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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와 주류 경제의 사회책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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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9월15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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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 임팩트 금융 및 투자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그러기에 ESG( 환경·사회·지배구조)평가사인 서스틴베스트를 경영하면서, 9년 전 국내 최초로 키아(KIIA)라는 임팩트 평가회사를 설립한 바도 있었다. 그러나 내 주 관심은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에 있지 않다. 한국 맥락에서 내 주요한 관심과 미션은, 우리 국민들 대다수의 삶에 지대하고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주류 경제 및 주류 금융에 ESG씨앗을 뿌리는데 있다.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는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의 영문 약자(略字)로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요소를 말한다. 참고로 나는 ‘ESG’ 라는 유럽 중심적 조어보다는 ‘GSE’라는 용어를 더 좋아한다. 한국기업들에서는 ‘G’, 즉 거버넌스 이슈가 너무나 중요한 까닭에 G를 앞세우고 싶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사회적 경제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대안적 운동이라면, ESG투자는 기존 경제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곳에 메스를 가하려는 주류적 시도이기에 그렇다. 사회적 경제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의 메인스트림 기업들은 외면적으로 경제적 목적만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19세기부터 주로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기업 주주들에게 유한책임을 부여한 이래, 자연스럽게 기업은 그 리턴으로 사회에 무엇을 돌려줘야 하는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곳곳에서 전개되어 왔다. 물론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아울러 50년대와 60년대, 미국과 유럽은 경영자 자본주의(Managerial Capitalism)를 실험했다. 이 경영자 자본주의 하에서 대기업들은 정부와 노조 등과 자연스럽게 공조했고 그 결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했다. 그러나 70년대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나서 주주가치이론이 전면에 등장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주주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했고 이론적으로는 효율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반면 노조는 퇴조했고, 주주가치이론은 영국 미국 유럽 심지어 일본까지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를 거대한 변곡점으로 해서, 지난 십여 년간 서구 기업들에서는 또 다른 가치인 사회 공동체성과 ESG논의가 확산되었다. 여기엔 연기금 및 국부펀드들이 지대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기업 역사를 개괄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유럽 제국들의 대기업에서는 지난 1백여 년간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기업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되어 왔고, 그 결과로서 기업은(특히 상장기업/public company) 주주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이 폭넓게 공유되어 왔다. 따라서 유럽 주류기업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공동체의 일원임을 스스로 자각을 하고 있음을 본다. 

 

그리고 보다 진일보된 사회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안경제(기업)로서의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 임팩트 금융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부연하자면, 공동체 일원임을 이미 인식하는 주류경제 기업들의 터전 위에, 보다 심화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가 세워지고 있다고 보여 진다.     

 

그러나 한국은 상대적으로 짧은 자본주의 역사 속에서 유럽나라들과 같이 주류경제 기업들의 정체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거의 진행된 경험이 없다. 거칠게 표현하면, 주류기업들은 수단 방법 따지지 않고 이익 극대화 이후 사회공헌 활동 기부 좀 하면 쉽게 면죄부를 주는 그런 초보적 수준에 아직 머물러 있다. 따라서 나는 한국경제에 있어서 사회적 경제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국민경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류 경제의 기업들에 대한 정체성 확립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들의 사회적 책임화 및 ESG 수준 제고가 더욱 시급하다고 또한 믿는다. 쉽게 예를 들자면, 가계경제에 있어서도 부업 이전에 본업을 먼저 챙겨야 하는 이치(理致)처럼 말이다. 

 

그런데 진보정권이나 진보인사들은 주류 경제의 고질적 문제점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를 정면으로 응시하지 못하고, 다소 생뚱맞게 사회적 경제에만 관심을 갖고 열을 올린다. 그들이 주류경제에 대한 주목을 하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 주류경제의 앞마당은 황폐화 되고 있는데, 대안적 경제의 아주 작은 뒤뜰만 가꾸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싶다. 또한 학자들도 유럽에서 발전된 사회적 경제 이론을 한국에 그대로 이식하고 있는 수준이다. 기업 발전의 역사적 진행순서와 맥락이 전혀 다른 유럽을 제대로 벤치마킹하려면, 사회적 경제 이전에 주류경제의 공동체성 인식 제고 논의가 먼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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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9월15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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