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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33) 으뜸으로 받들어진 소나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2월04일 17시02분
  • 최종수정 2020년12월04일 11시29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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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지난주에 말씀드린 대로 이번부터는 상록수들을 다루고자 합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새벽 산행을 하면서 식물관찰을 해 오던 필자이지만 이제는 식물들이 대부분 변화를 멈추고 함축의 시간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관찰할 수 있는 나무들은 상록수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상록수 하면 역시 소나무입니다. 늘 푸른 나무의 상징으로 여겨지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나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어떤 공원에도 어떤 아파트단지에도 심어져 있고 조금 갖춘 단독 주택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소나무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랑, 나아가 종종 나타난 경애심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가깝게는 애국가 2절 서두에 나오는 구절인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 떠오릅니다. 필자는 이 가사만큼 소나무의 특징을 잘 표현해 주는 설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소나무의 등걸은 거북의 등딱지 같이 갈라진 모습으로 ‘마치 철갑을 두른 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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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24일 경주 남산의 철갑을 두른 소나무들

 

경주 남산을 올라갔을 때 그 철갑을 두른 소나무들을 수없이 만나서 애국가의 남산이 경주 남산을 가리켰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서울 남산에도 역시 좋은 소나무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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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의 소나무들

 

광릉에 있는 국립수목원장을 역임한 이유미 선생님은 저서 ‘우리 나무 100가지’에서 소나무를 우리나라 조상들이 이렇게 소나무를 높이 평가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솔은 위에 있는 높고 으뜸이란 의미로, 나무 중에서 가장 우두머리라는 '수리'라는 말이 술에서 솔로 변하여 되었다는 학자들의 풀이가 있다.”고 했습니다. 우두머리 나무라는 뜻이지요.

같은 책에서 이 선생님은 중국에서 소나무를 높게 받들기 시작한 것은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封禪(봉선) 행사를 하려고 태산을 올랐다가 큰비를 만나 곤란한 지경에 처했을 때 그 비를 피하게 해준 소나무에게 公爵(공작) 칭호를 붙여주면서부터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나무 木 변에 공작 작위의 公 자를 합치면 松(소나무 송) 자가 되는 셈입니다. 나무 중의 공작인 셈이지요.​ 

 

필자가 종종 인용하는 원로 수목학자 임경빈 선생님도 그의 저서 ‘나무백과’를 통해 조선시대부터 소나무가 매우 높이 평가되어 왔던 증거로, 태종이 부친 이성계가 묻힌 건원릉을 방문한 후 그 능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松柏(송백: 소나무와 잣나무)을 심도록 지시한 기록을 언급했는데, 그러고 보면 조선 임금들의 능을 찾아보면 어김없이 소나무들이 능을 둘러싸서 수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남산에 소나무 조림을 지시한 기록도 있는데, 감독 5백명과 장정 3천명을 동원해서 무려 20일간에 걸쳐 조림에 나섰다고 하니 아마도 그때는 남산 전체가 소나무로 뒤덮여 있었을 것 같습니다. 

 

기실 소나무는 목재로서의 가치도 오래 전부터 높이 평가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 중국 모두 궁궐 등의 중요 건물들이 목재로 지어져 있는데, 그 대부분을 소나무로 충당했고, 최근 남대문이 불탔을 때도 멀리 강원도에서 금강송을 가져와서 복원에 썼던 기록도 있습니다. ‘궁궐의 나무’를 쓴 박상진 선생님도 조선시대 임금들의 목관은 黃腸木(황장목)으로 불린 소나무 속살을 이용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나무는 땔감으로서도 으뜸으로 여겨져서 너도나도 베어가는 남벌의 희생양이 되어 와서, 조선시대의 나라운영 지침서 경국대전에 ‘松木禁伐(송목금벌)’의 규정이 들어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종합하건대 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극한 사랑을 받아온 나무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요. 참나무가 진짜 나무라 했지만, 그 거칠고 큰 성격 때문에 가까이 두고 사랑하기는 어려운 대상인 반면에 소나무는 어디에서든지 가까이 두고 사랑하고 싶은 나무로 간주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모두가 좋아하는 소나무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멋지게 휘어지고 드리워진 모습들을 즐기느라 소나무가 가진 특징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우선 소나무라는 이름 대신에 종종 듣게 되는 육송, 해송이라는 구분을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만, 그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나아가서 그만큼 흔히 듣게 되는 흑송, 적송의 구분을 연결할 수 있는지도 궁금해집니다. ​ 

 

적송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지요. 소나무는 자라면서 쓸모가 없어진 아래 가지를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실 아래 쪽의 잎은 광합성을 하기 위한 햇빛도 잘 못 받고, 산불이 났을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어서 자라면서 없애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소나무들 중에서는 키가 제법 자라면 가지만이 아니라 윗부분의 철갑 껍질마저도 벗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철갑을 벗으면 약간 붉은 (실은 주황색 정도) 기운이 도는 속껍질이 드러나지요. 그 모습을 보고 적송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 이름은 일본 이름 ‘아카마쓰’에서 왔으므로 쓰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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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24일 경주 남산의 적송 등걸 근접 사진

 

그런데 바닷가에서 자라는 소나무들은 매서운 바닷 바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인지 검은색 철갑을 잘 벗지 않습니다. 그래서 바닷가에서 자라는 소나무들은 해송이면서 흑송이라는 특징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식물학적으로는 이들 해송을 곰솔이라 분류하면서 육지의 소나무인 육송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하는 분들도 있지요.

결론적으로 대체로 바닷가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해송, 흑송이 되고, 산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육송, 적송이 되는 셈이지요. 필자 생각으로는 같은 소나무가 서식처에 따라 이렇게 적응해 버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흑송을 육지에 옮겨 심어놓아도 그 윗껍질을 잘 벗지 않는다고 하니 서울로 옮겨와 산 지가 오래되는 영남, 호남 사람들 말씨가 잘 바뀌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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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15일 해운대 동백섬의 해송 등걸

 

서식처에 따라 소나무가 다른 이름을 가진다 했습니다만 키가 정말로 차이가 나는 두 종류의 다른 소나무도 있습니다.

금강송이라는 말을 들어보셨겠지요. 우리 주변 야산의 소나무들이 바람에 구부러지고 비틀어지는 모습들로 자라는 것을 보고 일제 강점기 남벌로 인해 우리나라에는 더 이상 멋진 소나무들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강원도로 가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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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4일 서울 아차산의 소나무 군락: 줄기가 구불구불 굽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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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4일 들른 해남 대흥사 경내의 작은 연못 위의 소나무 (휘어지고 드리워짐의 극치를 보여준다.)

 

참으로 멋지게 자란 키 큰 소나무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강원도와 경북 동해안 지역의 금강송들을 베어서 春陽驛(춘양역)에 모아서 운반해 왔기에 목재로서의 금강송을 춘양목이라고도 불렀다고 하네요. 금강송이 아니라 하더라도 참으로 길게 각선미를 자랑하며 자라는 나무들을 흔히 장송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도시 곳곳에 조성하는 공원들에 이들 장송들이 심어지고 있는 것을 종종 발견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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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22일 방문한 솔향수목원 (강릉시에서 금강송 보호를 위해 운영) 내에서 자생하는 금강송들 (늘씬한 모습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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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23일 전날 숙박한 강릉 선교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금강송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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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5일 부산시민공원의 장송들

 

그 반면에 키는 크지 않으면서 옆으로 넓게 퍼져 꼭 밥사발 모양을 하고 있는 소나무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盤松(반송)입니다. 이 나무들은 가지치기를 잘 하면 꽤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기 때문에 공공기관 정원 등에 많이 심어지지요. 필자는 2014년 늦가을 홍릉수목원을 방문했을 때 소개받은 수령 115년 된 할아버지 반송을 감상한 바도 있습니다. 늙어서 그런지 지팡이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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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17일 홍릉수목원의 수령 115년 된 (현재는 120년) 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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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2월04일 17시02분
  • 최종수정 2020년12월04일 11시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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