서 움직이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7월 이후 실제 가격도 이 지수를 쫓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주3)

※주3) 그림에서 주택가격전망CSI는 11월 숫자가 표시된 반면 주택가격변동률은 10월까지만 표시되어 있다. 11월 주택가격변동률이 주택가격전망CSI가 예상하듯이 실제로 상승할지 매우 흥미롭니다.

 

 최근 주택가격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이와 같이 형성된 것은 조세 강화 등 그동안 규제정책이 반복적으로 시행되었지만 결국에는 가격을 상승시키고 만다는 학습효과의 결과로 보인다. 이러한 기대를 배경으로 많은 사람들은 정부 대책이 나오자말자 더 이상 관망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결정을 내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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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전가에 대한 논의의 의의 

 

앞의 논의는 주택정책의 수단을 동원함에 있어서 적어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주택의 수요와 공급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려고 하더라도 수요와 공급의 확대 혹은 축소와 같은 단순한 생각만으로 정책수단을 도입하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수요곡선이나 공급곡선의 모양도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수요와 공급의 확대 및 축소는 두 곡선의 위치를 달리하는 정책이다. 그에 비해 수요 및 공급 곡선의 기울기, 즉 가격 탄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주택시장에서는 수요곡선의 가격탄력성이 중요한데 이것은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주택가격이 상승기로 접어들면 수요탄력성이 낮아질 수 있고 반대로 가격 하락기에는 이 탄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지역의 특성별로도 가격탄력성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을 감안하지 않은 채 천편일률적인 정책수단 동원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통해 정책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둘째 정책수단의 효과는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한 가지 정책수단이라 하더라도 여러 가지 작용을 할 수 있다. 보유세 인상 등 조세 강화는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부작용이나 단점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동시에 인식하여야 한다. 특히 상황에 따라서는 당초 기대한 효과보다는 부작용이나 단점이 더욱 크게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효과가 단기와 장기에 있어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하여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정책적 측면에서 의도한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많아진다.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고 유사한 정책을 반복하게 되면 나중에는 단기간에도 부작용이 현저해질 수 있다. 지난 여름의 주택시장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주택정책 수단의 효과와 부작용   

 

앞의 논의에 이어 그동안 우리나라에 반복적으로 동원한 주택정책 수단의 의도와 부작용 등을 일반적인 관점에서 정리하고자 한다. 그동안 다양한 주택정책 수단이 동원되었지만 정책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개별 정책수단들이 정책 의도를 달성하는 데 나름대로 기여할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그 단점이나 부작용이 많은데 그러한 정책수단을 반복적으로 동원함으로써 부작용이 더욱 부각된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하겠다.  

 

가장 강력한 수요 억제책으로 여겨지는 종합부동산세 혹은 보유세를 인상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첫 번째 부작용이 자가주택 거주에 따른 귀속임료 이상으로 조세를 과다 징수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 결과 징벌적 조세라는 비판이 항상 제기된다. 그리고 양도소득세도 같이 부과되는 경우 이중 과세의 문제도 발생한다. 재산세나 양도소득세 모두 자본이득을 환수하기 위한 목적인데 보유와 매도 시점별로 각기 부과되는 것은 동일한 현상에 이중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택을 장기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리고 주택시장의 성격이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면 조세를 매매가격에 전가하게 됨으로써 주택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양도소득세 인상도 의도적으로는 불노소득 환수 및 주택 수요 억제 등을 통해 가격 안정을 꾀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주택매물 출회를 억제함으로써 공급을 줄여 가격을 인상시키는 부정적 효과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리고 선호 지역의 경우 혹은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 양도소득세 인상분만큼 가격에 전가됨으로써 주택 가격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크다.

 

수요 억제책으로 자주 활용되는 대출규제 역시 부작용이 적지 않다. 주4)

※주4)  LTV, DTI 등에 대한 규제가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Colciago et. al. (2018) 참조 (Colciago, Andrea, Anna Samarina, and Jakob de Haan, “Central bank policies and income and wealth inequality: A survey,” De Netherland Bank, DNB Working Paper No. 594, May 2018.

이 규제를 회피하거나 우회수단이 항상 존재함으로써 당초 예상한 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또한 투기지역 등 가격이 급상승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주택대출을 규제하게 되면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형성된 상황에서는 주변지역이나 여타지역을 대상으로 주택매입을 위한 대출수요가 확대되고 이 지역의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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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대출규제는 특수 부류의 사람들이 손해를 본다는 결정적인 맹점이 있다. 대출 실행 기준을 소득에 연동시킴으로써 임금소득자가 대출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자산보유자 등에 대해 비슷한 규제를 동원하기 어렵기 때문에 임금소득자 혹은 저소득자가 자산보유자에 비해 차별을 받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소득기준 주택담보대출 한도 규제는 재산 보유의 빈부 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근면 성실하다고 인정받을만한 월급쟁이들이 주택 구입을 절실히 바라는 실수요자이면서도 대출규제의 피해자가 되는 모순이 나타나게 된다.

 

나머지 정책들의 부작용이나 단점 등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생략하기로 하도 표에서 정리된 부분을 참조하기 바란다. 

 

정책수단들이 가격 안정에 기여하지 못한 이유는?

 

이제 본래의 물음에 대답하여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그동안의 주택정책 대책들이 암묵적인 주택정책의 목표인 주택가격 안정을 가져왔는가?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라도 답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주택가격이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 같이 답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문이 있다. 동원한 정책수단이 의도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책수단 자체가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정책집행 자체를 잘못한 것인가? 아니면 두 가지 다 원인이 되는가?  

 

사실 절대적으로 잘못된 정책수단은 있을 수 없다. 앞에서 논의한, 그리고 그동안 수차례 동원되었던 수단들도 언젠가 다시 사용될 여지는 충분하다. 이러한 견지에서 본다면 그간의 주택정책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정책집행방식의 잘못에 기인한바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실 기존 주택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특징적 모습을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주택시장을 수요와 공급이라는 좁은 시각에 입각하여 이해하고 주로 단기적인 효과를 예상한 나머지 수요억제정책 위주로, 그리고 그것도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등의 특징을 부각할 수 있다. 더욱이 정책수단의 부작용이나 단점 등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 앞에서 논의한 내용의 핵심이었다. 이에 더하여 그동안 동일한 주택정책의 틀을 수십 년 똑 같이 적용해온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주택시장의 내부의 특성(예컨대 수요의 가격탄력성 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전혀 파악하지 않았던 데다 시장 여건 변화 등에도 부응하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경직적 정책 태도로 일관하였다고 하겠다. 주택정책 집행방식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을 다양하게 제시할 수 있지만 그에 관한 논의는 현 단계에서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기로 하겠다.주7)

※주7)  전편(“우리나라 주택정책의 특징(stylized facts)”)에서 이미 주택정책 집행방식의 문제점에 대해서 상당부분 정리하였다.

 

이에 관한 논의는 나중으로 미루고 주택시장의 여건 등으로 관심을 전환하고자 한다. 주택시장의 여건들을 감안한 새로운 정책 프레임을 먼저 생각해보기로 하자. 주택정책 집행방식은 그 프레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정책집행방식에 관한 논의가 포괄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하면서 기존 주택정책의 문제점에 관해서는 일단락을 짓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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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2월16일 17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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