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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죄'의 남용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2월07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12월07일 14시34분

작성자

  • 이상돈
  •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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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이 필요하다고 해도 현 정권 들어서 검찰이 직권남용죄를 너무 남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끝내는 부작용을 초래했을 뿐더러 현 정권이 오히려 부메랑을 맞고 있다. 우리 형법에 있는 직권남용죄는 구성요건이 모호해서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상식이었다. 미국법에선 권력남용(abuse of power)은 자체로선 범죄가 되지는 않는다. 'quid pro quo' (something for something)가 있을 때 그 대가성 행위 때문에 유죄가 될 뿐이다. 그 점에서 사법절차를 방해하면 그 자체가 범죄가 되는 사법방해죄 (obstruction of justice)와는 다르다.

  

하지만 권력남용은 탄핵의 사유가 된다. 1974년 7월 말,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닉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는데, 그 조항은 세 개였다. 첫째는 사법방해로 워터게이트 빌딩에 침입한 괴한들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대통령 권력남용으로 헌법을 수호하고 법을 집행할 의무를 위반하고, 시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정부기관의 사법기능을 저해했으며, 셋째는 의회 모독으로 의회의 조사에 불응함으로써 의회 절차를 지연시켰다는 것이었다. 당시 하원 법사위는 27 대 11, 28 대 10, 21 대 17로 각각 통과시켰다. 캄보디아 폭격 등 전쟁권법 위반은 12대 26으로 부결됐다.

 

하원 본회의가 법사위의 결의를 따라서 통과시킬 것이 분명하고 상원도 탄핵안을 가결할 것으로 보이자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과 공화당 상하원 원내대표는 백악관으로 가서 닉슨 대통령에게 의회의 입장을 통보했고, 며칠 후 닉슨은 사임을 발표했다.

 

닉슨에 대한 두 번째 탄핵사유인 권력남용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와 비슷하다. 헌재는 “최서원(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하였고, 최 씨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파면 결정을 내렸다. 특히 '헌법수호의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닉슨에 대한 두 번째 탄핵사유와 비슷한 권력남용을 언급했다.

 

그러니까 권력남용은 탄핵 사유는 될망정 형사책임을 묻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윤석열 검찰은 박근혜 정부의 고위직과 몇몇 고위법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는데, 법원은 직권남용에 대해선 대개 무죄로 판결을 했다. 윤석열 검찰은 똑같은 잣대로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을 기소했고, 탈(脫)원전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직권남용죄를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결국 정치적 책임을 추궁하면 충분했을 사안을 무리하게 검찰을 통해 직권남용죄로 처리하려다가 이런 혼란한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한다. 검찰은 기소하고 항소하면 그만이지만 피고인들은 방어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고 1심에 2심, 3심, 또 파기환송심까지 험난한 과정을 가야 한다. 피고인들은 변호사 비용으로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 이상이 들어갈 것이다. 직권남용 기소가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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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2월07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12월07일 14시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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