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32) 낙엽지는 낙엽수들과 늘 푸른 상록수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1월27일 17시02분
  • 최종수정 2020년11월27일 15시49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메타정보

  • 6

본문

나무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현재 관심을 끄는 나무들을 소개한다.”는 필자 나름의 원칙을 지켜간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계절이 왔습니다. 겨울이 되면 나무들은 잎을 떨어뜨리고 풀들은 스러져 버리기 때문이지요. 특히 꽃이나 열매처럼 우리의 주목을 끌만한 요소도 사라져 버립니다. 지난번 단풍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단풍이 드는 이유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만, 나무들이 추운 겨울에 잎을 통해 수분이 증발하면서 몸의 체온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줄기와 잎 사이의 수분 이동을 차단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단풍이 들고 나서 2-3주가 지나면 많은 나무들이 잎을 떨구기 시작하지요. 나무들의 변화 현상도, 즉, 새순 나기, 꽃 피우기, 녹음 지기, 열매 맺기, 단풍 지기 등의 현상들도, 모두 멈추어 버리는 시기가 된 것입니다. 나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필자 같은 나무 변화에 맞추어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하는 이야기꾼들은 이야기꺼리가 떨어져 버리게 되지요. 

 

이때 나무 이야기꾼을 구원해 주는 나무들이 있습니다. 바로 상록수입니다. 순수 우리말로는 ‘늘 푸른 나무’들이지요. (필자는 이 ‘늘 푸른’이란 말이 매우 과학적으로 느껴져서 참 좋습니다. 잎을 떨구는 나무의 반대말이 아니라 늘 초록색 잎을 가지고 있는 나무라는 뜻이니까요.)

상록수 하면 어떤 나무가 생각나시나요? 대부분 소나무를 떠올리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산과 들 그리고 우리 주변 공원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상록수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상록수 하면 으레 소나무 같은 침엽수를 떠올리기가 쉽지요. 기실 침엽수들은 대부분 상록수이기도 합니다. 일전에 소개한 바 있는 낙우송과 메타세콰이어 같은 예외도 있지만요.​ 

 

반대로 넓은 잎 즉 활엽수들은 대부분 잎을 떨어뜨리는 낙엽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활엽수 중에도 상록수가 제법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사철나무가 있지요. 어쩌면 이 이름이 상록수의 대명사가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사철 내내 푸르다고 이 이름을 얻었으니까요. 우리네들 아파트단지 화단 울타리로 많이 심어지는 회양목도 대표적인 상록수입니다. 여기까지가 필자같이 충청 이북이 생활권인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활엽 상록수 리스트의 모두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아참!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는 서양 아이비도 있네요. 

 

그런데 남쪽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훨씬 긴 리스트가 있습니다. 아마도 동백나무는 북쪽 사람들도 들어본 이름일 것입니다만, 그 외에도 돈나무, 후박나무, 녹나무, 아왜나무, 먼나무, 식나무, 굴거리나무, 목서, 가시나무 등의 이름들은 북쪽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기만 합니다. 자주 볼 수 없으니까요. 필자도 그래서 남쪽으로 가는 기회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해서 가능한 한 가는 날도 조금 일찍 내려가서 공원 같은 곳을 들르고, 하루 밤 묵고 난 후에 주로 해안가를 산책하면서 남쪽에서만 볼 수 있는 이 상록수들을 눈에도 사진으로도 많이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늘 푸른 나무라고 해서 잎을 떨구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나무에게 잎은 광합성을 통해 영양소를 만드는 기관입니다. 그 성능이 떨어지면 떨구어 버리고 새 잎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겠지요. 실은 새 봄이 오면 나무들은 새 가지를 벋고 그 가지 끝에 새 잎을 달게 되어 있습니다. 봄에 상록수들을 보면 가지 끝에 옅은 연두색 잎들을 잔뜩 내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314ee51b724a4944aba1ed5950ebc2a1_1606459
지난 5월11일 원광대학교 교정의 가문비나무가 가지 끝에 새 잎을 내밀고 있다.

 

314ee51b724a4944aba1ed5950ebc2a1_1606459
지난 5월1일 시립대 섬잣나무가 가지 끝에 새 잎다발을 준비하고 있다.

 

반대로 상록수들도 가을이 되면 낡은 잎들을 떨굴 준비를 하면서 나무 전체에 초록잎과 갈색잎을 함께 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필자는 시골에서 자랄 때 친구들과 같이 야산에 올라 떨어진 소나무 잎을 긁어보아 보퉁이에 담아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산에서 가져올 수 있는 좋은 땔감이었던 셈입니다. 지금은 등산로에 떨어진 소나무 잎들을 밟는 느낌을 좋아하곤 합니다. 

 

314ee51b724a4944aba1ed5950ebc2a1_1606459
지난 10월23일 월악산 자락의 소나무숲: 초록과 갈색이 섞여 있다.

 

314ee51b724a4944aba1ed5950ebc2a1_1606459
지난 11월4일 일산호수공원의 소나무들: 가지 안쪽 잎들이 갈색으로 변하고 있다.

 

314ee51b724a4944aba1ed5950ebc2a1_1606459
지난 11월23일 분당 영장산 등산로에 떨어진 소나무잎들

 

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하고 있는 상록수들도 나름대로 잎을 통해 수분이 증발하는 현상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체온이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도록 말이지요. 바늘 모양으로 뾰족하고 가느다란 잎을 만드는 침엽 상록수는 잎의 바깥과의 접촉면적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그런 모양을 고안해 낸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활엽 상록수들은 어떤 수단을 강구할까요. 그렇습니다. 이 나무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나무들보다 잎을 두텁게 만드는 경향이 있고 거기다가 그 잎 표면에 기름 막을 만들어서 수분 증발을 최소화하려 합니다. 활엽 상록수들의 잎이 대부분 반질반질 윤이 나는 것은 그런 연유입니다. 동백나무와 사철나무 잎을 떠올려 보시면 되겠지요. 

 

이렇게 과학 공부만으로 끝나려고 하니 조금 섭섭해서, 이 시기에 주목할 만 한 두 나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모양은 비슷한데 하나는 낙엽수, 하나는 상록수입니다. 

 

침엽수이긴 한데 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들 중에서 지난주에 메타세콰이어와 낙우송을 소개했는데 이 나무들이 독특한 새 깃털 모양의 잎을 가진 것과는 달리 이번에 소개하려는 나무는 잎이 참으로 소나무 잎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소나무 같은데 잎을 떨군다고 落葉松이라는 이름을 얻었지요. 어느 분은 그래서 이 나무를 영어로 ‘oxy-moron’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하십니다. 소나무인데 잎을 다 떨구어 버리니 이율배반적인 녀석이란 뜻이지요. 순수 우리말 이름은 이깔나무입니다. 실은 이 이름도 잎을 간다고 잎갈나무라고 부르다가 발음 나는 대로 이렇게 바뀌게 된 것입니다. 이 녀석은 잎이 소나무 잎 나듯이 다발로 모여서 납니다. 그래서 소나무로 속기 십상이지요. 잎의 길이가 조금 짧기는 합니다만. 그리고 매우 작은 크기의 솔방울을 매답니다. 그 모습도 약간 앙증스러워서 보기가 좋습니다. 

 

314ee51b724a4944aba1ed5950ebc2a1_1606459
2016년 8월1일 인제 자작나무길 입구 이깔나무 잎과 열매: 잎이 소나무 잎다발과 비슷하다.

 

이 나무는 수형이 그다지 훌륭하지는 않아서 공원수로는 잘 심어지지 않지만, 빨리 그리고 곧게 자란다는 장점이 있어 조림용으로 많이 심어졌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야산의 산중턱 아래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비슷한 목적으로 심어진 리기다소나무와 함께 과거 홍수 철마다 우리나라 산에서 발생하던 산사태를 막아주는 역할을 훌륭히 해 온 나무인 셈입니다. 

 

314ee51b724a4944aba1ed5950ebc2a1_1606459
지난 11월2일 청계산 이깔나무들이 잎 색깔을 바꾸려 하고 있다.

 

314ee51b724a4944aba1ed5950ebc2a1_1606459
지난 11월10일 분당 영장산의 이깔나무들이 잎을 떨굴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나무의 잎 모양과 많이 닮았다고 해서 이름을 비슷하게 지어준 나무가 있습니다. 개이깔나무라고 불리는 히말라야시다입니다. 나무들 이름 중에 가끔 ‘개’ 라는 접두어가 붙여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개오동, 개벚, 개옻, 개나리 등이 생각납니다. 이런 이름이 붙으면 당연히 ‘개’ 가 붙지 않은  나무들보다 좀 못하다는 뜻이 들어갑니다. 

 

문제는 이 나무가 잎 모양은 이깔나무와 비슷하지만 이깔나무와는 달리 늘 푸른 나무, 즉 상록수라는 사실이지요. 보통 이깔나무는 잎을 떨구는데 그렇지 않다고 해서 ‘개’ 자를 붙인 것은 참으로 억지스럽다고 생각되네요. 마치 늘 푸른 것이 열등한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이 나무는 수형도 제법 멋있고 나무 자체가 깔끔한 편이어서 고 박정희 대통령이 매우 좋아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많은 공공기관이나 학교들에서 잘 자란 히말라야시다를 발견할 수 있는데 당시 이 나무의 식재를 많이 장려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나무는 다른 나무들의 방해를 받지 않는 공간에서 위로는 물론 옆으로도 한껏 몸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 나무 수형을 제대로 본 곳은 5년 전 들른 북경 영빈관인 釣魚臺(조어대) 안이었습니다. 이 나무도 제법 큰 솔방울 비슷한 열매를 가지 위로 세워서 매답니다.​ 

 

314ee51b724a4944aba1ed5950ebc2a1_1606459
2015년 8월25일 북경 조어대 정원의 히말라야시다

 

314ee51b724a4944aba1ed5950ebc2a1_1606459

314ee51b724a4944aba1ed5950ebc2a1_1606459
2019년 7월13일 프랑스 파리 불론뉴숲 속의 히말라야시다 잎과 열매

 

314ee51b724a4944aba1ed5950ebc2a1_1606459
지난 10월20일 서강대학교 교정 히말라야시다의 멋진 모습

 

내주부터는 상록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면서 종종 과학공부를 함께 해 보도록 하시지요. 

 

 

<ifsPOST>

6
  • 기사입력 2020년11월27일 17시02분
  • 최종수정 2020년11월27일 15시49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