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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에 ‘두 개의 악몽’, 또 글로벌 위기의 진앙이 되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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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0월19일 11시30분
  • 최종수정 2020년10월19일 11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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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의 견인역인 미국 경제가 최근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면서 곳곳에서 경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의 가장 큰 배경은 금년 초부터 확산된 ‘Covid-19 Pandemic’ 사태에 따라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이런 비상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미 지방 및 연방 정부의 재정 지출이 불가피하게 급증함에 따라 국가채무가 폭증하고 있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의 지표인 재무부 발행 장기 외화표시(LTFC) 및 자국통화표시(LC) 채권의 ‘발행자 신용등급(IDRs)’을 ‘AAA’로 유지하면서도 향후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했다. 통상,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 국채를 ‘위험 없는 상품’으로 간주해 오고 있는 점에서, 향후 시장 동향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8/9년 ‘서브프라임발 리먼(Lehman)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진앙지가 됐던 전력이 있다. 당시에는 저금리 환경을 배경으로 급증한 주택 모기지론 붐이 위기의 바탕을 마련했고, 이후 시장 금리가 급등하자 리스크가 일거에 폭발했었다. 이번에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코로나 사태로 연방 정부를 비롯한 거의 전 부문에서 부채가 급증하며 위기의 싹을 틔우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Covid-19 사태에 따른 경제 붕락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대규모 재정 출동을 하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 재정 악화 및 채무 증가 속도가 지극히 위험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미 헤리티지 재단은 “피치(Fitch)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은 미국 지도자들에 주는 엄중한 경종(警鐘)”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 지도자들 뿐만 아니라 각국 정책 담당자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투자자 등 시장 참가자들에게 주는 심각한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 Fitch “美 국채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국가부채 급증이 요인”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Fitch Ratings)는 지난 7월 31일 발표한 ‘신용평가 조치 의견서(Rating Action Commentary)’에서, 미국 장기물 외국통화표시(LTFC) 및 국내통화(LC) 표시 채권의 ‘발행자 신용등급(IDRs)’을 종전대로 최상급인 ‘AAA’를 유지하면서도, 향후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피치(Fitch)의 조치는 향후 미 경제가 정부의 대규모 재정 출동을 전제로 2020년에 마이너스 5.6%, 2021년에는 플러스 4%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에 기초한 것이다.

 

피치(Fitch)는, 이번에 미 국채 신용등급에 대한 향후 전망을 ‘하향’ 조정한 핵심 요인으로, 지난 3월 26일 자 평가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미국 정부의 재정 상황이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에 대한 신뢰할 만한 ‘완화(緩和)’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원문; “the outlook has been revised to ‘Negative’ to reflect the ongoing deterioration in the U.S. public finances and the absence of a credible fiscal consolidation plan, issues that were highlighted in the agency’s last rating review on March 26, 2020.”) 

동사는, 미국의 재정 적자 및 부채 수준은 Covid-19 사태 발발로 엄청난 경제적 충격이 시작하기 이전부터 장기적 추세로 악화되기 시작했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전통적으로 연준의 개입으로 시장 유동성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재정의 유연성을 확보해 온 강점에 근거해서 유지돼 온 미 국채의 우위성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미 정부는 Covid-19 충격이 사라진 뒤에도 국가 부채를 충분히 안정시킬 수 있을 만한 재정 문제 완화 방도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는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금년 초부터 시작된 Covid-19 팬데믹 여파로 세수(稅收)는 급감하는 반면, 정부 지출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최근 보고한 2020 회계연도(2019년 10월 1일 ~ 2020년 9월 말) 예산 적자는 무려 3.1조 달러에 달했다. 이는 이전 회계연도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고, 2009년 대침체 직후에 기록한 사상 최고 기록인 1,4조 달러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GDP 대비로는 15.2%에 달한다. 이것 역시 2차 세계 대전 직후인 1945년의 사상 최고 기록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현재 의회에서 협의 중인 추가 지원 플랜이 타결되면 정부 지출은 적어도 1조8,000억 달러 이상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종전의 실업자 생계 지원 및 중소기업 고용 유지 프로그램 등 지원 방안은 대부분 7월말 이후 끊긴 상태다. 게다가 3월~4월 중 대량 해고된 근로자들은 겨우 절반 정도 재고용된 상태라서, 나머지는 추가 지원이 없으면 기본 생계 유지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제 Covid-19로 인한 폐해가 인명 손실에 더해 경제 성장에도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 “美 대선 이후 사회 혼란은 ‘AAA’ 국가신용등급에 악영향 가능성”  


앞서 소개한 피치(Fitch)는 최근 발표한 다른 보고서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는 2020 대선과 그 뒤에 나타날 수 있는 극심한 혼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 사는, 美 대선 이후 사회 혼란 상황이 적어도 수 주일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평화로운 정권 이양 전통을 벗어나는 사태가 생기면, 미국의 민주주의 전통이 손상될 뿐 아니라 현재 ‘완전한 등급인 AAA’ 국가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우편투표가 급증하고 있어, 선거 결과 승자를 확정하는 데 이례적으로 긴 시간이 걸릴 것을 지적한다. 따라서, 선거 진행 과정에 있는 위험 요인들로 인해, 주 혹은 전국 차원의 선거 결과 확정 과정에서 어느 후보 일방이나 양방 모두, 혹은 정당 차원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쟁송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피치(Fitch)는 미국이 ‘완전한 AAA’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해 온 것은 부분적으로, 미국 사회에 잘 인식되어 정착된 권력 이양 규칙이나 절차에 관한 강력한 거버넌스(governance)를 유지해 온 역사에 근거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만일, 이번 11월 대선 이후에 이런 전통에서 벗어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경우에는 미국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negatively)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하향되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사라져, 시장에 커다란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당연히 미국 정부 등, 차입 주체들은 종전보다 훨씬 더 높은 자금 조달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악영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미 국채 및 채무 상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투자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게 되면, 시장의 자금 흐름에 역(逆)회전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이에 따라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와 관련, 최근 2021년도 글로벌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한 국제통화기금(IMF)도 미국 대선 이후 사회 혼란이 몇 주일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다행히, 피치(Fitch)社처럼 미국이 대혼란으로 빠져들 위험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피나스(Gita Gopinath)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대선 전후에 ‘심각한 혼란(serious disruption)’에 빠질 것은 상정하지 않는다” 고 밝히고 있다.     

 

■ 지금 미국이 겪고 있는 두 개의 악몽; 『Covid-19』 및 『거대 부채』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피치(Fitch)가 미 국채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은, 미국 정부가 Covid-19 팬데믹 사태에 따른 실업자 및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반면, 기록적인 경제 침체로 세수(稅收)는 급감하고 있어 정부 부채가 급증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3월 중순 23.5조 달러 → 8월 초 26.5조 달러). 여기에 Covid-19 팬데믹 사태 자체는 엄중 상황의 연속이어서, 그야말로, 미국은 지금 희대의 ‘Covid-19 바이러스’와 ‘국가부채 폭증’ 이라는 두 개의 악몽과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어느 나라 정부나 지출을 세수로 충당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 차액을 보전(補塡)하기 위해 의당 차입(국채 발행)을 하게 마련이다. 한편, 역사 채널 ‘History.com’은 역사적으로 한 나라 정부가 타국 정부, 민간 투자자, 국제기구 등에서 차입한 부채 총액을 그 나라 상환 능력을 대표하는 GDP 규모에 대비한 비율(debt-to-GDP)이 77%를 넘으면 그 나라의 부도(default) 가능성을 우려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지금, 미국 경제가 안고 있는 큰 장애 요인은 정부 부채뿐만이 아니다.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개인 및 가계 부채 규모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英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미국 개인 소비자들의 심각한 부채 문제를 ‘칼 날 위에서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라고 비유한 적이 있다. 만일, 소득 원천을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가계 전체가 무너지고, 어쩔 수 없이 부도 위기에 내몰리게 될 현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최근 미 연준(FRB)이 발표한 통계 상으로는 현재 미국 가계 부채가 가지고 있는 총부채는 14.3조 달러에 이른다. 

 

지금이야 채권자들의 상환 유예 및 정부 지원으로 개인들의 부채 상환 불능 사례가 급증하지 않고 있으나, 실제로는 일시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미국인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전통적으로 하위 90%의 개인들이 소득을 초과해 지출해 왔고 그 차이는 빚으로 메꿔온 것이다. 지난 2008/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주택 모기지 론(Mortgage Loan)은 약간 증가했을 뿐이나, 비 모기지 대출은 같은 기간에 1/3 이상 증가해 4.2조 달러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2/3 이상이 ‘서브프라임(sub-prime; 비 우량 신용자)’ 차입자들 앞 대출인 것이다. 

 

이에 더해, 지난 40년 간 최고 소득층을 제외한 미국인들의 순저축(net savings)은 계속 감소해 왔고, 같은 기간 모기지 금리를 제외한 다른 금리는 계속 상승해서 차입 비용도 높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Covid-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시간제 고용이 많은 서비스, 건축, 제조업 부문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서브프라임’ 등급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지금 Covid-19 사태가 개인 대출 부도 혹은 파산 사태로 이어질지 여부는 정부 지원 및 채권자들 상환 유예가 고용 사정이 회복될 때까지 계속 ‘교량’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달려 있다. 신용카드 업계의 경험으로는 신용카드 대출 부도율은 실업율과 일치한다고 알려진다. 

 

최근, 헤리티지(Heritage) 재단은 정부가 전쟁, 자연재해 등과 같이 Covid-19 사태라는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 지출에 충당하기 위해 단기 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부는 재정 지출에 있어서 미국을 더 이상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넣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정부 관료들은 물론 입법 의원들은 지원 대상을 특정해 단기적으로, 결단성 있고, 신중한 자세로 임할 것을 강조했다. 지금은 지속 불가능한 국가 부채 실상을 심각하게 유념해야 할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금 의회에서 논의 중인 추가 재정 투입도 투명한 방법으로 Covid-19 피해 구제 및 경제 회생에 국한해서 효율적으로 투입되도록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 정부 관료들이 현 국가부채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지적하며, 폭증하는 재정 지출을 단호하게 절제할 것도 촉구한다. 아울러, 아직 인플레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나, 언젠가는 연준이 지금 축적 중인 막대한 국채를 매도(시중 자금 회수)하게 되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도 두려운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 “재앙(災殃)의 추억”;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도 ‘부채’ 문제가 화근 


여기서, 우리가 경험했던 직전 위기인 2008/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위기의 진행 과정을 다시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미국 사회에는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 이후 유지되던 저금리 환경에서, 주로 저소득, 저신용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위한 주택 붐이 일고 있었다. 소위 NINJA(‘No Income No Job and Asset’) 차주들 앞 ‘서브프라임 론(subprime loan)’ 폭증 사태다. 이런 상황에서, 2006년 무렵 연준(FRB)이 정책금리를 단기간에 급격히 인상하자 시중 금리도 급등했고, 상환 불능이 이어져 금융시장은 엄청난 혼란에 빠지고 만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사회에 팽배했던 부동산 불패 신화는 일거에 무너지고, 주택 가격은 폭락했고, 은행의 부실대출은 급증했다. 급기야, 신용평가사들이 대형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론을 기본자산으로 구성했던 ‘구조화 금융상품(MBS, CDO)’에 대한 신용등급을 강등하자, 이들 은행들이 특수목적 법인들을 통해 판매한 구조화 상품들에 투자했던 해외 투자자들(주로 다른 금융기관들의 투자법인)은 거액의 손실을 보게 돼, 일거에 신용 위축의 악순환에 빠졌다. 시장에 자금 탈출이 급증하고 단기 자금 조달(ABCP 등)도 끊어져 이들의 모기업인 대형은행들의 신용도는 더욱 추락했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한 순간에 마비 상태에 삐지게 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결정적인 ‘촉발자’ 역할을 했던 신용평가사들의 동시 다발적인 신용등급 하향 조치다. 당초, 글로벌 금융 순환 과정에 잠재적 위기 요인이 축적되던 동안에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던 S&P, Moody’s, Fitch 등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담보부증권(MBS)을 포함해서 무려 399개 종목에 달하는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화 상품 신용등급을 일거에 강등했던 것이다.

 

이런 신용평가회사들의 돌연한 신용등급 강등 조치에 따라, 당시 자기자본 대비 대출 배율(leverage)이 높았던 은행들의 신용등급도 급락했고, 이로 인해 단기 자금 조달 수단이 일제히 막히자 불가피하게 대출금 강제 회수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개인 및 기업들의 파산 및 유질(流質) 사태가 급증했다. 이어서, 기업들 자금 사정도 급격히 악화되고 실물 경제를 포함한 거시경제 전체가 붕괴 지경에 빠졌다. 결국, 주식 및 금융 시장이 총체적인 혼란에 빠지고 각국 정부 및 중앙은행들은 이런 긴급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 출동 및 비전통적인 담대한 금융완화를 단행했고, 새로운 부채 누적 사이클로 들어가 지금에 이르렀다. 

 

■ 심상치 않은 전조(前兆), ‘현 상황은 과거의 위기 경로를 닮아가’ 


이미 글로벌 Covid-19 팬데믹의 중심지가 된 미국에서는 아직도 감염 확산세가 꺾일 징조는 보이지 않고 있다. 대체로, 의학 전문가들은 일러도 2021년 중반 혹은 후반이나 되어야 Covid-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불가피하게 전례 없는 대규모 재정 자금을 투입해 Covid-19 방역 및 경제 붕락 방지라는 두 개의 과제를 감당해 왔으나,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런 비상 지원 태세를 이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주로 Covid-19 사태로 극심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경제 주체들이 발행한 채무 증권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downgrade)’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만 국한된 일도 아니고, 발행 주체별로 보더라도 정부 부채에 한정된 것도 아니라 기업 부문으로도 확산되는 전반적인 현상이다.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S&P Global Ratings는 최근 보고서에서 Covid-19 사태로 촉발된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인해 생산 위축, 부채 증가, 유동성 경색 등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적어도 2023년까지는 기업들의 신용평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S&P社는, 글로벌 부채 증가의 최대 뇌관으로 여겨지는 신흥국 경제는 교역 상대국인 미국, 중국, 유럽 등의 재정, 금융 정책에 힘입어 점진적인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외생적 요인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2020년 Covid-19 사태의 충격으로 하방(下方) 위험은 훨씬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Covid-19 사태 이전부터 누적되어 오던 정부, 기업, 가계 등, 각 부문의 부채가 새로운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지역봉쇄 등에 따른 정치적 압력 증대 및 경제적 희생으로 ‘열악한 정책’을 선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또 다른 주요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Moody’s Investors Service(무디스)도 최근(2020. 9. 4.) 발행한 보고서에서, 최근 자주 나타나는 데이터들을 감안하면, Covid-19 팬데믹 사태의 수습 전망에 불확실성이 더해가는 가운데, 미국, 유로권, 중국 등의 경제 활동 회복 둔화가 이어져 리스크를 증대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일부 G20 국가들이 지역 봉쇄 조치들을 성급히 완화함으로써, 경제 성장과 보건 리스크의 균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신규 감염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2차 감염 확산도 우려되고 있어, 또 다시 지역봉쇄 등 조치를 취하게 되면 개인 소비를 중심으로 경제 활동이 급격히 위축될 것을 경고했다. 

 

지역별로는, 미국, 유럽, 한국 등에서 개인 소비가 회복되고 있는 반면, 브라질,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은 최악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G20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진전을 보이고 있으나, 멕시코, 한국, 일본 등은 아직 확대 국면으로 들어가지 못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Moody’s는 특히, 고용시장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 특히, 중국과 프랑스의 고용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고, 미국의 고용시장 환경 개선도 정체되고(stalled)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부분 G20 국가들의 금융 환경은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거시 경제적 환경을 배경으로, Moody’s는 현재 진행 중인 경기 침체 사이클의 경로가 과거에 있었던 일부 글로벌 침체 사례들의 초기 현상과 닮아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동시에, Covid-19 팬데믹 사태 및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가 채무 부도(sovereign defaults)를 촉발할 수 있다는 시장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최근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난 정부 부채는 지금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수 있어, 정책 담당자들은 지금이야 어쩔 수 없이 막대한 재정 출동으로 대처하지만, 장래의 충격적인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현명한 ‘출구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권고다.

 

■ IMF “미국 연방 정부 부채는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 엄중 경고


이처럼, 국가 및 글로벌 기업들의 신용평가를 담당하는 일선 신용평가사들의 경고성 보고에 더해, 최근 World Bank, IMF 등도 잇따라 Covid-19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벌어질 부채 차입 주체들의 ‘신용 파탄’ 우려를 경고하고 나섰다. World Bank는 최근 발행한 ‘글로벌 부채 누적 파도’ 라는 보고서에서 지난 50년 간 3 차례 반복된 부채 누적 사이클의 종말은 모두 금융 위기로 귀결됐다고 지적하면서 2010년부터 진행되는 현 부채 누적 사이클의 ‘위험한 종말’을 경고했다. 

 

이전에 IMF 전무이사를 지낸 크루거(Anne O. Kruger) 존스 홉킨스(Johns Hopkins) 대학 국제경제학 선임 연구교수도 최근 한 기고문(Project Syndicate)에서 미국 연방 정부 부채 급증 현상을 우려하며, 2008/9년 대침체(Great Recession) 기간 및 그 후에도 미국 정부의 부채/GDP 비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2007년에 62%였던 것이 2010년까지 90%로 상승했고, 2019년에는 106%에 이르고 있다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도 동 비율이 이미 100%를 넘어선 것은 지극히 우려할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더해, 의회예산국(CBO) 전망으로는 2028년에는 사회보장기금(Social Security) 및 의료보험(Medicare)이 고갈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Covid-19 팬데믹 사태가 겹쳐진 것이다. 의회예산국(CBO)은 2020 회계연도(금년 9월 말 종료)에 2.2조 달러의 정부 부채가 추가될 것이고, 2021 회계연도에도 0.6조 달러가 추가될 것이라고 추산한 바가 있다. 결국, 2021년 말에는 정부 부채/GDP 비율이 108%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정부 부채 증가 속도는 금년 7개월 동안에 이미 ‘대침체’ 2년 간 증가한 수준을 상회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현재 의회가 협의 중인 추가 예산 규모는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크루거(Kruger) 교수는, 비록, Covid-19 팬데믹이 전례 없이 공포스러운 사태라서 정부 지출이 급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있으나, 정부 정책 담당자들은, 언젠가 Covid-19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긴급히 정부 부채/GDP 비율을 감축하기 위한 방책이 절실하게 필요하게 될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 ‘저금리’, ‘저물가’ 상황에서는 현 연방 정부 부채 수준을 염려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적자를 늘려서라도 인프라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나, 현재와 같은 금융 환경이 영구히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역설한다. 

 

최근 IMF는 2020년 말 전세계 국가부채가 GDP 규모(약 90조 달러)에 맞먹는 수준(98.7%)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상을 발표하며 엄중 경고했다. 2021년 말에는 선진국들의 정부 부채가 GDP의 125%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차 대전 직후의 124%를 상회하는 것이고, 1933년 대공황 직후(80%) 및 2009년 대침체 직후(89%)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요국들은 급증하는 채무를 코로나 사태 이후에 정상 수준으로 되돌릴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우려한다. 더구나, Covid-19 2차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각국 정부 재정 적자는 계속 증가하고 차입 비용이 삼승하면 장기적으로 금리가 상승해 경기가 더욱 침체되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도 커진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 재정 운용도 지속불가능하게 될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다. 

 

■ ‘安不思難 敗後悔’(안불사난 패후회); 위정자는 위기가 깊어갈수록 본령을 지켜야 


미국의 한 비영리 보건 전문기관(Kaiser Family Foundation)이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가진 쟁점은, 경제 문제가 32%로 으뜸이고, 다음으로 20%가 Covid-19 대책을 꼽았다. 이런 여망을 업고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회생을 중시하는 출구 전략에 중점을 두는 반면, 바이든(Biden) 후보는 당면한 코로나 감염 확대 방지 대책을 우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사안은 서로 상충하는 측면이 강하다. 감염 확대를 방지하려고 통제를 강화하면 경제 위축 등 부작용은 엄청나다. 코로나 대응책에 만능(萬能) 처방은 없다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어느 경우에도 필경 재정 부담은 급증하기 마련이다.

 

이런 와중에, 지금 글로벌 사회에 진행되는 부채 누적 사이클은, Covid-19 사태 대응 부담이 가중되어 불가피하기는 하나, 미증유의 속도와 규모로 가속되고 있다. 그 중에도 Covid-19 팬데믹의 중심지가 된 미국 상황은 가장 심각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 정부의 Covid-19 사태 대응을 포함한 방대한 재정 지출 수요로 인해 폭증하는 재정적자(부채) 증가는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게다가, 적어도 2022년까지는 미국 경제가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복귀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감안하면, 당분간 추가 재정 투입을 감수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이 어쩔수 없이 계속된 뒤 ‘Covid-19 팬데믹’에 따른 ‘미국발 글로벌 부채(debt) 팬데믹’이 우려되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2008/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각국 정부가 공조해서 담대한 재정 및 금융 정책 수단을 총동원, 위기를 겨우 수습한 뒤에, 한 금융기관(Mizuho Group)이 ‘서브프라임發 글로벌 금융위기’의 실체를 심층 분석한 보고서 말미에, 각국 정부의 정책 담당자들이 위기에 대처하는 필수적인 자세를 제안한 바가 있다. 요하면, 금융 시스템 규제 강화, 시장 제도 정비와 함께, 정책 대응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재정을 통한 지원이 됐건, 행정적 규제 방식이 됐건, 모든 정책은 양날의 칼처럼 긍정적인 효율성과 해로운 반작용을 같이 가지는 법이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위기에 처해서도 특정 목표를 정밀 타격할 효율적 정책 수단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마지막에, 우리나라가 처한 사정에 대해 한 마디 첨엄하자면, 현대 사회의 일원인 각국은 교역, 금융, 자본 시장 등 대단히 효율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거미줄처럼 연계되어 있는 경제적 유기체를 형성하고 있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그 만큼 글로벌 위기의 전염(spillover) 경로도 다양하고 신속하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미국의 재정 위기라고 해서 담넘어 불구경하듯 여유를 부릴 처지가 전혀 아니다. 요즘 흔히 들리는 얘기로, 지금 전세계는 Covid-19 위기에, 경제 위기에, 금융 위기가 겹쳐져서 ‘삼각 파도’처럼 밀려오는 위기라는 비유가 심심찮게 나온다. 

 

혹시, 자칫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고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기라도 한다면 그 후폭풍은 일시에 전세계로 휘몰아칠 것이고 우리 경제도 도저히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방도는 없다. 과거 IMF 위기 직전까지 우리 경제는 ‘아시아의 4 마리 용(龍)’ 이라고 칭송을 받고 있었다. 그 가운데, 유독 대만(臺灣)만은 속으로 절제하며 대비했던 덕분에 커다란 상처를 입지 않고 잘 견뎌냈던 것은 우리에게 두고두고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안불사난 패후회(安不思難 敗後悔); 평안할 때에 어려울 때를 대비하지 않으면 망한 뒤에 후회한다.” 주자 십훈​(朱子十訓) 가운데 하나다. 지금 우리는 한가롭게 감성적 포퓰리즘 놀음에 치우칠 게 아니라, 매사 근신, 절제와 최고의 경각심을 가지고 대비할 때가 아닌가 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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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0월19일 11시30분
  • 최종수정 2020년10월19일 11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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