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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중국> 중국을 바라보는 백악관의 내부시각과 존 볼턴의 트럼프 비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6월29일 11시47분
  • 최종수정 2020년06월29일 11시48분

작성자

  • 장성민
  •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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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존 볼턴(John Bolton)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그 일이 있었던 방: 백악관 회고록(The Room Where It Happened – A White House Memoir)』이 미국 국내는 물론이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볼턴의 회고록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그가 지난 2018년 3월부터 2019년 9월까지 1년 6개월에 걸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시절에 벌어진 민감한 외교적 사안을 폭로 형식으로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국가와 국익 대신 그 자신의 재선(reelection)이라는 개인적 사익(private interest)을 앞세우는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트럼프-김정은 간의 1, 2차 북·미 정상회담 및 판문점 남·북·미 3자 정상 회동과 관련된 비화 등이 공개되면서 커다란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눈여겨봐야 할 내용이 바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과 정책,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정책에 대한 비판 부분이다.

 

과연 미국은 현재 중국의 부상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고,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가? 또한, 자신의 대선 승리라는 개인적 목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정책이 어떤 이유로 비판받고 있는가?

 

이 책의 제10장 <중국으로부터의 천둥(Thunder out of China)>에서 볼턴은 미국 네오콘(neocons)의 대표적인 인물로서 현재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함께 G2로 부상하면서 갈수록 치열한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피력하고 있다.

 

볼턴은 “미국의 대중국 경제 및 지정학적 관계가 21세기 국제 관계의 모습을 결정할 것이다. 오늘의 중국은 1978년에 등소평이 정통 마르크시즘에서 벗어나 현재의 중국식 경제정책으로의 전환을 결정했다는 점과 1979년 미국이 (대만의 중화민국에 대한 승인을 취소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승인한 것이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 하지만 이런 결정과 그 결과가 만들어낸 역사는 복잡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식인들의 여론뿐만 아니라, 미국의 전략, 그리고 더 넓게는 서방의 전략은 다음의 두 가지 기본 가정에 의존하고 있다.

 

그것은 첫째, 이러한 발전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중국이 시장 지향적 정책들, 더 큰 외국 투자, 세계 시장과의 더욱 심화된 상호연관성, 국제적 경제 규범의 광범위한 수용 등으로 인해 경제적 번영이 증대됨으로써 중국은 더 이상 사회주의 국가로 되돌아 가지 못할 것으로 믿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합류하고야 말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단계를 거치면서, 중국이 ‘평화적으로 부상(浮上)’할 것이고, 국제 관계에서에서도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 또는 ‘건설적인 파트너’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2001년에 미국이 중국을 WTO(세계무역기구)로 불러들인 것은 이러한 평가의 절정이었다.

 

둘째, 중국의 부상에 대한 긍정적 시각의 지지자들은 중국의 국부(國富)가 증가함에 따라 거의 불가피하게 민주주의도 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농촌의 고립된 지역 마을에서 관찰자들이 목격한 초기 형태의 자유선거가 다른 마을들로 확산될 것이고, 이어 성(省, province) 단위에서도 등장할 것이며, 마침내 전국적인 차원으로 확산 될 것이다. 그들은 한편으로, 경제적 자유의 성장과 진정한 중산층의 등장 사이에,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봤다. 그런 다음, 중국이 점차 민주적으로 되어감에 따라, ‘민주 평화론’(democratic peace theory)의 효과도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즉, 중국은 지역적 또는 글로벌 패권을 위한 경쟁을 피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을 피하게 될 것이며, 국제적 분쟁의 위험으로부터도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두 가지 시각들은 모두 빗나갔다. 경제적으로, WTO에 가입한 후에, 중국은 예측된 것과는 정반대로 행동했다. 기존 질서에 순응하는 대신에, 중국은 그 기구를 이용했고, 자유무역이 이뤄져야 할 조직 내에서, 중상주의(重商主義)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구했다. 국제적으로, 중국은 지적 재산권을 도둑질했고, 기술 이전을 강제했으며, 해외 투자자와 외국기업들을 차별대우했다. 또한 ‘일대일로(一带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 구상’과 같은 수단을 통해서 부패한 행위와 ‘부채 외교(debt diplomacy)’에 가담했고, 계속해서 국내 경제를 국가주의에 따라 권위주의적으로 운영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 정책의 ’구조적‘ 측면에 있어 주된 표적이었고, 유럽과 일본, 그리고 사실상 모든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과 그렇지 않은 다른 국가들 또한 피해자였다. 더군다나, 중국은 자유-시장 사회들이 고려조차 하지 않는 경제적 활동으로부터 정치-군사적 이익을 추구했다. 그것은 사적 소유로 알려진 기업들이 그 민간과 군사적 권력 핵심을 결합하고, 정부가 소유한 비밀만큼, 또는 그보다 더 많은 외국의 사적 이익을 표적으로 한 공격적인 사이버 전쟁을 벌임으로써, 사실상 중국 군부와 정보기관의 도구가 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정치적으로, 중국은 민주주의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시진핑의 등장으로 지금 중국은 가장 강력한 지도자를 가졌고, 마오쩌둥 이후 가장 중앙집권적인 정부 통제체제를 갖췄다. 모든 독재자는 각자의 기회를 이용해야 하므로, 모든 권력이 집중된 공산당 구조 내에서의 내적 불일치는 민주적 발전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만약 (반민주적 체제에 대한) 더 많은 근거가 필요하다면, ‘일국 양제’(一國兩制, one country, two systems)의 약속이 실제적으로 위험에 빠지는 것을 목격한 홍콩 시민들이 그것을 제공하고 있다. 또, 대규모의 인종적 (위그루와 티벳), 종교적 (가톨릭, 파룬궁)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끝으로, 중국 전역에서 국민들을 서열화하는 ‘사회 신용(social credit)’조치들의 시행은 미국인들의 눈으로는 거의 자유스러워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오싹한 전망(a chilling vision of a future)을 제공하고 있다.

 

내가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하기 전에 강연이나 논문에서 여러 차례 밝혔듯이, 그동안 중국의 군사적 능력은 확대되어왔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의 공격적 사이버 전쟁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500년 만에 처음으로 ‘blue water navy’ (모국을 떠나 심해의 대양을 가로질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해군)를 구축했으며, 잠수함 발사 핵 장착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포함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무기를 확장시켰고, 미국의 우주 기반 센서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반(反)위성 무기들을 개발했고, 아시아의 해안으로부터 우리(미국) 해군들을 밀어내기 위한 반(反) 접근 및 지역거부 전략(Anti-Access and Area Denial: A2AD)을 고안해냈으며, 인민해방군의 재래식 전쟁능력을 개선하고 현대화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나는 이 모든 것이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우리의 우방들과 동맹국들의 전략적 이해를 국제적으로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그저 뒷짐 지고 그것이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미국은 수십 년 전에 저지른 기본적인 실수를 뒤늦게 깨달았다. 우리는 광범위한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피해로부터 고통 받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게임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중국이 ‘우리’의 규칙에 따라 경기를 하지 않고, 거의 틀림없이 그럴 의도도 없었다는 사실이 널리 퍼짐에 따라,

우리는 여전히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인들이 중국에 의한 도전의 본질을 파악하고 늦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진주만 공습 이후 일본의 야마모토 이소로쿠 해군 제독은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는 우리가 행한 것(공격)이 잠자는 거인을 깨우고 무시무시한 결기(決氣)를 불어넣은 것은 아닌가 두렵다.”

 

몇 가지 측면에서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커지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는 군사-정치적 파워가 강력한 경제에 의존한다는 핵심적 진리를 인정한다. 경제가 더 강력할수록, 미국의 전 세계적 이해관계를 보호하고, 다수로 등장할 수 있는 지역 패권국과 경쟁할 수 있는 막대한 군사 및 정보 예산을 확보할 능력이 더 향상된다. 트럼프는 미국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성장을 중단시키는 것이 중국을 군사적으로 패배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명시적으로 자주 말해왔고, 그것은 근본적으로 옳다. 이러한 시각들은, 그렇지 않았다면 극심하게 분열되었을 미국에서,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 미국 스스로 토론하는 중대한 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위협에 대한 몇 가지 개념을 이해한 후에 대두되는 진정한 문제는 트럼프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 점에 관한 한, 그의 참모들은 지적으로(intellectually)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는 므누신(Munchin) 재무장관 같은 Panda huggers(중국이 미국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믿는 분석가나 학계 전문가)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인 케빈 해셋(Kevin Hassett)과 커들로(Kudlow)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같은 확신에 찬 자유무역주의자, 그리고 로스(Ross) 상무장관, 라이트하이저(Lighthizer)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나바로(Navarro)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같은 중국 강경파들이 혼재되어 있다.

 

나는 가장 쓸모없는 역할을 했다. 나는 중국에 대한 무역정책이 광범위한 대중국 전략 프레임 속에 맞춰지기를 원했다.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퍼시픽’ 지역을 지향한다는 좋은 슬로건을 갖고 있다. 개념적으로,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포함시켜 전략적 환경을 확대하는 것은 모든 것이 중국 중심으로 돌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자동차에 붙여진 광고 전단지(bumper sticker)는 전략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정교화해서, 너무나 자주 일어나고 있는 중국 무역 문제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다음 지점이다.” (p. 260~263)

 

이와 같은 미국의 대(對)중국 전략 기조에 맞춰 강력한 힘을 기반으로 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대중(對中)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볼턴에게 있어 오직 자신의 재선 당선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이랬다저랬다 하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트럼프의 대중 외교가 곱게 보일 리 없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볼턴의 비판은 그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는 미국의 포괄적인 대중국 전략 프레임에 입각한 대중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는데 집중된다. 그 대신 자신의 재선에만 골몰하고 있는 트럼프가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중시하며 모든 것을 미중 무역 협상이라는 블랙홀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볼턴이 이 책에서 폭로한 가장 충격적인 내용 중의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금년 11월 치러지는 대선 승리를 위해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을 언급하면서 “트럼프는 놀랍게도 다가오는 미국 대통령선거로 화제를 전환해서 중국의 경제력을 암시하며 시 주석에게 ‘내가 반드시 승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농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국의 콩과 밀 구매확대가 선거 결과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특히 시 주석이 농산물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협상을 재개하는 데 동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300년간 가장 위대한 중국 지도자!”라고 기뻐했다가 몇 분 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격찬하며 수위를 더 높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 미국과 중국이 좋은 관계에 있다고 봤으며,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와 관계가 좋지 않으면 미국과 영국이 관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인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의 개인적 친분을 곧 외교적 성공으로 인식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앞서 2018년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6년 더 함께 일하고 싶다”고 먼저 말을 꺼내자, 트럼프 대통령이 “나를 위해 대통령 임기를 연임으로 제한하는 헌법 조항을 철폐해야 한다고들 한다”고 답변했다. 시 주석은 이에 그치지 않고 “미국은 선거가 너무 많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헤어지기 싫다”고 분위기를 몰아가자 트럼프 대통령도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같은 달 29일 양 정상의 전화통화 때, 시 주석은 또다시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을 개정해 임기를 더 오랫동안 연장하길 바란다”고 부추겼다고 볼턴은 적었다. 이처럼 시 주석은 미·중 무역 협상을 중국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 오직 자신의 재선에만 몰두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는 데 집중했다.

 

또한,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안보 분야에 대해서도 개인적 이익과 국가의 이익을 혼합시켰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참모들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Huawei)와 ZTE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봤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시 주석에게 개인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기회”로 봤다고 전했다.

 

그는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가 ZTE에 부과한 제재를 뒤집었으며, 2019년에는 무역 협상에 도움이 되면 화웨이에 대한 형사고발을 번복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며 “이는 2020년 재선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전역의 5세대 이동통신망(5G) 안보에 드리우는 화웨이의 위협과 형사 사건의 중대성을 무시하며, 화웨이가 단순히 무역 협상에서 미국의 또 다른 흥정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화웨이 문제)를 단순히 무역 미끼로 삼겠다는 생각은 동료들에게 혼란을 주고 의욕을 꺾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7일 백악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체포된 사건을 언급하며 ‘중국의 이방카’가 체포돼 중국이 압력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멍 부회장을 미국 대통령 일가에 빗댄 것은 멍 부회장 체포를 통해 시진핑 중국 주석에 대한 압박이 가능하다고 파악한 것이다. 볼턴은 이 말을 듣고 순간 ‘이방카도 스파이이자 사기꾼이었는지 몰랐다’고 대답할 뻔했으나 자신이 적시에 무의식적으로 혀를 깨물어 이 발언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볼턴은 화웨이의 경우 중대한 국가안보 문제가 걸려 있는 사안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단순히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쓸 수 있는 미끼로만 간주했다고 주장하면서, 이조차도 무역 협상이 아니라 자신의 재선이 목표였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재선이라는 자신의 개인적인 사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외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 미국이 늘 강조해온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폭로했다.

 

이 책에 따르면,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개막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위그르족 탄압에 쓰이는 수용소 건설이 “매우 옳은 일이기 때문에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지난해 6월 홍콩에서 150만 명의 군중이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개입하고 싶지 않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인권 문제가 있지 않으냐”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자신의 재선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인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골몰한 나머지 중국의 인권 문제도 협상을 위한 부속품으로 봤던 것이다. 여기에 중국 톈안먼(天安門) 시위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의 공식성명 발표를 거부하면서 “그것은 15년 전 일이다. 누가 그것을 신경 쓰나. 나는 거래를 하려고 할 뿐이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텐안먼 사태 발생 시점부터 잘못 알고 있을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인권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이 드러난 대목이다.

 

결국,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은 철학이나 큰 전략, 정책에 기반 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이익)에만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내가 백악관에서 근무하는 동안 재선을 염두에 두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결정을 찾는 것이 힘들 정도였다”고 비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의사결정은 2020년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공격했다.

 

이상과 같은 볼턴의 트럼프 비판이 향후 사실관계 확인을 비롯한 논쟁의 여지를 남기고 있음은 명백하다. 하지만 볼턴이 트럼프에 대해서는 매우 좋지않은 편견과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유권자들의 반중(反中) 정서를 자극해서 연일 중국 때리기에 몰두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면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대선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이 숨어있고, 재선이라는 그의 사적 이익이 미국의 국익과 대중 전략 프레임보다 우선시 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볼턴의 회고록은 미국의 세계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급격한 부상을 미국  정부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고, 어떻게 대응하려는 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고, 향후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미·중 패권대결의 각축 속에서 한반도의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할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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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6월29일 11시47분
  • 최종수정 2020년06월29일 11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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