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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인플레이션 시대, 건드리면 터진다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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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8월17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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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년 상반기 중 대표적인 유동성 지표인 M2는 164.9조원(평잔) 증가했으며, 이중 현금 또는 현금과 다름없는 유동성을 가진 M1-MMF는 162.9조원 증가했다(<그림 1>, <표 1> 참조). 주목해야 할 수치는 총량의 변화보다 증가율이다. 작년 말 대비 불과 6개월 만에 M2는 5.8% 증가했으며, M1-MMF는 16.9%가 증가했다.

 

 더구나 금년 1분기 경상 GDP의 전기대비 성장률이 △1.6%였으며, 실질GDP 성장률(전기대비)이 1분기 △1.3%에서 2분기 △3.3%로 감소폭이 커졌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2분기 경상 GDP 성장률은 △4%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이 경제활동은 위축된 반면에 유동성 규모는 급증함에 따라 감각적인 판단으로도 돈의 가치가 하락했을 것으로 짐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돈의 가치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작년 말에 대비하여 소비자물가지수는 거의 변동하지 않았으므로 돈의 일반적 구매력은 변화가 없다. 그러나 금년 들어 금(金) 가격(8월 15일 현재)은 무려 31% 상승했으며, 주가(KOSPI, 8월 14일 현재)는 9.5%, 7월말까지 서울의 아파트 매매평균가격은 6.6% 상승했다. 

 

반면에 은행 저축성 수신금리(가중평균)는 작년 12월 1.6%에서 금년 6월 0.89%로 낮아졌다. 달러에 대해서는 2.6% 하락했다(<표 2> 참조). 정리하면 돈의 일반적 구매력은 거의 변화가 없으나, 금-주식-아파트 순서로 자산에 대한 돈의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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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인가? 자산 인플레이션’ 시대인가?


  주목해야 할 문제는 지난 7개월간의 금-주식-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비정상적인 시장 과열로 인한 ‘거품’으로 볼 것인지 또는 ‘자산 인플레이션’시대의 뉴 노멀(New Normal)로 볼 것인지의 여부에 있다. 만약 ‘거품’이라면, 조만간 자산시장에 가격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며, 이에 따라 자산에 대한 상대적인 돈 가치도 정상수준을 회복할 것이므로 못 가진 것을 배 아파할 이유도 걱정할 것도 없다. 

 

그러나 현재의 자산 가격 상승 현상이 유동성 증가와 저금리의 반작용으로 유발된 ‘자산 인플레이션’ 양상이며, 특히 최소한 저금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저축의 가치보전을 위해 현금 대신 자산을 선호하는 ‘자산 인플레이션시대 의 뉴 노멀(New normal)’이 시작하는 시점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장기적으로 자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에 현금 자산을 쥐고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산 인플레이션 시대’의 전개는 국가 경제로도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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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현금이나 금리 1%도 안 되는 예금(연리 세후 0.74%, 1억 원 정기예금의 경우, 이자 소득 월 61,700원)을 보유하기보다 미래 가치 하락을 회피하기 위하여 금-주식-아파트 등 실물자산으로 자산구성을 바꾸고자 하는 심리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더 어려운 문제는 어떤 자산을 보유해야 자산 인플레이션의 경주에서 상대적으로 손실을 보지 않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자산들이 공통적으로 유동성 공급에 상승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각각 가격 결정 요인이 다른 만큼, 어떤 자산구성이 해답인지는 각자의 사정과 판단에 달려 있을 뿐이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 ‘자산 인플레이션’은 자산 가격체계의 변동성 증대로 가격 신호의 혼란을 가져오고, 그 결과 자원배분을 왜곡시키는 작용을 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특히 자산 가격의 양극화를 촉진함으로써 부(富)의 분배구조를 악화시킨다. 

 

따라서 자산 인플레이션은 소득주도정책을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더욱 용납할 수 없는 결과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한국은행의 고용 안정을 위한 역할이 증대함에 따라 저금리와 유동성 증대 추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고, 그 결과로 자산 인플레이션 압력이 장기적으로 증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이후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양적 완화정책이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으로 주식과 주택 가격이 장기간 상승했던 바와 같이 한국 경제에서도 자산 인플레이션이 ‘New Normal’로 정착할 위험이 증대하고 있음을 경계해야 할 시점에 있다.  

 

미국의 자산 인플레이션 경험


  2008년 9월 발생한 리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2009년 9월부터 2014년 9월 기간에 연준의 총자산을 거의 5배 증가시켜 금융시스템에 유동성을 공급하였으며, 다시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하여 2020년 2월말 대비 6월 초순까지 연준 총자산을 72% 증가시켰다. 그 결과로 연준의 총자산은 2008년 9월 대비 2020년 8월 기간에 7.7배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에 M1은 3.79배, M2는 2.4배 증가하였다. 유동성의 공급 결과로 재무부 10년 만기 국채의 시장수익률은 연3.9%에서 0.7%로 1/5 넘게 하락하였다. 같은 기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는 23% 상승하였으며, 가계 실질소득의 중위값은 2009년 대비 2018년까지 10년간 불과 5% 증가에 그쳤다. 

 

반면에 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지수는 ’09년 5월 대비 ‘20년 5월간에 60% 상승하였으며, 다우지수는 4.3배, NASDAQ은 8.3배, S&P 500 지수는 5배에 이르렀다(<표 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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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해 보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가계의 실질소득은 2009년에서 2018년까지 10년간 5% 상승에 그쳤으며, 현금의 가치는 23%, 금리는 1/5 수준으로 하락한 반면에 대도시 주택가격은 60% 상승하였다. 또 2009년 3월부터 현재까지 아마존(Amazon) 주가는 무려 43배, 애플(Apple) 주가는 31배 상승하였다. 

즉 자산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가계의 자산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장래의 부(富)가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편 PeW Reserch Center의 발표에 따르면(『Most American say there is too much economic inequality in the US. But Fewer Than Half Call it a Top Priority』, Jan 9, 2020) 2007년 대비 2016년 기간에 부(富)의 분포에서 상위 20% 계층의 순자산 중위값은 13% 증가한 반면, 하위 20% 계층의 순자산 중위값은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부(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한편 OECD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의 지니(Gini) 계수는 0.39로 한국 0.35보다 높아 미국의 소득불평등 정도는 한국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정책적 시사점


  이상 살펴 본 바와 같이 감각적으로는 자산 인플레이션 양상이 현저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시장 양상이 ‘거품’인지 또는 ‘자산 인플레이션’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이 우리를 더욱 답답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몇 가지 분명한 시사점이 있다.  

 

  첫째, 자산 인플레이션을 지속시키는 힘은 통화 당국의 유동성 공급이라는 점이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통화 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의 필요성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기도 하지만, 그 대가는 유동성 과잉과 자산 인플레이션의 위험이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의 운영을 현재의 금리 위주에서 통화총량중심으로 개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금리가 아니라 유동성 총량이다.

 

  둘째, 정부는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자극하지 않도록 정책 운용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가계는 미래의 자산 가격체계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자산구성을 불안 속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자산구성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조세나 다른 규제정책으로 상대가격체계에 충격을 줄 경우, 가계와 개인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로 가계가 불안 속에서 뛰쳐나와 시장에서는 ‘쏠림 현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유동성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한 상황에서 투자심리의 쏠림현상으로 돈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가공할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유동성이 움직이지 않도록 투자심리와 시장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아파트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영 끌 투자’또는 ‘패닉 바잉’ 현상은 자산 인플레이션 시대의 절박감이 가져온 쏠림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지금 사지 않으면, 가격 상승으로 다시는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절박감이 30~40대 무주택자들에게 ‘0 원이라도 끌어 모아 투자’해야 한다는 안타까운 투자행태를 초래한 것이다. 누가 또는 무엇이 이들을 절박하도록 몰아 부치고 있는가? 정부인가? 다주택자들인가? 

 

아파트만 보지 말고 유동성을 보라!


  정부는 오매불망 아파트 가격안정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유동성 과잉으로 인한 시장 생태계의 반응을 외면하는 한 오직 다주택자만 저격의 목표로 쫓는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주택자를 응징한다는 명분으로 계속 시장을 뒤흔들어 가계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한, 자산 가격체계는 안정될 수 없다.

 

 특히 다주택자 중과세로 ‘똑똑한 한 채’를 해답으로 제시한 만큼, 개인들은 가득이나 불안한 상황에서 ‘똑똑한 한 채’를 마련하는데 쏠릴 수밖에 없고, 그 결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가열될 수밖에 없다. 오른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왼 손으로 불을 끄려하니 아파트 시장의 과열 열풍이 쉽게 가라 않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逐鹿者不見山)’는 옛 말이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와 아파트 가격을 사슴으로 쫓고 있을 뿐 시장이라는 ‘산’을 보지 못하고 있으니 길을 잃고 해 멜 수밖에 없다. ‘이 산’이 아니면 ‘저 산’을 헤매는 저격식 정책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수는 없다. 문제는 23번의 규제로 가계의 미래를 계속 불안정하게 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시장의 ‘쏠림 현상’을 촉진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추구하는 것이 진정 시장 안정이라면, 더 이상 시장을 자극하지 말라. 유동성 증가가 높은 상황에서 두더지 잡기식 정책으로 시장을 자극할수록 시장의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그 결과로 돈의 ‘쏠림현상’은 강해진다. 유동성을 자극하면, 자산 인플레이션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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