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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의 유령이 배회하는 21세기 한국사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7월31일 10시30분

작성자

  • 윤평중
  • 한신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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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은 전면적인 사회정치적 불안과 경제위기 앞에 기존 정치체제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빈 틈을 파고든다. 바로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균열이 히틀러를 불러온 맥락이다.

파시스트들은 대중의 열광적 지지 속에 민주적 수단을 통해 집권한다. 집권 이후엔 민중과 민족을 앞세워 선전선동과 폭력으로 의회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한다. 끊임없이 가상의 적들을 양산해 강권통치를 정당화한다. 그들에게 정치는 적과 동지의 생사를 건 투쟁이므로 기만과 조작이야말로 파시스트의 핵심 정치수단이다. 

국수주의적 민족주의, 反국제주의, 反이성주의, 입헌주의적 법치주의에 대한 냉소, 일당독재, 대중동원, 지도자 숭배 등이 파시즘의 특징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나타나는 파시즘적 양상은 다음과 같다. 

 

1. 민주적으로 선출된 통치자가 다수결 절차를 통해 민주제도를 해체한다. 국회는 청와대 하명 법안을 자판기처럼 통과시킨다. 민주적 법안심의나 토론, 조정과정은 일체 무시된다. 대통령의 제왕적 인사권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장치인 국회 인사청문회도 죽었다. 야당은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됐다. 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나타난 일당독재 현상이다.

 

2.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건인 3권분립과 권력의 견제와 균형도 거의 형해화했다. 정권은 다수결 논리로 대법원과 헌재를 장악했고, 정권비리에 칼을 댄 윤석열 검찰을 무력화했으며, 정권이 성역(聖域)으로 강행하고 있는 탈원전정책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를 앞둔 최재형 감사원을 질식시키려 한다. 

'한동훈 검사장 폭행사태'(또는 '한 검사장-정 형사부장 몸싸움 사태')는 문 정권 최대 목표중 하나인 검찰장악의 마침표를 찍는 과정에서 발생한 해프닝이다. 그게 주는 메시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문 정권의 비리를 수사하는 건 물리적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는 신호다. 문 정권의 역린을 건드린 자는 이제 무고한 현직 검사장일지라도 신변을 걱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3. 문 정권은 민주적 책임정치의 원칙을 무너뜨렸다. 사회경제적 재앙으로 귀결되고 있는 부동산 참사나 소득주도성장 등의 총체적 정책실패를 정권은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영도자'는 오류를 범할 수 없는 신성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민생파탄과 경제위기가 초래한 민중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보고도 문 정권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문 정권의 이런 행보는 정권의 장기집권 정략앞에서 국민의 운명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문 정권은 민주주의를 빙자해 주권자인 국민을 수단화하고 있는 것이다.

 

4. 반일감정과 대북정책은 국수주의적 민족주의를 신봉하는 문재인 정권에게 국내정치의 실종과 정권의 위기를 돌파할 절대반지나 다름없다. 정권의 장기집권 책략이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한 국가대계를 도구화하고 있다.

 

5.. 어용언론과 어용 지식인이 기승을 부린다. 비판적 지식인은 거의 사라졌다. 가짜 뉴스를 동원한 공공연한 조작과 선전선동이 정권의 국책사업이 된다. 현대민주사회의 징표인 시민단체는 그 독립성을 잃고 정권친위기구로 타락했다. 문 정권은 한국사회의 민주적 공론장 전체를 식민화하기 일보 직전이다.

직접민주주의를 빙자한 디지털 독재가 비판적 지식인과 양심적 시민들을 마녀사냥한다. '다중의 전제(專制)'에 질린 시민들이 침묵한다. 그 결과, 언론과 지식인조차 자기검열과 무력감에 빠진다. 자신감을 얻은 권력은 더욱 폭주한다. 

 

6. 파시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교훈은 파시즘의 밑바탕에 '자유로부터 도피한' 다수의 시민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히틀러는 독일 국민들의 열광적 지지를 누렸다.

총체적 불안이 우리의 영혼을 잠식하는 시대에,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독립적으로 행위하는 시민이 되는 건 힘겨운 일이다. 이게 나치 제3제국때 평범한 다수 독일인들이 자유로부터 도피해 퓨러(Fuhrer, 우릴 이끄는 자) 히틀러를 따른 이유다. 대중의 대세추종과 침묵의 동조야말로 파시즘을 가능케한 대중심리다. 

 

7. 문 정권을 지탱하는 정치적 팬덤인 문빠 현상과, 태극기 세력 박빠 현상의 대중심리는 정확히 동일하다. 팬덤의 추종자들은 지도자를 정의와 진리의 구현자이자 무오류의 화신으로 여긴다. 

문빠와 박빠는 악의 세력에게 핍박당하는 자신들의 지도자를 견결하게 옹위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십자군적 집단열망에 불탄다. 그 누구라도 지도자를 비판하는 자는 역사에서 정죄되어야 할 배반자에 불과하다고 이들은 확신한다.

문빠와 박빠의 정치팬덤은 민주적 비판과 이견을 축출해야 할 이단으로 여긴다. 무조건 지도자를 숭배하면서 비판과 이견을 적대시하는 정치팬덤의 확산이야말로 파시즘으로 가는 초대장이다.  

 

8. 모든 혁명은 혁명의 배반을 내장한다. 

촛불혁명이 탄생시킨 문재인 정권이 촛불의 꿈을 배반하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도 없다. 

 

2020년 한국의 하늘에 파시즘이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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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7월31일 10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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