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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부채 동향과 평가 : 모난 돌이 되지 말자, 정(釘) 맞기 십상이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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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0월21일 17시10분

작성자

  • 이종규
  • 대구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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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년 전에 우리나라는 예상치 못하는 엄청난 경제적 충격에 부딪혔다. 바로 1997년 외환위기가 그것이었다. 아직도 사람들은 이 사건을 'IMF 위기‘라고 부른다. IMF(국제통화기금)는 반대로 이를 ’한국의 위기‘로 불렀다. IMF는 이 당시 위기를 맞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국제기구로서 명성을 한층 높였다. 우리나라는 그 이후 경제 및 사회 구조가 변하고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질이 크게 바뀌었다.

 

당시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던 우리나라는 모든 면에서 자신감에 차있었다. ‘못할 게 없다’싶을 정도로 국내외 경제가 활기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겨우 400억 달러도 안 되는 외채가 문제였다. 지금으로 치더라도 40조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1997년 여름 태국에서 몇몇 금융기관들이 부도가 나고 태국 바트화 환율이 폭락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동요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태국 주변국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비슷한 조짐이 일어나더니 싱가포르, 홍콩, 대만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이(轉移)되기 시작하였다. 이 와중에서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경제적 기초가 튼튼한 나라는 투기세력들의 공격을 버텨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결국 항복하고 마는 결과를 낳았다. 겨우 40조원의 외채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 발생 이후 부채 누적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한국은행이 편제하는 자금순환표에 의하면 금년 상반기 중 각 경제주체의 부채를 합한 총부채가 330조 원이나 늘어났다. ‘IMF 위기’ 당시 외채규모의 11배에 해당하는 채무가 단 6개월 만에 늘어난 것이다.  

 

과연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 현재의 추세에 아무 문제는 없는 것일까?

 

지금 모든 경제주체가 차입을 늘이고 있다.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부문은 기업으로서 금년 상반기 중 137조 원 늘었다. 부채 절대 규모가 많다는 점과 아울러 매출 부진 등의 요인이 작용하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부채는 기업 부채 증가에 버금가는 133조 원 늘어났다. 6개월만의 증가폭으로는 이례적이다. 

 

부채의 절대 규모와 비교하여서도 큰 데다 이제까지의 추세와 비교하더라도 월등히 큰 폭이다. 반년만의 증가폭이 2015~2017년 연평균 증가 규모를 3배 이상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한편 가계부채는 정부나 기업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작았다. 상반기 중 60조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예년 연평균 증가폭에 버금가는 수준에 해당한다.

 

부채 증가 속도를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기 위해 국민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계산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총부채의 국민소득(경상GDP)에 대한 비율이 최근 들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 비율이 금년 2/4분기 현재 317%에 달한다. 2019년 말에는 292%에 불과하였는데 반년 만에 15% 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난 데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함에 따라 국민소득규모가 위축되었기 때문에 이 비율이 더욱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경상GDP에 대한 총부채 비율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금년 들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코로나 19가 확산되기 이전인 2019년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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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사용하는 부채의 포괄범위는 다음과 같다. 

정부는 일반정부를 지칭하며 부채에는  채권 발행, 대출금, 정부융자(정부대출금), 파생금융상품 발행, 상거래신용 채무, 기타대외채무, 기타금융부채 등을 포함한다. 거주자에게 발행한 지분은 제외된다.

가계는 가계와 비영리단체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장여업자도 포함된다. 부채의 포괄범위는 대출금, 정부융자, 파생금융상품 부채, 상거래신용 등이다.

기업 부채에는 채권발행액, 차입금, 정부융자, 파생금융상품 부채, 상거래신용, 기타대외채권, 기타금융부채 등이 포함되었다. 지분 발행과 직접투자 수탁은 부채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제외하였다. 기업에는 민간기업과 아울러 공기업도 포함하였다.​

 

3/4분기 이후에도 부채가 늘어나는 추세가 과히 누그러지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그에 비해 경제성장세는 회복되지 않았다. 따라서 총부채의 국민소득에 대한 비율이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채가 취약성의 징표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경제 사정이 나빠지게 되는 경우 과거 외환위기 당시 외채가 문제가 되었듯이 부채는 차입 주체들을 곤경으로 빠뜨리는 요인이 된다.

 

특히 여러 나라들을 상호 비교하는 상황이 전개되면 부채로 인한 위험성은 크게 높아진다. 'IMF 외환위기‘는 태국의 외채위기가 다른 나라로 전염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근래 유럽 재정위기 당시 정부 부채가 많았던 나라들이 한꺼번에 위기를 만난 것 역시 부채로 인한 위기가 나라 간에 전염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채무 수준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목적으로 우리나라의 부채 수준을 선진국들과 비교해보았다. 국제결제은행(BIS)이 각국의 자금순환표를 활용하여 일관된 통계를 수집하고 있는데 이 자료에 의하면 앞에서 정리한 자금순환표로 살펴본 부채 수준을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부채 증가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선진국과 비교할 수 있다.

 

 * BIS 통계에서 선진국은 다음의 나라들을 지칭; 호주,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룩셈부르크, 뉴질랜드, 네덜런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영국, 미국 등 22개국 

 

경상GDP 대비 부채비율을 시기별로 살펴보았다. 선진국의 경우 2010~2018년 기간 중 총부채의 경상GDP 비율이 2.2%포인트 감소하였다. 기업들이 부채 규모를 축소 조정한 데 더하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도 큰 폭으로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한편 선진국의 정부부채는 크게 늘어났으나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에 대응한 재정지출 확대와 아울러 가계부채의 일부를 정부가 인수하는 식으로 채무조정이 이루진 결과로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 기간 중 총부채의 경상GDP 비율이 무려 25% 포인트나 증가하여 선진국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가계부채 증가폭이 컸던 데다 정부도 재정활동을 확대하면서 정부채무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데 기인하였다.

 

2019년 이후 최근에는 선진국들의 부채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로 반전하였다. 전반적인 경기 위축에 대응하여 재정집행을 늘인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금년 들어서는 총부채의 경상GDP 비율이 2.2% 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선진국의 경우 COVID-19가 3월 하순 이후에 확산됨에 따라 재정비출 확대 등의 영향이 아직 통계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2019년 이후 금년1/4분기까지 부채 확대 속도가 선진국을 두 배 가까이 능가하였다. 선진국이 11.2% 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우리나라는 19.9% 포인트나 증가하였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COVID-19가 2월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면서 경제적 타격이 컸고 그에 따른 재정지출 확대 및 민간 경제주체들의 금융 융통 규모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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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부채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금년 1/4분기중 총부채의 대 경상GDP 비율이 선진국보다 훨씬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이는 우리나라가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를 무색케 하는 요인이 되어버렸다.  

 

우리나라가 성공적으로 코로나 확산을 막았고 그 결과 경제적 충격이 선진국에 비해 적은 편이라고 알려졌다. 당국에서는 이와 같은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부채의 측면에서 보면 그러한 평가를 선뜻 내리기 어렵다. 코로나 발병 이후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적 성과는 방역의 성공에 기인하기보다는 이와 같은 부채를 통해 지탱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실제 근래 우리나라는 민간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이를 정부지출에 의해 보완되어왔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주목하여야 할 것은 2019년 중의 경상GDP에 대한 총부채 비율의 상승폭이다. 선진국도 상승폭이 적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그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이다. 코로나 발병 이전부터 우리나라는 부채 증가 속도가 선진국보다 빠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는 부채 의존적 경제가 체질화 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시계를 넓혀 지난 10년 동안을 살펴보자. 결국 선진국의 국민소득 대비 총부채 비율이 10년 동안 10%p 상승하는 데 그쳤으나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에 45%p나 상승하였다. 부채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부채 증가 속도 면에서 국제적으로 너무나도 도드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

 

부채 규모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그로 인한 취약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은 인식하여야 한다.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은 항상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옛날처럼 모난 돌은 되지 말아야 한다. 도드라지게 드러나면 결국 정(釘)을 맞게 마련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부채 증가 속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너무나 도드라진 것은 이런 차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이런 사실을 각 경제주체들은 직시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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